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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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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바다 위 원전’ 개발 속도

ESG

삼성중공업이 해상 원자력 발전 설비 부유체인 ‘소형 용융염원자로 파워 바지(CMSR Power Barge, 이하 CMSR 파워 바지)’에 대한 개념 설계를 완료해 미국 ABS선급으로부터 기본 인증을 획득했다고 4일 밝혔다. CMSR 파워 바지는 원자력과 조선‧해양 기술의 융합체로, 해상에서 소형 용융염원자로(이하 CMSR) 기술을 활용해 생산한 전기와 열에너지를 육·해상에 공급하는 신개념 발전 설비라는 평가다. 특히 부지 선정 및 설비 제약 조건이 상대적으로 덜 까다롭고 건설 기간이 약 2년으로 짧은 데다, 비용도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CMSR 파워 바지는 전력 생산 수요 규모에 맞춰 100㎿급 CMSR을 2기에서 최대 8기까지 탑재할 수 있으며, 부유체 내에 스팀 터빈 발전기와 송배전 설비를 갖춘 바다 위 원자력 발전소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월 CMSR 개발사인 덴마크 시보그와 업무협약을 맺고 부유식 원자력 발전 설비 제품 개발에 착수했으며, 이번 부유체 개념 설계 선급 인증을 시작으로 CMSR 실증 이후 전체 발전 설비의 상세 설계 등을 거쳐 2028년까지 제품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CMSR 파워 바지가 기존 화석연료 기반 발전 설비의 대체 수요뿐만 아니라 산업 공정열·난방열, 수소 생산 및 해수 담수화 설비에 필요한 전기와 열에너지 공급원으로 수요처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3.01.04 14:25

1분 소요
숨죽였던 5년, 기지개 켜는 원전업계…대선 후 기상도 쨍쨍

산업 일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원자력 발전 업계에 다시금 봄이 찾아오는 모양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탈원전 정책 전면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탈원전 정책에 속도 조절을 할 의향을 내비치고 있는 탓이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은 최근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했다. 한국의 원전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원전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의 기대감도 한껏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李 “감(減)원전” vs 尹 “원전 최강국 건설”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에너지 정책 공약의 가장 큰 차이점은 ‘원전’이다. 이 후보는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원전을 계속 지어서 가동 연한까지 사용할 계획이지만 신규 건설은 없다는 입장이다. 당장 새 원전 건설에 착수해 가동까지 약 10년이 걸린다는 점과 10년 이내에 원자력 발전단가가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를 역전할 거라는 예측을 기반에 둔 계획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 들어 국민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건설 중단 결정이 내려진 신한울 3·4호에 대해서는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 역시 지난 6일 신한울 3·4호 건설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신한울 3·4호 건설 관련) 찬반 양측의 주장을 투명하고 공정한 논의 절차를 바탕으로 지혜롭게 정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이 후보는 차기 정부의 원전 정책 방향에 대해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가 아닌 ‘감(減)원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에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의미다. 이 후보는 아울러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연구에도 계속 참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전면에 내걸고 나섰다. 그는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탈원전 이후 에너지 주권을 상실한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전기를 수입하는 나라가 됐다”며 “원전 생태계를 회복하고 안전한 원전 기술을 발전시켜 앞으로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핵심 동력으로 삼겠다”고 탈원전 정책 폐기를 재차 강조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답변한 ‘제20대 대선 매니페스토 비교 분석을 위한 질의 답변서’에 따르면 윤 후보는 9번째 공약으로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과 원전 최강국 건설’을 내세웠다. 그는 “실효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적극 추진하며, 원자력과 청정에너지 기술 구축을 통해 탄소중립 목표달성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발전에 지속적으로 투자, 친환경적 에너지 생산과 미래 먹을거리 확보, 전 세계에 원전 원천기술을 수출하겠다”라고도 밝혔다. ━ EU 택소노미에 포함된 원전…해외시장 꿈틀 에너지 정책에서 두 후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원전의 비중이다. 이 후보는 원전을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30% 달성을 위한 디딤돌로 삼겠다는 계획인 반면, 윤 후보는 에너지 정책의 중심을 원전에 놓고 재생에너지는 보조 수단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분명한 것은 ‘홀대’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외면받았던 원전 업계가 예전의 위상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EU 국가 간의 치열한 공방 끝에 EU 택소노미(Taxonomy)에 천연가스와 함께 원전이 포함되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택소노미는 탄소중립에 투자하는 ‘녹색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활동이 녹색경제활동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가이드라인이다. 당초 EU는 지난해 6월 1차 발표에서 원전을 제외했지만, 원전 의존도 70%에 달하는 프랑스의 강력한 주장으로 포함하기로 했다. 지난달 2일 맥기니스(McGuinness) EU 금융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은 택소노미 규정 확정을 발표하는 연설에서 원전과 관련해 “그동안 안전 기준과 폐기물 관리에서 많은 기술 진전이 있었다”며 원자력 발전을 녹색에너지로 분류한다고 밝혔다. EU의 금융기관과 금융회사에게 원전 발전에 대출이나 투자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다만 앞으로 새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핵폐기물 관리와 원전 설치 및 해체를 보장해야 하고 2045년 전까지 건축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공사 역시 2040년 전까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적어도 유럽에서는 원전 건설 시장이 20여 년은 유효하다는 의미다. EU가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하면서 원전 업계도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특히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해 미국·영국·프랑스 등 선진국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MR은 대형원전 대비 초기 투자비용이 적고, 건설 공기가 짧은 이점이 있다. 방사성 폐기물 등 안정성 측면에서도 대형원전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우리 기업들도 보폭을 넓히는 상황이다. 미 정부가 2020년 발간한 ‘미국 원자력 경쟁력 회복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세계 원전 시장이 5000억~7400억 달러(570조~840조원)로 추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 첫 SMR 주인공 명단에 국내 기업 들어가나 국내기업에서는 두산중공업과 삼성물산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은 미국 SMR 선두주자인 ‘뉴스케일파워’에 각각 1억400만 달러(약 1300억원), 5000만 달러(약 620억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2020년 9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승인을 받은 뉴스케일파워는 최근 미국 아이다호주 건설 부지 평가를 완료했다. 2024년에는 SMR 건설·운영허가 신청을 NRC에 제출한다는 목표다. 뉴스케일파워의 전략적 파트너로 핵심 기자재 공급권을 확보한 두산중공업은 SMR 설계와 엔지니어링, 조립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 측은 향후 3조원 이상의 물량을 따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뉴스케일파워의 SMR 프로젝트에서 반응로 설치와 제반 시설 건설을 담당할 예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캐나다 SMR 사업 참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2월 캐나다 앨버타주와 ‘SMR 건설사업 추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소듐냉각형 SMR 건설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등과 함께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데모 플랜트 건설사업에 나선다는 목표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양용 SMR 기술 개발을 위해 한국전력기술과 손을 잡았다. 해양 부유체 설계 제작 기술을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은 해양용 소형 원전인 ‘BANDI-60’을 개발한 한전기술과 해양부유식 원전개발 사업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EU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되고 SMR 개발에 선진국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K-택소노미’에 원전 포함 등 차기 정부에서의 정책 방향이 지난 5년과는 상당 부분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2.03.08 07:00

