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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conomist magazine

6·3 선택 경제대통령
부동산 ‘공급’ 외치는 대선후보들…과거와 달리 차별성 사라져

부동산 일반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의 대선 주자들이 내세운 부동산 정책에 대해 유권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은 과거와 비교해 무게감이 크게 떨어진다

2025.05.26

4분 소요
“제대로 준비된 시작은 없다”…아파트멘터리의 성공은 ‘끈기’ 덕분[이코노 인터뷰]

스타트업

대학 합격의 기쁨도 잠시, 지방 출신 학생에게 서울살이는 고달팠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역시 주거지를 찾는 것이었다. 친구와 같이 살기도 했고 친척 집에 의탁하기도 했다. 시간이 갈수록 내 집에 대한 대한 절실함은 커졌지만, 상상을 뛰어넘은 서울 집값은 낯설기만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MBC 방송국 PD로 취직을 했지만 내 집을 구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었다. 결혼을 앞두고 PD 남편과 함께 ‘영끌’을 해서 처음으로 서울에 나만의 집인 구축아파트를 구했다. 신혼 분위기를 내려면 리모델링을 해야 했다. 부부가 쓸 수 있는 여력은 3000만원 정도. 여기저기 리모델링 시세를 알아봤다. 1억원이 넘는 비용이 필요했다. 그는 리모델링을 포기할 수 없었다. 직접 리모델링에 도전했다. 혼자 발품을 팔아 자재를 구하고 공구를 사고, 업자를 구하면서 그렇게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직장 생활과 함께 아파트 리모델링을 한다는 것은 예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한숨과 눈물의 연속이었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리모델링 분투기를 블로그에 옮겼다. 예상치 못하게 큰 인기를 끌었고, 출판사가 출판을 제안했다. ‘인테리어 원북’이라는 이름으로 책이 나왔고 흔히 말하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은 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바로 방송국 PD가 아닌 아파트 인테리어 관련 스타트업 창업가가 되는 길이 생긴 것이다. 이 스토리의 주인공은 윤소연 아파트멘터리(Apartmentary) 창업자(공동대표)다. 윤 대표는 “방송국 선배와 친한 지인의 아내분이 투자사 심사역이었는데, 그 분의 제안으로 창업에 도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게 벌써 10년 전 이야기이다. 2015년 12월 법인을 설립했고 창업을 제안했던 심사역의 많은 도움으로 시드 투자도 받았다. 법인 설립 1개월 만에 구축 아파트 인테리어와 리모델링을 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창업이 준 또 하나의 선물은 윤 대표의 임신이었다. 딸의 나이와 아파트멘터리의 나이가 같은 셈이다. 그가 아파트멘터리를 ‘내 자식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 대표는 “방송국 PD로 9년 8개월을 일했는데 올해 말이면 아파트멘터리 운영 기간이 PD로 일했던 시간보다 길어진다”면서 웃었다. “아파트멘터리가 곧 10년을 맞이하는 데 성장의 기쁨보다 창업자로서 책임져야 할 것이 많다는 것 때문에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업 10년 만에 1000억원 매출 예상창업 당시 인테리어·리모델링 서비스 스타트업은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 정보통신(IT) 서비스나 바이오, 플랫폼 등의 스타트업이 각광을 받았다. 윤 대표는 “투자 유치를 위해 IR을 했을 때 한 투자사 대표는 나랑 눈도 마주치지 않은 적도 있었다”면서 회고할 정도였다. 하지만 아파트멘터리는 보란 듯이 매년 성장을 지속했다. 창업 초기에는 그의 책을 읽은 고객이 찾아와서 일을 맡겼다. 앞뒤 생각할 게 없었다. 윤 대표는 직접 시공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하자가 생기면 고객에게 바로 고개를 숙이고 문제를 해결했다. 아파트멘터리에 대한 입소문은 그렇게 시공을 맡겼던 고객들이 내줬다. 그렇게 아파트멘터리는 예상을 깬 고속성장을 했다. 수치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매출은 645억원을 기록했고, 창업 후 지금까지 누적 시공 건수는 2000건을 넘어섰다. 매해 200건 이상의 리모델링 시공을 한 셈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공 파트너 팀도 200여팀이나 된다. 4명으로 시작했던 구성원은 어느덧 150명으로 늘었다. 아파트멘터리 성장을 지켜본 투자업계는 시리즈 C 라운드까지 580억원을 투자했다. SBVA·삼성벤처투자·우리벤처파트너스·신한금융그룹 등이 투자사로 나섰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부산 해운대점에 지방 지사를 설립했다. 직영으로 운영하는 지점은 수도권에 13곳이나 된다. 지난해에 사무 공간 인테리어 시공을 전문적으로 하는 ‘오피스멘터리’라는 자회사도 설립했다. 또 지난해 홍콩에 지사를 설립해 해외 시장 도전도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 인테리어 분야에는 해결해야 할 게 많다. 인테리어는 개인 취향이라는 특성 탓에 하자와 불만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금액이나 재료 등의 정보가 거의 없기에 소비자들은 이 시장에 대한 신뢰감도 별로 없다. 이런 우려를 윤 대표는 소비자의 눈으로 대응해 아파트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시장을 혁신했다. 리모델링 시공을 도배·마루·필름·조명·타일 5가지 핵심 요소로 정했고, 시공 후 1년간 무상 AS를 하고 있다. 소비자의 불만에 즉각 대응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상담부터 완공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전담 매니저는 시공을 의뢰한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가격 정찰제를 시행해 평당 시공 단가도 공개했다.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은 조금 비싸도 안심할 수 있는 아파트멘터리에 시공을 맡겼다. ‘소비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소통한다’는 철학을 사업에 반영하니 불만이나 하자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윤 대표는 “아파트라는 공간의 리모델링은 데이터화하기 수월했고, 이 데이터를 계속 분석하면서 하자를 줄여나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홍콩 지사 설립, 7년 전 인연 이어져 가능이와 함께 시공과 인테리어에 필요한 자체 상품(PB)도 개발해 2022년 선보였다. ▲타월 브랜드 그란 ▲소가구 브랜드 리튼 ▲러그 브랜드 란카 ▲호텔 베딩 브랜드 아우로이 ▲소가구 브랜드 리튼 등 PB 브랜드는 온라인에서 유명하다. 해외에서도 소비자들이 찾고 주문할 정도다. 또한 전기 스위치 등 리모델링에 필요한 세련된 부품 브랜드인 ‘파츠’를 2022년 론칭했고 파츠도 순항 중이다. 윤 대표는 “가장 유명한 것이 그란과 란카다. 유명인들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면서 “해외에서도 어떻게 알고 우리 PB 제품을 주문하는데 특히 싱가포르와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자랑했다. 윤 대표가 가장 자랑하고 싶은 성장의 사례는 지난해 홍콩에 설립한 해외 지사다. 7년 전 아파트멘터리 사업을 홍콩에서 해보고 싶다고 제안했던 사람이 현재 홍콩 지사를 맡고 있다. 윤 대표는 “7년 전 그 제안을 받았을 때는 상황이 안됐지만 그 후에 계속 연락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 인연이 홍콩 지사 설립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올해 50억원의 매출을 예상할 정도로 벌써부터 15건이 넘는 시공 계약을 맺었다. 별다른 홍보나 마케팅을 하지 않았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웃었다. “특히 K-컬처를 홍콩 사람들이 많이 좋아한다는 게 우리에게는 큰 기회가 됐다”고 웃었다. 윤 대표는 대학생 때 만나 인연을 맺었던 글로벌 투자은행 출신 김준영 대표를 영입해 3년 전부터 공동대표 체제로 아파트멘터리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사업의 운영은 김 대표에게 맡기고 윤 대표는 홍콩 등 해외 진출과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윤 대표의 올해 목표는 “해외에서 아파트멘터리의 자리를 잡는 것“이다. 홍콩 지사의 성장 속도로 보면 그의 목표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올해 윤 대표는 아파트멘터리와 오피스멘터리, 해외 지사 등의 성과를 합쳐 1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손익분기점을 넘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사업 성장을 위한 인수합병도 고려하고 있다. 영업이익보다 성장성에 방점을 두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PO)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윤 대표는 서두르지 않고 있다. 창업부터 지금까지 그는 소비자에 중심을 두고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시장의 혁신에만 집중했고 그 성과는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환경과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는 이야기를 강조하는 이유다. “제대로 준비된 시작이라는 것은 없다.” 윤 대표가 방송국 PD라는 부러움을 받는 직업을 그만두고 창업을 결정했을 때 되뇌인 말이다. 그는 창업에 도전하려는 이들에게도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한다. “주변에 창업을 할까말까 고민하는 분들이 하는 말 중에 ‘아직 준비가 안된 것 같다’고 하는데, 저는 완성된 게 없으니 일단 시작해라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창업하고 10년 동안 아파트멘터리를 성장시키면서 느낀 것은 딱 하나다. 끈기 있게 살아남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2025.05.26 10:00

6분 소요
‘3人 3色’ 대선후보 국민연금 개혁안…노후의 운명, 누구 손에?

