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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 대입 내신·수능 동시 개편… 새 판 마주하는 고1 [임성호의 입시지계]

전문가 칼럼

2028학년도 대입부터 학교 내신과 수능 제도가 전면 개편된다. 적용 대상은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로, 이들은 새로운 평가 체계를 처음으로 경험하게 된다. 달라지는 대입, 첫 타자는 고1현재 고1 학생들은 1학기 내신을 마무리한 상태다. 내신 체계는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전환됐다. 또한 2028학년도 수능에서는 문·이과 통합 체제가 도입되며 사회탐구·과학탐구 2과목을 모두 응시해야 한다. 두 과목의 문항 수는 기존 20문항에서 25문항으로 늘어나고, 배점 역시 2·3점 체계에서 1.5·2·2.5점으로 변경된다. 현 고1 학생들은 올해 3·6·9·10월 총 네 차례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렀다. 이 중 6·9·10월 시험에서 개편된 2028 수능 방식이 적용됐다. 3월 시험은 중학교 범위 기반 평가였고, 사탐·과탐은 기존 절대평가로 진행됐다.내신 5등급제를 처음 적용받는 현 고1의 1학기 성적 분포는 교육계의 높은 관심을 모았다. 서울 지역 고교를 기준으로 전 과목 1등급을 받은 학생 수는 9등급제 대비 약 1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고의 경우 전체 학생 중 약 2%가 전 과목 1등급이었고, 자사고는 약 1.4%, 특목고는 약 0.4% 수준으로 확인됐다.학교알리미 공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고1 학생들의 학교 내신에서 통상 90점 이상에 해당하는 A등급 비율은 일반고 기준 국어 23.0%·수학 21.4%·영어 24.5%·사회 25.9%·과학 23.7%로 주요 5개 교과 모두 20%를 넘겼다.특목·자사고는 일반고보다 A등급 비율이 훨씬 높다. 국어 53.2%·수학 44.7%·영어 47.4%·사회 46.3%·과학 50.6%로 일반고 대비 대략 두 배 수준을 보였다.그러나 수능 모의고사 성격의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는 내신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국어의 경우 90점 이상 비율은 3월 1.2%·6월 2.1%·9월 0.8%·10월 4.7%에 불과했다. 80점대 비율도 3월 5.8%·6월 5.9%·9월 4.1%·10월 9.3% 수준이었다.수학 역시 난도가 높게 나타났다. 90점 이상 비율은 3월 1.2%·6월 1.1%·9월 1.1%·10월 3.2%였다. 80점대는 3월 3.5%·6월 4.1%·9월 5.2%·10월 5.0%로 집계됐다.과학탐구는 50점 만점 기준 45점 이상 비율이 6월 6.9%·9월 10.8%·10월 8.7%로 나타났다. 중학교 범위였던 3월 절대평가에서는 40점 이상 비율이 4.1%였다. 당시 절대평가 등급 기준은 1등급 40점 이상, 2등급 35점 이상 등 5점 단위 9등급 체계였다.사회탐구는 45점 이상 비율이 6월 10.1%·9월 6.9%·10월 3.2%로 확인됐다. 절대평가로 시행된 3월에는 40점 이상 비율이 16.6%였다.영어는 90점 이상인 1등급 비율이 3월 8.0%·6월 13.5%·9월 6.2%·10월 10.6%였다. 80점대 2등급은 3월 10.3%·6월 12.2%·9월 8.5%·10월 13.9%로 나타났다.2025학년도 서울권 대학 학생부교과전형 평균 합격선은 인문계 2.58등급, 자연계 2.08등급이었다. 이를 새 5등급제로 환산하면 인문은 약 1.6등급, 자연은 약 1.4등급 수준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금년도 입시 결과는 인문 3.05등급, 자연 2.71등급으로, 5등급제로 환산 시 두 계열 모두 1.8등급으로 추정된다. 내신 성적, 수능 모의평가 사이 괴리도고1 학생들은 중간·기말고사 성적과 수능 모의평가의 체감 난도 사이에서 상당한 괴리를 경험하고 있다. 이는 각 고교 유형 간 내신 최상위권 비율에서도 뚜렷한 차이로 나타나며, 이러한 격차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문제는 1학기 종료 시점에서 내신 등급이 목표 대학 입시에 불리하게 형성된 학생들의 대응이 학교마다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내신 등급은 개인 실력뿐 아니라 소속 학교의 학생 수와 구조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고1이 끝난 시점에서 이미 내신으로 목표 대학 접근이 사실상 어려워진 학생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따라서 단순히 학생 개인에게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라’고 조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내신과 수능 간 평가 구조의 격차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학교 차원에서 내신 출제와 평가의 적정성, 수능 대비 전략 등을 고1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고교학점제 운영과 수능 준비 과정, 평가 결과 등 주요 정보를 학부모에게 적극적으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 현 고1은 내신과 수능 모두 기존과 다른 완전히 새로운 입시 경로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학년이기 때문에 어느 한 요소만을 자신 있게 강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5.12.07 11:00

4분 소요
ESG 보상의 함정…형식적 도입은 ‘그린워싱’ 일 뿐 [대신경제연구소 ESG인사이트]

