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은행 대출 막히자 보험으로…DSR 비껴간 약관대출 42조원 돌파
- 5대 생보사 잔액 6개월 새 2조3573억원 증가
가계대출 총량 목표 1.5%→3% 상향에 실수요 숨통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은행권의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우회로를 통한 대출 확대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이 급전이 필요한 금융소비자의 대체 자금 조달 수단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보험계약대출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도 수요가 몰린 배경으로 꼽힌다.
보험 대출이 ‘급전 창구’로 부상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NH농협생명 등 5개 대형 생명보험사의 지난 7월 말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42조372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말보다 4665억원 증가한 규모다. 지난 1월 말 잔액인 40조153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6개월 만에 2조3573억원 불어났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을 해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약환급금의 일정 범위 내에서 돈을 빌리는 방식이다.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더라도 보험사가 해약환급금에서 이를 차감할 수 있어 일반 신용대출과 달리 소득이나 신용도를 중심으로 한 별도의 심사 절차가 없다. 중도상환수수료도 없어 필요한 기간만 이용한 뒤 자금 여유가 생기면 갚을 수 있다.
보험계약대출을 새로 취급할 때는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미 은행 대출로 DSR 한도를 채운 차주도 해약환급금 범위에서는 추가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도 보험계약대출처럼 담보가치가 확실한 상품은 신규 취급 시 DSR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최근 보험계약대출이 빠르게 늘어난 데에는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지난 4월 올해 관리 대상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로 제시하면서 은행들은 대출 모집 채널을 축소하거나 상품별 한도를 조정했다.
일부 은행이 연간 목표를 조기에 소진하면서 주택 구입을 위한 잔금대출 등 실수요자 대출까지 제때 받기 어려워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맞춰 보험계약대출 한도를 해약환급금의 70~85% 수준으로 낮췄다. 하지만 은행에서 필요한 자금을 모두 마련하지 못한 차주가 보험계약대출로 이동하면서 잔액 증가세가 이어졌다.
생활비나 의료비 등 긴급 자금 수요뿐 아니라 주택 매매 잔금과 투자자금 수요가 일부 유입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출 여력 확대에 보험대출 증가세 꺾일까
보험계약대출은 계약자가 적립한 해약환급금을 기반으로 해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이자가 계속 쌓여 대출 원리금이 해약환급금을 넘어서면 보험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보험의 보장 기능이 필요한 고령층이나 취약차주가 장기간 대출을 이용할 경우에는 이자 부담과 보장 공백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보험계약대출 증가세가 당국의 은행 대출 총량 관리 완화로 다소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8월 13일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통해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기존 1.5%에서 3%로 상향했다.
이를 통해 은행권은 약 30조원의 추가 대출 여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재건축·재개발 이주비와 신축 아파트 중도금·잔금대출, 청년·실수요자 금융 지원에 대출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 공급 여력이 확대되면 보험계약대출로 밀려났던 주택 실수요자의 자금 수요도 일부 은행으로 돌아갈 것"이라면서도 "다만 DSR을 비롯한 차주 단위 규제는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보험계약대출의 수요가 단기간에 크게 줄어들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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