정책이슈

국민연금 개혁이 이번 6·3 대선의 뜨거운 쟁점 중 하나로 부상했다. 지난 3월 국회에서 통과돼 2026년부터 시행되는 ‘더 내고 더 받는’ 모수개혁 이후에도, 연금의 지속 가능성과 세대 간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기존 틀 안에서의 보완과 확대’를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재정 안정화를 위한 시스템 개혁과 국고 지원’을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시스템 전환’이라는 전혀 다른 국민연금 개혁 청사진을 제시했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의 ‘2025~ 2072년 장기 재정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누적 적립금은 2039년 1936조9000억원으로 정점을 찍는다. 기금은 2040년부터는 적자를 기록하다 2057년 완전히 고갈될 것이란 예상이다. 결국 ▲보험료율을 더 높이거나 ▲급여를 낮추거나 ▲지급 연령을 올리는 등 추가 개혁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3월 20일 국회에서 통과돼 4월 1일 공포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더 내고 더 받는 모수개혁에 초점을 맞췄다. 2026년부터 적용될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보험료율(내는 돈)을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40%에서 43%로 각각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단순 모수 조정을 통해 기금 고갈 시점을 2056년에서 2064년으로 8년 늦췄지만, 그 이상의 지속 가능성은 보장하지 못한다. 일각에서는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을 더 받는 방식의 이번 개혁이 미래 세대의 부담을 가중한다는 ‘세대 갈등’ 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숫자를 조정하는 모수개혁을 넘어 연금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구조개혁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가운데, 세 후보의 연금개혁 해법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재명, 기존 체계 내 ‘사각지대 해소’ ‘복지 보완’이재명 후보는 이번 개정의 방향성과 기본 골격을 인정하되,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향으로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소득이 불안정한 비정규직·프리랜서·자영업자 등과 실직 또는 경력단절 상태의 청년·여성이 주된 사각지대 계층인데 이들을 제도권 안으로 포섭하는 데 중점을 뒀다. 대표적으로 청년층을 대상으로 ‘생애 첫 보험료 국가 지원제도’와 ‘군복무 전체기간 크레딧 인정’을 강조한다. 고령층에 대해서는 ‘기초연금 부부 감액 완화’ 소득활동 감액 구조 개선’ 등을 제시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보험료 인상 부담에 민감한 청년층의 참여를 유도하고, 노년층의 소득 보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 후보의 공약은 ‘사회적 수용성을 고려한 점진적 개혁’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반대로 보면 구조개혁에는 손을 대지 않는 ‘현상 유지 전략’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한 단기적으로는 설득력이 있지만, 모수개혁에도 여전히 남은 장기적인 재정 불안정 문제 해결에는 미흡하며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도 불분명하다는 평가다. 김문수, 자동조정장치 도입 ‘정치 없는 개혁’ 추진김문수 후보는 최근 모수개혁을 ‘1차 개혁’으로 규정하고, 향후 ‘2차 개혁’을 통해 자동조정장치(ABM·Automatic Balancing Mechanism)를 조기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치는 연금 재정이 일정 기준 이하로 악화되면 급여율·보험료율·수급연령 등을 자동 조정하는 제도다. 스웨덴·캐나다‧일본 등은 이미 해당제도를 도입해 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였다.이와 함께 김 후보는 ‘청년안심 국민연금’을 앞세워 청년세대의 신뢰 회복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청년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 2차 개혁을 통해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는 각종 연금개혁 논의기구에 청년의 참여를 보장하고, 청년이 개혁 논의의 시작부터 결론까지 주도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또한 김 후보는 부족한 연금 재정에 대한 ‘국고 조기 투입’도 시사하며 시스템 효율성 개선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김 후보의 공약은 정치적 개입 없이 장기적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국민의 수용성 확보는 과제다.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될 경우 미래 세대의 급여가 줄거나 보험료가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고 투입 역시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이준석, ‘신·구 연금 분리’ 파격 제안이준석 후보는 가장 급진적인 개혁 방안을 제시한다. 현행 국민연금은 미적립 부채가 크고 지속 가능성이 낮다며, 기존 가입자(구연금)와 신규 가입자(신연금)를 분리하고, 신연금은 DC(확정기여형) 구조로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개인 납입액과 운용 수익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는 구조다.이는 청년 세대가 지금의 연금제도를 ‘내고도 못 받는 구조’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제도 신뢰 회복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 후보는 “기대 수익비를 1로 조정해 ‘낸 만큼 받는’ 구조로 항구적인 연금 안정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 경우 미래 세대의 불만을 원천 차단할 수 있고, 국가의 부채 증가도 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구연금 가입자에 대한 급여는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구연금 부채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뚜렷한 해답은 제시되지 않았다. 특히 전면 전환이 이뤄질 경우, 사회적 연대 기능이 약화될 수 있고, 신연금은 개인 투자 성과에 따라 노후 소득의 불안정성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국민연금 개혁은 세대 간 연대와 부담을 전제로 하며, 사회적 공론화와 국민적 동의 없이는 진전을 이루기 어렵다”며 “각 후보의 공약은 제각기 의미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효성과 현실성을 고려한 구체적 이행 방안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05.26 09:00

4분 소요
왜 그들은 실리콘밸리를 떠나는가 [실리콘밸리의 사람들]

