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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IPO는 고객의 성장 여정”…최강원 NH투자증권 본부장의 ‘현장 리더십’

증권 일반

기업금융(IB) 시장에서 증권사의 경쟁이 치열하다. 저마다의 강점과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 중인 증권사들은 최근 들어 기업공개(IPO) 관련 조직을 확대하며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IPO 본부장 대전(大戰)’에서는 격전지로 떠오른 IB 시장의 최전선을 진두지휘하는 증권사 IPO 본부장들을 만나 전장(戰場)의 한복판을 들여다본다.“IPO는 고객의 성장을 이끄는 과정입니다. 결국 IPO의 성패는 고객이 얼마나 성공하느냐로 평가받습니다”올해 초 NH투자증권 IPO본부장으로 선임된 최강원 본부장은 '고객 성공'이라는 IPO의 본질을 강조했다. IPO는 단순한 상장 절차가 아니라, 고객 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게 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 업무라는 의미다. 상장 전후 전 과정에 대한 깊이 있는 관여와 관계 구축이 중요하다는 그의 철학은 IPO 전 과정을 실무진과 함께 이끌며 직접 챙기는 그의 리더십 방식에도 녹아 있다.최강원 본부장은 1999년 대우증권에서 IPO 업무를 시작했다. 당시 그는 신입사원임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의 초기 기업 발굴부터 상장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당시 함께 근무했던 조광재 IPO부문 전 대표와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사장 등 선배들과의 치열한 실무 과정에서 그는 기업 고객을 직접 만나고 소통하는 경험을 쌓았다. 특히 네이버와의 오랜 협력 과정에서 기업과의 장기적 관계가 IPO 업무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깊이 각인하게 됐다.‘작은 기업에 더 가까이'…관계 중심의 밀착형 리더십최 본부장이 강조하는 리더십의 핵심은 딜의 크기나 복잡도와 무관하게 기업마다 필요한 방식으로 성실히 대응하는 ‘균형 있는 접근’이다. 그는 대형 딜은 물론 상장 여건이 까다로운 중소형 딜에도 본부장이 직접 세심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단기 성과보다 관계의 지속성과 신뢰를 중시하는 최 본부장의 철학을 보여준다.그는 본부장이라는 직함보다 ‘RM(Relationship Manager)’으로서의 역할에 더 무게를 둔다. 특히 IPO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일수록 본부장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신념을 실천하고 있다. 최 본부장은 “어려운 기업일수록 직접 찾아가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며 “기업이 힘든 시기를 겪을 때 본부장이 곁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신뢰와 안정감을 준다”고 말했다.이 같은 밀착형 리더십은 IPO를 ‘단순한 금융 이벤트가 아닌 고객과의 긴 여정’으로 바라보는 그의 관점에서 비롯된다. NH투자증권 IPO본부는 이 기조에 따라 성과 예측이 어려운 IPO 딜에도 끝까지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특히 효율보다 책임, 성과보다 진정성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는 고객사의 신뢰를 이끌어내는 핵심 배경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IPO 시장에서 신뢰를 얻는 방식은 결국 ‘누가 끝까지 옆에 있었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원팀의 힘…조직 전체가 움직이는 IPO 전략최 본부장의 현장 중심 리더십이 힘을 발휘하는 배경에는 NH투자증권만의 강력한 조직력이 있다. 그는 자사의 강점으로 ‘원팀(One Team) 협업 체계’를 꼽았다. 이는 단순히 부서 간 협력을 넘어, 고객 발굴부터 최종 상장까지 모든 과정이 하나의 목표 아래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핵심 경쟁력이다.이 협업 체계의 중심에는 IB1사업부 산하 커버리지, IPO, 신디케이션 본부가 있다. 먼저 커버리지 본부가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 주요 고객사와의 장기적 관계를 관리하며, 그룹사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딜의 출발점을 만든다. 이어 IPO 본부가 기업 실사와 밸류에이션, 상장 구조 설계를 맡아 딜을 구체화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신디케이션 본부가 국내외 기관 투자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요예측과 청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이처럼 각 기능이 분절되지 않고 긴밀히 연계돼 고객사 접점 관리부터 수요예측, 마케팅까지 일관된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NH투자증권만의 강점이다. 한 부서에서 다른 부서로 업무가 넘어갈 때 발생할 수 있는 정보의 왜곡이나 누락을 최소화하고, 시장 상황 변화에 신속하게 공동으로 대응하며 실행력을 극대화한다.최 본부장은 “IPO는 특정 인물의 역량보다는 조직 전체가 하나의 흐름으로 작동하는 구조가 중요하다”며 “실무자 간 정보 공유가 빠르게 이뤄지고, 각 부서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글로벌 경험 활용…중국 시장을 겨냥한 맞춤 전략여기에 더해 최 본부장이 직접 쌓아온 글로벌 경험은 NH투자증권 IPO조직의 새로운 무기다. 최 본부장은 중국 MBA 과정을 마치고 북경, 홍콩 법인장 등을 거치며 약 18년간 중화권에서 글로벌 IB 업무를 수행했다. 