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국가대표 선발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글로벌 수준의 국가 AI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 파운데이션(기반) 모델을 만들기 위해 프로젝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운영하면서다. 지난달부터 이달 21일까지 참여 기업을 모집했고, 총 15팀이 접수했다. 최초 모집 15팀은 네이버클라우드·루닛·모티프테크놀로지스(모레)·바이오넥서스·사이오닉에이아이·업스테이지· SK텔레콤·엔씨에이아이·LG AI연구원·정션메드·카카오·KT·코난테크놀로지·파이온코퍼레이션·카이스트(KAIST) 등이었다. 과기정통부는 15팀의 제출서류에 대해 서면평가를 진행해, 지난 25일 10팀으로 압축했다. 과기정통부 발표에 따르면 루닛·바이오넥서스·사이오닉에이아이·정션메드·파이온코퍼레이션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평가는 더 남았다. 과기정통부는 서면평가를 통과한 10팀을 대상으로, 추가적으로 발표 평가를 진행해 최종 5개 정예팀을 선정할 예정다. 이후 사업비 심의·조정 등의 절차를 거쳐 8월 초까지 정예팀 최종 선정 및 협약 체결을 완료할 계획이다. 또 협약 후 올해 사업을 진행한 뒤 내년 상반기 4팀, 하반기 3팀을 거쳐 최종적으로 2027년, 2팀을 남길 계획이다. AI 한 목표로 똘똘 뭉친 기업들 이번 프로젝트에 눈길을 끄는 점은 전혀 다른 시장에서 성장해온 기업들이 만나 컨소시엄을 맺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게임사인 크래프톤을 핵심 파트너사로 내세우며 참여했고, 네이버클라우드는 영상 이해 AI를 개발한 업체인 트웰브랩스와 함께한다. 엘지경영개발원 AI연구원 역시 다른 LG그룹사인 LG유플러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AI 개발이라는 목표로 각기 다른 산업 분야의 기업들이 똘똘 뭉친 것이다. 이외에도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서울대, 카이스트, 삼일회계법인, 공공기관과 컨소시엄을 꾸렸고 업스테이지는 플리토, 로앤컴퍼니 등과 팀을 구성했다. 엔씨에이아이는 서울대, 카이스트, 정부연구기관 등과 팀을 이뤘고, KT는 솔트룩스를 비롯해 크라우드웍스, 매스프레소, 투모로 로보틱스, 경찰청, 고려대 의료원, 서울대, 고려대 및 법률 기관, 로펌, 반도체 및 산업 AI 수요 기업 등 총 18개 기관과 함께한다. 코난테크놀로지는 사이냅소프트, 알체라, 페블러스, 고려대, 연세대, 포항공대, 카이스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고, 카이스트 황성주 교수팀은 독자적인 컨소시엄으로 참여한다. 물론 컨소시엄 구성을 밝히지 않는 기업도 있다. 카카오는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 비공개 방침을 밝혔다.이처럼 기업들이 다른 분야의 기업들과 컨소시엄까지 이루며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까닭으로는 AI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량의 대결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물론 각 기업들이 지니고 있는 기술력 융합면에서도 중요하지만, AI에서 핵심적인 힘인 데이터 보유를 위해 손을 잡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AI기술에서는 X와 Y값이 정해진 구조화된 데이터는 중요하지 않다”며 “엄청난 규모의 비정형화된 데이터를 보유하고, 여기서 자연스럽게 알고리즘 만들어내는 것이 AI기술의 핵심인데 서로 다른 분야의 기업들이 손을 잡고 각기 다른 분야의 데이터를 공유하며 기술력을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어서 “미래의 산업화와 생태계를 손쉽게 구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손을 잡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GPU, 데이터, 인재 등 국가적 지원 참여 기업들의 분위기는 뜨겁다. 말 그대로 국가대표 AI기업으로 활동하고, 통 큰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추후 5개 정예팀 안에 들어간 팀은 ‘K-AI’ ‘K-AI 개발사’ 등의 브랜드도 공개적으로 쓸 수 있다.국가로부터 받는 지원은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비롯해 데이터, 인재 등이 있다. 선정팀은 먼저 올해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1576억원에 달하는 GPU를 지원받는다. 팀당 GPU 500장부터 시작해 단계평가를 거쳐 1000장 이상 규모의 GPU를 지원받을 수 있다. 또 데이터 측면에서는 팀당 데이터 공동구매로 연간 100억원, 데이터 구축·가공 지원으로 연간 30억~50억원을 지원받는다.인재 부분에서는 정예팀이 해외 우수 연구자를 주도적으로 유치하면 인건비, 연구비 등 필요한 비용을 정부로부터 받는다. 이는 연간 20억원 규모다. 특히 올해 정예팀 5팀에만 들면 인재 지원 부분에서는 계속되는 정예팀 압축과 관계없이 오는 2027년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이미 큰 격차가 벌어진 상황 속에서 네이버와 카카오, LG, SK 등이 각개전투하고 있다”며 “또 AI 기술 개발 외에도 언어 장벽 등으로 글로벌 진출이 어려운 상황에 국가적으로 글로벌 AI를 만들기 위한 지원 프로젝트이니 기업들에게는 당연히 큰 기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