ESG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선진국 기업들은 이미 임원 보상에 ESG 지표 한두 개를 반영하는 단계를 넘어섰다. 유럽 주요 기업의 40% 가량이 ESG 평가·보상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애플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도 임원 성과급에 환경·사회 목표를 연계하는 것이 보편화됐다. 이들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명확하다. ESG 투자가 영업 및 재무 성과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실제로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들의 연구에 따르면, 기업이 자신의 산업에서 중요한 ESG 이슈에 집중할 때 장기 주가 성과가 유의미하게 개선된다. 유니레버가 2010년대 신흥국 시장에서 경쟁자들보다 월등히 높은 매출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사적으로 추진됐던 지속가능성 제고 전략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한국은 어떠한가. 국내 시가총액 상위 250개 기업 중 ESG 지표를 임원 보수에 반영하는 기업은 겨우 27곳, 10.8%에 불과하다. 일부 선도 기업들이 2019년부터 최고경영자(CEO) 평가에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시도가 있지만, 이는 소수의 예외에 가깝다. 한국 기업들은 ESG 보상 체계 도입에서 선진국 대비 최소 5~10년은 뒤처져 있다.선진국의 형식적 도입, 그 실패의 교훈그렇다면 뒤늦게 출발하는 한국 기업들은 서둘러 선진국을 따라가기만 하면 될까? 흥미롭게도 먼저 출발한 유럽과 북미 기업들의 경험은 정반대의 교훈을 전한다. ‘빠르게 도입’하는 것보다 ‘제대로 설계’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독일 튀빙겐대학 연구진이 유럽 대형 상장기업 73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ESG 지표를 도입한 기업은 많지만 그 지표가 임원 보수 총액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명확히 규정된 ESG 지표의 평균 가중치는 5%에 불과했고, ESG 지표 달성 여부는 전체 임원 보수 총액 변화의 1%밖에 설명하지 못했다. ESG 보상이 진정한 인센티브가 아닌 ‘그린워싱’ 도구로 전락한 것이다.결국 문제의 핵심은 ‘형식적 도입’에 있다. 많은 기업들이 ESG 목표를 설정했지만, 그 목표는 처음부터 쉽게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 설정됐다. 연구에 따르면 ESG 지표의 수나 가중치가 높을수록 오히려 목표 달성률의 변동성이 낮아지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경영진이 항상 거의 100%에 가까운 목표 달성률을 보장받도록 설계됐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북미에서는 ESG 성과급 지급률이 재무 성과급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ESG 목표가 훨씬 느슨하게 설정됐기 때문이다.또 다른 문제는 재량적 평가의 남용이다. 많은 기업이 ESG 목표 달성 여부를 이사회나 보상위원회가 연말에 재량으로 판단하도록 했다. 재량적 평가는 측정이 어려운 ESG 성과의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문제는 그 재량권이 한쪽으로만 작동한다는 점이다. 재무 실적이 좋을 때는 재량적 ESG 보상이 추가로 지급되지만, 환경 사고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 보상을 삭감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임원에게는 ‘추가 혜택’만 있고 ‘책임’은 없는 비대칭적 구조가 고착된 것이다. 이러한 선진국의 시행착오는 한국 기업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단순히 ESG 보상을 도입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아니면 처음부터 다르게 설계해야 하는가?韓 기업이 달리 출발해야 하는 지점늦게 시작하는 것이 오히려 기회다. 한국 기업들은 선진국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처음부터 실질적인 ESG 보상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할 것은 ‘의미 있는 가중치’다. 5% 미만의 가중치로는 임원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없다. ESG가 진정한 인센티브로 작동하려면 최소 10~15% 이상, 환경 리스크가 높은 제조업이나 화학·에너지 업종의 경우 20% 이상의 가중치를 부여해야 한다. 둘째, 목표의 엄격성이다. ‘지속가능경영 강화’ 같은 모호한 목표는 무용지물이다. ▲탄소 배출량 전년 대비 12% 감축 ▲중대재해 제로 달성 ▲여성 임원 비율 30% 달성처럼 명확하고 측정 가능한 지표를 사용해야 한다. 목표 수준도 재무 목표만큼 도전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달성률이 항상 90% 이상이라면, 그것은 목표가 아니라 ‘확정 지급’에 가깝다.세 번째는 책임의 대칭성이다. 재량적 평가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투명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평가 기준과 결과를 공개하고, 무엇보다도 부정적 ESG 사건 발생 시 확실한 페널티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 환경 사고·중대재해·인권 침해 등이 발생했을 때 이미 지급된 보상을 환수하거나 향후 보상을 삭감하는 메커니즘을 명문화해야 한다. 보상은 양방향이어야 한다.넷째, 맞춤형 설계가 필요하다. 임원의 책임 범위에 맞춰 생산 부문 책임자에게는 탄소 배출과 안전 지표를, 인사 책임자에게는 다양성 지표를, 구매 책임자에게는 공급망 ESG 지표를 연계하는 식이다. 모든 임원에게 동일한 지표를 부여하는 것은 책임 소재를 흐리고 효과를 반감시킨다.한국 기업들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선진국처럼 형식적으로 ESG 보상을 도입해 10년 뒤 다시 재설계하는 우회로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처음부터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제도를 구축하는 지름길을 택할 것인가. ESG 보상은 ‘녹색 페인트칠’이 아닌 ‘경영 엔진의 핵심 부품’이 돼야 한다. 늦게 시작하는 만큼, 더 제대로 시작할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2025.12.07 10:02

4분 소요
‘근대의 엔진’ 영주, 철도 도시의 새로운 실험[김현아의 시티라이프]

전문가 칼럼

앞선 여정에서 봉화가 태고의 자연으로 치유를 건네고, 안동이 유구한 전통으로 정신을 압도했다면, 소백산맥을 넘어 마주한 영주는 사뭇 다른 공기를 품고 있었다. 이곳은 ‘속도’와 ‘직선’의 도시다. 1942년 개통된 중앙선 철도는 고요했던 농촌 마을 영주에 근대라는 엔진을 이식했다. 일제강점기 자원 수탈을 위해 깔린 차가운 쇠길이었지만, 해방 이후 그 길은 산업화의 동맥이 돼 영주를 경북 북부 내륙의 물류 심장부(Logistics Hub)로 재편했다.영주역을 정점으로 사방으로 뻗는 도로망과 철도 관사(官舍)를 중심으로 구획된 주거지는 자연 발생적인 촌락이 아닌, 철도 중심 계획도시의 전형적 면모를 보여준다. 그러나 도시의 흥망은 인프라의 수명과 궤를 같이한다. 석탄 산업 합리화와 고속도로 중심의 국토 개발은 철도 도시에 가혹한 구조 조정을 강요했다. 여기에 인구구조 변화와 광역도시 중심의 성장 전략이 겹치면서 쇠퇴 압력이 커졌다. 2024년 초, 영주시 인구가 심리적 저지선인 ‘10만 명’ 아래로 붕괴된 사건은 단순한 숫자의 감소가 아니라, 지난 반세기 동안 도시를 지탱해온 성장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알리는 구조적 경고음이다.2021년 KTX-이음 개통으로 수도권 접근성이 1시간 40분대로 획기적으로 개선됐으나, KTX 개통과 별개로 인구 감소, 소비 패턴 변화 등과 맞물려 대학로 상권 공실이 늘고 있는데, 이는 고속철 개통 시 지적되는 빨대 효과(Straw Effect) 우려와도 맞닿아 있다 이제 영주에게 필요한 것은 물리적 연결을 넘어, 사람을 머물게 하는 ‘체류의 자석(Magnetism)’을 만드는 일이다. 하드웨어 재생의 한계와 ‘모지코’의 교훈지난 10년간 영주의 도시재생은 ‘공간의 보존’에 방점을 뒀다. 후생시장, 중앙시장, 그리고 관사골로 이어지는 재생 사업은 쇠퇴한 구도심의 물리적 뼈대를 정비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점(點)이 아닌 면(面) 단위로 등록문화재를 지정한 ‘근대역사문화거리’ 전략은 도시의 맥락(Context)을 보존했다는 점에서 학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하드웨어 중심의 재생은 ‘지속 가능성’이라는 난제에 부딪혔다. 잘 지어진 건물도 콘텐츠가 없으면 유령 공간이 된다. 인근 안동이 고택 리조트로, 단양이 레저로 체류형 관광을 선점하는 동안, 영주는 대규모 인프라 확충에도 불구하고, 체류 시간이 길어지는 체험·숙박 콘텐츠는 여전히 더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잠시 일본 기타큐슈의 ‘모지코(Mojiko) 레트로’사례를 살펴보자. 이곳은 영주에 유의미한 벤치마킹 대상이다. 모지코 역시 석탄과 물류 기능 상실로 쇠락했으나, 붉은 벽돌의 근대 건축물을 현대적 감각의 F&B와 야간 관광 콘텐츠로 재해석하여 연간 200만 명이 찾는 명소로 부활했다. 핵심은 ‘과거의 박제’가 아닌 ‘현재적 활용’이다. 영주의 관사골 적산가옥과 풍국정미소 같은 산업 유산 역시 단순 관람용이 아닌, MZ세대가 소비하고 머물 수 있는 힙(Hip)한 상업 공간이나 스테이(Stay) 모델로 과감히 전환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로컬 스타트업이 쏘아 올린 희망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영주에서 감지되는 변화의 기류가 과거의 관(官) 주도 방식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민간 기업과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바텀업(Bottom-up) 생태계가 싹트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주시와 SK스페셜티, 임팩트 투자사가 협력한 ‘STAXX(스택스) 프로젝트’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단순 기부를 넘어 지역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공유가치창출(CSV) 모델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빈집 재생 노하우를 이식해 공유 주거를 만드는 ‘블랭크(Blank)’, 영주의 풍부한 소나무 자원을 뷰티 제품으로 고부가가치화 한 ‘피노젠’, 지역 농산물로 새로운 F&B 문화를 만드는 ‘리쿼스퀘어’등 혁신적인 소셜벤처들이 영주에 둥지를 틀었다.이들 청년 창업가들은 영주를 ‘소멸 위기 지역’이 아닌 ‘기회의 땅’으로 재정의한다. 수도권의 살인적인 비용과 경쟁에서 벗어나, 지역 고유의 자원(Local Heritage)을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할 수 있는 최적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인구 10만 붕괴를 넘어, ‘강소(强小) 도시’로의 체질 개선인구 10만 명 붕괴는 충격적인 지표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도시학적 관점에서 볼 때, 절대 인구수의 감소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활동 인구’와 ‘창조 계층’의 소멸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영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도전은 도시의 체질을 바꾸는 중요한 변곡점이다. 봉화의 자연이 쉼을 주고, 안동의 정신이 뿌리를 확인시켜 준다면, 영주의 실험은 지방 도시가 나아가야 할 ‘미래의 생존법’을 제시한다. 과거 영주를 움직인 동력이 증기기관차였다면, 미래의 동력은 골목길 곳곳에서 혁신을 실험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이다.도시재생은 끝이 없는 과정(Process)이다. 관사골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할매 묵공장’의 온기가 구세대 주민들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버팀목이라면, ‘스택스’를 통해 유입된 청년들은 도시에 새로운 혈류를 공급하는 펌프와 같다. 신구(新舊) 세대의 이러한 공존과 협업이야말로 지방 도시가 소멸의 파고를 넘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대안이다.영주는 지금 쇠퇴가 아닌 ‘축소 균형’을 향한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100년 전 기찻길이 도시를 낳았듯, 이제는 혁신적인 로컬 비즈니스가 영주의 다음 100년을 견인할 것이다. 위기 속에서도 움트고 있는 이 작은 변화의 싹들을 주목하고 응원해야 할 이유다.영주의 철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내륙의 물자가 모이던 이 거대한 결절점(Node)을 지나, 이제 그 맥박이 닿았던 바다의 끝으로 향한다. 기찻길이 실어 나른 근대의 애환이 가장 짙게 남아있는 항구, 다음 여정은 ‘군산’이다.(다음에 계속)

