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계대출 4.64%·기업대출 4.20%…금리 차 0.44%포인트
부동산·가계부채 경계하는 당국…기업금융은 은행 간 경쟁 심화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가계와 기업의 금리 격차가 약 4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와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주문이 맞물리면서 가계에는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기업에는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대출시장의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연 4.64%로 기업대출 금리인 연 4.20%보다 0.44%포인트(p) 높았다. 올해 1월 가계대출 금리가 연 4.50%, 기업대출 금리가 연 4.15%로 0.35%p 차이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6개월 만에 0.09%p 확대됐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금리는 0.14%p 올랐지만 기업대출 금리는리는 0.05%p 상승하는 데 그쳤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분이 기업보다 가계대출 금리에 더 빠르고 크게 반영된 셈이다.
가계대출 여력 늘어도 고금리 기조 지속
가계와 기업의 대출금리가 엇갈린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자리하고 있어 이런 상황이 지속되거나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근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확대하거나 금리를 낮춰 가계대출 차주를 유치할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은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우대금리 적용 범위를 축소하는 방법으로 대출 수요를 조절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가계부채 총량관리 목표를 기존 1.5%에서 3.0%로 높였다. 이에 따라 금융권이 추가로 공급할 수 있는 가계대출 여력은 약 30조원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확대된 대출 여력은 재건축·재개발 이주비와 신규 분양주택의 중도금·잔금대출 등 실수요 자금 공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총량 목표가 상향됐다고 해서 은행들이 일반 가계대출 영업 경쟁을 곧바로 재개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한은도 집값과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은은 지난 10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가계대출은 꾸준한 증가 흐름을 보이는 등 금융불균형 위험이 누증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시중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과도하게 유입되면서 금융시스템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은은 7월과 8월 연속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에 대해서도 “대출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가계대출 수요 억제 및 주택가격 상승 기대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을 가계대출과 부동산 수요를 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기업대출 유치전 치열…우대금리 경쟁
기업대출 시장에서는 가계대출과 반대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과 담보대출에 쏠린 자금을 첨단산업과 중소·벤처기업으로 돌리는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면서 은행들도 기업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어서다. 기업금융은 대출뿐 아니라 외환과 퇴직연금, 임직원 급여계좌 등으로 거래를 넓힐 수 있어 은행 입장에서도 고객 유치 효과가 크다.
우량 기업이 회사채 발행과 기업어음(CP) 등 대체 조달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기업대출 금리를 낮추는 요인이다. 은행이 금리를 지나치게 높이면 기업이 자본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만큼 우대금리를 제공해 고객을 붙잡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당분간 기업대출의 우대금리 축소를 최소화하는 대신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상승분을 가계대출에 상대적으로 빠르게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부채와 수도권 집값의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신규 가계 차주가 기업보다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현상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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