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매년 미국 'CES'에 대규모로 참가할 때마다 왜 국내에서는 그런 대형 전시회를 못 만드느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존 산업 구조상 국내 개최는 어렵지만 헬스케어 분야는 다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진과 인프라를 갖춘 한국은 헬스 분야의 CES를 만들어낼 유일무이한 국가입니다." -윤은주 한국컨벤션전시산업연구원 원장.글로벌 의료 기술 사업화 컨퍼런스 '밋 2026'(MEeT 2026)의 사전 미디어데이가 13일 서울 영등포구 학교법인일송학원에서 열렸다. 오는 9월 10일 서울 코엑스 더 플랏츠에서 본 행사를 개최하기에 앞서 마련된 이번 설명회에는 공동 주최측인 윤은주 한국컨벤션전시산업연구원 원장을 비롯해 유경호 한림대 의과대학 학장, 김용균 한림대춘천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참석해 행사 취지와 생태계 조성 필요성을 피력했다.이번 행사는 학교법인일송학원과 한림대 마이스글로벌연구소, 이즈피엠피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투자파트너스, 한국바이오협회가 후원한다. 단순히 연구 논문을 발표하거나 완제품을 전시하는 기존 틀을 깨고, 임상 현장의 의사와 기술 기업, 투자자, 정책 당국이 직접 대화하는 연결 창구를 지향한다.압도적 인적 자원, 바이오·헬스 신시장 개척 동력윤은주 원장은 국내 의료 자원의 우수성을 지목하며 헬스케어 산업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윤 원장은 "대한민국 최상위 인재들이 지난 20년간 의대에 집결했다"며 "과거 공대 인재들이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을 일으켜 세웠듯, 이제는 의대에 모인 최고 인재들이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미국에서는 정형외과 의사가 창업한 '스트라이커'(Stryker·시가총액 약 1300억 달러·약 179조4000억원)나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시가총액 약 1200억 달러·약 165조6000억원)처럼 임상의의 아이디어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가 흔하다. 윤 원장은 "국내에도 의료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수많은 아이디어가 존재하지만, 이를 구체적인 기술과 사업 모델로 연결해 줄 실행 구조가 부족했다"며 "단발성 발표회를 지양하고 소그룹 라운드 테이블과 1대 1 맞춤 상담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비즈니스 허브로 키워낼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정부 주도 행사는 예산 집행 구조상 관료적 행사로 변질되기 쉽다"며 "민간의 자율성과 시장 수요를 바탕으로 참가자들이 원하는 세션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어 유경호 한림대 의과대학 학장은 의학 교육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를 전했다. 유 학장은 "과거 학생들의 질문이 진로와 수련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를 인공지능(AI)이나 데이터 기술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로 바뀌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설명했다.실제로 서울대·연세대·이화여대 등 주요 의대에서는 창업 동아리가 최대 규모로 성장할 만큼 관심이 뜨겁다. 유 학장은 "의과대학 교과 과정을 기존 학문 중심에서 ▲문제발견능력 ▲연구질문 전환능력 ▲협업능력을 키우는 역량 중심 교육으로 개편하고 있다"면서도 "대학 내부 교육을 넘어 병원 바깥의 공학자, 투자자, 법률가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외부 생태계 연결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진료실 속 고민김용균 교수는 임상의의 아이디어가 해외 기관과의 만남을 통해 실제 국제 연구 과제 및 법인 설립으로 이어진 사례를 발표했다.김 교수는 난제인 '항생제 내성' 치료 현장에서 느낀 절박함을 연구 출발점으로 꼽았다. 그는 "항생제 내성균 폐렴 진단에 보통 3~5일이 걸리는데, 맞춤형 정밀 치료를 위해서는 현장 진단 체계가 필수적이었다"며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와의 학술 교류 중 커피 브레이크 시간에 만난 연구진 및 스타트업과 대화를 나누며 해결의 물꼬를 텄다"고 전했다.이 만남은 스웨덴 웁살라대 교원 창업 기업과의 '유로스타'(Eurostars) 국제 공동 연구 과제 선정으로 이어졌고, 한국 조인트벤처 법인 승인이라는 결실로 확대됐다. 김 교수는 "임상 의사 대부분은 기술 인허가, 지식재산권(IP), 법무, 투자 유치 프로세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며 "개인적 인맥에 의존하기보다 전문 플랫폼에서 기술·실행 파트너를 조기에 만나야 사업화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권지예 기자 kwonjiye@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