2025.12.07 09:00

4분 소요
고환율 뉴노멀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EDITOR’S LETTER]

전문가 칼럼

최근 국내 대표 포털기업 네이버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용사인 두나무가 합병을 공식화했습니다. 네이버는 검색·쇼핑·콘텐츠 결제를 아우르는 국내 1위 포털 플랫폼이고, 두나무는 국내 최대이자 글로벌 3위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사라는 점에서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면 초대형 디지털 금융 생태계가 탄생할 전망입니다. 주목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제도화 바람이 불고 있는 디지털 자산 시장과 관련한 행보인데요, 양 사는 이미 지난 7월부터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치가 달러 등 특정 자산에 1 대 1로 연동되도록 설계된 디지털 화폐입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올해 연간 글로벌 거래량이 약 35조~40조 달러로 예상되는데, 2024년 27조~28조 달러보다 1.3~1.5배 증가한 수치입니다. 폭발적인 성장세에 각국의 기업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스테이블코인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닌데요, 특히 정치권에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여당은 작년 7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1단계) 시행 이후 정부 당국의 2단계 법안(핵심 내용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마련이 지지부진하자 이번 주까지 제출해 달라고 요청하며 연내 입법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업계는 늦어질수록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며 속도전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고환율 문제를 고려하면 빠른 도입이 능사가 아니라는 신중론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역대 최고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에도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를 넘어 1500원대를 뚫을 기세인데요,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고물가·고비용·내수 침체라는 삼중고에 빠지게 돼 실물경제에 큰 타격이 우려됩니다. 문제는 최근 환율을 끌어올리는 힘이 구조적이라는 점입니다. 개인 해외투자(서학개미),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 확대, 수출기업의 달러 환전 유보 등이 달러 수요를 상시적으로 높이며 원화 약세를 고착화하고 있습니다.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여기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게 신중론자들의 주장입니다. 지금은 원화를 달러로 바꾸려면 은행 계좌 개설·환전 절차·규제 등 일정한 ‘마찰 비용’이 있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디지털 화폐 형태의 원화로 즉시 달러·비트코인·해외 자산 매수가 가능해지며, 원화 매도·달러 매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금융시장 불안 시에는 ‘탈원화 러시’를 돕는 통로로 기능해 환율 안정성이 더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또 원화 스테이블코인 준비금 관리 부실·발생사 부도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 한국 금융시스템 자체가 흔들린다거나 통화당국의 자본통제·환율안정 수단이 무력화된다는 등의 우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신중론자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단계적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그냥 도입할 경우 외환시장의 환율 변동성과 자본 유출이 굉장히 걱정된다. 은행 중심으로 먼저 해보고, 외환 나가는 게 잘 통제되면 그다음 순차 확산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1500원대 고환율 뉴노멀에 직면한 상황이어서 속도전보다 신중론이 더 크게 와닿습니다.