전문가 칼럼

“여기가 진짜 혁신의 수도인가요?”실리콘밸리에 처음 도착한 이들이 가장 많이 묻는 말이다. 구글·메타·애플·넷플릭스·엔비디아… 이름만 들어도 아는 회사들이 다 모여 있는 곳. 그러나 막상 현장에 가보면 거리엔 노숙자 텐트가 늘어서 있고, 점심 한 끼가 30달러(약 4만2000원)를 훌쩍 넘는다. 대중교통은 낙후돼 있으며, 밤에는 치안 불안으로 발걸음이 뜸해진다.이곳은 1950~60년대 반도체 산업으로 출발해 ▲닷컴 ▲모바일 ▲AI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기술혁신의 성지였다. 스탠퍼드대를 중심으로 한 인재풀과 ‘빠르게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문화’가 혁신의 토양이 됐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그 흐름에 뚜렷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2023년 기준 공실률 30%에 육박2020년부터 2024년까지 샌프란시스코의 인구는 약 87만명에서 약 81만명으로 약 6만4000명(7.3%) 감소했다. 이는 캘리포니아에서 인구 20만 명 이상인 지역 중 가장 큰 감소폭이다.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 확산으로 많은 기업들이 고비용의 샌프란시스코 오피스를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2023년 기준 오피스 공실률이 30%에 육박했다.샌프란시스코의 평균 원룸 월세는 2024년 기준 약 3300달러, 투룸은 약 4500달러로 미국 내 최고 수준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중간 가격 주택을 구입하려면 연소득 26만달러 이상이 필요하며, 이는 2019년보다 30% 이상 오른 수치다. 창업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나 젊은 창업자, 중산층에게 주거비 부담은 매우 큰 현실적 장애물이다. 캘리포니아 주 소득세는 최고 13.3%로 미국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과도한 ▲법인세 ▲고용 규제 ▲교통난 ▲도심 노숙자와 범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기업과 인재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중견 기업이나 급성장 중인 스타트업일수록 캘리포니아의 규제 환경은 부담이다.치안 역시 실리콘밸리를 떠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팬데믹 이후 샌프란시스코는 약국·편의점·소매점 등에서의 조직적 절도 사건이 급증했다. 도심에서 대낮 강도 사건이 일어나도 경찰 대응이 늦거나 소극적인 경우가 많아졌다. 일부 기업은 직원들의 출퇴근 안전 문제로 도심 사무실을 줄이거나 아예 철수하는 선택을 했다.테슬라·오라클·HP 엔터프라이즈(HP Enterprise) 등 대표적인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최근 본사를 텍사스 오스틴, 휴스턴 등으로 이전했다. 이들은 ▲낮은 세금 ▲저렴한 주거비 ▲친기업적 환경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텍사스는 주 소득세가 없고, 물가가 낮으며, 기업 환경도 친시장적이다. 실제로 오스틴은 ‘실리콘 힐스(Silicon Hills)’라 불릴 만큼 테크 기업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신생 테크 허브’로 재편 중플로리다의 마이애미는 금융과 부동산 중심 도시였지만, 최근에는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이 모이는 ‘신생 테크 허브’로 재편되고 있다. 2023년 기준, 마이애미로 이전한 기술 기업 수는 팬데믹 이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들은 저렴한 세금, 높은 생활 만족도, 빠른 정책 대응을 이유로 이주를 선택했다.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주소 이전을 넘어 ‘어디에서 일할 것인가’에 대한 집단적 재설계에 가깝다. 더 많은 기업이 “비싼 곳에서 존재감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면, 굳이 남을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실리콘밸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최근의 AI 열풍은 실리콘밸리에 다시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엔비디아, 오픈AI 등 AI 중심 기업들이 샌프란시스코에 오피스를 확장하고 있다. AI 기업들의 오피스 임대 면적은 170만 평방피트를 넘었다. 2024년 실리콘밸리 지역의 VC 투자액은 약 900억달러로, 미국 전체 투자금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2021년 27% 수준에서 다시 반등한 결과다.또한, 글로벌 인재 유입도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실리콘밸리는 국제 인재가 많은 곳이었지만, 최근 AI 붐과 함께 그 수는 더 늘었다. 2024년 기준 실리콘밸리 인구의 41%가 외국 출신이고, 기술직 종사자의 66%가 이민자다. 특히 인도와 중국 그리고 한국 출신 인재들이 AI와 반도체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서울대, 카이스트 출신 인재들이 구글·테슬라·메타 등에서 일하고 있다. 쿠팡이나 뤼튼테크놀로지스 같은 스타트업은 실리콘밸리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 시장을 공략 중이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도 점점 글로벌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장소’에 집착하는가?한국 사회는 중앙집중형 구조와 학벌 중심 문화가 뿌리 깊다. 서울이라는 물리적 장소는 오랜 시간 동안 기회와 성공의 상징이었고, 자산 형성도 부동산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그래서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은 여전히 경력, 재산, 지위와 직결된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된 지금조차 우리는 ▲서울 ▲강남 ▲본사에 묶인 사고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하지만 실리콘밸리의 변화는 이 고정관념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곳은 더 이상 ‘모여 있는 장소’가 아니다. 전 세계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이자 사고방식이다. 혁신은 특정 도시에 국한되지 않고, 텔아비브, 방갈로르, 자카르타, 서울 같은 도시들로 복제되고 있다. ‘디지털 실리콘밸리’는 물리적 본사를 넘어 존재한다.이제 중요한 건 물리적 위치가 아니라 연결성과 민첩성이다. 우리는 묻고 고민해야 한다. ‘우리 조직은 아직도 본사 중심, 회의 중심, 보고 중심의 사고에 갇혀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어디에 있든 빠르게 연결되고, 실험하고, 실행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갖추고 있는가?’실리콘밸리를 떠나는 사람들은 단순히 도시를 떠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새로운 방식의 일과 삶, 그리고 조직 문화를 선택한 것이다.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명확하다. 우리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그리고 어디에 있든 얼마나 잘 연결되어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톱 액셀러레이터·VC 2080벤처스의 공동대표다. 글로벌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연결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문가이며 '실패하는 Vs 성공하는 기업'의 공동저자다. 실리콘밸리·일본·사우디아라빙 등에서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 ▲M&A ▲글로벌 진출 전략을 지원하고 있으며, SpaceX 등의 투자자로도 활동 중이다. 해외 스타트업 두 곳에서 실무를 맡아 성공적인 엑시트를 이끌어낸 바 있다.

