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상품 기획부터 마케팅까지…‘알잘딱깔센’ AI 직원 양성 나선 유통 공룡 [AI 에이전트 혁명]①
- 글로벌 AI 에이전트 시장 연평균 50% 성장 전망
신세계·롯데·현대·올리브영 등 AI 비서 도입 ‘속도’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향기로 기억되는 너의 새로운 시작.
봄과 입학식을 주제로 ‘향수’에 대한 광고 문구를 만들라고 요청하자 ‘루이스’가 10초 만에 내놓은 답변이다. 루이스는 지난 2023년 현대백화점이 도입한 인공지능(AI) 카피라이터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정보기술(IT) 기업 현대IT&E가 개발한 루이스는 현대백화점이 최근 3년 동안 사용한 광고 카피, 판촉 행사 문구 중 소비자 호응이 컸던 데이터 1만여건을 집중적으로 학습했다. 대규모 AI 언어모델을 기반으로 사람처럼 문장과 문맥을 이해하고 생성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기획 의도 전달, 외부 전문 카피라이터와 소통 등을 포함해 통상 2주 정도 걸리던 광고 문안 작성 시간이 평균 3~4시간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신세계, 리플렉션 AI 손잡고 ‘유통 혁신’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생성형 AI를 넘어 지시하지 않아도 알아서 일하는 ‘AI 에이전트(비서)’가 유통 환경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국내 주요 유통 기업에서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 업무 자동화 등 AI 에이전트를 업무 전반에 활용하며 효율성과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지난 2025년 76억3000만달러(약 11조1017억원) 수준이었던 글로벌 AI 에이전트 시장 규모는 오는 2033년 1829억7000만달러(약 266조2214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연평균 49.6%씩 성장하는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지난 2024년 1%를 밑돌던 기업용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앱)의 에이전틱 AI 탑재 비율이 오는 2028년 33%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트너는 오는 2028년 일상적 업무 의사결정의 최소 15%가 AI 에이전트를 통해 자율적으로 이뤄질 거라고 예상한다.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유통업계도 앞다퉈 AI 에이전트를 업무 전반에 도입하는 추세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세계그룹이다. 신세계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주도로 AI를 차기 먹거리 사업으로 점찍고, ‘첨단 AI를 통한 리테일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3월 신세계는 미국 AI 기업 ‘리플렉션 AI’(Reflection AI)와 ‘한국 소버린 AI 팩토리 건립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MOU)’을 맺고 한국에 국내 최대 수준인 250메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 센터를 짓기로 했다.
기존 유통업과의 시너지 창출도 적극적으로 도모한다. 유통업에서 오랜 시간 축적한 소비자 접점 인프라와 데이터를 활용해 ‘차별화된 AI 커머스’ 서비스를 구현할 방침이다.
상품 조달부터 ▲발주 ▲가격 책정 ▲물류 ▲재고 관리 ▲고객 관리 등 운영 전반에 AI를 적용해 고객이 ‘가장 원하는’ 상품을 ‘제때’ 찾아 공급하고 ‘최적의 가격’으로 판매하는 게 협업의 목표다.
고객 분석·신입 교육 등 활용 영역 확대
롯데그룹은 작년 제1회 ‘롯데 유통군 AI 콘퍼런스’를 열고 에이전틱 AI와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 실현을 중심으로 한 AI 전환 추진을 공식화했다.
▲쇼핑 ▲상품 기획(MD) ▲운영 ▲경영 지원 등 4대 분야에 특화된 AI 모델을 활용해 상품 가격과 구색 설정, 재고 관리와 발주를 자동화·최적화하고, 반복적 업무를 줄여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게 핵심이다. 롯데 유통군은 오는 2030년까지 다수의 에이전틱 AI를 통합한 AI 플랫폼을 구축해 전사적 AI 운영 체계인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를 실현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5월 유통업계 최초로 글로벌 데이터 분석 기업 스트래티지와 협업해서 ‘BI 에이전트’를 개발해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BI 에이전트를 한 달간 사용한 결과 고객 분석 업무에 드는 시간이 최대 70%까지 줄었다. 본사 및 영업 점포 마케터의 고객 관계, 복합 분석 등 복잡한 심층 분석도 운영 한 달 만에 이전 대비 10% 이상 늘어났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높은 숙련도와 전문성이 필요한 고객 분석 과정이 대화형으로 간편해지면서 업무 시간이 수분~수십 초대로 단축됐다”며 “마케팅과 MD 영역에서도 고객 맞춤형 정보 제공, 브랜드별 특성 및 시장 분석을 통한 브랜드 발굴 등 BI 에이전트를 활용해 업무를 효율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CJ올리브영은 구글 클라우드의 AI 플랫폼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를 업계 최초로 전사에 도입한 뒤 직무별 특성에 맞춘 AI 에이전트를 구축해 업무에 활용 중이다.
상품기획자는 상품 기획 과정에서 글로벌 뷰티 수출입 동향을 분석하는 에이전트를 통해 국가별 시장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확인하고, 기획 방향을 검토하는 데 분석 결과를 참고한다. 글로벌 사업 담당자는 사용 금지 성분 등 해외 각국의 화장품 규제 정보를 검토하는 데 AI 에이전트를 사용한다.
MD나 마케팅뿐 아니라 인사 업무에도 AI 에이전트를 적용한다. 올리브영의 인사 담당자는 ‘온보딩(조직 적응 지원) 에이전트’를 활용해 신규 입사자의 적응을 돕는다. 온보딩 에이전트는 입사 초기 자주 발생하는 질문과 온보딩 과정을 기반으로 관련 정보를 안내하며, 구성원이 필요한 내용을 더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온보딩 에이전트는 신규 구성원의 적응 속도를 높이고, 인사 담당자의 반복 응대 업무 부담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AI 에이전트를 사용한 이후 자료 검색이나 정리·요약에 할애하는 업무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면서 “아직 도입 초기라 활용 범위는 제한적이지만 업무 전 영역에 AI 에이전트가 적용된다면 개인을 넘어 조직 전반의 효율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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