2025.12.07 06:00

2분 소요
챗GPT 이후 3년…AI 분야 업&다운, 주목받는 것과 잊혀진 것[한세희 테크&라이프]

전문가 칼럼

필자는 2020년 8월, 이코노미스트 지면에 당시 처음 공개된 오픈AI의 인공지능(AI) 모델 GPT-3를 소개하는 글을 썼다. “신은 어디에 있지?”라는 질문에 AI는 “신은 어디에나 있죠. 우리가 사는 이 시뮬레이션 속에도 물론 있고요”라 답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GPT-3는 바둑으로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와는 또 다른 충격을 줬다. GPT-3 공개는 초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의 잠재력을 세상에 알렸다. 다만, 소수의 사람들에게 제한적으로 공개돼 모든 사람들이 직접 써 볼 수는 없었다. 2년이 지난 2022년 11월 30일, 오픈AI는 챗GPT를 세상에 선보였다. GPT-3를 개선한 GPT-3.5 모델에 대화 인터페이스를 입혀 누구나 채팅 형식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한 AI 서비스다. 드디어 생성형 AI가 모든 사람의 손끝에 닿은 것이다. 챗GPT, 세상을 바꾼 3년놀라움과 열광 속에 챗GPT는 한달 만에 사용자 1억명을 돌파, 틱톡을 제치고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확산된 온라인 서비스가 됐다. 이제 챗GPT 출시 후 딱 3년이 지났다. GPT-3 이후 챗GPT가 나오기까지 2년과 챗GPT가 나온 후 3년의 시간을 비교해 보면, 1년 차이가 아니라 약 10년은 차이나는 시간이 흐른 것 같다. GPT-3가 나왔을 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5년 안에 AI가 인간보다 더 똑똑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5년이 지난 지금, 그 예언은 거의 사실이 된 듯하다. 지난 3년 간 AI는 과거 PC나 인터넷, 스마트폰의 등장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 세상을 바꿀 원동력으로 주목받았다. AI 버블이 온 세상을 뒤덮었지만, 정작 이 거품 속에서 누가 진짜 세상을 바꿀 진정한 가치를 주어 시장의 승자가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PC의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인터넷의 구글, 스마트폰의 애플 같은 존재가 될 주인공은 아직 안개 속이다. 처음에 이 질문의 답은 명백해 보였다. 바로 오픈AI다. 더 큰 모델, 멀티 모달, 추론 기능 등을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선보이며 AI 발전 방향을 앞장서 제시했다. 반면, 구글이나 애플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헛발질을 거듭했다. 챗GPT 충격 이후 구글이 내놓은 대화형 AI 모델 ‘바드’는 이제 너무나 먼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대화형 AI의 대명사였던 애플 시리는 챗GPT 등장 이후 갑자기 ‘골동품’처럼 느껴지게 됐고, 아직도 나아질 조짐이 안 보인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AI 경쟁 구도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구글은 바드를 ‘제미나이’로 리브랜딩하고 꾸준히 개선 노력을 해 왔고, 이 같은 노력은 지난 11월 선보인 새 모델 ‘제미나이 3’로 결실을 맺었다. 앞서 구글이 내놓은 이미지 생성 모델, 일명 ‘나노 바나나’가 탁월한 성능으로 입소문을 타더니, 나노 바나나 기능까지 결합한 제미나이 3는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오픈AI의 GPT-5를 능가하는 성능을 보였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가 “3년 간 매일 챗GPT를 썼지만, 제미나이 3를 2시간 사용해 보니 다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한 것도 화제가 됐다. 구글, 오픈AI를 넘어설까?세계 최대 검색 서비스 구글이 가진 막대한 데이터와 노하우, 인프라와 컴퓨팅 역량 등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구글은 고가의 엔비디아 칩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개발한 텐서처리장치(TPU) 반도체를 이용해 제미나이 3를 맞춤형으로 훈련시켰다. 검색과 클라우드 인프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등 모든 서비스와 단말에 가진 사용자 접점을 통해 수십 억명의 사용자에게 자사 AI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메일, 캘린더, 워크스페이스 등과 연동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물론, 챗GPT의 우위는 아직 뚜렷하다. 챗GPT 주간 사용자 수는 8억명 이상이며, 연말까지 10억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웹 데이터 조사 회사 시밀러웹에 따르면, 챗GPT 웹 버전 월간 방문 횟수는 약 11억회로 1억 500만건을 약간 웃도는 제미나이에 비해 훨씬 크다. 하지만 지속적 AI 개발과 운영, 서비스 확장을 위한 공격적 인프라 확충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검색 광고 수익을 뒷배로 둔 구글과 달리 오픈AI는 개인 및 기업 구독자를 늘려 매출을 일으키면서 이 같은 투자를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오픈AI는 소프트뱅크 등과 손잡고 향후 8년 간 컴퓨팅 역량 확대에 1조40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매출은 여전히 불확실한데 투자를 끌어오기 위한 비전은 더욱 담대해지는 느낌이다. 오픈AI가 최근 성인에 한해 AI와 에로틱한 대화를 허용하기로 한 것도 수익화 압박을 반증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최근엔 오픈AI가 구글 제미나이 3의 선전에 위기감을 느껴, 전사적으로 비상 근무에 들어가는 ‘코드 레드’를 발동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주식 시장 편중 심해지고, 탄소중립 관심 가라앉아챗GPT 출시 후 3년, 오픈AI가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수혜를 본 기업은 따로 있다. 엔비디아다. 챗GPT가 불러온 AI 개발 열풍에 힘입어 AI 학습에 쓰이는 엔비디아 GPU 수요는 끝없이 폭증했다. 챗GPT 출시 후 엔비디아 주가는 979% 상승했고, 연 매출은 270억달러 수준에서 2000억달러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골드 러시 때엔 곡괭이와 청바지 기업이 돈을 번다는 지혜가 AI 러시 때도 현실화된 셈이다. 최근 3년 간 S&P 500 지수 역시 AI 기술 투자에 힘입어 64% 상승했고,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7개 남짓 AI 핵심 기업들이 S&P 500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서 35%로 늘었다. AI 열풍은 빅테크의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도 바꿨다. 빅테크 기업들은 업무 과정에서 배출하는 탄소보다 줄이거나 없애는 탄소가 더 많은 ‘넷 제로’를 구현하겠다고 앞다퉈 약속했으나, 챗GPT 등장 이후 이 같은 말은 쑥 들어갔다. 탄소 배출이 많은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축을 확대하고, 에너지를 대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2025.12.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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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는 ‘본질의 힘’…배세와 BSWay 대표가 매년 다시 읽는 책 [CEO의 서재]

“단순한 경영서가 아니다. ‘사업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배세와 BSWay 대표이사는 마스다 무네아키의 ‘지적자본론’을 추천하며 “사업의 본질을 다시 일깨우고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잡아주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배 대표에 따르면 사업은 결국 ‘본질을 파악하고 비즈니스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다. 배 대표는 “트렌드나 유행은 금방 지나가지만, 사업의 구조를 제대로 짜놓은 사람은 위기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며 “변화가 빠른 시대일수록 트렌드를 좇기보다는 근본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지적자본론은 일본의 ‘츠타야서점’을 기획해 성공시킨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마스다 무네아키의 경영 철학이 오롯이 담긴 책이다. 1983년 서적·디지털비디오(DVD) 대여업으로 시작한 츠타야는 아트·여행·식음료(F&B)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표준이 됐다.지적자본론에는 비디오 가게였던 츠타야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하기까지 본질을 간파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든 사고의 힘이 담겼다고 배 대표는 설명했다.그는 “시대가 변화하며 비디오 가게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무네아키 대표는 콘텐츠의 힘에 주목해 츠타야를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큐레이션하는 공간으로 재설계했다”고 전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구절로 배 대표는 ‘모든 사람은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는 무네아키 대표의 말을 꼽았다.배 대표는 무네아키 대표를 경영자로서 존경하며 그와 만나는 순간을 늘 상상했다. 무네아키 대표가 한국에 방문했을 때 직접 그의 경영 철학과 츠타야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던 경험은 배 대표에게 잊지 못할 기억이다.그는 “사업의 근본을 다시 디자인한 지속 가능한 경영 사례로 츠타야를 많은 사업가에게 소개했다”면서 “지적자본론은 프리랜서와 1인 기업가 등에게 자신의 철학으로 사업을 설계하는 법을 알려주는 살아있는 매뉴얼”이라고 언급했다.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고 많은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필요한 건 자본이 아니라 사고력, 즉 ‘지적 자본’이라고 배 대표는 강조했다. 그에게 지적자본론은 여전히 깊은 울림을 주며, 매년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책이다.