이 밖에도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 과정에서 ▲합작법인(JV) 설립 ▲기술 라이선싱 ▲현지 자금 조달 ▲구조조정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업무를 자문하거나 직접 실행했다. 바이오, 화장품, 헬스케어 등 업종별 특성에 맞춘 전략 수립 경험도 풍부하다.이러한 경험은 NH투자증권 IPO본부 운영에도 고스란히 녹아들고 있다. 북경·상해 사무소와의 연계를 통해 중국 진출을 추진하는 기업에 실질적인 조언을 제공하고, 현지 파트너 발굴부터 기술 수출 계약, 분쟁 조정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실행까지 폭넓게 뒷받침하고 있다. 이 같은 지원은 상장 준비 기업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그는 “중국은 고객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매출을 일으키고 성과를 낼 수 있는 핵심 무대”라며 “해외 전략이 밸류에이션 산정에 있어 스토리를 완성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고 설명했다.최강원 본부장은 올해 리그테이블 목표를 15~20건 내외로 잡고 있지만, 단순한 수치보다는 IPO의 성공률과 상장 이후의 기업 성과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는 “좋은 기업을 발굴해 성공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그 기업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도록 끝까지 함께 하는 것이 IPO 본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2025.07.01 09:00

4분 소요
고장난 K-바이오 밸류에이션…신뢰 흔드는 ‘엉터리 피어그룹’

증권 일반

특례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한 바이오 기업들이 잇달아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자, 상장 당시 이뤄졌던 기업가치(밸류에이션) 산정 방식의 구조적 한계가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IPO 단계부터 지적돼 온 비교기업(피어그룹) 선정의 부적절성이 시장 신뢰를 흔드는 근본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특히 사업 모델과 규모가 현격히 다른 기업을 피어그룹으로 설정해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공모가의 타당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문이 커지고 있다. 단기적인 주가 흐름과는 별개로 이러한 무리한 비교는 K-바이오 시장의 신뢰 기반을 약화하는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통상적으로 기업이 IPO를 통해 처음으로 주식 시장에 나설 때,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해당 회사의 ‘적정 주가’다. 그리고 이 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가장 보편적인 도구가 바로 주가수익비율(PER)이다. PER은 쉽게 말해 회사가 벌어들이는 이익 대비 주가가 몇 배 수준에서 거래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시장이 이 회사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얼마나 높게 평가하는지에 따라 붙는 일종의 프리미엄이라고 볼 수 있다.이 프리미엄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상장 예비기업과 ‘유사한 기업’인 피어그룹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전기차 기업과 전통적인 내연기관차 기업은 같은 자동차 산업에 속해 있더라도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달라 PER 배수가 다르게 형성된다. 따라서 가치를 평가할 때는 비슷한 산업군 내에 비슷한 사업 모델을 가진 경쟁사를 피어그룹으로 선정하는 것이 공모가 산정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이 상장 기업 밸류에이션의 신뢰도를 담보하는 핵심 전제다.고장 난 공식, 바이오 IPO의 ‘무리한 비교’하지만 최근 수년간 바이오 기업 IPO 시장에서는 이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완벽히 동일한 상장사를 찾기 어렵고, 설령 찾더라도 대부분 신약 개발 초기 단계인 만큼 적자를 면치 못해 PER 기준 적용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적 한계는 결국 피어그룹 선정의 적정성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장을 추진했거나 마친 주요 바이오 기업들의 피어그룹 선정 내역을 살펴보면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항▲항체-약물 접합체(ADC) 기술 개발사 인투셀 ▲면역항암제 연구 기업 이뮨온시아 ▲약물전달 플랫폼 기업 지투지바이오 등은 모두 사업 영역이 판이함에도 불구하고, 피어그룹으로 한미약품, 대웅제약, HK이노엔 등 소수의 대형 제약사를 공통으로 포함시켰다. 이러한 비교가 적절하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는 단순한 사업 성격의 차이를 넘어선다. 바이오 IPO에서 피어그룹으로 자주 등장하는 해당 대형 제약사들은 다양한 의약품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연 수천억에서 수조 원대의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종합 제약사다. 반면 상장을 추진하는 바이오 벤처는 소수의 신약 후보물질이나 플랫폼 기술에 성패가 갈리는 매출 100억 원 안팎의 R&D 중심 기업이다. 