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요즘뭐함?]"나는 못해도 우리집 개는".. 2억 다이아·3000만원 이동가방 '펫셔리'가 커지는 이유는
- ‘가족’ 된 반려동물, 소비 기준도 사람처럼
루이비통·프라다·에르메스까지 펫 전용 라인 확대
주얼리·패션 넘어 향수·웰니스까지
"나는 못해도 개는" "나보다 낫네" 자조도 나와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2억원이 넘는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3200만원짜리 반려견 트렁크가 등장했다. 반려동물을 위한 소비가 사료와 장난감 등 생활용품을 넘어 럭셔리 시장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루이비통·에르메스·프라다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반려동물 전용 제품을 내놓으면서 이른바 ‘펫셔리(Pet+Luxury)’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올랐다.
우리집 강아지는 명품 강아지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주얼리다. 미국 뉴욕의 반려견 전문 주얼리 브랜드 ‘The D Diamond’는 맞춤 제작 방식으로 반려견용 목걸이를 판매한다. 뉴욕포스트가 2026년 4월 소개한 제품 가운데는 18K 골드와 다이아몬드, 루비 등을 사용해 최대 15만달러(약 2억원 이상)에 달하는 제품도 있다. 일부 제품은 기존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한 초청 방식으로 판매된다.
루이비통은 반려동물 이동장에 브랜드의 상징성을 담았다. 미국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스피디 펫 트렁크’는 2만4700달러로, 원화로 3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루이비통의 대표 가방인 스피디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으로 모노그램 캔버스와 가죽 트리밍, 금장 하드웨어 등을 적용했다. 기능성 이동장을 넘어 하나의 럭셔리 아이템으로 만든 셈이다.
에르메스는 반려동물용 식기까지 고급화했다. 미국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원목 반려견 식기는 2000달러를 웃돈다. 프랑스에서 제작한 오크 소재에 브랜드의 디자인 요소를 적용했다.
프라다도 반려동물용 가방과 의류를 선보이고 있다. 프랑스 공식 홈페이지에는 수천유로에 달하는 반려동물용 가방이 판매되고 있다. 이동이라는 기능에 브랜드와 디자인을 결합하면서 반려동물을 데리고 외출하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가 반려동물 시장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시장 자체의 성장도 있다. 미국반려동물제품협회(APPA)에 따르면 미국의 반려동물 관련 지출은 2025년 1580억달러로 전년보다 3.7% 증가했다. 2026년에는 165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개를 키우는 미국 가구는 2025년 7100만 가구로 전체의 53%를 차지했다.
국내에서도 반려동물은 이미 상당수 가구에서 가족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국내 반려가구는 591만 가구, 반려인은 1546만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반려가구의 87.2%가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이라고 인식했다.
반려동물에 소비하는 집사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면서 소비 방식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좋은 사료나 건강관리 제품처럼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것’을 중심으로 지갑을 열었다면, 이제는 디자인과 브랜드, 소재, 희소성처럼 사람의 소비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기준까지 적용하기 시작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25년 반려동물 산업 분석에서 북미의 프리미엄 반려동물 식품 시장이 2029년까지 연평균 한 자릿수 후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려동물 보충제 시장 역시 개는 연평균 10%, 고양이는 12%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서유럽·중국의 고액자산가 가운데 약 40~50%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펫셔리의 영역은 패션과 액세서리를 넘어 뷰티와 웰니스로 넓어지고 있다. 돌체앤가바나는 반려견용 향수 ‘페페’를 출시했고, 해외에서는 반려동물 전용 스킨케어와 그루밍, 영양제 등으로 시장이 세분화되는 추세다. 프랑스 보그도 2025년 반려동물 시장이 패션·뷰티·웰니스 등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을 단순히 ‘부자들이 개에게 비싼 물건을 사주는 현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명품 브랜드가 실제로 겨냥하는 대상은 반려동물보다 반려동물을 통해 소비하는 사람에 가깝기 때문이다.
럭셔리 브랜드 입장에서도 반려동물 시장은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영역이다. 기존 고객이 자신을 위해 구매하던 브랜드를 반려동물에게도 선택하도록 만들면서 별도의 고객층을 개척하지 않고도 소비 접점을 넓힐 수 있어서다.
시장도 기능성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동장과 목줄 같은 제품에서 시작해 주얼리·패션·뷰티·웰니스·여행 등으로 영역이 확장되면서 반려동물을 둘러싼 소비 전반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시장으로 묶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펫셔리는 단순히 반려동물에게 고가의 제품을 사주는 소비가 아니라, 반려동물을 자신의 삶과 취향을 공유하는 존재로 받아들이면서 나타난 변화”라며 “명품 브랜드 입장에서도 기존 고객의 소비 영역을 반려동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패션에 이어 주얼리·뷰티·웰니스 등으로 관련 카테고리를 넓혀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소비 양극화 속 등장한 ‘펫셔리’ 자조
펫셔리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부러움과 냉소가 뒤섞여 있다. “내 월급보다 비싼 개모차”, “원룸 보증금으로 강아지 이동장을 산다”는 식의 반응이다. 고가 반려동물 제품이 화제가 될 때마다 온라인에서는 “개팔자가 상팔자”, “나는 명품 못 사도 우리 강아지는 명품견” 같은 자조 섞인 표현도 등장한다. 단순한 비난이라기보다 갈수록 벌어지는 소비 격차를 반려동물의 소비에 빗대어 바라보는 방식이다.
실제 국내 소비시장은 불황 속에서도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통계청이 2025년 11월 발표한 사회조사에서 가구 소득 수준이 ‘여유 있다’고 답한 비율은 15.6%에 그쳤다. 재정 상황이 악화될 경우 외식비, 의류비, 식료품비 순으로 지출을 줄이겠다는 응답도 나왔다.
반면 백화점 등 고가 소비시장에서는 초고가 상품 수요가 별도로 유지되고 있다. 2025년 추석 선물세트 판매에서도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200만원 이상 상품이 전체 매출의 7%를 차지한 반면, 대형마트에서는 5만원 미만 상품이 최대 80%를 웃도는 등 소비의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사치 경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늘면서 자신의 소비 기준을 반려동물에게 적용하는 현상이 자연스러워졌고, 여기에 소셜미디어를 통한 과시와 비교 문화가 더해지면서 고가 제품이 눈에 띄게 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펫셔리 소비에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대하는 정서와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려는 욕구, SNS를 통한 과시 소비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며 “특히 소비 양극화가 뚜렷해질수록 초고가 제품과 가성비 제품이 동시에 성장하는 현상이 반려동물 시장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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