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미국서 ‘석포 활용’ 꺼낸 MBK·영풍…고려아연 “협의 없었다”
- 리셉션 참석자들에게 석포제련소 시스템·인력 활용 가능성 제시
고려아연 “온산과 공정·기술 달라”…양측 갈등 다시 확산
[이코노미스트 안민구 기자] 고려아연의 미국 통합제련소 건설 사업인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고려아연과 협의 없이 미국에서 관련 리셉션을 연 데 이어, 참석자들에게 석포제련소의 시스템과 인력 활용 가능성을 담은 서한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영풍·MBK 측은 지난 7월 9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리셉션을 열고 자신들을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그룹’으로 소개했다. 이후 참석자들에게 보낸 이메일과 서한에는 석포제련소의 환경관리·운영 시스템과 인력을 프로젝트에 활용하고, 미국 관계자들의 석포제련소 견학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젝트의 사업 주체는 고려아연이다. 미국 제련소에 적용할 기술과 운영 시스템, 인력 구성도 고려아연의 경영 판단에 해당한다. 고려아연은 석포제련소 활용 방안을 영풍·MBK 측과 협의하거나 사업계획에 반영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온산제련소의 통합공정을 미국에 구현하는 사업이다. 아연·연·동과 금·은, 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텔루륨·팔라듐·갈륨·게르마늄 등 금속 12종과 반도체용 황산을 생산할 예정이다.
고려아연 측은 생산 품목과 공정 구성이 다른 석포제련소의 시스템과 인력을 사전 검토 없이 미국 사업과 연결하면 혼선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석포제련소가 환경 문제로 행정처분과 사법 판단을 받은 전력도 미국 사업의 환경성과 지역사회 수용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석포제련소는 물환경보전법 위반에 관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2025년 2월 26일부터 4월 24일까지 조업을 중단했다. 최근 영풍은 토양·지하수 정화비용 관련 충당부채 과소계상 등으로 금융위원회에서 204억741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영풍 측은 환경관리 역량을 미국 현지 이해관계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활동이었다고 반박했다. 영풍은 입장문을 통해 “미국 현지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추진과 이해관계자와의 협력 기반 확대를 위해 소통 행사를 개최했다”며 “핵심은 특정 제련소의 주력 생산품이 아니라 금속 추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을 얼마나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석포제련소는 엄격한 환경규제를 받는 청정지역에 있다”며 “지난 10년간 친환경 설비 투자와 혁신 기술을 통해 과거 환경 문제를 극복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양측은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을 놓고도 대립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 측과의 합작법인 설립 등을 위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자 영풍·MBK 측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영풍·MBK 측은 프로젝트 자체가 아니라 현 경영진의 우호지분 확대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5일 미국 리셉션 개최와 관련해 영풍·MBK 측 주요 관계자들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영풍·MBK 측은 최대주주로서 현지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한 정당한 활동이라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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