이처럼 사업의 본질과 재무 규모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두 기업을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은 객관적인 비교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한편 GC지놈은 올해 상장한 바이오 기업 중 유일하게 국내 대형 제약사를 피어그룹으로 삼지 않았지만, 비교기업과의 괴리는 오히려 더 컸다. GC지놈은 주력 사업이 NGS(차세대염기서열분석) 기반 유전체 분석 서비스임에도 사업 모델이 완전히 다른 진단 장비·시약 제조·판매 글로벌 기업인 홀로직(Hologic)과 레비티(Revvity)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또 GC지놈의 지난해 매출은 258억 원에 그쳤지만, 홀로직은 5조 7000억원, 레비티는 3조 9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매출 규모의 차이 또한 막대했다.결국 이러한 피어그룹 선정 방식은 기업의 본질 가치를 평가하기보다 공모가 산정이라는 기술적 요건을 충족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평가된다. 때문에 비교기업 선택이 사업 유사성과 재무 적정성을 고려한 객관적 근거라기보다 미리 정해둔 결과를 정당화하는 수단처럼 작동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구조적 한계 속 사각지대 놓인 공모가업계에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한다. 한 IPO 주관사 관계자는 “신사업을 추진하는 바이오 기업의 경우 정확히 일치하는 사업 모델을 가진 상장사가 없는데다, 있다 한들 대부분 적자 상태라 PER 산정 자체가 어렵다”며 “그렇다고 해서 비교기업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히면 밸류에이션 산정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금융당국도 입장이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혁신 기업의 성장을 지원해야 하지만, 동시에 과도한 밸류에이션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를 방치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다만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상장예비심사 단계에서 비교기업의 구성이나 사업 유사성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면 정정 요구를 통해 보완을 요청하고 있다”며 “실제 피어그룹 구성이 과도하거나 불분명할 경우 신고서 효력 발생을 보류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그럼에도 현행 제도하에서는 발행사가 증권신고서에 ‘비교기업과의 사업 모델 차이로 투자 위험이 존재한다’는 식의 경고 문구 한 줄을 넣는 것만으로 상장사는 상당 부분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결국 밸류에이션의 적정성 여부가 시장 참여자들의 납득할 수 있는 실적 기반의 근거가 아닌 규제 당국의 심사 기준에 맞춰져 있는 셈이다.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만약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바이오 IPO의 가치평가는 발행사가 원하는 밸류에이션에 맞추는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장 참여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가치평가 체계에 대한 고민과 합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2025.07.01 08:00

4분 소요
유예기간 종료에 늘어나는 증시 퇴출…흔들리는 바이오 특례상장기업

증권 일반

특례제도를 통해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이 유예기간 종료에 따라 상장 유지 요건 충족 여부를 검증받고 있다. 상장 후 일정 기간 면제됐던 매출 및 이익 기준이 적용되면서 실적이 부족한 기업은 잇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제도 도입 이후 본격적으로 특례상장기업 전반에 대한평가가 시작된 셈이다.그동안 특례제도를 통해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은 일반 상장사와 달리 상장 유지 요건 적용에 대해 일정 기간 유예를 받았다. 보통 매출 요건은 상장 후 최대 5년간 면제되고,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기준은 3년간 유예됐다. 이후에는 일반 기업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는 구조였다.최근 2018~2019년을 전후해 상장한 기업들이 잇따라 실적 유예 종료 시점에 도달하면서, 특례제도를 통해 상장한 바이오 기업 전반에 대한 실적 검증이 본격화되고 있다. 실제로 정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폐지된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기술특례 유예 끝…성과 미달 바이오 기업들 상장 유지 ‘빨간불’최근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안긴 사례는 셀리버리와 파멥신의상장폐지다. ‘성장성 특례 1호’로 2018년 코스닥에 입성한 셀리버리는 2023 사업연도까지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같은 해 감사의견으로 ‘의견거절’을 받았다. 여기에 대표이사의 횡령·배임 혐의까지 불거지며 결국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을 피하지 못했다.2019년 상장한 항체 신약 개발사 파멥신 역시 최근 7년간 매출 30억원 미만을 기록하는 등 지속적 매출 부진과 연구개발 비용 증가로 적자가 누적돼 관리종목 지정을 거쳐 상장폐지가 결정됐다.상장폐지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들도 속속 늘고 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기술이전 계약 해지와 임상 지연으로 실적이 악화돼 2년 연속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했다. 디엑스앤브이엑스는 진단사업 부진 속에 100억원대 순손실을 기록하며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셀루메드는 사업 구조 재편 및 신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며 지정 기준에 미달했다.