5분 소요
탈탄소 대안으로 떠오른 소형모듈원전 ‘게임 체인저’ 되나

산업 일반

전 세계가 소형모듈원전(SMR)을 통한 친환경 에너지 시장 선점 각축전에 나섰다. SMR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등 국제사회의 ‘탈(脫)탄소’ 공조 강화 대응 수단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SMR은 하나의 용기에 냉각재 펌프를 비롯해 원자로·증기발생기·가압기를 담은 일체형 원자로로, 비용이 낮고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인 탄소중립 에너지 전도사로 꼽히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어떤 청정에너지도 원자력과 비교할 수 없다”면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과 SMR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영국·캐나다·러시아 등 강대국을 중심으로 약 70여종 SMR 모델 개발이 진행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미국의 기술 개발이 발 빠르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지난해 초 2026년까지 미국 유타주에 SMR 12기를 건설하기로 정하고 설계 검토에 나선 상태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해 10월 SMR과 차세대 원자로 지원에 7년간 32억 달러(약 3조60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친환경 기반시설 조성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신재생에너지와 더불어 SMR을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핵심 기술로 보고 있다. ━ 미국 이어 영국·캐나다·중동까지 “SMR” 영국은 앞으로 5년간 2억 파운드(약 3152억원)를 투자해 최대 16기의 SMR을 건설하겠다는 장기계획을 발표했다. 1956년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전인 콜더홀 원전을 건설했던 영국이 풍력으로 전환, 1980년대부터 원전 건설을 중단한 것과 대조된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지난해 12월 연방·주 정부와 민간기업의 활동 계획을 담은 ‘SMR 액션플랜’을 대대적으로 발표하고 관련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SMR을 적용한 부유식(물에 띄우는 방식) 원전을 운용하고 있다. SMR 기반 세계 최초의 부유식 원전으로 70㎿ 규모 전력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일 머니(원유로 돈 버는 시대) 이후를 준비하는 중동 국가도 SMR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가 대표적이다. 사우디는 100㎿급 SMR을 사우디에 건설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2019년 11월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설계 작업에 착수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SMR에 들어가는 국내 개발 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에 대한 표준설계인가 심사가 올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1997년 개발을 시작해 2012년 소형 원자로로 대형 원전의 약 10분의 1 규모로 소형화하고 안전성을 높였다는 특징을 갖췄다. 세계 각국이 SMR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는 탄소중립이 세계적 과제로 대두한 데 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가들간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SMR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SMR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 확대 속에서 안정적인 전력 수급 확보의 주요 수단으로 꼽힌다. 소형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전력망과 무관한 분산형 전원, 수소 생산 전력 등으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1월 유럽연합(EU) 회원국은 탄소중립 목표 합의 후 전력 생산을 위한 ‘원자력 사용’을 명시하기도 했다. 실제 일본은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의 대안으로 SMR을 채택했다. 일본 정부는 2019년말 2040년까지 SMR 상용화를 목표로 차세대 SMR 개발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2011년 3월 터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여전히 방사능 유출과 오염수 문제를 겪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적 약속인 ‘파리협약’의 실현을 위해서는 SMR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대형 원전이 수명을 다한 뒤에도 일정 원전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SMR 건설을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 탈원전 고민하던 두산중공업 SMR로 ‘승부수’ SMR이 탈탄소 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서 전력 생산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후위기 대응 수단이란 점에 더해 대형 원전에 비해 건설비마저 적어 SMR 건설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발전용량이 10~300㎿면 소형 원전인 SMR, 1000~1400㎿면 대형 원전으로 분류한다. SMR은 원자로를 공장 내에서 조립해 건설 현장에서의 작업을 줄일 수 있어 건설비가 적다. 또 소형 원자로를 땅속에 묻거나 바다 또는 냉각수조 안에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고에 대비한 별도의 건설·안전대책 관련 비용이 적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SMR 건설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해 2030년 30~180여기, 2050년 400~1000여기가 가동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SMR 1000기의 시장 규모는 약 4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SMR은 외딴 섬이나 중소도시 등에 적합하다. 이에 기존 석유·석탄·가스를 사용한 300㎿ 이하 소형발전소(약 12만2500기)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희 녹색삶지식원 이사장(전 과학기술처 장관)은 “SMR은 원자력 발전이 가진 위험성을 줄이고 온실가스 무배출 등 원전의 장점만 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도 SMR 기술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1월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작 기업인 영국의 롤스로이스는 2050년까지 총 288억 파운드를 들여 SMR 16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롤스로이스는 SMR 기술을 통해 향후 추진 예정인 차세대 제트기 엔진 연료 개발 과정의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원전 기업 ‘테라파워’ 버핏 소유의 전력회사 퍼시피코프가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의 한 폐쇄 석탄 공장 부지에 약 10억 달러(1조1000억원)를 투입해 345㎿ 규모 SMR을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원자력 관련 기업들은 SMR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다. 원전 부문의 매출이 급감한 두산중공업이 대표적이다. 두산중공업은 2019년 미국의 원전 전문 업체인 뉴스케일에 500억원 규모 지분을 투자, 소형 원자로 모듈과 기타 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중공업은 앞서 최소 13억 달러(약 1조5000억원) 이상의 SMR 기자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나기용 두산중공업 원자력BG장은 “SMR은 중국·러시아·중동 등에서도 건설을 추진 중일만큼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 탈원전 내세웠던 정부, SMR은 지원 방침 신고리 5·6호기를 끝으로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한 문재인 정부도 SMR에는 힘을 보태고 있다. 청와대가 직접 SMR 기술 현황을 검토하고 나선 데 더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MR 기술 개발과 수출 의지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9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혁신형 SMR 개발을 공식화하고 2021년 예비 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기술 개발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방침까지 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SMR 미래 가치에 주목, 한국이 시장 강자가 될 수 있도록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2021.06.06 15:00

5분 소요
[울산 경제 체질 개선 나선 송철호 울산광역시장] “2040년엔 글로벌 선도하는 그린 경제 중심도시 도약할 것”

