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정모(33)씨는 최근 지인들과 암 진단 시 받는 보험금 이야기를 나누다 깜짝 놀랐다. 지인 대부분이 가입한 암보험 상품의 암 진단비(암에 걸렸을 시 나오는 보험금)가 5000만원을 넘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정씨는 3년 전에 인터넷으로 월 보험료가 몇천원 수준인 온라인 암보험에 가입했지만 이 상품의 암 진단비는 300만원에 불과했다. 정씨는 "주변인 대비 암 진단비가 적다보니 '내가 암 치료비에 대해 너무 대비를 안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지금보다 보험료를 더 내면서까지 새 암보험에 가입해야 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암은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이 걸릴 정도로 '국민 질병'이 된 지 오래다. 암 치료의 경우 수술, 입원 등 수천만원의 치료비가 들기도 한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암보험 가입을 통해 경제적인 대비에 나서고 있다. 다만 내가 가입한 암보험 상품이 암 치료비 모두를 보전해주는 것은 아니어서 점검이 필요하다. 암 보험금은 얼마가 적당할까. 암 가입자 절반 '4000만원 이하'암보험 상품에 가입 후 암에 걸리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이때 상품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암 보험금은 크게 ▲암 진단비 ▲암 입원비 ▲암 수술비 ▲암 통원비로 나뉜다. 여기서 보험금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암 진단을 받으면 바로 보험금을 받는 암 진단비다. 규모가 가장 크다보니 가입자 입장에서는 암 진단비 비중을 적지 않게 설정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암 치료 때 실질적인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흥미로운 자료가 있다. 최근 6개월 동안 핀테크 기업 해빗팩토리에서 보험분석 상담을 받은 28만1494명의 보험소비자들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절반 정도는 암 진단비가 4000만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에 따르면 암 진단비 4000만원 이하 비중은 45.11%, 4000만~7000만원 비중은 36.94%, 7000만~1억원 사이는 17.94%였다. 다만 해빗팩토리의 경우 주 이용자가 20~40대로 주로 젊은 층이 이용한다. 50대 이상 중년층이 대체로 암보험 상품을 복수 가입해 암 진단비를 크게 높이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7000만~1억원 구간 비중은 이 지표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에 따르면 암 진단비 '3000만~6000만원' 구간은 전체 42.83%를 기록, 가장 많은 보험소비자 층이 이 구간에 속했다. 보험 가입자 10명 중 4명은 암 진단비로 3000만~6000만원 정도를 준비해놨다는 얘기다. 해빗팩토리는 암 진단비가 4000만원 이하 구간의 경우 '부족', 4000만~7000만원 구간을 '적절', 7000만~1억원 구간을 '초과'로 기준을 나눴다. 해빗팩토리 관계자는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일을 하지 않고, 1년 동안 치료에 전념하면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을 기준으로 봤다"며 "이에 치료비를 국내 평균 연봉 1년치 정도로 잡아 최소 4000만원~최대 7000만원은 암 진단비로 보장받아야 적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암 치료비는 얼마나 들까. 의료업계에 따르면 암 치료비는 진단암, 환자 개인의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암 진단 후 암 수술, 기초 항암치료만 받을 경우 3000만~5000만원 수준의 치료비가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암치료에 많이 쓰이는 표적암치료제, 면역항암제 등을 쓰면 치료비는 거의 2~3배가량 뛴다는 것이 의료계 관계자의 얘기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암 환자 치료 시 수술과 항암치료 외에 표적치료나 면역항암치료, 여기에 간병비, 입원비, 통원비, 재활비 등까지 감안하면 저 수치보다 더 비용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6000만~7000만원이 현실적 보장 비용최근 20년간 의학기술이 발전하며 암치료 트렌드도 꾸준히 변화해왔다. 과거 항암치료 뿐이었던 암치료는 2000년대 '표적암치료제'가 등장했고 2010년대에는 '면역항암제', 2015년 이후 '유전자 맞춤치료', 2020년대 이후 '세포치료제', '로봇수술' 등 최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치료법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보험사들도 맞춤 암보험 상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표적암치료나 면역항암 치료는 물론이고 방사선, 중입자 치료 등을 보장하는 상품을 내놓는 식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특정 고가 치료를 보장하는 상품은 이제 보험 소비자들이 상품 가입 때 먼저 문의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 암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의 경우 신기술 치료법에 대한 담보 가입이 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들의 경우 새 암 보험에 가입하거나 기존 가입한 상품의 암 진단비나 입원비 등만으로 암 치료비를 보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기존 가입한 암보험 상품의 암 진단비를 높이는 것이 가능할까. 만약 주계약에 진단비 확대 특약이 있다면 가능하지만 없다면 불가능하다. 이때는 새로 암 보험에 추가로 가입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기존 암보험 상품을 리모델링(분석 후 재가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보험료가 크게 뛸 수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암 환자의 상태별로 차이는 있지만 안정적으로 치료비를 담보하려면 가입한 상품의 암 진단비가 최소 6000만~7000만원 정도는 돼야할 것"이라며 "암 입원비, 치료비 담보까지 더하면 최소 1억~1억5000만원까지 담보를 구성해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