2025.12.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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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커피 산업 구조적 전환 확인한 2025 서울카페쇼 [심재범의 커피이야기]

전문가 칼럼

지난 11월 19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제24회 서울카페쇼'(카페쇼)가 열렸다. 지난 2002년 1회를 시작해 ▲베트남 ▲중국 ▲태국 등으로 확장해 온 카페쇼는 올해 서울 행사에서 36개국 681개 업체, 3891개 브랜드가 참여하며 ‘아시아 최대 커피 전시회’로 성장했다. 관람객 수는 지난해 달성한 15만명을 넘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생두 ▲장비 ▲로스팅 ▲음료 ▲디저트 ▲프랜차이즈 등 커피 산업 전반을 다루는 업체가 한자리에 모여 시장의 흐름을 확인했다. 전시 기간 ▲스페셜티 시장의 확대 ▲저가 시장의 압박 ▲자동화 기술의 확산 ▲해외 브랜드의 적극적인 참여 ▲창업 생태계의 변화 등의 새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 커피 산업이 단순 성장기를 지나 새로운 전환점에 들어섰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25년 카페쇼를 통해 나타난 한국 커피 산업의 트렌드는 다음과 같다. 프리미엄 vs 저가 중심 ‘양극화’ 뚜렷최근 커피 산업의 특징은 고품질과 저비용이 뚜렷하게 갈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후반부터 아라비카 생두 가격이 급등하며 ▲공급 불안정 ▲기후 문제 ▲투기적 매입이 겹쳐 원가 부담이 빠르게 커졌다. 저가 커피 브랜드와 프랜차이즈는 대량 매입과 낮은 가격 구조에 의존해 왔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가 심각했고, 원가를 낮추기 위한 방식이 절실했다. 스페셜티 커피 업체는 ▲파나마 게이샤 ▲COE(Cup of Excellence) ▲나노 로트 등 고가 생두를 적극적으로 선보이며 차별화 전략을 강화했다. 파나마 스페셜티커피 협회는 이번 카페쇼에서 세계 최고가 게이샤 커피를 무료로 시음해 관람객의 관심을 모았다. 중간 가격대 브랜드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산업 전반적으로 ‘프리미엄과 저가’ 중심의 양극화가 더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소비자의 선택 기준 역시 분명해지고 있으며, 브랜드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이다.이번 카페쇼는 자동화 기술이 한국 커피 산업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추출 과정을 자동화하는 기계 ▲로스팅 프로파일을 자동으로 보정하는 시스템 ▲인공지능(AI) 기반 기능을 갖춘 장비가 대거 등장했다. 한국의 스트롱홀드와 리오나이는 AI 기반 로스팅 기능을 선보였고,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세계 챔피언의 뉴클리어스는 계측 장비와 빅데이터 기반 솔루션으로 바리스타와 홈 카페 사용자에게 인기를 얻었다. ▲WMF ▲에버시스 ▲프랑케 등의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은 ▲라마르조코 ▲시네소 ▲슬레이어 등 기존 수동 머신 중심의 구조에 본격적으로 도전했다. ▲최저 임금 상승 ▲인력난 ▲유지비 증가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며 자동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점주와 바리스타가 품질과 효율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환경에 놓인 상황에서 자동화 장비는 더욱 빠르게 확산할 전망이다. 해외 참여 늘고…韓 스페셜티 업체 활약올해 카페쇼는 해외 로스터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 덴마크, 뉴욕 기반의 라카브라와 미국 스페셜티 커피를 상징하는 오닉스는 대형 부스를 운영했다. 호주의 ▲프라우드메리 ▲디기두 ▲아처 ▲필로커피와 중국의 캡틴조지, 한국과 인연이 깊은 홈바디 유니언 같은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도 독립 부스로 참가해 방문객이 몰렸다. 해외 로스터가 한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한국 소비자의 높은 취향 수준과 한국 시장 자체가 글로벌 테스트 베드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일부 해외 업체가 한국 시장을 가볍게 본 사례와 달리 올해는 한국 소비자에 대한 존중과 철저한 준비가 돋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 시장을 통해 브랜드의 경쟁력을 검증하려는 움직임도 더욱 뚜렷해지는 모습이다.카페쇼는 스페셜티 업체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며 저변을 넓히고 있다. 커피리브레는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공전미래’라는 제목의 서적을 선보이며 다양한 커피를 아낌없이 제공했다. 모모스 커피는 하이엔드 스페셜티 라인을 공개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나무사이로는 인스턴트 스페셜티 제품으로 대중적 호응을 얻었다. 커피 앨리에서는 ▲매뉴팩트 ▲기미사 ▲로쾃 ▲스테레오스코프 ▲고로 ▲파이오니어 ▲베르크 ▲칼라스 ▲프로토콜 등 신진 로스터가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국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다양성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소비자는 특정 브랜드보다는 개별 로스터의 개성과 스토리를 찾기 시작했고, 시장의 방향성을 바꾸는 중요한 움직임이 되고 있다.‘취향 플랫폼’ 된 카페쇼…유튜버·홈바리스타 부스 인기카페쇼는 기존의 대형 기계 중심 박람회에서 벗어나 관람객이 자신의 취향을 직접 확인하고 넓히는 ‘취향 플랫폼’으로 변하는 중이다. 이번 카페쇼에서는 유튜브 기반 커피 채널과 홈바리스타 브랜드의 부스가 큰 인기를 끌었다. 커피 유튜버 안스타의 언스페셜티 부스는 D홀에서 가장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블랙로드, 오멜라스 같은 유튜브 기반 로스터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전통적인 대형 장비업체의 활약은 줄었지만, 국산 머신 비다스가 바리스타 김사홍과 선보인 협업 시연은 모든 회차가 마감됐다. 이제 관람객은 단순한 정보 수집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을 확인하고 확장하기 위해 카페쇼를 찾는다. 커피는 기능성 음료를 넘어 정체성을 표현하는 소비재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런 변화는 앞으로의 산업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2020년대 초반까지 강세였던 창업 컨설팅과 프랜차이즈 부스는 최근 카페쇼에서 크게 존재감을 잃고 있다. ▲생두 가격 상승 ▲인건비 부담 ▲임대료 상승 등이 겹치면서 카페 창업은 더 이상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업종이 아니다. 표준화된 운영 방식을 내세워온 기존 프랜차이즈 모델도 고품질 커피 흐름과 맞지 않게 됐다. 창업 인큐베이팅 모델 역시 경쟁력을 잃어가는 중이다. 커피 산업은 소상공인 중심 구조에서 브랜드·기술 기반의 전문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카페쇼는 한국 커피 산업의 저변 확대와 전문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의 시장은 더욱 정교한 운영 방식과 차별화된 콘셉트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창업 생태계도 이에 맞춰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2025.12.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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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중동 붐'을 넘어…한-UAE 경제동맹 기회와 과제 [새로운 중동붐]⑤

