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공항이 15곳이나 있다. 숫자만 보면 꽤 촘촘해 보인다. 국제선을 운영하는 공항만 8곳(인천·김포·김해·제주·대구·청주·무안·양양), 나머지 7곳은 국내선 전용(울산·광주·여수·포항경주·사천·군산·원주)이다. 국토 면적 대비 공항 밀도도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얼핏 보면 한국은 지역 간 이동이 항공으로 촘촘히 연결돼 있을 것 같은 인상을 준다.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국제선을 이용하기 위해 여전히 몇 시간씩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공항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공항과 공항을 잇는 노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간극에서 기회를 발견한 사람이 있다. 바로 최용덕 섬에어 대표다. 그의 문제의식은 단순하다. “공항은 충분하다. 부족한 것은 연결이다.”
RAM은 LCC와 경쟁 관계일까최용덕 대표는 최근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항공 모빌리티(RAM)와 저비용항공사(LCC)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했다. 두 산업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라고 설명한다. 겉으로 보면 모두 소형 항공사처럼 보일 수 있지만 ▲수익 구조 ▲노선 전략 ▲기재 운용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섬에어는 RAM 사업자다. 지역 거점을 항공으로 연결하는 이동 체계로, 철도망에 비유하면 한국고속철도(KTX)가 주요 역을 잇는 역할과 유사하다. 다만 기차역 대신 공항과 공항을 연결한다는 점이 다르다. 최 대표는 이 구조가 LCC와 충돌하기보다는 오히려 보완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본다.그는 “국내선은 대부분 비행이 1시간 이내라 LCC의 보잉 737(중형 항공기)로는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며 “단거리 노선을 RAM이 맡아 인천공항과 연결하면, LCC가 담당하는 국제선과 자연스럽게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방공항과 인천공항을 연결하면 국제선 이용 편의성도 크게 높아진다”고 덧붙였다.단거리 특화 구조인 만큼 기재 선택도 다르다. 섬에어가 도입 중인 에이티아르(ATR·프랑스-이탈리아 합작 항공기 제조사)의 ATR72-600은 70석급 터보프롭 항공기로, 2시간 이내 단거리 노선에서 높은 효율성을 보인다. 짧은 활주로에서도 이착륙할 수 있어 지방공항과 도서 지역 운항에 적합한 점도 강점이다.최 대표는 “기종이 다양해지면 정비와 운항, 인력 운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ATR 단일 기종 중심으로 기단을 구성해 효율을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ATR 본사 파견 정비사가 상주하고 있어 제작사와 긴밀히 협력하며 초기 운항 안정성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돈 그 이상의 가치물론 LCC와 역할이 다르다고 해서 수익성이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것은 수익 구조다. 최 대표 역시 가장 오랜 시간 고민한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었다.그는 지방 노선을 ‘돈이 안 되는 노선’으로 단정하지도, 그렇다고 낙관적으로 바라보지도 않았다. 대신 냉정하게 데이터를 분석했다. 내부적으로는 지방 노선의 경우 탑승률이 70~80% 수준은 되어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고 판단했다. 총 72석 기준으로 약 58석 이상이 채워져야 한다는 계산이다.이를 위해 고속도로 톨게이트 간 차량 이동 수요와 대중교통 연결성 데이터를 장기간 분석했다. 그 결과 광주~부산, 군산~부산처럼 이동 시간은 길지만 마땅한 교통수단이 부족한 구간이 적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개별 수요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이런 노선이 누적되면 지역 항공사에 충분한 시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최 대표는 “KTX로도 3시간 이상 걸리는 지역들이 존재한다”며 “철도보다 공항 접근성이 더 나은 지역을 중심으로 취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선 분석 과정에서는 최대한 주관을 배제하고 계량적 데이터에 기반해 접근하려 했다”고 설명했다.그가 특히 기대를 걸고 있는 노선은 울릉도다. 섬에어의 사업성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위해서는 울릉공항 개항이 핵심이라는 판단이다. 울릉도 노선은 단순한 관광 수요를 넘어 주민 이동권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최 대표는 “국토교통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는 울릉도 연간 방문객을 약 1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울릉도 주민들에게 항공은 사실상 필수 교통수단인 만큼, 해상 교통처럼 일정 수준의 공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섬에어는 환자 이송 체계 구축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최 대표는 “에어 앰뷸런스 병상 탑재가 가능한 기재는 2028년 도입 예정이며, 현재 계약한 항공기 8대도 향후 의료 이송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울릉공항 개항 시점에 맞춰 도서 지역 응급 수송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나아가 섬에어는 울릉도를 넘어 백령도·흑산도·대마도 등 다양한 도서 지역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할 계획이다. 철도 접근이 어렵거나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을 항공으로 연결하는 것이 지역 항공의 본질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인터뷰 말미, 최 대표는 함께할 인재들에 대한 기대도 밝혔다. 그는 “기존 질서에 머무르기보다 새로운 길을 만들겠다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며 “기존 방식보다 더 나은 해법을 스스로 찾고 실행할 수 있는 개척자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