2025.05.26 09:00

4분 소요
3당 대선후보의 외교안보 공약, 韓 미래 흔든다

산업 일반

한국은 북핵 문제 등 안보 불안, 미·중 관세전쟁과 내정 불안에 따른 경기(景氣) 하방으로 인한 민생 악화, 초저출산율과 초고령화, 산업공동화로 인한 지방소멸 추세 심화,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터(QC) 등 첨단과학기술 발전 지체 등 복합위기에 노출돼 있다. 정치적 성향이 극단적으로 다른 국민들 간 갈등도 심각하다.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국민 모두가 바라는 것은 ‘안전한 환경에서, 등 따시고, 배부르게, 그리고 인간답게 사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출마한 더불어 민주당과 국민의 힘, 개혁신당 등 대통령 후보들의 외교안보 분야 공약이 우리 국민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살펴보자. 먼저 민주당 외교안보정책의 두 축은 ‘경제안보’와 ‘실용외교’다. 2대 목표는 ‘튼튼한 경제안보 구축’과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 실현’이다. 민주당은 ‘튼튼한 경제안보 구축’을 위한 실행 전략으로 국제 통상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경제외교와 경제안보 증진을 위한 주요국과의 연대 강화 2가지를 제시했다. ‘안전한 환경’ 문제는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 분야와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미중 전략적 경쟁도 관세전쟁 형식으로 경제 분야에서 먼저 열전화(熱戰化)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갈등 등 경제 문제가 한 가지 원인으로 작용했다. 인도-파키스탄 전쟁도 수자원 분배 등 경제 문제가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3당의 3色 외교안보 핵심 키워드경제안보와 관련 민주당의 대표적 정책은 신아시아 전략 및 글로벌 사우스 협력 추진과 공급망(SC) 등의 분야에서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유럽과의 실질협력 강화로 파악된다. 이 두 가지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과 ‘신북방’,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수정,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글로벌 경제 흐름을 결정하고,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중 등이 주도하는 AI와 QC, 그리고 이를 구동하는 반도체 등 첨단과학기술이다. 경제안보외교 역시 AI와 QC 등 첨단과학기술 발전을 지원하는데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핵보유국들(nuclear power states)이 국제질서를 좌우해 왔다. 하지만 미래에는 독자 고성능 AI, QC 모델을 갖고 있는 나라들이 국제질서를 결정할 것이다. 1968년 핵비확산조약(NPT)이 체결될 때 1967년 12월 말까지 핵무기를 개발.보유하고 있던 미.러.영.프.중 등 5개국만 핵보유국 자격을 획득했던 것처럼, ‘AI-QC NPT’가 체결될 경우 미.중 포함 그 시점까지 고성능 독자 AI, QC 모델을 확보한 국가들만 AI, QC 보유국(AI-QC power states) 자격을 갖게 될 것이다. 차상위 수준의 AI, QC 기술을 갖고 있는 한국은 적극적 외교 지원 하에 제품-기술 교환 방식으로라도 고성능 독자 AI, QC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민주당은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전략으로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해 나가는 동시에 과도하게 갈등구조가 부각된 중국, 러시아 등과의 관계를 적절히 관리해 나가면서, 북핵 문제 포함 북한을 적극 관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북핵 문제를 관리하는 방법으로는 ▲북핵 위협의 단계적 완화와 비핵.평화체제를 향한 실질적 진전 달성 ▲한반도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 분위기 조성 ▲굳건한 한미동맹에 기반한 전방위적 (북핵) 억제능력 확보 등의 구상을 제시했다. 북핵 억제능력 확보를 위한 구체 정책으로 한국형 탄도미사일 성능 및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고도화와 한미 동맹 기반 아래 전시작전권 환수 등 2가지를 들었다. 민주당은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 한미동맹을 기초로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여 북한을 다독여 나가겠다고 한다. 힘이 뒷받침 해주지 못하는 평화는 공허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민주당의 대북(對北) 정책은 현실성과 합리성 둘 다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외교안보 분야 공약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전시작전권(전작권) 환수다. 전작권 환수는 주한미군의 역할과 기능, 성격을 변화시키게 된다. 이에 따라, 우리 국민 일부는 전작권 환수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약화로 이어지고, 결국 북한의 남침을 초래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전작권 전환은 지휘권 문제인 반면, 미군의 한국 주둔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군사력 제공의 문제로 양자는 법적.제도적으로 분리돼 있다. 전작권 환수와 주한미군 철수 사이에 직접적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5월 15일 하와이에서 개최된 미국육군협회 태평양지상군 심포지엄에서 주한미군은 북한 억제뿐 아니라 인.태 역내 작전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말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배포한 '잠재적 국방 전략 지침'에 의하면,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은 대만으로 이동 전개하고, 한국군이 북한 위협 억제를 전담하게 될 것이라 한다.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상, 미국과의 동맹관계상, 그리고 서태평양 해로안전 문제로 인해 대만 유사시와 무관할 수 없다. 미국은 지난해 국채 이자 지급액(9500억 달러)이 국방비(8860억 달러)를 능가할 정도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S&P, 피치와 함께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3대 신용평가사 중 마지막으로, 1910년 창설 후 처음으로 지난 5월 17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한 단계 낮은 'Aa1'로 강등했다. 재정난을 겪어온 미국은 오래전부터 해외주둔미군을 붙박이가 아니라 ‘전략적 유연성’에 기초한 기동군 형태로 바꾸어 왔다. 전작권 환수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대만해협에 위기가 발생하고, 주한미군이 대만으로 이동.전개하게 되면 우리 국방시스템이 무너지고, 경제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전작권 환수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전작권 환수에는 첨단정보자산 획득 등을 위한 상당한 비용이 수반된다. 이점은 명심해야 한다. 경제력에 기대어 수행하는 '전쟁' 국민의 힘이 제시한 외교안보정책의 목표는 ▲북핵 억제력 강화로 국민이 안심하는 국방 구현 ▲미국과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강한 대한민국’ ‘국민이 안심하는 대한민국’ ‘국제사회가 신뢰하는 대한민국’ 구현 ▲북핵 위협에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 구현 등 3가지다. 키워드는 ‘미국’과 ‘북핵’ 이다. 국가안보는 북핵 억제를 비롯한 군사안보만이 아니라 경제안보도 포함하며, 단면적이 아니라 다면적, 다차원적이다. 국민의 힘의 외교안보정책이 국민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보장해 줄 수 있을지 검토해 보자.전쟁은 경제력에 기대어 수행한다. 작가 김훈이 이순신 장군의 삶을 소설화한「칼의 노래」에는 ‘지나간 모든 끼니는 닥쳐올 단 한 끼니 앞에서 무효였다.’는 구절이 나온다. 전시(戰時)에도 '끼니'로 상징되는 경제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전쟁 중인 러시아의 국방장관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트럼프 2기의 미국은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증가, 국가부채의 급증으로 인해 국방비 감축과 함께 대외 관여를 줄여 나가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한국 안보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으며, 주한미군도 한국 안보만을 위해 주둔하고 있지 않다. 미국이 한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를 위해 한국에 상시 주둔에 가까운 정도로 전략자산을 전개하고, 한국 보호를 위해 전술핵을 괌에 배치․운용하는 등 ‘공짜 점심’을 제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당연히 재정 부담이 수반된다. 그리고 ‘스카이돔’과 같은 첨단 대공(對空) 방어 시스템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준을 넘을 정도로 국방비를 늘려야 한다. 국민의 힘은 트럼프 2기 미국이 한반도 등 동아시아에 대한 관여를 줄일 경우 어떤 대안이 있는지 대답해야 한다.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하여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한도 내에서 일본과 유사한 수준으로 핵물질 재처리 기술을 확보해 나가자는 국민의 힘의 제안은 적극 검토해 볼 만한 하다고 판단된다. 개혁신당 외교안보 분야 공약의 핵심은 외교부와 통일부 통합, 안보실 폐지 및 안보부총리제 도입이다. 북한을 외교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북한을 외국으로 취급하고, 김정은이 주장하는 ‘적대적 2개 국가론’에 동조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북한이 붕괴할 경우 한국이 북한에 대한 헌법상 특수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만드는 빌미로 작용할 수도 있다. 대통령 권한 축소 차원에서 추진하겠다는 국가안보실 폐지 역시 판단미스로 보인다. 특히 정부 부처의 하나인 외교(통일)부는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카운터파트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개혁신당은 한미 동맹을 경제·기술·에너지 분야까지 묶은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한미동맹 구조를 재설계하고, 주한미군 주둔비와 미(美)해군 함정 정비.수리(MRO), 우주항공기술, 평화적 핵 재처리기술 등 안보 관련 주요 사항과 무역.투자 등 경제 관련 사항을 패키지로 묶어 함께 협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한미 동맹을 격상시키는 동시에 양국 간 현안 해결도 촉진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된다.3당 모두 한미동맹의 기반 위에서 대외정책과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대응 전략과 구체 정책에 있어서는 다소 차이가 난다. 과거사와 동중국해 공동개발수역(JDZ) 문제 등을 포함한 3당의 대일 정책은 큰 틀에서 사실상 차이가 없다. 하지만 대중 및 대러 정책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국민의 힘은 대중(對中)정책에서, 그리고 개혁신당은 대러정책에서 특히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대중 경제협력 증진은 필요하지만, 한중 어업협정 이행 강화와 ‘불법 중국어선 강력 대응’을 통한 해양 주권은 반드시 수호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도 중요하지만, 안보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3당의 외교안보 분야 공약을 비교해 보았을 때 민주당의 공약이 국민의 힘이나 개혁신당에 비해 철학이 분명하고, 목표가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으며, 의제 설정 완성도 역시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민주당이 제시한 ‘실용외교’는 상황변화에는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미중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한미동맹구조가 약화할 경우, 미중 모두로부터 압력을 받을 수도 있는 일정한 한계도 갖고 있다. 민주당은 실용외교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국민들에게 보다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해 줘야 한다. 백범흠 경기대 초빙교수는 연세대 정치학사, 프랑크푸르트대 정치학과 석박사 통합과정 이수 후 경제외교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외무고시 합격 후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 강원도 국제관계대사, 한중일 3국협력사무국(TCS) 사무차장, 연세대와 중국청년정치대 겸임(초빙) 교수 등을 역임했다. ‘미중 신냉전과 한국’ ‘한중일 4000년’ 등 7권의 저서를 낸 중국·유라시아 문제 전문가다.

2025.05.2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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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삼성전자 이후를 묻다…KOSPI 왕좌의 주인은?

증권 일반

코스피(KOSPI)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독보적 위상은 여전하지만, 왕좌를 향한 새로운 경쟁 구도도 그 어느 때보다 뚜렷해지고 있다. 2020년대 초반부터 이어진 팬데믹, 지정학적 변화, 그리고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기술 흐름은 KOSPI의 산업 지형도와 시가총액 구도, 나아가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는 단순히 몇몇 기업의 약진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다변화되는 중요한 전환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2025년 KOSPI는 삼성전자의 뒤를 이을 잠재력을 지닌 차세대 주자들이 시장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주목받는 무대가 되고 있다.KOSPI 대전환의 촉매제, 팬데믹과 AI 혁명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KOSPI 시장은 그야말로 격변의 시기를 맞이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비대면 경제를 촉발하며 산업 지형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 전통 제조업 중심이던 시장에서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새로운 주역으로 떠올랐고, 생명과학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바이오 기업들이 KOSPI의 핵심 동력으로 급부상했다. 이러한 변화는 곧바로 기업들의 시가총액 순위 변동으로 이어지며 시장의 무게중심 이동을 예고했다.여기에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지정학적 갈등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며 에너지 안보 및 방위 산업과 같이 과거 시장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져 있던 분야의 가치를 재평가하게 만들었다. 이는 특정 산업군의 시가총액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KOSPI의 산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특히 최근 본격화된 AI 혁명은 KOSPI의 구조적 전환에 방점을 찍었다. AI 반도체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는 SK하이닉스를 단숨에 삼성전자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시키며 KOSPI 시가총액 최상위권의 지형을 바꿨다. 뿐만 아니라 AI 기술을 자사 서비스에 접목하거나 관련 인프라를 제공하는 다수의 기업이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쓰기 시작하면서, 시장은 소수 대형주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술 테마가 공존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굳건한 삼성전자, 그리고 왕좌를 향한 도전자들 AI 시대의 개화와 함께 SK하이닉스는 KOSPI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떠올랐다. 특히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기술력과 시장 선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66조1930억원,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5월 22일 기준 KOSPI 시가총액 2위(약 143조원) 자리를 굳혔다. 2025년 1분기 전 세계 D램 시장 매출의 36%을 차지하며 1위로 올라선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는 무려 7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바이오 산업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K-바이오의 위상을 높이며 KOSPI의 새로운 핵심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서 세계 최대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초격차’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본격 가동을 앞둔 5공장과 함께, 항체-약물 접합체(ADC) 분야에 대한 선제 투자로 미래 성장 기반도 확장 중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시가총액 약 76조원을 기록하며 KOSPI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셀트리온 역시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글로벌 상위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다수의 판매 허가를 확보하며,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왔다. 최근에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를 통해 신약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약 34조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KOSPI 바이오 양대 축으로 꼽힌다. 미래 모빌리티 전환은 현대차그룹이 이끌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24년 역대 최대 매출인 175조원을 기록하며 전기차(EV)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아는 같은 해 영업이익 12조원을 넘기며 자동차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달성했다. 각각 KOSPI 시가총액 7위, 9위에 올라 있는 두 회사는 대한민국의 미래차 산업을 대표하는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방산과 K-조선 분야의 신흥 강자들도 주목할 만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방산의 대표 주자로,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맞물려 대규모 수출 계약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우주항공 사업 성장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최근 KOSPI 핵심 기업으로 성장했다. HD현대중공업을 필두로 한 HD현대그룹의 조선 부문도 글로벌 조선 업황 회복과 수주 확대 흐름에 힘입어 화려하게 부활했다. 시가총액 상승세가 이어지며 조선 산업의 존재감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2025년 KOSPI는 삼성전자라는 강력한 리더와 함께 AI 반도체·바이오·미래 모빌리티, 그리고 첨단 기술로 무장한 K-방산·조선 등 다양한 산업의 대표 주자들이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시장의 주요 변수지만, 이들의 관심사 또한 과거 전통 제조업에서 이들 신성장 산업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추세다.KOSPI는 1984년 정부 주도 산업정책, 2005년 수출 제조업 중심 구도를 거쳐, 2025년 ‘혁신과 자율’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의 새로운 지도를 그리고 있다. 특정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선도 기업들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함께 성장하며, KOSPI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담대한 도전과성장의 서사를 거쳐온 한국 경제는 KOSPI라는 무대 위에서 다시 한번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2025.05.26 08:00