산업 일반

이재명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은 한국 경제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단순한 자원 외교나 건설 수주를 넘어 ▲인공지능(AI) ▲원전 ▲방산 ▲바이오헬스 등 미래 먹거리를 포괄하는 1000억달러(약 130조원) 규모의 '경제동맹'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1970년대 '제1의 중동 붐'이 노동 집약적 건설업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첨단 기술과 소프트파워가 결합한 '제2의 중동 붐'으로 진화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를 중심으로 다시 불고 있는 중동의 메가 프로젝트 바람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마주한 기회와 리스크를 냉철하게 분석해 본다.'형제국'의 신뢰 자산: 바라카에서 아크부대까지한국 기업이 중동, 특히 UAE에서 가지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오랜 신뢰의 역사'다. 1970년대 사막의 열기 속에서 한국 건설인들이 보여준 근면함은 중동 국가들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신뢰는 2009년 한국 최초의 해외 원전 수출인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로 결실을 보았고, 군사 협력의 상징인 '아크부대' 파병을 통해 혈맹에 준하는 '형제국' 관계로 격상되었다.이러한 역사적 맥락은 이번 1000억달러 투자 유치의 핵심 기반이다. UAE는 포스트 오일(Post-Oil) 시대를 대비하며 단순한 시공사가 아닌, 국가의 미래를 함께 설계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원했다. 한국은 약속을 지키는 나라라는 무형의 자산이 AI와 방산이라는 안보 및 첨단 기술 분야의 협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는 중국이나 유럽 경쟁국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한국만의 경쟁우위다.사막에 심는 'K-의료', 바이오헬스의 블루오션이번 순방 성과 중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바이오헬스 업무협약(MOU)이다. UAE는 막대한 자본력을 갖췄지만, 기후적 특성과 생활 습관으로 인한 당뇨, 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다. 반면, 이에 대응할 자체적인 의료 인프라와 전문 의료진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동안 UAE 부유층이 치료를 위해 미국이나 유럽, 그리고 한국으로 '의료 관광'을 떠나야 했던 이유다.이제 한국 기업들에 열린 기회는 환자를 데려오는 것을 넘어, 한국의 의료 시스템을 현지에 이식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임상 능력을 갖춘 한국의 대학병원들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이 현지에 진출할 경우, 병원 운영 시스템부터 원격 진료, AI 진단 솔루션까지 패키지형 수출이 가능하다. 한국 의료는 높은 기술력 대비 합리적인 비용, 그리고 신속한 서비스로 이미 현지에서 평판이 높다. 이번 MOU는 한국 의료가 UAE의 부족한 공공보건 인프라를 채워주는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이는 병원 건설부터 의료기기, 제약 등 연관 산업의 동반 진출을 이끄는 거대한 파이프라인이 될 것이다. 에너지 대전환, 친환경과 스마트 인프라의 결합중동의 '탈석유' 기조는 한국의 친환경 에너지 기업에 막대한 기회를 제공한다. UAE와 사우디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수소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막의 풍부한 일조량을 활용해 그린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저장·운송하는 밸류체인 구축에 있어 한국의 수소 기술력은 매력적인 대안이다.또한 재개되는 인프라 메가 프로젝트들은 단순한 토목 공사가 아니다. 사우디의 네옴시티나 UAE의 마스다르 시티 등은 친환경 에너지와 AI, 정보통신기술(ICT)가 결합한 '스마트 시티'를 지향한다. 세계적인 시공 능력을 갖춘 한국 건설사들이 ▲삼성 ▲LG ▲네이버 등 정보기술(IT) 기업들과 '팀 코리아'를 이뤄 진출한다면, 도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수출하는 고부가가치 수주가 가능하다. 원전 수출로 입증된 프로젝트 관리 능력과 기술력은 탄소 중립을 지향하는 중동의 미래 도시 건설에 있어 가장 강력한 세일즈 포인트다.'현지화'와 '기술 이전'의 딜레마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동 시장은 과거와 달리 매우 까다로워졌다. 가장 큰 리스크는 '자국민 의무 고용' 정책과 높은 수준의 '기술 이전' 요구다. UAE와 사우디는 더 이상 단순한 소비 시장에 머물지 않고, 자국 내에 제조업 기반을 닦기를 원한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합작 법인(JV) 설립 ▲생산 시설 현지화 ▲기술 전수 등을 강하게 요구받을 것이다. 이는 초기 투자 비용 상승과 기술 유출 우려라는 리스크를 동반한다.또한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중동의 지정학적 줄타기 역시 변수다. 방산이나 원전, AI 분야 협력 과정에서 미국의 견제나 수출 통제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중동 특유의 '톱다운'(하향식) 의사결정 구조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최고위층의 결정으로 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다가도, 유가 변동이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프로젝트가 하루아침에 중단되거나 대금 지급이 지연되는 '오너 리스크'가 상존한다. '준비된 우연'을 위한 전략적 동맹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 성과는 한국 기업들에 '준비된 우연'(Omnia coincidentia, parantur coincidentia : 모든 우연은 준비된 우연이다)을 만들 수 있는 거대한 판을 깔아주었다는 점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우연처럼 찾아온다. 1000억달러라는 숫자에 취하기보다, 그 이면에 담긴 UAE의 국가 발전 전략을 정교하게 독해해야 한다.한국 기업들은 과거의 '건설 파트너'를 넘어 '미래 기술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굳혀야 한다. 의료와 친환경 에너지 등 우리가 강점이 있는 분야에서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되, 현지화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정교한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는 금융 지원과 외교적 보호막을 제공하고, 민간은 초격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상호 이익이 되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중동의 사막은 한국 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할 기회의 땅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 기회를 잡는 것은 이제 기업들의 몫이다.

