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네이버도 손 뗀 음원 시장, 왜 ‘유튜브 뮤직·스포티파이·멜론’ 3강은 살아남았나
- 네이버 ‘바이브’ 8년 만에 서비스 종료
유튜브 뮤직의 ‘락인’과 스포티파이의 ‘무료 공습’
K팝 팬덤 쥔 멜론만 토종 자존심 사수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국내 1위 포털 네이버가 결국 자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손을 뗐다. 네이버는 2018년 야심 차게 선보였던 ‘바이브’(VIBE)의 서비스를 올해 12월 31일 전면 종료한다고 밝혔다. 2020년 기존 네이버뮤직을 흡수 통합하며 시장 공략에 나선 지 8년 만의 퇴장이다. 국내 빅테크 기업조차 막대한 음원 저작권료와 글로벌 플랫폼과의 출혈 경쟁을 감당하지 못하고 백기를 든 셈이다.
바이브의 철수는 상징적인 사건에 불과하다. 현재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은 ▲유튜브 뮤직(YouTube Music) ▲스포티파이(Spotify) ▲멜론(Melon)의 확고한 ‘3강 체제’로 재편됐다. 앱 시장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음원 스트리밍 앱의 국내 이용자 수는 지난 7월 기준 유튜브뮤직이 949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유튜브뮤직은 2023년부터 이 부문에서 1위를 지켜오고 있다.
2위는 스포티파이로 622만명이었다. 2024년 동월 161만명에 불과했던 이 앱의 이용자 수가 2년 만에 약 4배로 늘었다. 그간 유튜브뮤직과 1위를 두고 경쟁했던 멜론은 3위로 밀렸다.
멜론의 국내 이용자 수는 593만명으로 전년 동월(637만명) 보다 7% 줄었다. 다른 국산 앱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니뮤직은 전년 동월 대비 이용자 수가 259만명에서 237만명으로 9% 감소했다. 플로도 같은 기간 171만명에서 168만명으로 2% 줄었다.
사실상 외산 플랫폼이 국내 시장 선두권을 완전히 장악하는 모습이다. 한때 시장을 호령했던 통신사 기반의 지니뮤직, 플로 등 수많은 토종 플랫폼은 왜 줄줄이 점유율 확보에 실패했을까.
동영상 ‘록인’과 광고 기반 무료화 전략
유튜브 뮤직과 스포티파이가 국내 시장을 집어삼킨 배경에는 국내 사업자들이 구조적으로 흉내 내기 힘든 글로벌 플랫폼만의 파괴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자리 잡고 있다.
유튜브 뮤직의 무기는 단연 ‘유튜브 프리미엄’ 결합 상품이다. 동영상 광고 제거를 위해 유료 멤버십을 결제하면 음원 스트리밍을 덤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용자를 단숨에 흡수했다.
여기에 정식 발매 음원뿐 아니라 미발매 라이브 음원, 커버곡, 직캠 오디오 등 유튜브만이 보유한 독보적인 음원 데이터베이스가 더해지며 압도적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끼워팔기 제재와 요금제 분리 조치가 추진됐음에도, 이미 형성된 강력한 ‘유튜브 생태계 록인(고객잠금)’ 효과는 굳건했다.
스포티파이는 ‘무료 요금제’로 판을 흔들었다. 2024년 말 국내에 전격 도입한 ‘스포티파이 프리’(Spotify Free)는 일정 간격의 광고를 청취하면 모든 음원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서비스다.
유료 결제에 부담을 느끼던 1020세대가 대거 유입됐고 이들의 청취 데이터가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AI) 추천 알고리즘과 결합하면서 충성 고객으로 전환됐다. 글로벌 광고 네트워크를 통해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스포티파이였기에 가능한 전략이었으며, 이 2년간의 누적 효과로 스포티파이는 멜론마저 제치고 2위로 도약했다.
반면 지니뮤직(KT 계열), 플로(SK텔레콤 계열), 바이브 등 국내 플랫폼들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가장 치명적인 타격은 통신사 결합 모델의 약화였다. 과거 멜론과 지니, 플로는 통신사 멤버십 할인과 부가서비스 끼워팔기를 통해 손쉽게 가입자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자급제 단말기와 알뜰폰(MVNO) 이용자가 급증하고 통신사 멤버십 혜택이 축소되면서 ‘통신사 결합으로 공짜에 가깝게 듣던’ 가입자 기반이 급격히 무너졌다. 결합 혜택이 사라지자 소비자들은 주저 없이 큐레이션과 음원 풀이 우수한 외산 앱으로 갈아탔다.
획일화된 서비스 경험도 발목을 잡았다. 국내 플랫폼들은 오랫동안 ‘톱(TOP) 100 실시간 차트’ 중심의 화면 구성을 고수했다. 이는 대중가요 유행을 확인하기엔 편했으나 개인 맞춤형 음악 소비를 원하는 젊은 층의 니즈를 채우지 못했다.
네이버 바이브가 ‘내돈내듣(내가 들은 음악에만 음원료 정산)’ 시스템과 AI 믹스테이프를 내세우며 반전을 꾀했으나,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차별화된 파급력을 만들지 못한 채 결국 사업 철수에 이르렀다.
팬덤 비즈니스로 살아남은 멜론
외산 플랫폼의 파상공세 속에서 토종 플랫폼 중 유일하게 점유율을 지키며 3강에 이름을 올린 곳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멜론이다. 멜론의 생존 동력은 K-팝 팬덤 생태계와의 완벽한 결합이다. 국내 음원 차트의 표준으로 통하는 ‘멜론 차트’는 아이돌 팬덤의 음원 총공(스트리밍 총공격)과 직결돼 있다. 음원 소비가 단순 감상을 넘어 응원과 팬덤 문화로 확장된 한국 시장 특성상, 멜론의 유료 가입자 기반은 외산 플랫폼이 쉽게 뺏기 힘든 강력한 진입장벽 역할을 했다.
또한 20년 이상 누적된 국내 최대 규모의 음원 메타데이터, 국내 아티스트와의 밀접한 프로모션, 연말 대형 시상식(MMA) 등 엔터테인먼트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영향력이 멜론의 숨통을 틔웠다. 최근에는 유튜브와의 결합 상품을 출시하는 등 개방형 제휴 전략으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유튜브 뮤직·스포티파이·멜론의 3강 구도로 고착화되면서, 음악 산업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국내 음악 유통 주도권의 해외 종속이다. 글로벌 빅테크가 스트리밍 시장을 독점할 경우, 국내 음원 저작권 정산 비율이나 프로모션 기준이 글로벌 플랫폼의 정책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또한 알고리즘 추천이 글로벌 인기 팝이나 특정 대형 기획사 음원에 편향될 경우, 다양성을 기반으로 성장해야 할 인디 및 신진 국내 뮤지션의 설 자리가 좁아질 위험이 있다.
장민지 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음원 플랫폼 경쟁은 이용자를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하느냐의 싸움으로 바뀌었다”며 “추천과 영상, 숏폼, 팬덤 콘텐츠를 아우르는 플랫폼 경험의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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