정책이슈

수소경제·부유식해상풍력·동북아에너지 허브 전략 중점… 정부 뉴딜정책과 같은 방향, 글로벌 리더십 확보 글로벌 경제의 변화 속에서 울산광역시는 본격적인 경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도입과 환경·생태 개선, 바이오산업 육성 등 굴뚝 산업 의존도를 낮춰 미래 산업 생태계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탄소 중립과 친환경 생태계 조성을 통해 글로벌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리더십을 확보하고, 급변하는 산업 지형 변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지난 12월 21일 울산 광역시청에서 민선 7기 송철호 시장을 만나 울산 경제의 현황과 계획 등을 들었다.송 시장은 “정책 목표는 지속가능한 그린 경제 중심도시도약”이라며 “수소경제를 넘어 수소 사회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래 신성장 사업과 주력사업 고도화, 일자리 창출 등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며 시민 생활환경 개선과 감염병 대응체계 강화, 보건 인프라 확충 등에 행정력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 수소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성장 동력 확보 울산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9개 성장다리 정책을 중심으로, 산업 체질개선과 광역시에 걸맞은 인프라 구축을 꾀하고 있다. 최초 7개 성장다리로 시작했으나, 임기 후반기 들어 울산경제자유구역과 반구대 암각화 보전을 추가했다.”핵심 추진 사업은 무엇인가.“친환경 신산업도시 정책 5개와 더 살기 좋은 도시 정책 4개로 나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수소경제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정책이다. 2030년 세계 최고의 수소도시를 만들고, 연 50만대의 수소차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한편, 수소기업을 200개 이상 육성할 계획이다. 더불어 2025년까지 1GW급, 2030년까지 6GW급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한다. 정부 주도 국산화 기술 개발과 민간주도 발전단지 조성 투트랙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수소 경제의 비전은 현실 가능성이 있나.“파리기후협약이 2021년 1월 시행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저감 이행 계획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이에 우리 정부도 친환경 수소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2040년까지 수소경제 선도 국가로 나아가겠단 비전을 제시했다. 울산광역시는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부응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존 산업에 추가해 수소산업을 지역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친환경 수소경제 사회로 전환을 지향하고 있다.”수소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계획은.“일단 수소경제가 정부 ‘그린뉴딜’의 중요한 전략이라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울산은 현재 국내 수소 생산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저장·운송 등 수소 산업 전 분야의 세계적 인프라를 갖고 있다. 또 수소 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로도 지정돼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하는 여러 이동수단을 개발하고 실증할 수 있게 됐다. 태화강역에 대규모 수소충전소가 들어서고, 공공주택·학교 등에 수소연료전지로 전기와 열을 공급하는 수소 타운도 조성한다. 도시철도도 수소 트램으로 도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SK도 수소와 2차전지를 신성장 동력으로 꼽고 있다.”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도 규모가 커 보인다.“2025년까지 동해정 인근에 1GW 규모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한다. 민간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며,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클러스터도 구축한다. 기술개발·제작생산·운영보수·인력양성 등 부유식 해상풍력과 관련한 모든 연관시설의 집적화로 비용 감소와 기술 혁신에 나선다. 2030년 목표인 6GW를 달성하면 21만명의 고용창출과 430만 가구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한국은 바람 세기가 약해 풍력 발전은 한국 실정에 알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송 시장은 “국내에서 부유식 풍력 발전을 추진하는 것은 울산이 유일하고, 울산 앞바다는 해풍이 강하고 수심이 깊다”며 “현대중공업 등 글로벌 제조사들이 있어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목표를 달성하면 원전 6기와 맞먹는 친환경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울산이 뉴딜 정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경제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특단의 대응 조치다. 휴먼뉴딜·스마트뉴딜·그린뉴딜 등 3대 분야 27개 세부 과제를 추진하고 있으며, 수소경제와 부유식 해상풍력 등은 정부의 한국판 뉴딜에도 반영돼 사업에 탄력을 받고 있다. 이는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산업구조 등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경제 체질을 개선하자는 차원이다. 울산 경제가 탄탄한 길을 걷도록 디딤돌을 놓는 셈이다. 정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단기적으로 속도감 있는 재정 투입과 대규모 공공·민자 사업을 조기 착수할 계획이다. 시민들은 일상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동북아 오일·가스 허브는 10년간 진척이 없었다.“2008년 시작해 합작법인까지 출범했지만, 사업에 진척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19년 1월 SK가스가 투자를 결정해 다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기존의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에서 LNG(액화천연가스)를 추가해 ‘동북아 오일·가스허브’로 이름을 바꿨다. 2019년 10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고, 2020년 3월 북항 상부공사를 시작했다. 2024년 4월 상업운영이 목표다.”동북아 오일·가스 허브 사업은 국가 외교·안보 전략과 연계해야 한다. 