2025.12.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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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빌딩의 건강수명, 검진이 먼저다… ‘빌딩 재생 의학’ 시대 열릴 것[스페셜리스트 뷰]

전문가 칼럼

서울의 오피스 빌딩은 한때 ‘불패의 자산’이라 불렸다. 경기가 흔들려도 굳건히 버텨내고, 설령 공실이 생겨도 곧바로 새로운 임차인을 맞이하며 그 가치를 입증하는 시대를 살아왔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서울의 오피스 시장에서는 그 불패의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경고음이 울려 퍼진다.숫자로만 보면 시장은 여전히 견고한 모습을 보인다. 지속적인 임대료 상승이 그 증거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전혀 다르다. 어떤 건물을 누가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따라 그 생존력이 달라지고 체감하는 시장 온도가 극명하게 갈린다. 이지스 자산운용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서울 주요 권역에서 초대형과 소형 오피스 간의 순운영비(NOC) 격차는 도심권(CBD) 기준 1.9배에서 2.5배로 확대됐다. 공급 또한 초대형 자산에 집중되며, 최근 10년간 신규 공급의 57%가 초대형 빌딩에서 발생한 반면 중대형 이하 규모는 2%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요와 자본이 대형 자산으로 쏠리면서, 중소형 오피스는 상대적으로 투자와 관리 여력이 부족해지고 임차 경쟁력도 약화되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기 시장 지표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규모 중심의 이중 시장’이 굳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투자와 관리가 부족한 건물들은 노후화되기 마련인데, 건물의 노화는 단순히 외관이 낡는 물리적인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과거의 설계 기준으로 지어진 공간은 새로운 근무 환경과 급변하는 기술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다. 비효율적인 냉난방 및 조명 시스템, 비좁거나 동선이 막힌 공용부, 시대에 뒤떨어진 공간 구성은 건물을 빠르게 도태시키는 주된 요인이 된다. 그러나 모든 건물이 재건축의 대상으로만 남을 수는 없다. 여기서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운영을 통한 체질 개선’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인간의 몸도 꾸준하고 근본적인 개선으로 지속 가능한 건강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오피스 빌딩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일시적으로 임대료를 낮추거나 외벽을 새로 칠하는 식의 급한 처방은 단기적인 효과에 그치며,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경쟁력은 건물의 꾸준한 진단과 그에 따른 적절한 처방, 그리고 체계적인 관리에서 비롯된다. 즉, ‘이 빌딩에 전문 주치의가 있느냐’가 시장에서 건물의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판가름하는 핵심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내 건물의 건강 진단, 객관적 지표 기반 분석 필수 건물의 건강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주관적인 판단을 넘어선 객관적인 지표에 기반한 분석이 필수적이다. 건물의 생체 활력과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시작된다.첫째, 공간의 순환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가? 건물의 활력은 곧 공간의 흐름에서 비롯된다. 마치 건강한 신체가 혈액 순환을 통해 각 기관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듯, 상업용 부동산의 공간 또한 일정한 흐름과 리듬 속에서 순환되어야 한다. 하지만 라운지·회의실·휴게 공간과 같은 공용부의 예약률과 실제 체류 시간이 50% 미만이라면, 이는 공간 이용 동선이 원활하지 않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실제 이용률은 건물의 신진대사율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표이며, 비활성화된 공간은 곧 죽은 공간이나 다름없다.둘째, 임차 구조는 얼마나 안정적인가? 평균 임대 기간이 2년 미만이고 재계약률이 절반 이하에 머무른다면, 해당 건물은 면역력이 심각하게 약화된 상태로 진단된다. 잦은 임차인 교체는 공실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증대시킬 뿐 아니라, 반복적인 관리비 및 중개비 발생으로 인해 건물의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꾸준한 재계약과 장기 입주는 그 자체로 자산 가치의 안정성을 보장한다. 임차 구조의 건강도는 곧 건물의 수익 구조와 직결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셋째, 관리 데이터는 체계적으로 누적되고 있는가? 건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후화되며, 이를 관리하고 예방할 수 있는 수단은 데이터의 축적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건물이 설비 점검 이력이나 운영 일지를 단순 보고용으로만 관리하고 있다. 이는 건물의 ‘병력’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데이터의 부재는 정확한 진단을 불가능하게 하고, 미래 예측 및 선제적 대응 역량을 심각하게 저하시킨다. 의사가 과거 진료기록 없이 진단하는 병원과 같다.넷째, 관리 체계는 일관성과 전문성을 유지하는가? 건물은 기술과 사람이 함께 운영하는 유기체다. 그러나 관리 담당자 교체 시마다 서비스 품질이 들쭉날쭉하고 표준화된 프로세스가 부재하다면, 이는 건물 운영 전반에 걸쳐 피로도가 누적된 상태를 초래한다. 일시적인 관리 효율보다는 시스템적 일관성이 중요하다. ▲운영 매뉴얼 ▲긴급 대응 프로세스 ▲고객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정립되어야만 예기치 못한 문제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예방 중심의 점검 체계가 자리 잡지 못한 건물은 결국 예상치 못한 고비용의 유지보수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전문적이고 일관된 관리 체계는 장기적인 자산 보존의 핵심 인프라다.이처럼 건물의 상태는 단순히 외부적인 요인이나 건축물의 물리적 노후도보다는 운영 루틴과 그 체계성에서 결정된다. 최근 도심 오피스 시장에서는 외벽을 새로 칠하거나 로비를 교체하는 식의 표면적인 개선을 넘어,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공용부의 활용도를 높이고, 이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간 배치와 임대 전략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식이다. 이는 단순한 리모델링을 넘어, 건물의 비가시적인 운영 구조, 다시 말해 ‘순환계’를 재설계하는 과정이다. 운영 중심 체질 개선…건물의 장기적 가치 높이는 대안으로 부상 실제 현장에서는 ‘운영 중심의 체질 개선’이 가져오는 변화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도심권 중형 빌딩들을 중심으로 전문 운영사와 협업해 공실을 유연한 임대공간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순히 공간을 재임대하는 수준을 넘어, 운영사가 기획·리모델링·입주사 유치·커뮤니티 관리까지 전담하며 빌딩 전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재구성하는 방식이다.이러한 변화는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건물의 장기적 가치를 높이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일부 빌딩은 공용부와 유휴 공간을 공유오피스나 커뮤니티 시설로 재배치하고, 건물 데이터를 기반으로 관리 효율을 높인 결과 공실률이 빠르게 개선되고 임대료 상승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대규모 공사 없이도 ‘운영’만으로 건물의 체질을 바꾸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위탁운영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다.대표적으로 패스트파이브는 자사의 공유오피스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노후화된 중소형 빌딩을 경쟁력 있는 오피스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빌딩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공간 기획부터 인테리어, 입주사 유치, 입주 후 관리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며 빌딩 전체를 브랜드화하고 이용자 경험 중심으로 재편한다. 이를 통해 단순히 공실을 채우는 것을 넘어 공간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들어낸다.특히 빌딩의 규모와 입지, 공실 현황 등에 따라 다양한 파트너십 옵션을 제시해 건물주의 상황에 맞춘 유연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실제 패스트파이브와 협업한 빌딩의 상주 인구는 평균 2.2배 증가했고, 임대료는 최대 70%, 자산가치는 230% 상승한 사례도 있다. 현재 120여 개 빌딩, 누적 6만 평 이상의 공간을 관리하고 있으며, 2만 6천 개 이상의 기업이 입주해 있다. 특히 임대료 연체나 미납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을 만큼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며, 건물주와 임차인 모두에게 신뢰받는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이는 패스트파이브와 같은 전문 운영사의 위탁 모델이 단순한 자산 관리 효율화를 넘어 도심 노후 자산의 체질을 개선하고, 나아가 도시 전반의 순환 구조를 변화시키는 핵심적인 해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인테리어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보여주기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기업의 브랜드 가치와 정체성을 물리적 공간에 구현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아름다운 공간을 넘어, 기업의 비전과 핵심 가치를 공간에 담아내는 것이다. 이는 내부 직원들에게는 소속감과 자부심을 고취하고, 외부 고객이나 파트너에게는 기업의 신뢰도와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한 오늘날, 매력적이고 독창적인 업무 환경은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선다. 이는 곧 기업 문화를 대변하며 우수 인재를 끌어들이는 강력한 인센티브이자 핵심 요소가 된다. 최근 하이엔드 빌딩일수록 운영 친화형 디자인과 더불어 ‘브랜드 친화형 디자인’을 인테리어의 기본 원칙으로 도입하고 있는 추세는, 건물이 제공하는 건강한 경험의 한 축이 기업의 정체성을 담는 데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더 나아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도 밀접하게 맞물리며, 그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에너지 효율화 ▲폐기물 절감 ▲탄소 배출 모니터링 등 ESG 요소들은 이제 건물의 신용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필수적인 평가 항목이 된다. 관리의 투명성과 운영 데이터화 수준이 높을수록 금융기관의 신용 평가 또한 더욱 우호적으로 변한다. 잘 관리되고 운영되는 빌딩은 더 낮은 조달 비용을 적용받고, 이는 곧 자산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제 건물의 ‘운영’은 단순한 관리를 넘어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시장에서의 신뢰를 측정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는 것이다.궁극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개별 빌딩을 넘어 도심 전체의 순환과 활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오래된 빌딩이 새로운 운영 전략을 통해 새 생명을 얻으면, 그 주변 상권과 거리의 활력 또한 함께 되살아난다. 새로운 기업들이 입주하고 유동 인구가 늘어나면, 교통, 상점, 서비스 산업 전반이 다시금 활기를 되찾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반대로 노후 빌딩들이 방치되고 경쟁력을 잃어간다면, 그 주변 지역 경제는 빠르게 침체되고 활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개별 빌딩의 체질 개선은 도시 전체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회복시키기 위한 핵심적인 열쇠가 되는 것이다. 도시를 살리는 ‘빌딩 재생 의학’이제 건물의 경쟁력은 단순한 입지나 규모를 넘어, ‘운영의 지능’에서 판가름 난다.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리며, 지속적으로 공간을 혁신하고 변화시키는 건물만이 미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사람의 건강이 매일의 작은 습관과 꾸준한 관리에서 시작되듯이, 빌딩의 건강 또한 정교하고 체계적인 일상적 관리 루틴에서 출발한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유지를 넘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창조적인 과정이다.도시는 살아 숨 쉬는 유기체와 같다. 도로 위를 끊임없이 움직이는 차량들, 밤을 밝히는 거리의 불빛, 창 너머로 흐르는 공기의 미세한 떨림까지 모두 도시의 생생한 맥박을 이룬다. 그리고 그 도시의 심장부에는 바로 오피스 빌딩들이 자리 잡는다. 이제 도시는 건물 하나하나의 건강과 활력에 따라 그 숨결을 조절한다. 2026년, 서울은 ‘빌딩 재생 의학’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각 건물이 스스로에게 청진기를 대고 면밀히 진단하며,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리는 순간, 도시는 다시 활기찬 호흡을 시작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갈 것이다. 필자는 포항공과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Booz & Company 컨설턴트와 스톤브릿지캐피탈 심사역으로 일하며 스타트업 투자와 경영전략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직접 혁신을 만들고자 창업의 길을 선택해 2015년 공유오피스 기업 패스트파이브를 공동 창업해 현재 대표를 맡고 있다. 공유오피스를 넘어 공간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플랫폼 기업으로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2025.12.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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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프리드라이프, '상조 업계 최초' 전세선 크루즈 여행 출시

