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자기자본·업비트·밸류에이션…넘어야 할 산 많은 케이뱅크
- [케이뱅크 IPO]②
성장 발판이었던 FI 투자금…밸류에이션 산정 포함 미지수
‘업비트·부동산 대출’ 의존도 넘어설 성장 모델 증명해야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세 번째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케이뱅크의 앞길에 풀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과거 상장 실패의 원인으로 꼽히는 기업가치(밸류에이션) 논란을 비롯해 자기자본, 대출 규제, 성장 동력 등의 문제를 풀어야 하는 까닭이다. 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훨씬 정교한 성장 전략과 함께 명확한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2021년 재무적 투자자(FI)들이 투자한 7250억원 규모의 자금에 부여된 콜앤드래그(조기상환청구권·동반매각청구권) 조항이다. 이들의 투자는 본래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될 수 있는 항목이지만 올해 초 상장 시도 당시 금융당국은 해당 조항이 FI의 투자금 회수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들어 자본안정성을 보장하는 핵심 자기자본으로 완전히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이를 온전히 자기자본으로 활용하지 못한 점이 기업가치 산정에 영향을 미쳤고, 밸류에이션 책정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다만 이번에도 콜앤드래그 조항을 해소하거나 이를 자기자본으로 인정받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투자 수익률 확보를 원하는 FI들과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다, 이들이 불확실한 시장 상황 속에서 투자금 회수를 보장하는 콜앤드래그와 같은 안전장치를 포기하는 데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케이뱅크가 FI들을 설득할 만큼 높은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한다면, 콜앤드래그 문제는 상장 과정 내내 발목을 잡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밸류에이션 문제뿐 아니라 케이뱅크의 성장 기반이었던 부동산 대출 중심의 사업 모델도 시험대에 올랐다. 케이뱅크는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여신을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2025년 1분기 기준 전체 여신(약 16조9000억원)의 절반 이상이 주택 관련 대출일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따라 올해 7월부터 시행된 ‘수도권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이 성장 공식에 제동을 걸고 있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제도로, 케이뱅크의 주력 상품이었던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는 직접적인 규제다.
한편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와의 동맹도 이제는 잠재적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출범 초기 업비트 실명계좌를 독점하며 고객 기반과 수신고를 폭발적으로 늘렸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업비트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낳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2024년 1281억원의 연간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따라 업비트 예치금에 지급하는 이자율이 대폭 인상되면서 2025년 1분기 순이익은 1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급감했다.
이 밖에 새로운 성장 동력의 부재는 케이뱅크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케이뱅크는 여신 확대와 업비트 제휴라는 두 개의 축으로 성장해왔지만, 이 모델들이 규제와 시장 변화로 한계에 직면하면서 미래 성장 스토리가 불투명해졌다. 특히 경쟁사인 카카오뱅크가 ‘카카오’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광고와 증권 연계 등을 통해 다양한 비이자수익 모델을 창출하고, 토스뱅크가 ‘토스’라는 슈퍼앱을 통해 광범위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아파트담보대출과 가상자산 제휴를 넘어설 수 있는 케이뱅크만의 차별화된 플랫폼 전략과 새로운 수익 모델을 입증해야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고객 활동성이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는 점은 케이뱅크의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다. 스타트업 플랫폼 혁신의 숲 통계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023년 5월 289만명에서 2024년 5월 457만명, 2025년 5월 540만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활성 고객 기반의 확대는 향후 고객당평균수익(ARPU)을 높일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이자 다양한 금융 상품에 대한 고객 참여를 유도해 플랫폼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IPO는 투자자들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까다로운 시장 환경 탓에 난이도가 매우 높은 딜로 꼽힌다”며 “기존의 공모 전략과는 다른 차원의 설득력 있는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으면 상장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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