은행
주요 은행들이 군심(軍心) 공략에 나섰다. 최장 8년 동안 매년 20만명의 청년을 신규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서다. 이에 은행들은 군 장병 특화 상품 출시, 장교 출신 특별 채용 등으로 지속해서 군인들과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다.금융권에 따르면 군인공제회가 공고한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자 선정에 KB국민·신한·하나·IBK기업은행 등이 뛰어들었다. 지난 2기 사업자였던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은 사수를 목표로 하고, 지난 1기 사업자였던 신한은행은 재탈환을 노리고 있다.나라사랑카드는 군인전용 체크카드다. 정부는 병역 판정 검사부터 군 복무, 제대 후 예비군 훈련 기간까지 급여를 비롯한 각종 여비를 이 카드로 지급한다. 이번 입찰에서 사업자로 선정되면 매년 약 20만명에 달하는 10~20대 남성을 8년간 신규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선 청년고객 확보는 물론이고, 이렇게 유입된 젊은 세대 고객은 추후 은행의 충성 고객으로 성장하는 등 장기적으로 은행에게 도움이 된다. 병사 월급 늘어…저원가성 예금 유치 ‘쏠쏠’금리 하락기에 저원가성 예금 유치가 수익성 방어에 중요해진 것 또한 나라사랑카드 입찰 경쟁에 불을 붙인다.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대출금리 역시 이전보다 더 떨어진다. 이렇게 될 경우 수익의 근간인 예대금리차는 줄어든다. 하지만 금리가 낮은 저원가성 예금은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을 줄여준다. 저원가성 예금이 많을 수록 은행은 예대마진과 순이자마진(NIM) 개선에 유리하다게다가 과거보다 병장 월급도 늘어, 나라사랑카드를 통해 은행이 확보 가능한 자금 규모도 늘었다. 실제로 2025년 현재 기간병 월급은 이병 75만원, 일병 90만원, 상병 120만원, 병장 150만원이다. 과거 10년전과 비교하면 약 6~10배 늘어난 셈이다.은행들은 3기 사업자가 되기 위해 물밑작업에 나섰다. 2기 사업자인 국민은행은 나라사랑카드를 통해 현역병사에게 군부대 내 매점인 P.X 20% 할인·대중교통 20% 할인 등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현역 복무 시 영내·외에서 당할 수 있는 불의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상해보험 서비스도 무상으로 지원해왔다. 2기 공동 사업자인 IBK기업은행은 은행권 최고 금리인 연 8%를 제공하는 IBK장병내일준비적금을 내놨고, 장병 급여 압류를 방지하는 상품인 IBK장병급여안심통장도 출시했다. 지난해 6월 출시한 ‘IBK군인라운지’ 서비스를 통해서는 장병들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금융을 쉽게 관리할 수 있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복무정보·일정관리 등 장병 맞춤 서비스와 군 생활 꿀팁 등도 이용할 수 잇다. 신한은행 또한 지난 1월 전역 시 정부 지원을 받아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장병내일준비적금’ 최고금리를 은행권 최고 수준인 연 8.0%로 높이기도 했다.처음 사업에 도전하는 하나은행은 지난 3월 군 간부들이 영업점 방문 없이 비대면으로 신청할 수 있는 ‘군간부전세론’을 출시했다. 대상은 국방부 소속 현역 하사 이상 군 간부로 국방부로부터 ‘전세대부 추천서’를 받으면 연 4% 초반 금리로 최대 3억6000만원까지 전세 자금을 모바일로 대출받을 수 있다. 전역장교 특별 채용도…충성고객 확보 전략 군인공제회는 사업자 선정 시 해당 은행이 군인들에게 얼마나 많은 혜택을 줬는지를 고려한다. 이 때문에 본격 사업 수주를 앞두고 각 은행들은 전역했거나 전역 예정인 장교를 신입 행원으로 채용하는 사례가 늘어 눈길을 끈다. 신한은행은 올해 ‘리더십 특별채용’이라는 이름으로 전역했거나 올해 6월 말까지 전역 예정인 대위 직급 이하 장교를 신입사원으로 채용진행 중이다. 채용 규모는 30~40명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빠른 2023년부터 해당 분야 채용을 진행해왔다. 2023년엔 30명, 작년엔 40명을 선발했다.KB국민은행은 작년부터 전역장교 부문 채용을 신설해 두 자릿수 채용을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신입 행원을 뽑으면서 해당 부분 직원을 함께 선발할 예정이다. 이들은 기업·개인·PB 고객 대상 금융상담 및 상품판매, 기업금융·자산관리 서비스 등 은행 업무 전반의 업무를 담당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들은 나라사랑카드 사업자 지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이외의 은행들은 새롭게 사업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관련 서비스나 이벤트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면서 “군인 고객 확보는 추후 충성고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젊은세대 고객 확보와도 결을 같이해 은행들이 신경쓰고 있는 이벤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