에스씨엠생명과학 역시 매출 부재와 대규모 손실이 2년 연속 지속됐고, 애니젠은 정부 과제 축소의 여파로 실적이 급감하며 상장 유지 요건에 미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카이노스메드는 항바이러스 치료제 임상에 집중해왔지만 미흡한 성과로 인해 누적 적자가 심화되면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이들 기업은 모두 상장 이후 일정 수준의 매출과 수익을 확보하지 못하며 상장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다만 시장에서은 이 같은 혼란이 예견된 위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본질적인 원인이 실질적인 기술 개발보다 상장 자체를 통한 자금 조달에 무게를 싣게 만든 제도적 구조가 문제로 지목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특례상장 제도가 상장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했지만 결과적으로 확실한 사업 모델 없이 자본시장에 진입하는 경로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여기에 바이오 산업 특유의 불확실성이 겹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신약 개발에는 평균 10년 이상의 시간과 수천억 원대의 자본이 투입되지만, 성공 확률은 10% 남짓에 불과하다. 많은 기업들이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조건부 기술이전(L/O) 계약을 기반으로 수천억 원대의 '기대 매출'을 제시해왔지만 불안정한 구조로 인해 지속 가능한 현금흐름을 담보하지 못했다.결국 바이오 산업 전반의 고위험 부담이 개인 투자자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한계에 직면한 셈이 됐다. 때문에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바이오 기업들의 관리종목 지정은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제도와 산업 구조가 맞물려 드러낸 필연적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생존형 M&A’ 확산과 상장 유지 기준 강화…바이오 산업 시험대벼랑 끝에 몰린 일부 특례 상장 바이오 기업들은 회계기준 충족을 위해 본업과 무관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한 일종의 ‘생존형 M&A’ 전략이다. 백신 개발사 셀리드는 제빵 프랜차이즈 업체인 ‘포베이커’를 인수해 외형을 키웠고, 압타바이오는 건강기능식품 업체를 인수했다. 유틸렉스는 IT 기업을 흡수합병하면서 기존 1억원대였던 연간 매출을 90억원 규모로 확대했다. 티움바이오는 지난해 천연화장품 OEM·ODM 전문기업 페트라온을 흡수합병했다.다만 이러한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요건 충족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핵심 역량과 정체성을 훼손하고 자본 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신약 개발과 같은 고위험·장기 프로젝트 대신 단기 매출 확보에 치중하는 구조가 고착될 경우 오히려 재무 부담이 늘고 사업 리스크가 가중될 수 있는 까닭이다. 또한 본업과 무관한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의 기대와 괴리가 커지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금융당국이 칼을 빼 들면서 바이오 기업들의 하반기 시장 퇴출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코스닥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최소 매출 기준을 현재 30억 원에서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100억 원으로 올리고, 시가총액 기준도 40억 원에서 300억 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동시에 부실기업의 퇴출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개선 기간을 단축하고 심의 절차도 간소화한다.상장폐지 요건 강화는 단순히 몇몇 기업의 퇴출을 넘어, 바이오 산업 전반의 상장 전략과 자금 조달 방식에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새로운 기준 적용 시 수십개에 이르는 바이오기업이 상장폐지 위험에 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바이오 기업들이 '가능성'만으로 자본을 조달하던 시대는 저물고, 실질적인 성과와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증명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혹독한 '옥석 가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2025.07.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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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개혁 필수적” 통화정책, 물가안정의 ‘만능열쇠’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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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천명했다. 다만 치솟는 생활물가, 부동산 가격 양극화, 경기침체 국면 등이 겹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고차방정식에 직면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물가 수준을 조정하는 것은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물가상승률 2% 안정권에도…무서운 ‘생활물가’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1월 2.2% ▲2월 2.0% ▲3월 2.1% ▲4월 2.1% ▲5월 1.9% 등이다. 