4분 소요
경제 5단체 100대 정책 제안 “AI역량 강화…항공우주·로봇·바이오 육성”

국제 경제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제 5단체(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100대 정책 과제를 담은 ‘미래 성장을 위한 국민과 기업의 제안’ 제언집을 5월 11일 발표했다. 대선 후보들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직후 차기 정부가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힘써주기를 바라는 바를 정리한 것이다. 경제단체들은 제언집을 통해 “국민이 이번 21대 대선에 가장 바라는 것은 ‘민생경제’와 ‘기업‧산업의 성장’ ‘경기회복’으로 나타났는데, 이에 국민의 염원과 기업의 의견을 공동으로 모았다”며 “한국 경제가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을 하기 위해 추구해야 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했다. 또 “과거의 성장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새로운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새 정부는 무엇보다도 한국 경제라는 나무가 더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경제 단체가 경제 발전을 위한 제언을 이어왔지만, 5단체가 함께 제언집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 대표가 ‘경제 대통령’으로 성공하기 위한 나침반을 제시한 것이다. 는 경제단체가 제안한 100대 안건 가운데 ▲성장을 촉진할 동력 ▲새로운 산업의 이식 ▲경제영토 확장 ▲기본 토양 조성 및 활력 제고 등 주요한 내용을 정리했다. 韓 체질 개선 위해 AI 육성은 최우선 과제 눈에 띄는 점은 인공지능(AI) 육성에 관한 제안이 가장 처음에 나왔다는 점이다. AI의 물결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이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AI는 경제‧산업의 기존 작동 방식을 전환,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비즈니스의 창출 등 막대한 경제 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한국 경제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 1%대 저성장률의 리스크를 극복하고 성장 잠재력을 높이려면 AI 활성화 정책은 피할 수 없는 요소로 거론된다. 경제 단체들은 “AI의 핵심 투입 요소인 전력‧인재‧데이터를 기반으로 인프라‧모델‧서비스의 수요를 증가시키고 이런 체계가 막힘없이 순환할 수 있도록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AI 데이터센터 구축 지원’ ‘제조 AI 활성화’도 필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고급 AI 인재를 양성하고 확보‧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손꼽히는 기업과 해외 AI 인재 유치, 지역별 중심 대학의 AI 인재 양성 등 복합적인 방법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도전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규제해소는 물론 신산업 육성과 지역 격차 해소, 저성장 탈출을 위해서는 일석다조(一石多鳥) 적 사고방식에 기반한 ‘메가 샌드박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역 지자체 단위로 미래 산업과 기술을 지정하고 각각의 산업에 필요한 인센티브 제공‧규제 완화‧인프라 구축 등을 전방위적으로 추진하자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주 정부가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세제 혜택과 규제 면제, 보조금 지급 등을 약속하면서 기업의 투자 유치를 이끌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후 조지아주는 현대차 공장 유치를 위해 약 18억달러에 달하는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를 두고 “군비 경쟁에 가까운 해외 투자 유치전”이라고 표현했다. 경제단체들은 메가 샌드박스 정책을 담당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나 부처 같은 별도의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국회에서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면 지역 이전 기업에는 양도세‧취득세를 면제하거나 상속‧증여세를 감면하고 투자 보조금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광역시나 도가 지역 대학의 학과 정원‧국제학교 설립을 결정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있다. 신산업에 대한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해 기업이 해서는 안 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에너지 정책으로 성장 촉진 동력 만들어야AI‧탄소 중립 등 시대가 요구하는 산업 변화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2050년에는 전체 전력 소비량이 2022년의 2.5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산업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산업용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kWh) 당 114.3원, 주택용은 214.3원인데, 우리나라는 산업용이 190.4원, 주택용 전기요금은 152원이다. 경제단체는 단일 시장‧가격 체계로는 효율적인 전력 자원 배분이 쉽지 않다며 에너지 수급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조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전력이 비수도권 지역에서 생산되는 데 반해 소비는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생산과 소비의 지역적 불균형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력망 건설을 촉진하고 차등요금제나, AI 기반 전력망 등 분산 전원 시스템 기반을 조성하고 전력망 건설을 촉진해야 한다는 게 경제단체들의 주장이다. 수소에너지 생산‧유통을 활성화하도록 천연가스 수입과 이용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국내 해상풍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했다. 또 차세대 원자로 건설 지원과 같은 대책 마련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용희 KAIST 교수의 ‘차세대 원자로의 기술 동향과 정책 과제’ 논문에 따르면 고온 운전이 가능한 차세대(4세대) 원자로는 전력 생산 공정의 효율성을 높일 때 사용 후 핵연료 재활용을 통해 최대 350년 치 전력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전망이다. 상속세 개편 통한 경영권 안정 도모 기업가가 기업을 존속하도록 하기 위해 경영권 안정, 상속에 대한 부담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업 경영권 주식 상속세율은 40%로 최대 주주 할증(20%)을 포함하면 60%에 이른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 기업가가 주식을 처분할 때 경영권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A 기업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주식을 상속할 때 주식을 처분해 상속세를 낸다고 가정하면 2세대는 회사 지분의 40%를 확보하게 되고 3세대로 넘어가면 16%로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액 자산가 순유출 규모는 1200명가량으로 세계에서 4번째 수준이다. 2024년 기준 100만달러 이상 순자산 보유자 국적 순유출 규모를 보면 1위는 중국으로 1만 5200명을 기록했고 2위는 영국(9500명), 3위 인도(4300명)가 이름을 올렸다. 4위는 한국이었다. 경제단체들은 “최대 주주 보유 주식에 지분율과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상속세를 가산 부과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기업 단절을 초래하는 상속세율 인하 및 최대 주주 할증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업 경영권이 걸린 주식에 대해 상속세를 자본이득세와 결합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방식을 제안했다. 자본이득세란 유산을 받는 때가 아니라 유산을 매각할 때 가격상승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말한다. 경영권이 걸린 주식은 처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상속 즉시 세금을 부과해 주식을 팔도록 하기보다는 세금 납부 시기를 처분 시점으로 미뤄 기업을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기업인들이 바라는 하이브리드 상속세 부과 방식은 세 가지다. 첫째는 납부 시점에 다른 방식이다. 피상속인 사망시점에 상속세 최대 30%, 주식 처분 시점에 자본이득세 20%를 부과하는 방안이다. 두 번째는 과세 대상에 따른 방식이다. 부동산 등 경영권 무관 재산은 상속세를 부과하고 경영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식에는 자본이득세를 부과하는 안이다. 상속 가액별 방식도 있다. 총 상속재산 600억원 이하분은 상속세로 부과하고 600억원 초과분은 자본이득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우주‧로봇‧바이오…신산업 지원으로 미래 성장 발판 마련경제단체들은 새로운 산업(신산업)을 지원해 미래를 위한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고언도 덧붙였다. 기업인들이 꼽은 고부가가치 미래산업으로는 항공우주산업과 로봇 산업, 바이오산업이 꼽혔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이나 투자 규모는 다른 선진국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우주 예산은 약 6억달러로 ▲미국의 0.86%(695억달러) ▲중국의 3.7%(161억달러) ▲러시아의 16.2%(37억달러) ▲일본의 19.4%(31억달러) 수준이다. 우주 산업이 글로벌 경쟁을 위한 필수 산업으로 거론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우주 예산 규모가 작고 위성·발사체 관련 기술이 낙후해 글로벌 기업과 경쟁이 어렵다는 것이다. 로봇 산업도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공공 부분에 국산 로봇 보급을 확대하고 우리 기업이 해외 로봇 관련 기업을 인수할 때 세제 지원을 제공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밖에 ▲미래형 친환경 선박 지원 확대 ▲첨단 전략산업 직접 환급(제3자 양도 허용) ▲첨단 전략산업 국내 생산 촉진 세제 도입 ▲첨단 전략산업 보조금 및 인프라 지원 ▲방산, 탄소포집‧활용‧저장기술(CCUS) 분야의 국가전략기술 지정 ▲친환경 ‘생분해 플라스틱’ 기술개발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美 보호무역 대응, 퇴직 후 재고용 정책도 제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아쇠를 당긴 보호무역 강화와 통상 조치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빠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 해소와 제조업 부흥을 목표로 광범위한 관세 조치를 단행했는데, 이는 수출 중심으로 경제를 성장시켜 온 우리나라에는 커다란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관 합동 협상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고위급 정상외교와 정부 간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눈여겨 볼 점은 힘을 잃고 있다고 평가받는 자유무역협정(FTA) 활용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는 점이다. 경제단체들은 FTA를 활용해 제3국과의 통상 협력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수출 중심 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는 특정국에 대한 대외 무역 의존도를 낮추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풍부한 핵심 광물을 보유하고 성장 잠재력이 큰 아시아·아프리카·중동·중남미 등 신흥시장 거점국과 신규 협정을 추진하고 동북아시아 경제 번영과 안정을 위해 한‧중‧일 3국 간 FTA 협상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중동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국내 석유제품의 원가 경쟁력 확보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한‧GCC(걸프협력이사회) FTA와 한‧아랍에미리트(UAE) CEPA(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비준동의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있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대한 국내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 사회적 공감대 바탕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해외로 나갔다가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리쇼어링 기업과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인을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 강화 정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전 세계 상당수 주요국은 핵심 산업의 내재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리쇼어링을 장려하고 기업 투자 유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EU(유럽연합)‧일본 등은 반도체·배터리·의약품 등 전략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지원한다. 우리나라도 핵심 산업을 키우기 위해 이런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업의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단계별 재투자 금융·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외국인 투자 기업에 대해 세제·법령·인허가 조건을 장기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의 규정을 명문화해 규제 변동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 활성화의 기본 토양을 조성하려는 방안으로 퇴직 후 재고용을 통한 고령자의 고용 연장 방안이 거론됐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가 다가오면서 고령 인력 활용의 필요성은 확대되고 있지만, 일률적인 ‘법정 정년 연장’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경제계 판단이다. 혜택이 노조가 있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집중되면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년 이후 고령자 재고용을 촉진하는 별도 법률 제정하면 고령 인구를 노동 현장으로 흡수하면서 정년 연장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출산‧육아 친화적 근로문화 확산 지원 ▲취업 의지 촉진을 위한 실업급여 제도 개선 등도 필요하다고 경제계는 제안했다.

