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불 붙고, 한국이 잇는다…픽업이 바꾸는 전기차 시장
- [다시 뜨는 픽업트럭] ②
전기차 픽업 규모의 경제 달성한 미국
후발 주자 한국도 맹추격...기술력도 충분

국내의 경우 KG 모빌리티의 ‘무쏘 EV’를 시작으로 전기차 픽업 트럭 전환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 흐름은 단순히 새로운 차종이 하나 늘어나는 차원의 변화가 아니다. 상용차와 화물차로 분류돼 왔던 픽업트럭이 전동화되면서, 전기차 시장을 새롭게 확장해 나갈 수 있는 하나의 ‘게임 체인저’로 작용하고 있다.
북미가 불 지핀 ‘전기 픽업’ 경쟁
전기 픽업 시장은 미국에서 가장 먼저 본격화됐다. 글로벌 시장 조사 회사 모르도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 전기 픽업트럭 시장 규모는 194억2000만 달러(약 28조 5774억원)로 전망된다. 오는 2029년의 경우 569억 달러(약 83조6430억원)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30.84%에 달한다.
미국은 픽업트럭이 가장 인기 있는 차량 유형 중 하나인 시장이다. 이 때문에 포드, 제너럴 모터스(GM), 리비안, 테슬라 등 전통 제조사와 스타트업 들은 일제히 전기 픽업 출시하기 시작했다. 포드는 대표 픽업 ‘F-150’을 전동화한 ‘F-150 라이트닝’을 통해 초기 수요를 이끌었고, 리비안은 R1T로 프리미엄 전기 픽업 시장을 선점했다.
먼저 포드다. 포드는 지난 2022년 첫 출시 및 양산 시작과 동시에 약 1만5600대라는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이어 ▲2023년 약 2만4000대 ▲2024년 약 2만대 ▲2025년 1분기 기준 7913대의 판매 기록을 이뤘다. 올해 1분기의 경우 사이버트럭을 넘어서며 전기 픽업 트럭 판매 1위를 기록했다.
리비안도 시장 점유율을 견고히 유지하고 있다. 리비안 R1T는 지난 2021년부터 고객 인도를 시작한 미국 최초의 전동 픽업트럭이다. 2022년 기준 9900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후 ▲2023년 약 1만9410대 ▲2024년 약 1만5799대 ▲2025년 1분기 기준 약 1600대로 집계됐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차량이지만, 미국 시장에서 꾸준히 판매량을 늘려온 차량 중 하나다.
전기 픽업이 북미에서 먼저 성장한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 수요와 차고 공간, 정부 인센티브라는 삼박자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기준 미국은 픽업트럭 점유율이 20%에 달할 만큼 픽업 친화적 시장이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북미 생산 및 조립 차량에 보조금이 집중되면서 전기 픽업은 보조금 수혜까지 겹쳤다.

한국도 하나둘 출사표…KGM·기아의 도전장
미국을 이어 한국에서는 KGM이 가장 먼저 전기 픽업 상용화에 나섰다. 주인공은 과거 쌍용차 시절 브랜드였던 ‘무쏘’ 이름을 전기 픽업에 부활시킨 ‘무쏘 EV’다. KGM은 앞으로 모든 픽업 모델을 ‘무쏘’ 브랜드로 통합 운영할 계획인데, 무쏘 EV가 그 첫 번째 모델이다. KGM은 해당 차량을 통해 전기차 시장 내 ‘블루오션’으로 여겨지는 전기 픽업에 선제 대응 중이다.
무쏘 EV는 기존 KG모빌리티의 중형 픽업 ‘렉스턴 스포츠’의 플랫폼을 일부 활용해 개발됐다. 즉, 100%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아니다. 픽업트럭인 ‘렉스턴 스포츠’의 뼈대(차체 구조, 프레임 등)를 활용해 상용차 기반의 내구성과 정통 SUV의 주행 안정성은 유지하면서도, 전기 파워트레인을 결합한 ‘과도기형 모델’인 셈이다.
KGM은 지난 3월 전기 픽업트럭 ‘무쏘 EV’를 공식 출시하고, 본격적인 고객 인도에 돌입했다. KGM은 무쏘 EV를 국내 시장은 물론, 동남아, 중동, 중남미 등 화물과 레저 수요가 공존하는 신흥 시장을 1차 수출 대상으로 삼아 해외 진출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는 무쏘 EV가 단순 틈새 공략형 모델이 아닌 ‘다목적 플랫폼’을 겨냥한 새로운 승부수로 풀이된다.
기아도 전동화 픽업 트럭 출시를 예고했다. 미국 내 전동화 시대의 성장 모멘텀을 픽업트럭으로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 4월 9일 열린 ‘기아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미국 시장을 겨냥한 신규 전기차 플랫폼 기반의 중형 전동화 픽업트럭을 출시하겠다고 발표 한 바 있다.
기아는 해당 모델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연간 9만대 판매, 시장 점유율 7%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새롭게 선보일 전동화 픽업트럭은 올해 초 출시된 브랜드 첫 픽업트럭 ‘타스만’과는 별도의 모델로, 미국 시장의 특성과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전용 차량이다. 기아는 동급 최고 수준의 안전 및 편의사양, 첨단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등 차별화된 상품성을 예고했다.
물론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전기 픽업은 단순한 ‘전기차’ 이상의 기술 과제를 안고 있다. 화물 운반이라는 근본적 특성상 대용량 배터리 탑재가 필수적이며, 오프로드나 험지 주행을 고려한 섀시 강성 확보도 필요하다. 아울러 브레이크 시스템 보강·저온 환경 대응·대형 타이어 셋업 등도 전용 설계가 요구된다.
대표적인 비교군인 테슬라 사이버트럭에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500km를 상회하는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됐다. 아울러 구조용 스테인리스 바디와 에어 서스펜션, 4륜 조향 기능도 적용됐다. 리비안 R1T는 고급 소재와 800V급 고전압 시스템을 채택해 프리미엄 전기 픽업 시장에서 독자적 입지를 굳혔다.
이 때문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픽업의 성패를 위해선 규모의 경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규모의 경제가 마련될 경우 차량의 제작 단가가 낮아지고,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를 위해선 전기차 픽업 트럭에 대한 연구개발(R&D)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진단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의 전기차 픽업 전성기 배경에는 IRA 정책이 있다”며 “미국은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가고 있고,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큰 배터리가 필요한데, 픽업트럭이 그 역할을 잘할 수 있다. 또 차와 전력망의 연계(V2G) 시스템을 고려했을 때 대용량 배터리를 가진 픽업트럭은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이 다양한 전기 픽업트럭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차량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선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무게를 줄여야한다. 이를 위해선 기술이 필요하다. 그만큼 개발비를 투입해 차값을 낮출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한다. 국산 전기 픽업트럭의 성패는 생산 원가와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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