이는 한국은행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0% 인근에서 움직여,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안정적인 흐름이라고 평가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6월 18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올해 상반기 중 가공식품과 일부 서비스가격이 인상된 점은 연중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겠으나, 낮은 수요압력 등이 이를 상쇄하면서 올해 하반기 중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은 모두 1%대 후반 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 들어 중동지역 지정학적 갈등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 상방 요인으로 부각된 점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 총재는 “이외에도 물가 전망경로 상에는 미국 관세정책의 전개 양상, 내수 회복 속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짚었다.더 큰 문제는 소비자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4%를 웃돌고, 외식물가 역시 오름세다. 한은의 ‘최근 생활물가 흐름과 수준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인 2021년 이후 올해 5월까지 필수재 중심의 생활물가 누적 상승률은 19.1%로 소비자물가 상승률(15.9%)보다 3.2%포인트(p) 높았다. 이는 팬데믹 기간 중 공급망 차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기상여건 악화 등 대내외 공급충격이 중첩되면서 생활물가 내 비중이 큰 식료품·에너지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다.우리나라의 물가수준을 OECD 주요국과 비교하면, 의식주 등 필수재의 물가수준이 높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의 2023년 기준 의류(161)·식료품(156)·주거비(123)의 물가 수준은 OECD 평균(100)을 크게 상회한다.특히 식료품 가격 중에서는 농축수산물뿐만 아니라 가공식품의 가격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과일·채소·육류가격은 OECD 평균의 1.5배 이상이며, 빵이나 유지류 같은 가공식품의 가격도 높은 편이다. 생산성과 개방도가 낮은 데다, 유통비용이 높은 점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은은 생활물가 상승으로 가계의 체감물가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상황은 가계의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쳐 중장기적으로 물가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규제 및 진입장벽 완화 등을 통해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서울·지방 집값 격차 ‘세계 1위’…“기대심리 관리해야”부동산 가격 상승과 수도권과 지방간 집값 양극화 역시 물가와 소비에 영향을 준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주요 도시의 집값을 전국 수준으로 나눈 ‘주택가격 양극화 지수’는 올해 들어 한국이 1.5배에 육박해, 중국을 제치고 7개 주요국 중 가장 높아졌다. 지난 2013년 말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과 전국 간 주택가격 상승률 격차는69.4%포인트(p)로, 중국(49.8%p)과 일본(28.1%p)·캐나다(24.5%p)를 크게 웃돌았다.우리나라의 주택가격 양극화는 코로나19 회복 국면에서 주춤했다가, 2023년 이후 다시 확대됐다. 특히 서울 주택가격은 오름세를 지속한 반면 비수도권 광역시는 하락세를 보이며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한은은 주택가격 양극화의 원인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경제력 격차 확대’, ‘수도권 인구 집중’ 등을 꼽았다. 지난 10년간 지역 내 총생산(GRDP)을 보면 수도권 비중이 2015년 비수도권을 넘어섰고, 최근에는 53%까지 커졌다. 집값 양극화는 주거비 격차 확대로도 이어져, 이는 물가와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최근 지역별 체감 자가 주거비는 서울 229만원, 전국 113만원으로 계산됐다. 전국 최하위인 전남 49만원과 비교하면 서울이 4.7배에 달했다.이 총재도 집값 상승세를 우려한다. 그는 “금리가 인하 추세에 있고 몇 년 동안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여러 기대가 작용하고 있다”며 “기대를 잘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구체적인 부동산 공급안이 수도권에서 나와야 한다”며 “한은은 경기를 보고 금리를 결정하겠지만, 과도하게 유동성을 공급해 기대심리를 증폭시키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한은은 주택가격 양극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단기정책과 구조개혁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은 관계자는 “생활물가와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공급여력 확충, 유통구조 개선 등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 역시 지난 6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와 경기 흐름만 보면 분명히 금리 인하 사이클에 있지만,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상황 때문에 시기와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보다 더 강조하고 싶다”며 “그간에도 고려 요소였지만 더 큰 고려 요소가 됐다”고 언급했다.