2025.05.2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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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닷컴 위기 넘어…‘메이드 인 코리아’ 신화 쓴 수출 대기업들

증권 일반

1980년대 정부 주도 경제 성장과 정책 금융의 상징이던 한국종합주가지수(KOSPI)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 거대한 지각 변동을 경험했다.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이어진 닷컴 버블 붕괴는 은행·상사·건설업종이 주도하던 과거 시장의 근간을 뒤흔들었고, 격변의 한복판에서 한국 경제는 반도체·휴대폰·자동차 등 첨단 수출 제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축을 세워나갔다. 이 시기 KOSPI는 단순 주가 지수를 넘어, 위기를 기회로 바꾼 한국 경제의 역동적인 지형도 변화를 생생히 그렸다.IMF 외환위기와 닷컴 버블, 격랑 속 KOSPI의 생존 투쟁1997년 말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최대 경제 위기인 IMF 외환위기에 직면했다. ▲연쇄 기업 부도 ▲금융기관 파산 ▲환율·금리 급등은 실물경제를 급격히 위축시켰고, 외국인 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KOSPI는 전례 없는 폭락을 경험했다. 대우그룹 등 대기업 해체와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시가총액 상위권 구성도 빠르게 변했다.실제로 KOSPI는 1997년 말 376.31포인트에서 1998년 6월 장중 277포인트까지 밀려났다. 같은 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5.8%라는 충격적 수치를 기록하며 성장 기반 자체가 흔들렸다. 그러나 ▲정부의 강도 높은 구조개혁 ▲기업들의 필사적 생존 노력 ▲국민적 금 모으기 운동이 시장 회복의 동력으로 작용하며 점차 회복의 기미를 보였다. 이후 KOSPI는 1998년 6월 저점을 확인한 후 연말 562.46포인트까지 회복하며 산업 구조와 시총 구도 대전환의 서곡을 알렸다.다만 외환위기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과 벤처 육성 정책은 1999년부터 국내 자본시장에 예상 못한 과열, 즉 닷컴(.com) 버블을 불러일으켰다. 코스닥 중심의 인터넷·정보기술주 투자 열풍은 KOSPI로도 확산됐다. 특히 SK텔레콤, KT(당시 한국통신), 데이콤 등 통신기업들이 시총 상위에 포진하는 등 산업 지형 변화를 예고했다. KOSPI는 기술주 급등세에 힘입어 1999년 말 1028.07포인트, 2000년 1월 4일 장중 1059.04포인트를 기록하며 버블의 정점으로 향했다. 시가총액은 1997년 말 71조원 수준에서 1999년 말 350조원으로 2년 만에 다섯 배 가까이 팽창했다. 그러나 가파른 상승세는 미국 나스닥 시장 붕괴와 함께 국내 닷컴 버블도 순식간에 꺼뜨렸다. 2000년 4월 17일 KOSPI는 하루 만에 93.17포인트(-11.63%) 급락했고, 연말 지수는 504.62포인트로 마감하며 연 낙폭이 50%를 넘는 기록적 조정을 보였다. 여기에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는 시장에 다시 충격을 가했다. 9월 12일 KOSPI는 전일 대비 64.97포인트(-12.02%) 하락한 475.60포인트로 역대 최대 일일 낙폭을 경신했다. 하지만 거품이 걷히는 과정에서 실적과 기술력을 갖춘 우량 기업만 생존하는 시장 체질 개선이 이뤄졌다. 펀더멘털 중심의 가치 투자 경향도 확산되기 시작했다.수출 제조업의 약진과 새로운 KOSPI 지형도 구축닷컴 버블 붕괴 후 시장은 투기적 과열에서 벗어나 실질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에 주목했다. 단기 유행이 아닌 실질적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로 대표되는 수출 제조업체들이 자리했다. 이들은 외환위기 후 강도 높은 체질 개선과 적극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으로 KOSPI의 새 주역으로 부상했다.삼성전자는 1990년대 초반부터 지속한 반도체 초격차 전략으로 2000년대 초반 세계 D램 시장 지배력을 확보했다. 2002년부터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선두를 굳혔다. 휴대폰 역시 ‘애니콜’로 국내 시장을 석권한 뒤 북미·유럽 중심으로 빠르게 외형을 키웠다. 특히 2002년 출시한 SGH-T100 모델(일명 이건희폰)은 글로벌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돌파하며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의 해외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에 1999년에는 한국전력을 제치고 KOSPI 시총 1위에 등극했다.현대자동차는 품질 개선과 브랜드 신뢰 회복에 총력을 기울인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미국 '10년·10만 마일 보증제'로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고, 중형차·스포츠유틸리티차(SUV) 중심 라인업은 북미·유럽 및 신흥국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2003년에는 국내 자동차 업계 최초 연간 수출 100만대를 돌파했다. 이후 글로벌 생산망으로 실적 기반을 다지며 2000년대 초반부터 시총 상위권을 유지했다.두 기업의 질적 성장은 KOSPI 시총 순위에 직접적 변화를 가져왔다. 공기업·통신업종 주도 양상은 2000년대 중반 IT·제조업 기반 수출 대기업 중심으로 명확히 전환됐고, 2005년 KOSPI는 연말 1379.37포인트로 마감하며 외환위기와 닷컴 버블 조정을 모두 회복했음을 알렸다. 당시 시총 상위 5개 기업(삼성전자, 국민은행, 한국전력, 현대차, POSCO)은 변화된 산업구조를 뚜렷하게 반영했다. 또한 1990년대 중반 자본시장 개방 후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이 2004년 기준 약 40%를 넘어서며 시장 내 핵심 투자 세력으로 부상했다. 이들은 풍부한 유동성 공급과 함께 기업 지배구조 개선, 경영 투명성 강화를 요구하며 시장 선진화에 일조했다.2005년 KOSPI는 더 이상 과거 정책 기반 산업 구도의 단순 반영이 아니었다. 수출 중심 산업 실적과 글로벌 경쟁력, 국제 수요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기적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기업 주도 민간 성장 시대가 본격 개화하며 한국 경제의 ‘새로운 지도’를 시장 스스로 그리기 시작한 중요한 시점이었다