에너지 공급사슬은 단지 이해관계를 떠나 국제 사회의 통일된 생태계의 기반 축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송 시장은 “북방경제협력과 함께 추진한다. LNG 벙커링 인프라를 조성하고, 북방 화물 운송을 위한 항만 인프라 구축과 북극항로 기반을 구축 중”이라며 “울산북방 경제협력 위원회, 러시아 극동지역 항만도시와 상호 협력하는 한편, 북한과 교류 추진을 위한 남북협력기금도 조성한다”고 말했다. ━ 게놈서비스산업 육성해 바이오 선도 국가 원전해체 사업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12기 원전의 설계 수명이 만료될 예정이다. 국내 원전 해체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원전해체시장 확대를 겨냥해 원전해체 분야 생태계 조성과 산업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원전해체연구소를 건립하는 한편, 원자력 및 원전해체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도 지정해 세계 5대 원전해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에너지 관련 사업 이외에 추진 중인 사업은.“게놈서비스산업 규제자유특구로 2020년 7월 지정돼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과 바이오산업 성장을 촉진할 수 있게 됐다. 울산정보산업진흥원·울산과학기술원·울산대병원 등 연구기관 및 관련 기업 11곳과 3개의 게놈 관련 실증사업을 2년간 추진한다. 정밀의료 산업화를 위한 바이오데이터 팜 구축·실증, 심혈관질환·우울증 등 질환 맞춤형 진단 마커 개발·실증, 감염병 대응을 위한 유전체 분석과 신약개발 기반구축·실증 등이다. 게놈서비스산업은 앞으로 한국의 바이오헬스 산업 고도화와 글로벌 바이오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한 부분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대규모 신사업 추진에는 규제 개혁도 필요할 텐데.“울산경제자유구역을 2020년 6월 지정했다. 해외 투자와 기술을 유치하기 위해 입주 기업에 세금감면과 규제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동북아 최대 에너지 중심도시 육성을 목표로 울산 남구·북구·울주군 등에 3개 지구에 총 4.7㎢ 규모로 조성된다. 수소산업의 생산과 연구개발, 비즈니스 지원 등을 맡게 되며 경제자유구역 업무를 총괄할 울산경제자유구역청 출범을 곧 앞두고 있다.”산업별 특구도 마련하나.“그렇다. 수소그린모빌리티, 게놈서비스산업, 강소연구개발, 원자력 및 원전해체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 이산화탄소 자원화 등 5대 특구 단지를 구축한다. 원자력 및 원전해체 특구는 총 사업비 1조7754억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이며, 면적도 20.03㎢에 달한다. 수소그린모빌리티 특구에 19개 기업, 게놈서비스산업 특구에 15개 기업, 이산화탄소자원화 특구에 17개 기업이 참여해 앞으로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강화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 석유·화학 등 기존 산업 경쟁력 향상도 지원 중앙정부의 지원이 중요하겠다.“2년 연속으로 중앙 정부의 예산 3조원을 확보했다. 2021년은 전년 대비 3.4% 늘어난 3조3820억원에 달한다. 울산의 미래 신규 산업 전반에 108건, 1403억원을 반영했다. 사업별로는 게놈서비스산업 지원이 가장 컸고, 울주강소연구개발특구 지원과 이산화탄소 규제자유특구 지원이 많았다. 인공지능 이노베이션 공원 조성 등 AI 분야 지원도 50억원에 달한다.”기존 주력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은.“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기존 산업은 친환경과 스마트화를 추진하고 있다. 분야별로 혁신을 지원하고 급변하는 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자동차는 미래차 혁신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데 집중한다. 미래차 전장 소재·부품 클러스터 육성, 수소 모빌리티 클러스터 구축, 초소형 전기차 산업 클러스터 육성 등 9대 산업을 선정했다. 조선 산업은 국제 해상디지털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자율운항선박 성능실증센터를 구축한다. 5세대(5G) 기반 스마트통신 플랫폼·서비스 개발 등도 추진한다. 화학 산업은 고기능성 융복합 화학소재 지원센터를 구축하고, 화학소재의 기술개발·뿌리 산업 육성 등에도 역량을 투입할 계획이다.”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기에 한계가 있지 않나.“국내에서는 수도권과 경합 관계이기 때문에 부산·울산·경상남도 등 이른바 동남권이 뭉쳐야 한다. 지역경쟁력을 키워야 국가 균형 발전이 실현되고, 새로운 광역 경제권이 형성된다. 동남권은 태평양으로 나가는 관문이기 때문에 수도권과 무게 추를 맞출 수 있다. 인구도 800만명에 달한다. 특히 제조업 기반이 막강해 산업의 기능 분배와 통합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 부울경·대구경북의 ‘영남권 그랜드메가시티’ 육성 어떤 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나.“부유식 해상풍력발전의 경우 경남 창원의 두산중공업은 터빈에 강점이 있고, 부산은 관련 기자재 생산에 강점이 있다. 울산은 부유체를 만드는 데 강하다. 이런 강점들의 융·복합화를 통해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을 세계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또 지역을 엮는 교통·물류 인프라를 조성하고, 광역철도·광역급행열차(GTX) 등 광역교통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더 큰 틀로는 부울경을 넘어 대구·경북을 포함하는 ‘영남권 그랜드 메가시티’까지 투트랙으로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영남권 그랜드메가시티 육성과 관련해서 2020년 8월 부울경과 대구, 경북의 5개 시도지사가 창원의 경남도청에서 만나 영남권 미래비전연합회를 결성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이들 지자체장은 영남권을 그랜드메가시티로 육성·발전시키는 데 뜻을 모았고, 관련 협약도 체결했다. 송 시장은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는 많지만, 모두 대의에 공감하는 만큼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2021년 시정방향과 추진 전략은 무엇인가.“코로나19와 기후위기, 경기침체가 한꺼번에 몰아쳤다. 그리고 이 상황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때일수록 행정은 새로운 지표를 제시하며 침착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속가능한 산업·경제·환경·생태 보전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울산은 시정목표를 ‘지속가능한 그린 경제 중심도시 도약’으로 삼았다. 디지털 경제 전환, 기후위기 대응, 시민 중심 문화·복지 강화 등을 주요 방향으로 설정했다. 미래 신성장 사업과 주력사업 고도화, 일자리 창출 등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시민 생활환경 개선과 감염병 대응체계 강화, 보건 인프라 확충 등에도 행정력을 투입할 것이다.”- 울산=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2021.01.0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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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무석 삼강엠앤티 회장

