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누르고 막아도 ‘한강벨트’ 따라 서울 집값 오른다
- [새정부 기대감 부동산으로]①
공급 절벽‧재개발 재건축 기대감‧약발 다한 토허제
국토부 수장 공백에 대응책 못내놔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서울 부동산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공급 절벽으로 인한 매물 부족▲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기대감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해제 후 재지정에 따른 집값 상승 등 집값을 자극하는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서울, 그중에서도 이른바 ‘한강벨트’로 불리는 한강 주변 지역 집값이 부동산 매매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강남구‧서초구‧송파구‧용산구 등 토허제를 지정한 지역에서 집값 상승 현상이 눈에 띄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6일까지 신고된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는 5478건으로, 전달(4월) 거래량(5368건)을 넘어섰다. 토허제 확대 지정 이후 잠깐은 매매거래가 급감하는 듯했지만 강남 3구와 용산구에서 일제히 거래량이 증가했다. 강남구의 경우 5월 거래는 153건으로 4월(108건) 거래량을 웃돌았고 서초구 역시 49건에서 96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송파구(129건→142건)와 용산구(38건→44건)도 거래가 증가했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지난달 1일 56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 2월 같은 평형이 47억9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0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잠원동 신반포2차 107㎡ 아파트도 3월 48억원대에 거래된 이후 지난달 54억5000만원에 최고 거래액을 새로 썼다.
토허제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규제 지역을 지정하고 매매 시 관할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전세 세입자가 있는 상황에서 집을 사는 ‘갭투자’를 허용하지 않아 사실상 실거주하는 사람만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 허가 없는 계약은 무효화 하거나 거래 당사자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매수 희망자가 몰리면서 집값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 알 수 없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집주인들은 호가를 올리거나 팔려고 내놓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내 집 마련이 필요한 수요자는 집값이 오를 것 같은 마음으로 매수에 나서는 상황이다.
‘토허제’ 한계 드러났지만, 뾰족한 대응책 없어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에 대응할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 국토교통부가 공백 상태라는 점이다. 국토부 장관 인선이 되지 않아, 당분간 무대책 상태가 지속할 수 있는 셈이다. 이번 선거에서 명확한 부동산 공약이 제시되지 않아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를 짐작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동산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했던 재난 지원금 등 재정 확대가 이뤄지고 시중에 돈이 풀리면 그 돈이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거나 원화 가치가 하락해 실물 자산 가격이 올라가는 역효과도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자 서울시가 다시 토허제를 들고 나왔다. 서울시는 6월 4일 제9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강남·송파구 재건축 추진 아파트 14곳을 2026년 6월 22일까지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한다고 다음날 밝혔다. 원래 토허제 대상이었던 이 지역에 대한 규제는 오는 22일 만료되는데, 이를 1년 연장한 것이다. ▲대치동 개포우성1·2차 ▲선경 ▲미도 ▲쌍용1·2차 ▲우성1차 ▲은마아파트와 삼성동과 청담동 ▲진흥 아파트 ▲청담동 현대1차 ▲잠실 주공5단지 ▲잠실 우성1·2·3·4차 ▲아시아 선수촌 아파트가 대상이다.
또 4월 28일 신속통합기획 주택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한 11개 구역(0.85㎢)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부동산 투기를 철저히 방지하고 실수요자를 유입시켜 안전한 부동산 시장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토허제 대상 지역을 벗어난 지역으로 투자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강남 등 초고가 주택을 매수할 수 없는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근 지역으로 눈을 돌리면서 덩달아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게 만드는 것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6월 11일 “(서울) 성동구가 (집값이) 조금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는 사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나 시장이 비상 상황이면 사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토허제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날린 것이다. 오 시장은 풍선 효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상당히 긴장한 상태에서 지켜봐야 할 시장 상황으로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토허구역 재지정 당시) 성동구·마포구 등 몇몇 자치구는 6개월 정도 지켜보며 혹시라도 조치가 필요한지 추가로 판단할 수 있게 여지를 뒀다”며 “아직은 지정할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 아니면 못 산다” 서울 외각도 매수세
주목할 점은 ‘풍선 효과’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 노원구를 비롯한 외곽 지역에도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오는 7월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시행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들고, 금리가 내려가면서 ‘지금이 아니면 서울에 집을 장만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자, 실수요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서울 외곽 지역으로 발품을 팔고 있다.
11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노원구의 생애 최초 집합건물(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등) 매수자는 907건으로 집계됐다. 3월 기준 생애 최초 집합건물 거래량이 167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4배로 늘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40대가 35.1%(317건)로 가장 많았고, 이어 30대 28.0%(254건), 50대(24.3%) 등 순이었다. 이밖에 ▲구로구(151→212건) ▲금천구(86→95건) ▲관악구(121→161건) ▲성북구(181→209건) ▲강북구(76→128건) 등 다른 서울 외곽지역도 생애 첫 주택 매수자가 늘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상승기에 무조건 집을 사야 한다는 불안감에 ‘영끌’로 집을 매수했다가 이후 집값이 내려가고 금리 부담을 견디지 못해 집을 내놓은 사람들도 많다”며 “실수요자가 아니라면 명확한 부동산 정책이 나올 때까지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윤석열 인터뷰 조건, 탈레반 수준”…외신 기자의 폭로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팜이데일리
카리나, 친언니 결혼식 포착..'민폐 하객' 등극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전국민 민생지원금 '최대 40만원' 검토…‘차등지급’ 무게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4년 만에 공모채 시장 등장한 HDC현대산업개발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미국허가 임박, 코오롱 무릎관절염 치료제 '인보사',국내 '역차별' 논란 예고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