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의 흐름을 보면 가슴이 서늘해진다. 33년간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며 한국 증시의 높은 변동성에 익숙해졌다고 자부했건만, 한 해의 절반이 가기도 전에 서킷 브레이커 4번 발동은 처음이다. 서킷 브레이커란 주식 가격이 8% 이상 하락할 때 모든 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것을 뜻한다. 물론 이것으로도 시장이 진정되지 않고 15% 이상 하락할 때에는 추가적으로 20분간 매매가 중지된다.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될 정도로 증시가 요동칠 때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이 쏟아지는데, 이때마다 다음과 같이 반문한다.“당신은 평균회귀 투자자입니까, 아니면 추세추종 투자자입니까?.”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은 다음에야 조언을 시작한다. 투자 정체성을 파악하는 데에서 적절한 대응법이 나오기 때문이다.손절 기준선은 어디인가먼저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스타일인 추세추종 투자가 있다. ‘월가의 큰 곰’으로 불렸던 전설적인 투자자 제시 리버모어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못 살 이유가 없고, 싸다는 이유로 주식을 못 팔 이유도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따지기보다 현재 시장이 상승장인지 하락장인지 그 ‘흐름’ 자체에만 집중한다는 뜻이다.추세추종 전략은 흐름을 잘 타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시장의 추세가 꺾일 때 치명적인 손실을 입기도 한다. 실제로 제시 리버모어 역시 1937년 주식시장이 바닥을 다지던 시점에 공매도를 감행했다가 큰 손실을 입고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따라서 추세추종 투자자에게는 기술적 분석을 바탕으로 한 철저한 ‘손절매’(Stop-Loss) 전략이 필수적이다. 추세가 끝났다고 판단되는 즉시 미련 없이 포지션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현재 시장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손절 기준선은 어디일까. 대개 투자자들이 시장의 강력한 상승에 흥분하여 레버리지를 극대화했던 주가 수준, 즉 ‘여기가 무너지면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는 레벨’이다. 예를 들어,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직전의 코스피 지수 레벨(7200pt 전후)이 중요한 지지선으로 부각될 수 있다. 물론 이는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며, 투자자 각자의 판단 잣대가 중요하다. 따라서 자신이 추세 추종 투자자라고 판단될 때에는 본인이 설정한 손절 레벨의 지지 여부를 판단하며 매매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
폭락장 속 내 투자스타일 찾기반면 가격이 결국 본연의 가치로 돌아온다고 믿는 ‘평균회귀’ 투자자라면, 전혀 다른 매매 패턴을 가져가야 한다. 평균회귀 투자자의 대표는 연기금이다. 연기금은 시장이 급등할 때 차익을 실현하고, 급락할 때 저가 매수에 나서는 ‘BLSH’(Buy Low·Sell High·저가매수 고가매도) 전략을 기계적으로 반복한다.실제 국민연금의 ‘과거’ 행적을 보면 이 흐름이 명확히 드러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민연금은 시장이 공포에 질려 폭락할 때 30조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주식을 쓸어 담았다. 그리고 시장이 회복된 2009년부터는 반대로 20조원 가까이 주식을 처분했다. 목표로 했던 주식 비중과 가치 레벨에 도달하자 매수를 멈추고, 주가가 오를 때마다 분할 매도하며 BLSH를 철저히 실행에 옮긴 것이다. 따라서 평균회귀 투자자라면 지금의 추가 하락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각자가 판단한 가치 레벨에 맞춰 저가 매수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필자는 주식시장의 이 두 양대 세력 중 ‘평균회귀’에 속한다. 연기금의 자산 배분 전략을 벤치마킹하여 꾸준히 분산 투자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폭락장은 언제나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거울과 같다. 시장이 흔들릴 때 내가 공포에 질려 손절선을 찾고 있는지, 아니면 매수 타이밍을 재고 있는지 살펴보면 비로소 자신의 투자 성향이 드러난다. 본인이 어떤 스타일의 투자자인지 정확히 인지하는 것, 그것이 이 불안정한 시장에서 살아남아 성공적인 노후를 맞이하기 위한 첫걸음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