아울러 유 부총재는 부동산 부문으로 신용이 집중되면서 유발되는 자원의 비효율적인 배분 문제가 인구구조 등 다른 부정적인 구조적 요인과 밀접하게 연관되면서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부총재는 “우리나라의 구조 변화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등 정책 목표 간의 상충 관계를 만들기도 한다”며 “금융안정 상황을 더욱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25.06.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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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기존 IP'·하반기 '자체 IP'...국산 MMORPG 경쟁 변화가 시작됐다

IT 일반

올해 국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시장의 변화가 극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에 검증된 지식재산권(IP)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거둔 게임업계가 하반기에는 완전히 새로운 IP를 내세워 시장 판도를 바꾸려는 모습이다. 넷마블·하이브IM·컴투스 등 주요 게임사들은 올 하반기 신규 IP 기반의 대형 MMORPG를 연이어 출격시킬 예정이다. 이는 기존 IP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마비노기 모바일’ ‘RF 온라인 넥스트’ ‘세븐나이츠 리버스’ 등 상반기 MMORPG 트렌드가 기존의 IP를 중심으로 익숙함 속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방향이었다면, 하반기는 ‘뱀피르’ ‘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 ‘더 스타라이트’ 등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가진 MMORPG가 도전장을 내민다. 자체 IP로 도전장 내민 게임사들먼저 하이브IM은 ‘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아키텍트’는 하이브IM 최초의 초대형 MMORPG다. 언리얼 엔진5 기반의 고품질 그래픽과 심리스 오픈월드, 자유도 높은 이동 시스템 등 최고 기술력을 집약했다. 특히 비행, 수영, 암벽등반 등 입체적 탐험 시스템이 기존 MMORPG와의 차별점으로 꼽힌다. ▲탐험 ▲성장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스토리텔링 등 전투 외적인 측면에서도 균형을 갖춰 다층적인 재미를 구현했다.하이브IM은 지난해 지스타를 통해 아키텍트를 최초 공개한 바 있다. 현장 관람객으로부터 몰입감 있는 세계관과 완성도 높은 그래픽으로 호평을 받았다. ‘리니지2 레볼루션’ ‘제2의 나라’ 등을 총괄한 박범진 아쿠아트리 대표의 25년 MMORPG 개발 노하우가 집약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현재 출시를 앞두고 막바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출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이브IM이 그동안 IP 기반의 캐주얼 게임을 선보여온 만큼 아키텍트를 통해 자체 IP를 확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이브IM은 아키텍트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약 3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만큼 현재 게임의 성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컴투스는 게임테일즈가 개발한 대형 신작 MMORPG ‘더 스타라이트’를 오는 3분기 출시할 예정이다. 여러 차원에 흩어진 ‘스타라이트’를 찾아 떠나는 선택받은 영웅들의 여정을 그린 MMORPG로, 언리얼엔진5를 기반으로 최고 수준의 그래픽, 대규모 플레이어 간 전투(PvP) 콘텐츠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임의 PD이자 스토리 원작자인 정성환 대표가 집필한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몰입도 높은 스토리가 특징이다.컴투스는 ‘4세대 MMORPG’ 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사전 예약 등 출시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개최한 온라인 쇼케이스 ‘더 프롤로그’에서는 핵심 개발진들이 등장해 게임의 주요 콘텐츠와 지향점, 메시지를 전달하며 유저들과 소통에 나섰다. 남재관 컴투스 대표는 “더 스타라이트는 컴투스 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라며 “여름 출시를 목표로 최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지난 10일 고딕 호러 세계관의 MMORPG ‘뱀피르’의 사전등록을 시작하고 티징 영상을 공개했다. ‘리니지2 레볼루션’ 핵심 개발진이 참여한 ‘뱀피르’는 금기·피·욕망·‘파멸된 세계’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운 MMORPG로 독창적인 뱀파이어 세계관을 완성했다. 기존 MMORPG가 채택하는 장르와 달리 뱀파이어 컨셉과 고딕 호러풍의 중세 세계관이라는 차별화된 소재로 연내 정식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넷마블네오 한기현 총괄 PD는 “기존 MMORPG와는 완전히 다른 감성과 스토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넷마블은 ‘디렉터스 코멘터리' 영상을 통해 ▲세계관 ▲아트 & 전투 ▲경제 ▲경쟁 등을 주제로 게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전달할 예정이다.