CEO

올 초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란은 세계 시장에서 기회의 땅으로 꼽힌다. 송무석 삼강엠앤티 회장은 조선·해양 분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차례 이란 현지를 방문해 4500억원 규모의 사업을 따냈다. 국내 조선·해양산업의 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9월 한 중견기업이 이란에서 ‘대박 수주’에 성공하며 업계에 화제가 됐다. 경남 고성에 본사를 둔 조선기자재 중견기업 삼강엠앤티가 주인공이다. 삼강엠앤티는 이란 국영조선소 이소이코(ISOICO)와 3억9880만 달러(약 45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앞으로 3년간 1000t급 골리앗 크레인을 공급하는 등 조선소 야드 조성과 설비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1999년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이자 지난해 매출액(1924억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지난 6월 이란의 2개 회사와 각각 5억 달러씩 총 10억 달러의 업무협약(MOU)을 맺은 이후 엔지니어 현지 파견 등 본계약 추진에 노력한 결과다. 국내 중견기업이 이란에서 따낸 계약 중 최대 규모다. 11월 10일 고성 본사에서 만난 송무석(60) 삼강엠앤티 회장은 “이란의 핵 포기 활동이 진전되면 경제제재 해제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며 “30여 년간 인프라 구축이 멈춘 이란은 불황에 빠진 국내 기업에게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다. ━ 한 달 새 3번 이란 오가며 지속적인 신뢰 구축 이란은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 석유매장량 세계 4위의 자원부국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경제제재로 인해 오일&가스 시장이 침체됐다가 올 초 미국과 핵 포기 등의 협상이 진전되면서 본격적인 개발을 앞두고 있다. 송무석 회장은 “국내 조선업의 침체로 빅3(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수주가 줄면서 중견 조선소 역시 타격이 컸다”며 “독자적인 노선을 고민하고 있던 터에 경제제재 해제 소식을 접하곤 이란 TF팀을 꾸려 사전 시장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유전 개발로 조선·해양 수요가 많은 이란 시장을 선점하자’는 목표였다.마침 기회가 왔다. 지인의 노력으로 지난 4월 하산 타헤리안 주한이란대사와 메흐랄리자덱 주르카네 세계연맹 회장이 고성 공장을 방문한 것. 메흐랄리자덱 회장은 이란 전통 국기(國技)인 주르카네의 세계연맹 회장이자 이란 내에서 정치·경제·스포츠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현재 이란에서 오일과 가스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이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삼강엠앤티와의 파트너십을 적극 구축하겠다”고 말했다.유력인사의 메시지를 받았으니 머뭇거릴 틈이 없었다. 송 회장은 5월 10일 이란행 비행기를 탔다. 생소한 환경이었지만 일주일 간 체류하면서 주요 기업체를 소개받았다. 5월 26일 두 번째 방문에 이어 6월 초 세 번째 방문 땐 아예 2주일간 체류했다. 한 달 새 3번이나 이란행 비행기를 탄 것이다. 송 회장은 “자주 보아야 협상이 진전된다는 생각도 있었고, 이번엔 뭔가 결과물을 챙겨야겠다는 욕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3번째 방문에서 드디어 이란 현지 기업 2곳과 MOU를 맺었다.MOU 체결 후에도 고삐를 바짝 죄었다. 테헤란에 사무소를 개설해 엔지니어를 상주시켰고, 이후 매일 발주처와 기술 미팅을 가졌다. 추석 연휴에는 송 회장이 직접 현지를 방문해 막후 협상을 주도했다. 송 회장은 “이란 현지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당신처럼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고 하더라”며 “우리 회사의 기술력과 함께 임직원의 적극성에 신뢰를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배석한 송상호 전무가 “인천-두바이-이란의 긴 여정이지만 회장님은 매번 이코노미석을 고집한다”고 말하자 송 회장은 “유람 다니는 것도 아닌데…” 하며 웃었다.이소이코도 그때 MOU를 맺은 기업 중 하나다. 국영기업인 이소이코는 홀딩스 컴퍼니로, 산하에 6개의 조선소를 가지고 있다. 처음 계약 내용은 삼강엠앤티가 그중 한 조선소의 선박 건조 도크에 1000t급 골리앗 크레인을 설치한다는 내용이었다. 길이가 160m에 달하는 대형 골리앗 크레인은 한국에서도 빅3가 아니면 제작하기 힘든 규모다.송 회장은 단순도급에 그칠 뻔한 이 계약을 선박 건조 전 과정으로 확대시켰다. 골리앗 크레인 외에도 선박 건조에 필요한 인프라 개발, 선박 건조 작업까지 삼강엠앤티에게 맡겨달라고 협상한 것이다. 사업 규모는 1000억 원에서 4500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송 회장은 “우리는 이란 현지의 조선 설비뿐 아니라 배를 짓는 데 필요한 전문가·시스템·엔지니어·매니지먼트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프라 구축이 끝나면 원년에 초대형원유 운반선(VLCC) 3척 건조, 향후 5년 내 10척 건조 수준의 규모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 후육강 파이프 국산화 주인공 이소이코와의 계약은 이란 조선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11월 말에 이소이코 홀딩스의 모기업인 이드로(IDRO) 홀딩스의 회장과 이소이코 회장, 산하 조선소 사장 등이 고성 본사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드로는 이란 최대 규모의 국영 조선·해양그룹이다. 이번 방문엔 이란의 국영 상선해운회사 IRISL사의 회장, 탱커선으로 유명한 NITC사의 회장도 함께할 예정이다. 송 회장은 “이란은 ‘자국이 사용할 제품은 자국 공장에 발주해 만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소이코·IRISL·NITC·삼강엠앤씨가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송 회장은 국내 후육강관(두껍고 큰 파이프) 국산화의 주역으로 꼽힌다. 후육강관은 고압을 견딜 수 있는 강관으로 원자력·석유화학 산업시설에 주로 쓰인다. 경남상고를 졸업하고 대우개발에 입사해 리비아 등에서 일하기도 한 송 회장은 이후 형님이 운영하던 삼강금속에 입사해 15년 남짓 근무했다. 입사 당시 스테인레스 파이프를 유통하는 작은 가게에 불과했지만 퇴사할 즈음에 전국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규모로 키웠다.“1999년에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어요. 파이프 유통업을 하다보니 국내엔 후육강관 제조사가 없다는 걸 알게 됐죠. 1989년 즈음 현대석유화학으로부터 후육강관을 수주해 미국에 발주했고, 공정이 궁금해 미국 공장을 방문했어요.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내가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당시 스테인레스 파이프의 강자인 모 제강에 협력을 제안했지만 좀처럼 답이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10년이 지나자 ‘대기업에서 할 계획이 없다면 블루오션이고, 지금이 그 기회’라는 판단이 들었고, 1999년 공장을 세우고 2000년 6월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송 회장은 “처음엔 낯선 국산 제품을 사주는 회사가 없었다”며 “현대중공업을 몇 차례 찾아간 끝에 일감을 받았고 그 이듬해부터 발주가 쏟아져 나왔다”고 말했다.“이후 사업을 하다보니 파이프만 만들어선 클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공급한 파이프로 구조물을 만들어 더 큰 매출을 이루는 조선·해양회사를 보니 우리의 사업 방향이 보이더군요. 밀양공장과 영암 대불공장을 거쳐 2006년 이곳 고성공장을 세웠죠.”고성공장은 최대 15m에 이르는 깊은 수심, 610m의 자체부두로 물류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30㎞ 안팎에 위치해 있어 수주에도 유리했다. 41만9000㎡ (12만7000평) 규모의 삼강엠앤티에는 400명 남짓의 직원이 협력업체 직원들과 함께 심해용 초대형 후육강관, 해양플랜트 모듈 및 자켓, 조선선박용 메가 블록을 제작하고 있다. 연간 생산 규모는 후육강관 3만6000t, 조선 블록 18만t(메가 블록 기준), 해양플랜트 3만t에 달한다.삼강엠앤티가 이란 시장에 어필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은 바로 기술력이다. 일례로 올해 4월 호주에 납품한 4500t 규모의 해양플랜트 모듈은 한국기록원(KRI)으로부터 ‘부유식 생산저장설비 상부(FPSO Top-side) 모듈 최단기간 제작’ 기록 공식 인증을 받았다. 호주 북서부 해상에 위치한 익시스 가스전 개발공사에 투입될 부유식 생산저장설비(FPSO) 상부에 탑재될 모듈로, 가스 속에 있는 수분을 제거하는 해양설비다. 표준 제작공기는 13~15개월 정도인데 삼강엠앤티는 약 10개월 만에 제작을 완료해 발주처에 납품했다. 송 회장은 “KRI 공식 인증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해양제작 기술을 입증받았다”며 “고부가가치 핵심 분야인 탑사이드 모듈 사업 진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 조선·해양플랜트 전문기업이 목표 삼강엠앤티는 이란 이소이코에서의 수주 외에도 이란의 오일가스 업체와 5억 달러 규모의 MOU, 러시아 선박·해양플랜트 전문 회사인 스드베르프 DV와 연간 1억 달러씩 총 5억 달러 규모의 수주 MOU를 체결했다. 본계약 체결로 이어지면 중장기 수주물량을 확보하게 돼 2020년 목표였던 ‘연매출 6000억원, 수주 8000억원, 두자리 수 영업이익률’을 상당 기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본 계약이 가시권에 들어온 프로젝트는 이란의 국영 화학회사인 NIC의 페트로사엘 공사 건이다. 화학단지 내에 가스·산소·물·오폐수·쓰레기 처리시설을 만들어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송 회장은 “우리는 해수를 담수로 만들어 각 공장에 공급하고, 이곳에서 나오는 오·폐수를 정화해 재사용할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며 “사실 우리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어서 국내 엔지니어링 회사와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 역시 계약 조건을 늘리며 파이를 키우고 있다고 한다.송 회장은 “우리는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의 간극을 파고드는 틈새전략을 펼쳐 중견기업 중 조선과 해양플랜트에 전문화된 대표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빅3가 하지 않는 중형 원유생산설비(FP)를 선점하고, 부유식 생산저장설비(FPSO) 분야를 특화한다는 계획이다. 마침 빅3의 위기로 조선·해양의 인재가 중견기업으로 이동하고 있어 인적인프라가 갖추어지는 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다.“향후 우리나라의 중공업, 조선업은 상당한 시련을 겪을 것으로 봅니다. 중국이 풍부한 노동력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워낙 많은 공장을 지었고, 인도·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베트남 등도 조선소를 계속 늘리고 있어요. 게다가 모두 자국에 필요한 배는 자국에서 짓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죠. 이럴 때일수록 해외로 나가서 현지 기업과 협력해 배를 만드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란 시장은 침체된 우리 조선·해양 산업에 많은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고성(경남)=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송봉근 기자