2025.05.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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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 '소상공인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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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12.3 비상계엄 사태를 거치며 소상공인들은 휘청이고 있다. 내수 부진과 경기 불황, 트럼프 관세 등 여러 악재까지 겹쳐 소상공인들은 점차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6·3 제21대 대통령선거에 나서는 각 후보들의 소상공인 관련 공약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다만 지난 18일 진행된 TV토론에서 대선 후보들의 소상공인과 관련된 발언들은 '아쉬웠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후보들 모두 소상공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만 강조했지 구조적인 원인에 대한 진단은 없었다는 얘기다. 또한 지금처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같이 묶어서 정책을 짜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원'만 있고 '구조적 개선' 없는 공약이번 대선의 주요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모두 당장 소상공인들이 당면한 재정적 문제에 주목했다. 이에 이들은 채무 조정이나 금융 자금 지원, 소비 촉진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재명 후보가 내세운 10대 공약 중 소상공인 관련 주요 공약은 ▲코로나 정책자금 대출에 대한 채무조정과 탕감 ▲12.3 비상계엄으로 인한 피해 소상공인 지원방안 마련 ▲저금리 대환대출 등 정책자금 확대 및 키오스크 등 각종 수수료 부담 완화 ▲지역사랑상품권 및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 확대 ▲장기소액연체채권 소각 등을 위한 배드뱅크 설치 등이다. 김문수 후보는 ▲대통령 직속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단' 설치 ▲특별융자 및 새출발기금 확대 등 소상공인 '응급 지원 3대 패키지' 시행 ▲온누리상품권 발행 확대 등 지역소비 촉진과 전통시장 활성화 확대 ▲서민·소상공인 금융 지원 확대 등을 소상공인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10대 공약에 따로 소상공인 공약을 포함하지 않았다. 이번 소상공인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련 공약을 낸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 모두 근본적인 체질 개선 보다는 일시적인 지원책 수준에 그쳤다는 얘기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 본부장은 "한쪽은 탕감, 한쪽은 새출발 기금 등의 단어를 썼는데 이런 용어들은 그냥 말장난일 수 있다. 실제로 소상공인들이 짊어진 짐을 덜어주기 위한 본질적 대책은 부족해 보인다"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현장의 목소리를 더 듣고 이런 것들을 방안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공약들이 당장의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그것보다는 장기적으로 소상공인들이 자립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영업자들은 금융 및 재정 지원 관련 정책도 보다 세밀한 다듬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때도 문재인-윤석열 정부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여러 금융 지원책을 내놨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의 대책은 없었다는 것이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다. 한 자영업자는 "대출 지원만 확대했지 지원금 자체는 턱없이 부족했다"며 "구조적 개선을 통해 장기적으로 자영업자들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정책본부장은 "코로나19 여파 이후 열심히 빚을 갚아온 소상공인은 오히려 정부 지원자 대상 기준에 못 미칠 수도 있다"면서 "이러면 오히려 빚이 더 많은 사람이 지원 대상이 돼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자금 지원은 결국 국민 세금에서 나오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식의 문제 해결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지역화폐나 온누리상품권 확대와 관련해서는 소득을 당겨쓰는 효과라 더 세밀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봤다. 소상공인업계 관계자는 "지역화폐처럼 공짜로 주는 예산은 연구 결과에서도 보면 100% 다 사용하지 않는 편"이라며 "일부는 상품권을 학원비로 쓰기도 하고 해서 실제로 소상공인들에게 혜택이 가려면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10대 공약집에 직접적인 소상공인 공약을 담지 않았다. 다만 그는 디지털 전환과 경제 구조 개선을 통한 간접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지원책을 내놓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소상공인들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을 내놓은 셈이다. 이 후보는 인공지능(AI) 산업에 200조원을 투자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소상공인의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 구분 정책 필요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은 정권마다 빠지지 않는 주요 공약 중 하나다. 그러나 공약의 무게만큼 실질적인 이행이 뒤따랐는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김대중 정권 시절에는 벤처붐이 일며 당시 여러 규제를 타파해 실질적인 성과를 보였던 시기다. 다만 당시에는 구제금융(IMF) 여파로 소상공인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했던 시기라 정부의 지원이 활발했던 측면이 있다. 이후 노무현 정권에서는 창업진흥기금 등 맞춤형 금융지원책이 나왔다. 다만 소상공인들의 체감도는 다소 낮았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이명박 정권 시절에는 대기업 중심 성장 전략으로 소상공인 정책은 상대적으로 밀려났었다. 문재인·박근혜 정권에서는 골목상권 보호 및 소상공인 전용 카드 수수료 인하 등 경제민주화에 기반한 소상공인 정책이 주요 공약이었지만 이행률은 절반 이하에 그쳤다. 윤석열 정권에서는 코로나 회복 중심의 재정 지원이 주로 이뤄졌지만 구조적 개선은 전혀 이뤄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이처럼 매 정권마다 소상공인 관련 정책들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해온 셈이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분류해 정책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정의와 기준이 달라 각각을 위한 정책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현행법상 종업원 수 기준 제조업 10인 미만 또는 유통 서비스 5인 미만을 소상공인으로 본다"며 "반대로 국내 자영업자 80%는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다. 소상공인은 기업체 관점, 자영업자는 개인 근로자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은 기업 관점에서 보면 무조건적인 금융 지원보다는 성장 사다리가 더 절실하다"며 "소상공인과 1인 자영업자를 구분없이 접근하면 '퍼주기 식' 정책만 나올 수밖에 없다. 이 둘을 구분해야 더 실효성있는 대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5.05.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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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금융 공약 살펴보니…‘증시 부양·청년 지원’ 키워드

