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과 국내 여러 증권사들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을 높게 평가하는 상황에서 모건스탠리가 신중한 태도를 취하며 최선호주 자리를 교체한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만큼 주식 시장의 기대가 이미 두 종목에 과도하게 반영돼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KB증권은 지난 10일 ‘주주환원 10배 이상, 확신의 매수 구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55만원에서 60만원으로 올려 잡았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주주환원 정책에서 연간 주주환원 규모가 최소 100조원에서 최대 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존 9조8000억원 대비 10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향후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은 주가 재평가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미래에셋증권은 SK하이닉스에 대해 “영업환경과 산업 전망을 고려하면 과대 낙폭 구간이라 판단한다”며 목표주가를 280만원으로, 투자의견은 매수로 각각 유지했다.'삼전닉스' 주가 선반영 부담·공급 병목의 이동하지만 모건스탠리의 판단은 달랐다. 최선호주를 기존 삼성전자에서 삼성전기로 변경하고 목표주가도 기존 256만 원에서 262만 원으로 올려잡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빅테크들의 대규모 발주는 이어지고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의 설비 증설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공급 불균형이 해소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메모리 업황 특성상 주가가 실적 고점보다 6~9개월 앞서 움직이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주가 상승 여력은 과거 폭발적인 상승기보다 덜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모건스탠리가 주목한 것은 인공지능(AI) 투자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공급 병목의 위치 변화다. 1~2년 전에는 AI 연산을 책임지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HBM 등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반도체 제조사들이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이제는 칩 자체보다 이를 기판에 연결하고,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시스템 전체를 냉각하는 주변 핵심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다.메모리 반도체 산업 자체의 성장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수익률 측면에서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되는 종목이 삼성전기와 LG그룹주라는 해석이다.삼성전자와 삼성전기는 사업 구조와 수익을 창출하는 핵심 동력에서 명확히 구분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스마트폰(MX) 등 거대한 사업부들을 포괄하는 종합 정보기술(IT) 기업이다. 반면 삼성전기 사업은 AI 데이터센터와 맞춤형 반도체(ASIC)에 필수적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아지노모토빌드업필름(ABF) 기판 등 핵심 부품에 집중돼 있다.MLCC 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가운데 삼성전기의 시장점유율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수익률 확대 전망이 주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실물 공간 연결하는 '피지컬 AI' 플랫폼, 진화하는 LGLG전자 주가는 그동안 엔비디아와의 협력설이나 구광모 회장과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회동 소식이 나올 때마다 장중 급등했다가 이내 하락하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 시장에서는 이를 ‘LG전자 고점 징크스’로 부르며 증시 고점의 경고 신호로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LG그룹이 ‘피지컬 AI 인프라 기업’으로 재평가받으면서 글로벌 투자자의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AI 기술의 중심이 소프트웨어에서 로봇,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등 실물 세계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로 이동하고 있다. LG전자는 가정용과 상업용 로봇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갖춘 데 이어 엔비디아와 공동으로 로봇 개발을 협력하는 등 AI에 신체를 제공하는 하드웨어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전에서 축적한 모터·센서·제어 기술이 로봇으로 이식되며 유기적 시너지를 내는 구조라는 평가다.여기에 AI 데이터센터 필수 인프라인 냉난방공조(HVAC) 냉각 솔루션 사업을 확장하고 로봇용 배터리와 스마트팩토리 구축 역량까지 결합해 그룹 전체가 하나의 통합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LG전자는 2분기 매출 23조8265억원, 영업이익 1조5791억원을 기록하며 사업의 기초체력을 증명했다.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성장 가능성이 의심을 받는다기보다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올랐던 성장세만큼 주가가 오르기 힘들 수 있다는 해석과, 이들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기업에 대한 평가가 다시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