2016.11.2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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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OREA 100]  TOP 10 기업의 세가지 경쟁력

산업 일반

한국 100대 기업은 시가총액·자산·매출·순이익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이 중 톱 10위에 오른 기업을 대상으로 뛰어난 성과를 거둔 비결을 알아봤다. 10위 기업은 삼성전자·현대차·포스코·현대중공업·기아차·SK이노베이션·현대모비스·SK·LG화학·롯데쇼핑 순이다.5월15일부터 4일 동안 10위 기업에게 기업 경쟁력 세 가지를 묻고 e-메일로 답변을 받았다. 모든 기업이 공통적으로 꼽은 게 해외 진출이었다. 다음으로 많은 답변이 핵심 역량 강화와 신기술 개발이다. 각각 6개의 기업이 내세운 경쟁력 중 하나다. 이 외에 품질 경영, 독자경영체제, 상생 경영 등이 나왔다.10대 기업들은 해외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 방법에는 기업마다 차이가 있다. 해외 진출 기지, 현지 전략형 제품 출시, 해외 브랜드 마케팅 강화 등이다.해외 진출 기지 확보는 상당수 기업이 처음 해외 시장을 넓힐 때 택하는 방법이다. 수십 차례 시장 조사를 통해 제품 수요가 높은 지역을 우선적으로 공략한다. 현대중공업은 2011년 11월 국내기업으로는 최초로 미국에 변압기 공장을 세웠다. 2010년 9월 1억 달러를 투자해 세운 공장에선 최대 500kV급 변압기를 연간 200대 생산할 수 있다. 북미 지역은 세계 최대 변압기 시장이다. 현대중공업은 미국 공장 가동으로 운송 비용 절감과 운송 기간을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말 중국 산둥성(山東省) 타이안시(泰安市)에 휠로더 공장을 완공했다. 휠로더란 토목공사 현장이나 광산에서 흙이나 모래, 골재 등을 옮기는 데 사용하는 중장비다. 빠른 경제 성장으로 사회기반시설 투자에 나서는 중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현대중공업은 중국에 3개의 공장을 더 갖고 있다. 휠로더를 비롯해 굴삭기와 지게차를 생산한다.롯데쇼핑은 브릭스(VRICs:베트남·러시아·인도네시아·중국)를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2007년 러시아 모스크바점을 시작으로 중국 베이징점, 텐진점 등을 확대했다. 적극적인 해외 진출은 동종 업계에서 롯데백화점이 유일하다. 국내 시장점유율은 45.5%에 이른다.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린 것.LG화학은 중국·인도·미국·독일 등 15개국에 법인 또는 지사를 두고 있다. 이곳을 기반으로 석유화학·2차 전지 등 생산 제품을 160개국에 수출한다.현대기아차는 아예 현지 맞춤형 차종을 개발했다. 유럽·러시아·중국·인도 등의 국가 특성과 현지인 기호를 반영해 만든 자동차다. 2006년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기아차가 현지 전략형 모델 씨드(Cee’d)를 출시하면서부터다. 씨드가 2007년 한 해에만 12만3091대가 팔리면서 유럽 전략형 모델 개발에 주력하게 됐다. 유럽은 좁은 주차공간, 전통 건축 양식의 도로, 장기 휴가 등으로 중소형차 중심의 실용적이고 편의성 높은 해치백 스타일의 차를 선호한다. 유럽인의 입맛에 딱 맞춘 모델이 i30이다. 연간 10만대 이상이 팔린다. 중국 시장에서도 맞춤 차 인기가 높다. 아반떼를 개조한 현대차의 위에둥(悅動)과 중국형 프라이드인 기아차 K2가 대표적이다. 2008년 북경에 공장을 세우면서 첫선을 보인 위에둥은 45개월 간 월 평균 1만5790대가 팔렸다. 중국 인기 차종 순위 5등이다. K2 역시 중국인의 기호를 반영해 다양한 편의 사양을 탑재했다. K2는 중국형 포르테 푸뤼뒤(福瑞迪)와 함께 중국 소형차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2000대 기업’ 26위에 오른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 세계적인 브랜드 가치 조사기관인 인터브랜드는 지난해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를 234억3000만 달러(약 27조원)로 분석했다. 지난해 매출 165조원, 영업이익 16조원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비롯한 모바일 IT 분야의 선전에 힘입어 소비자 가전 부문 세계 2위다.삼성전자는 스포츠 마케팅, 사회공헌 등을 통해 브랜드를 알린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무선통신 분야 공식후원사를 맡으며 본격적인 스포츠 마케팅을 시작했다. 올 7월에 열릴 런던 올림픽에서도 삼성 브랜드를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미 영국 런던의 명소로 꼽는 대관람차 런던아이에 192대의 ‘갤럭시탭 10.1’을 설치했다.세계인이 좋아하는 축구 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AFC(아시아축구연맹)를 비롯해 영국 명문 구단 첼시,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등을 후원한다.미래 먹거리 ‘신기술’을 찾아라해외 진출 다음으로 많이 나온 답변이 ‘신기술 개발’과 ‘핵심 역량 집중’이다. 신사업을 경쟁력으로 꼽은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포스코, 현대중공업, SK이노베이션, LG화학 등이다.삼성전자를 세계 최고 브랜드로 알린 건 TV와 스마트폰이다. TV는 6년 연속 세계 1위다. 스마트폰은 지난해 판매량 기준으로 애플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완제품뿐 아니라 D램 반도체, 낸드플래시, LCD 등도 세계 최고다. 주력 제품을 키우면서 끊임없이 신기술을 개발한 덕분이다. 현재 삼성은 의료기기, LED, 바이오, 태양광, 2차 전지 등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정하고 연구개발에 주력한다.현대기아차의 비밀 병기는 전기차다. 2010년 9월 국내 최초로 개발된 전기차 ‘블루온’을 공개했고, 지난해 말에는 ‘레이 전기차’를 선보였다. 레이는 배터리와 전기 모터만을 사용해 탄소 배출이 제로인 친환경 차량이다. 1회 충전으로 139km까지 주행 가능하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공공기관에 레이 전기차를 보급할 계획이다.포스코는 지난 2월 리튬 추출 기술을 개발했다. 배터리 필수 소재인 리튬을 소금물에서 직접 추출하고 생산 기간도 기존 12개월에서 한 달로 대폭 단축했다. 포스코는 철강을 기본으로 리튬·마그네슘·티타늄 등을 생산하는 종합소재 기업이 목표다. 티타늄만 해도 부식에 강하고 강도가 높아 원자력 발전, 담수설비 등에 사용된다. 일반 철강재보다 20배 이상 비싼 고급 제품으로 수익성이 높다.현대중공업 역시 신기술 개발에 주력한다. 지난해 9월 울산 본사에 최첨단 종합연구동을 신축했고, 4월엔 중국 상하이에 ‘현대중공업 글로벌 기술연구센터’를 설립했다. R&D 투자를 통해 국내 최초로 LNG-FPSO(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 모델을 개발했다. 심해가스전에서 채굴한 천연가스를 영하 163도로 액화할 수 있는 부유식 해상설비다. 이 모델로 연간 250만톤의 LNG를 생산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용 배터리, LG화학은 LCD용 유리기판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신기술 개발은 핵심 사업이 성과가 좋을 때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다.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중공업, SK이노베이션, SK, LG화학 등은 핵심 역량 강화도 경쟁력 중 하나로 꼽았다. 현대차그룹은 핵심역량 강화보다 품질 경영을 내세웠다. ‘최고의 품질을 생산해야 한다’는 정몽구 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돼 있다.