은행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일제히 경제 살리기 공약을 내놓고 있다. 특히 금융 분야에선 ‘증시 부양’과 ‘청년 지원’이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증시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세우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전면에 내걸었다. 이와 동시에 청년층을 겨냥해 금융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내놓고 있다. 다소 포퓰리즘 성향이 짙은 공약들이 정책 경쟁을 과열시키고 있지만, 금융시장 질서 전반에 적잖은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도 읽힌다.이재명 ‘코스피 5000 달성’ 공약 외쳐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지난 대선에 이어 ‘코스피 5000 달성’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그는 MSCI선진지수 편입으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 유치와 장기적인 산업전환을 이룬다면 코스피 5000 달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이 후보는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꺼냈다. 또한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상법에 반영되면 주주들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개정안에서 도입을 추진하는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주주들에 부여하는 방식으로, 소수주주들의 의결권이 보다 강화돼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로 평가된다. 이는 사외이사 제도의 독립성을 높이고,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문수 ‘K-자본시장’ 선진화…대통령 직접 IR 나서김문수 후보는 ‘박스피’를 탈출하지 못하는 국내 주식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K-자본시장 선진화’ 공약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역대 최초 대통령의 해외투자자 기업설명회(IR) ▲상장사 중심 거버넌스 선진화 및 배당소득세 폐지 ▲경제사범 처벌 대폭 강화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김 후보는 “3대 정책으로 박스피라는 오명을 떨쳐내고, 국민 자산을 증식시킬 것”이라며 “금융정책의 신뢰도 및 투명성 제고로 K-자본시장의 위상 회복은 물론, 해외 금융사들이 대거 국내에 들어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투자자들은 배당소득세 폐지 공약에 주목하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제3의 월급’이라는 배당소득을 확대하기 위해 5000만원까지는 배당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고, 5000만원을 넘길 경우 20% 분리 과세한다는 안을 내놨다. 현행 세법상 투자자의 금융소득(이자 및 배당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인 경우 14%의 원천세율을 부과한다. 2000만원 이상인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돼 14~45%에 달하는 누진세율이 부과된다. 지방세를 합친 최대 세율은 49.5%에 달한다. 이준석 ‘행정 개혁’ 필두…‘코스피 5000 시대’ 공약 이준석 후보는 앞선 두 후보와 달리 부처개편을 통한 행정 개혁을 1순위로 강조한다. 이에 더해 행정 개혁과 결합한 시장 질서 개선형 공약을 내놨다. 앞서 지난해 1월 개혁신당이 세번째 정책으로 발표했던 ‘자본시장 선진화’ 비전 이 주요 의제 중 하나다. 당시 개혁신당은 개혁입법을 통해 ‘코스피 5000, 코스닥 2000 시대’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명 ‘개미투자자’로 불리는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모든 주주를 위한 충실 의무를 규정하고 회사 경영권 인수 시 주식 100%의 공개 매수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에 회사의 이익뿐 아니라 주주의 이익도 포함하겠다는 것이다.이 후보의 자본시장 개혁안은 ▲물적분할 통한 쪼개기 상장 금지 ▲상장회사 자사주 소각 의무화 ▲상장회사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국회 내 전문 기구 설치 ▲집단소송제도 개혁 및 증거개시제도 도입 등 구체적인 제도 개선 또한 포함한다. 3인 3색 ‘청년층 표심’ 공략 나서이들 후보 모두 청년층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공약도 내세우고 있다. 우선 이재명 후보는 ‘청년미래적금’ 도입 등으로 청년층이 자산 형성을 지원하겠다고 말한다. 또한 취업 후 상환하는 학자금 대출의 소득요건 완화, 의무상환 전 이자면제 대상 확대 등으로 청년층을 지원한다.김문수 후보는 주거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청년·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금융정책을 설계했다. 대학(원)생 생활비대출 확대, 청년 재직자 도약장려금·도약계좌·저축공제 가입연령 상향 등의 금융 지원책을 내놨다. 또한 신혼부부·신생아 특례대출, 생애최초 대출 요건 완화 및 기간 연장 등의 공약도 제시했다.이준석 후보는 구체적인 청년 상품 설계 계획을 내놨다. 이준석 후보가 제시한 ‘든든출발자금’은 고정금리 연 1.7%, 5000만원 한도의 용도 제한 없는 대출 상품이다. 자산 형성과 사회 진출 시기에 있는 청년에게 초기 자금 지원을 통해 실질적 기회의 평등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다. 대선 후보의 금융 공약을 뜯어보면 금융사들에는 부담이 되는 측면도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약 구체화와 실현 과정에서 변동될 여지는 크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고, 청년 지원 등에서 금융사 참여를 요구하는 부분이 많을 것으로 보여 금융업계도 대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5.05.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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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은행·상사·건설 ‘빅3’…대한민국 성장 엔진 자화상

증권 일반

1984년 대한민국은 경제 발전의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었다. 1970년대 말 제2차 석유 파동과 1980년의 정치적 격변기를 거치며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한 한국 경제는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했다.당시 한국 경제는 구조적 위기를 벗어나려는 동력이 응축돼 있던 시점이었다. 과거 고도성장의 그림자였던 ▲물가 불안 ▲산업 간 불균형 ▲외환 부족 등 누적된 문제가 표면 위로 떠오르며 경제 체질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고도성장 일변도에서 ‘안정과 균형’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제5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1982~1986년)을 추진했다.은 여전히 유지됐고, 1970년대에 구축된 중화학공업 기반은 주요 수출 산업의 경쟁력을 떠받쳤다. 국내외 불확실성이 남아 있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1983년 실질 국민총생산(GNP)는 9.5% 성장했다. 1984년에는 10.6%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빠르게 반등했다 과열이 아닌 복원, 팽창이 아닌 질적 전환을 지향한 경제 회복이었다.이 격동의 시기에 한국 자본시장의 미약하지만 중요한 맥박을 대변하는 지표가 바로 한국종합주가지수(KOSPI)였다. 1980년 1월 4일을 기준(100포인트)으로 정해 1983년부터 소급 산출된 KOSPI는 단순한 주가 지수를 넘어, 당시 한국 경제의 향방과 정부 정책의 의지를 가늠하는 핵심적인 ‘경제의 거울’이자 ‘정책의 바로미터’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자본시장의 관점에서 KOSPI는 정부 주도 경제 성장 전략하에서 제한적이나마 기업 자금 조달의 장(場)이자, 국가 경제 목표가 금융시장에 투영되는 통로였다.‘은행·종합상사·건설업’이 만든 대한민국 초기 자본시장1984년 당시 KOSPI 시가총액 상위권은 정부의 개발 전략과 수출 드라이브의 최전선에 있던 은행·종합상사·건설업종이 차지했다. 한국거래소(KRX)의 공식 집계는 1995년부터 시작돼 정확한 순위 확인은 어렵지만, 1983년 말 기준으로 한일은행·한국상업은행·조흥은행·대한석유공사(현 SK이노베이션)·서울신탁은행 등이 상위권을 형성했다.은행 외에도 종합상사와 건설업체들이 KOSPI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종합상사는 수출 한국의 첨병으로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해외 시장을 개척했고, 건설업체들은 국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와 중동 건설 붐의 수혜를 바탕으로 성장 가도를 달렸다. 이처럼 1984년 KOSPI는 민간 부문의 자율적 혁신보다는 정부의 산업 정책 방향을 그대로 투영하는 거울과 같았다. 정부가 육성하고자 하는 특정 산업과 기업들이 KOSPI 상위권을 형성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특히 ‘빅3’로 불린 은행·종합상사·건설업종은 단순히 시가총액 순위 상위 3개 업종을 의미하기보다는 당시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자 정부 정책의 핵심 수혜 분야였다. 은행이 자금줄을, 종합상사가 수출길을, 건설업이 국가 기반 시설과 외화벌이를 담당하며 ‘수출 한국’의 성장을 견인하는 모습을 그렸다.제도는 태동기, 참여는 제한적 다만 1984년 한국 자본시장은 여러 측면에서 오늘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성숙하고 통제된 모습을 보였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외국인 투자에 대한 굳게 닫힌 문이었다.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직접 투자가 본격 허용된 것은 1992년으로, 당시 시장은 국제 자본의 유입으로부터 철저히 격리돼 있었다. 당시 외국 자본 조달은 주로 해외 차관에 의존했다. 1982~1986년 도입된 차관 총액은 약 120억달러, 같은 기간 외국인 직접투자는 11억6000만달러에 불과했다.시장 참여자 구성 또한 미성숙했다. 오늘날과 같은 정교하고 다양한 자산운용 산업은 아직 태동기였다. 투자신탁회사가 일부 기관투자가 역할을 수행했지만, 시장을 주도할 만큼의 규모는 갖추지 못했다. 보험회사들도 기관투자가로서의 역할이 논의되기 시작한 단계였다. 개인투자자 기반도 매우 취약했다. 1980년대 후반 증시가 활황을 보이기 전까지는 대부분 국책은행과 일부 금융기관 등 소수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움직였다.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역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1980년대 초반 공시 항목은 20여개에 불과했고, 정형화된 양식 없이 기업 담당자가 임의로 작성해 제출하는 수준이었다. 증권감독원이라는 감독기구가 당시 시장 감독을 맡았지만, 투자자 보호보다는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나 산업 육성 같은 거시적 목표가 우선시됐다. 특히 미비한 공시 제도와 제한적인 보호 장치는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미성숙과 개방의 교차점…본격 서막 오른 자본시장 1984년의 KOSPI는 정부 주도 경제 성장의 압축적인 자화상이었다. 은행·종합상사·건설업이라는 ‘빅3’가 시장을 지배했고, KOSPI는 정부의 산업 전략, 특히 수출 지향적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을 뒷받침하는 자금 조달 창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외국인 직접 투자는 봉쇄됐고, 시장은 소수의 기관과 미미한 개인투자자들로 구성됐으며, 규제와 투자자 보호는 초기단계에 머물렀다.그러나 이러한 통제와 미성숙의 이면에서는 거대한 전환을 향한 씨앗들이 뿌려지고 있었다. 1980년대 초반 경제 안정화 노력과 점진적인 시장 기능 구체화는 이후 1986년부터 본격화된 이른바 ‘3저 호황’(저유가·저금리·저달러)과 맞물려 KOSPI의 유례없는 양적·질적 팽창을 가져오는 기폭제가 됐다. 외국인 투자 제한과 차관 중심의 자금 조달 구조는 점차 자본시장 개방으로 이어졌고, 이는 한국 기업들의 경영 관행과 시장의 투명성 제고에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다.

2025.05.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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