보험

웅진프리드라이프(대표이사 문호상)가 상조 업계 최초로 전세선을 활용한 북해도 크루즈 상품을 선보인다.웅진프리드라이프는 이번 전세선 상품 출시를 통해 차별화된 크루즈 여행 서비스를 선보이며 상조 서비스를 넘어 고객의 삶 전반에 동행하는 토탈 라이프케어 기업으로서의 브랜드 경험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이번 북해도 크루즈 상품은 2026년 6월 19일 부산에서 출항해 하코다테와 오타루를 여행하는 6박 7일 일정으로 구성됐다. 북해도의 6월 중순 평균 기온은 약 18도로 여행하기 가장 쾌적한 시기이자 본격적인 성수기를 피해 ‘미리 떠나는 여름휴가’라는 점이 매력적인 선택으로 다가온다.기항지 하코다테는 ‘세계 3대 야경’으로 꼽히는 전경과 해산물 중심의 미식 관광이 유명하며, 오타루는 운하와 목조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는 감성적인 도시로 영화 ‘러브레터’의 배경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오타루에서는 1박 오버나잇(27시간) 체류 일정을 통해 낮과 밤의 분위기를 모두 경험할 수 있어 지역의 매력을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웅진프리드라이프는 고객의 편안한 여행 경험을 위해 크루즈 전 일정에 한국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했다. 한국어 선상 신문과 메뉴판 제공, 한식 메뉴 운영, 한국인 전문 인솔자 및 스태프 동행, 웅진프리드라이프 고객 전용 안내데스크 운영 등을 통해 크루즈 여행이 처음인 고객도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운항 선박은 글로벌 크루즈 선사 코스타 크루즈(Costa Cruises)의 초대형 선박 ‘코스타 세레나(Costa Serena)’호다. 총톤수 114,147톤, 최대 3,780명이 탑승 가능한 선박으로, 2025년 리뉴얼 이후 아시아 노선에 재배치될 예정이다. 리뉴얼을 통해 객실·레스토랑·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시설이 업그레이드되며, 대형 극장과 야외 수영장 등 다양한 공간을 갖춰 품격 높은 크루즈 경험을 제공하게 된다.웅진프리드라이프는 크루즈 출시를 기념해 2025년 12월 31일까지 최대 50만원까지 적용되는 1차 얼리버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인사이드 클래식 객실은 최저가 169만원부터 예약할 수 있으며, 객실 등급별로 최대 50만원까지 차등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여기에 10명 이상 또는 20명 이상 단체 예약 시 추가 할인도 제공된다.웅진프리드라이프 관계자는 “상조 업계 최초로 전세선을 활용한 북해도 크루즈 여행을 선보이게 된 것은 고객에게 새로운 라이프케어 경험을 제안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며 “여정 전반을 세심하게 준비한 만큼 더욱 편안하고 특별한 여행을 즐기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한편, 웅진프리드라이프는 웅진이 지난 20여 년간 신뢰받는 상조 서비스를 제공해온 국내 상조업계 리딩 기업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하며 새롭게 출범한 토탈 라이프케어 전문 브랜드다. 웅진의 45년 고객 중심 철학과 프리드라이프의 전문성을 결합해 상조를 넘어 삶의 모든 순간에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는 토탈 라이프케어 플랫폼을 지향한다.

2025.12.0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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