2012.05.3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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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국내 조선사는 요즘 - 배 대신 해양 플랜트 사업에 총력

산업 일반

“배(조선)는 이제 한국 조선업의 주력 품목이 아니다. 올해 배 만드는 일에서 손을 뗐다.” 한 대형 조선사 임원의 말이다. 현재 조선소에서 만들고 있는 배는 과거 수년 전 수주한 물량을 소화하는 것일 뿐이란 설명이다. 새로 물량을 받으려고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는다.비조선 부문으로 사업 다각화세계 최고의 실적으로 한국 경제를 이끈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계 빅3가 조선사업에서 다른 사업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이들 3사는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조선업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풍력발전과 해양플랜트 등 비조선 부문 진출에 나섰다. 그러면서 조선사업은 대거 축소하고 있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2012년 빅3 조선사의 비조선 부문 수주실적은 전체 매출액의 절반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비조선 부문 실적이 조선 부문 실적을 넘어선 것은 2009년 이후 몇 차례 있었다. 빅3 조선사의 비조선 부문 비중은 2009년에 무려 82%에 달했다. 금융위기로 조선업 수주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후 기존 수주량을 소화하면서 지난해까지 비조선 부문 비중은 조금씩 줄었지만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하면 비조선 부문의 비중이 커졌다.올해부터는 명실상부하게 비조선 부문이 조선을 이끌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조선업이 다시 활황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빅3가 비조선 부문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비조선 부문 수주량이 더욱 늘면 이들의 체질이 완전히 바뀔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비조선 부문의 핵심은 조선업 불황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해양플랜트 사업이다. 세계적인 환경규제 강화로 선박을 이용한 해양 풍력발전, 해양 원자력 발전 등 부유식 해양플랜트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에 따라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대규모 해양자원개발 프로젝트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해양플랜트와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가 이들 프로젝트의 핵심 영업 접점이다. 이는 대형 조선사의 사업구조 다각화를 위한 신사업 추진 전략과 맞아떨어진다.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중국 글로벌 연구개발센터와 자원개발 전문회사인 현대자원개발 설립을 시작으로 유럽과 중국의 풍력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비조선 사업을 더욱 키워 ‘종합 중공업 회사’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은 드릴십(선박형태의 이동성을 가진 시추선)을 제외한 해양플랜트 사업에서만 44억8000만 달러를 수주했다. 업계 1위인 점을 감안하면 해양플랜트 사업 수주량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현대중공업은 올해 해양플랜트 영업목표를 16% 중가한 52억 달러 수준으로 잡고 있다. 조선 부문 투자비중은 해마다 줄어 이미 확보한 건조물량만 만들고 있다. 대신증권의 전재천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의 올해 사업계획을 보면 조선 부문은 15% 줄고 해양플랜트는 364% 증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중공업은 빅3 중 가장 먼저 해양플랜트에 뛰어든 이력을 앞세워 신규 사업으로 ‘해양가스플랜트’에 주력할 예정이다. 1월에 일본계 호주 자원개발업체 등과 건조계약을 체결하는 등 올해 전체 수주액의 70%를 해양플랜트로 따낼 전망이다. 조선업 관련 투자계획은 없다. 대우조선해양은 올 초 비조선 부문 연구인력을 중심으로 승진인사를 냈다. 조선 부문 연구인력은 승진에서 상대적으로 밀렸다. 사업의 무게중심을 비조선 부문으로 확실하게 옮기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 중심 사업구조를 탈피한 종합 중공업 그룹’이 올해 대우조선해양의 모토다. KDB대우증권의 이진경 연구원은 “빅3는 조선업 부진에 연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해양플랜트 등 신개념 선박 물량을 독식할 수 있는 높은 기술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유럽 금융위기로 선박금융시장이 위축돼 2012년 조선업은 더욱 침체될 전망이지만 빅3가 주력하고 있는 해양플랜트 시장은 상대적인 호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중소 조선사는 이중고국내 빅3 조선사가 모두 비조선 부문 사업에 전념하는 건 중국 조선업의 성장 때문이다. 저렴한 임금을 바탕으로 가격경쟁력을 가진 중국과 경쟁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과거 중국 조선사는 가격경쟁력은 뛰어나지만 기술력이 부족해 한국 조선사와 경쟁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한국의 조선 물량을 빼앗기 시작했다. 중국의 임금이 올라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비율보다 기술경쟁력이 상승하는 비율이 높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이에 따라 빅3 조선사는 중소 조선사로 물량을 넘기거나, 조선 부문 핵심기술만 남기고 선박 조립을 중국 조선사에 맡기고 있다.금융위기 이후 떨어진 선가도 조선업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요인이다. 벌크용 범용선박, 컨테이너선, 초대형유조선(VLCC) 등 고가의 선박 가격이 최근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선가 회복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선진국 경기 악화로 발주물량이 크게 줄어 조선사간 경쟁이 과열돼 선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또 건조에 필요한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조선업의 채산성이 떨어지고 있다.현대중공업의 지난해 분기별 영업이익률을 보면, 1분기 15.6%에서 2분기 11.2%, 3분기 9.1%, 4분기 6.0%로 이익률이 계속 줄었다. 삼성중공업도 마찬가지다. 1분기 10.8%이던 영업이익률이 10.3%(2분기), 6.3%(3분기), 5.5%(4분기)로 줄었다. 영업이익률 하락의 주요인으로 지목되는 조선 사업에 기대고 있다가는 이익 규모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영업이익률 감소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 부문의 고가 수주물량 비중이 줄고 수익성이 하락했기 때문”이라며 “그나마 조선해양 부문 건조물량과 대형 엔진 인도 물량이 늘어 전체 매출액은 늘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2009년 수주 물량이 부족할 때 저가로 받아들인 물량을 지난해 본격 건조하면서 하반기 영업익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국내 조선업체의 전체 선박 수주도 2007년 3200만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에서 2008년 1800만CGT, 2009년 450만CGT로 급감하는 추세다.조선 부문에 계속 집중해야 하는 중소 조선사 사정은 더 나빠지고 있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 없는 벌크선과 탱커선 등에 주력하다 보니 같은 종류를 만들고 있는 중국 조선사와 경쟁이 치열하다.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매출 목표 130억 달러의 40%만 겨우 채웠다. 한국투자증권 박민 연구원은 “해양플랜트 수주 실적이 전무한 것이 원인”이라며 “해운시장 부진과 유럽발 금융위기에 따른 선박금융 축소를 고려하면 중소 조선사의 수주 둔화가 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박상주 이코노미스트 기자 sangjoo@joongang.co.kr

2012.02.0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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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의 ‘한 수’ ④ >>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CEO

중동 반정부 시위, 인플레이션, 동일본 지진…. 최근 몇 년에 한 번 일어나기도 힘든 사건이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세계경제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다행인 것은 주식시장이 단기적인 불안보다 장기적인 경기회복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그동안 변수로 꼽았던 이머징 시장의 인플레이션 우려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세계경제의 화두는 뭘까. 두 가지다. 성장에 따른 에너지 수요 증가와 동일본 지진이 바꾸어 놓은 각국 에너지 정책의 변화다.엔화가 세계 증시 이끈다2009년 이후 세계 증시 상승의 원동력이었던 선진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변화가 일고 있다. 미국경제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며 6월을 기점으로 2차 양적 완화(quantitative eage·QE)정책이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유럽연합(EU)의 기준 금리가 추가적으로 인상될 조짐을 보인다. 하지만 동일본 지진이 선진국 통화정책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일본 정부가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돈을 풀고 있어서다. 일본 중앙은행이 시행하는 유동성 팽창 정책 규모는 미국의 QE1과 QE2에 이은 QE3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다. 3월 들어 일본중앙은행의 본원통화량이 12조 엔(약 1400억 달러) 늘었다. 미국 QE2 프로그램이 한 달에 750억 달러씩 국채를 매입한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엔화가 공급된 셈이다.중장기적으로는 엔화 약세로 엔캐리 자금이 늘어날 수 있다. 미국 양적 완화 종료에 따른 유동성 빈자리를 엔캐리 자금이 메우게 된다는 얘기다. 엔화가 약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는 이유가 있다. 선진 7개국(G7) 중앙은행이 공조를 통해 엔화 강세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과거에도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 공조를 펼친 적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1985년 달러 약세를 초래한 ‘플라자 합의’와 87년 달러 가치 안정을 유도했던 ‘루브르 합의’다. 두 번 모두 성공했다. 이번 공조 역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세계 자금 흐름이 달러에서 엔화로 바뀌는 과정을 겪을 것이다. 미국과 유럽이 긴축정책으로 돌아선다고 해도 일본의 유동성 증가로 선진국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그동안 세계경제에 영향을 줬던 중동 반정부 시위, 인플레이션 등 불확실성이 하반기엔 완화될 전망이다. 우선 중동 지역 반정부 시위는 진정될 분위기다.자원·신재생에너지 산업 유망물론 리비아, 시리아, 예멘 등 여러 지역 시위로 세계가 소란스럽다. 하지만 시위 여파가 중동 지역의 강국인 사우디아라비아로 옮겨갈 가능성은 낮다. 사우디 경제를 뒷받침하는 오일 달러가 충분하고, 왕정·토후 통치에 따른 정치적 안정성이 큰 까닭이다. 최근 국가 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사우디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에 증시는 상승세를 그렸다. 중동 지역에 대한 세계 투자가들의 불안감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이머징 시장의 물가상승도 하반기로 갈수록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요즘 중국 구매물가지수의 상승세가 둔화하고 통화량 증가율 역시 감소하는 모습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사라지면서 이머징 시장의 수요도 늘 것이다. 특히 인구 증가, 산업 발전, 삶의 질 향상 등에 대한 욕구를 채우기 위한 에너지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 중국, 인도 등 이머징 시장은 선진국에 비해 에너지 효율성이 낮다. 따라서 에너지 소비가 본격화하면 경제 성장 속도보다 에너지 수요가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이머징 시장의 에너지 수요가 늘면서 투자 유망한 산업은 뭘까. 단기적으로는 정유산업과 자원개발(E&P)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와 조선업이 유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에서도 국내 업체들이 세계 경쟁 업체 대비 기술력이 뛰어나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국내 정유산업의 강점은 설비다. 대형화된 수출형 설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탄력적인 성장을 보여줄 것이다. 특히 국내 업체들은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수출하고 있다. 이머징 시장의 석유제품 수요가 늘 경우 수혜가 클 것이다.최근 국내 정유업체들의 행보를 보면 트렌드 변화에 맞춰 E&P 분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할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는 잠재력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국내 업체들의 뛰어난 정제 능력과 E&P 분야의 가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에너지 산업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동일본 지진 영향으로 원자력 발전의 안정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최근 세계 에너지 산업은 ‘화석 연료-원자력 발전-신재생에너지’라는 기존의 연결고리에서 ‘석유·석탄-LNG-태양광’이라는 조금 더 구체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원자력을 대체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그중에서도 태양광의 인기가 높다. 세계 각국에서 태양광 산업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 업체들 역시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국내 태양광 산업의 특징은 태양전지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국내 폴리실리콘 업체들은 글로벌 경쟁 업체들의 공격적인 증설로 세계시장 점유율은 2010년 기준 20%가량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태양 전지의 60%를 생산하고 있는 중국에서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해 기준 24%를 기록했다.에너지 시추·생산 설비 분야에서는 국내 조선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시추설비인 석유시추선은 세계 수주 잔고의 93%를 국내 업체가 점유한다. 중국과 싱가포르는 각각 5%와 2% 수준에 머물고 있다. 생산설비인 Oil FPSO(심해 원유 생산·저장설비)의 경우도 수주 잔고의 90% 이상을 국내 업체가 생산한다.에너지 관련 시추·생산 설비 분야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독보적이다. 동일본 지진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LNG FPSO(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설비)와 LNG선에 대한 글로벌 유명 업체들의 발주 문의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의 전망은 더욱 밝을 것으로 보인다.

2011.04.27 14:18

4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