카카오게임즈도 신작 ‘크로노 오디세이’를 준비하고 있다. 크로노 오디세이는 ▲언리얼 엔진5로 구현한 광활한 오픈월드 ▲심미성과 사실감을 겸비한 다크 판타지 세계관 ▲시간을 조작하는 ‘크로노텍터’ 시스템 기반의 독창적인 전투 ▲ 정밀하고 묵직한 수동전투 액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스러운 낮과 밤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글로벌 이용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크로노 오디세이의 이용자는 언리얼 엔진5로 구현된 오픈월드의 구석구석을 탐험하며 스스로 성장과 모험의 경로를 설정하게 된다. 멀리 보이는 높은 산과 강 모두 직접 가볼 수 있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뜻밖의 보상을 발견하거나 새로운 유형의 몬스터와 조우할 수도 있다. 또한, 퀘스트 표시를 따라가는 성장이 아닌, ‘크로노텍터’ 시스템을 활용해 과거의 흔적을 추적하거나 미래를 미리 엿보는 방식으로 세계를 더욱 입체적으로 탐험하는 것도 가능하다.각기 다른 컨셉으로 주목 받아탐험은 ‘크로노 오디세이’의 게임플레이 경험에 직접 연관돼 있으며, 월드의 특정 지역에 도달했더라도 또 다른 모험의 시작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이로 인해 이용자는 동일한 지역을 탐험하더라도 현재 처한 상황에 따라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크로노 오디세이의 핵심 시스템 중 하나인 ‘크로노텍터’는 전투의 다양성과 자유도를 높여주는 요소다. 이용자는 크로노텍터를 활용해 적의 시간을 느리게 하거나 주변의 환경을 과거로 되돌려 더욱 입체적인 게임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크로노 오디세이’ 내 여러 콘텐츠의 기믹 해제나 미로 찾기 등 다방면으로 활용된다.엔씨소프트의 ‘아이온2’를 제외하면 하반기 MMORPG 시장은 사실상 자체 IP 간 경쟁 구도로 재편된다. ▲하이브IM의 아키텍트 ▲컴투스의 더 스타라이트넷마블의 뱀피르 ▲카카오게임즈의 크로노 오디세이 등이 모두 독자 개발 IP로 승부수를 던진다. 이들이 자체 IP 확보를 통한 수익구조 개선과 장기 경쟁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5.06.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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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중금리 대출 확대, 금융 포용성 회복 열쇠일까 [스페셜리스트 뷰]

은행

2025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우리 사회는 다시 한번 ‘포용성장’이라는 경제 화두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좀처럼 하락하지 않고 있다. 특히 중·저신용자와 서민층의 금융 접근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금융 사각지대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로써 수백만 명에 달하는 국민은 고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2금융권이나 비제도권 금융으로 내몰리고 있어 가계의 구매력 위축, 민간 소비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필자는 중금리 대출 확대가 금융 포용성 회복의 열쇠가 될 수 있는지 관련 통계와 정책 동향, 해외 사례 등을 토대로 살펴보고, 새롭게 출범한 신정부의 정책 방향과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중·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은 왜 낮은가국내 금융사의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다. 2024년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약 70%에 달한다. 반면 신용대출 비중은 30% 수준이며, 중·저신용자의 은행 신용대출 이용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2025년 2월 기준,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약 1810조원에 달하며 이 중 예금취급기관(은행, 저축은행 등)의 가계대출 잔액만 약 974조원에 이른다.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2025년 2월 한 달 동안 3조3000억원 증가하며 전월 대비 증가세로 전환됐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 중 ▲고신용자 비중은 82.1% ▲중신용자는 16.5% ▲저신용자는 1.4%다. 이처럼 국내 가계대출 시장에서는 신용평점이 낮을수록 은행권 대출 접근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구조적 문제가 고착되고 있다.이러한 구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권이 재무건전성을 중시하는 대출 정책을 강화하며 더욱 심화됐다. 특히 2022~2024년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위험이 커지면서, 은행과 저축은행 모두 보수적 대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저신용자,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은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신용대출 구조의 경직성은 ▲금융사 내부의 보수적 위험관리, 금융감독당국의 대출총량 규제 ▲국제결제은행(BIS)의 강화된 자기자본비율 규제 등 복합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담보가치 하락 위험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주택이라는 담보확보에 따른 채권보존 가능성이 매우 높아, 금융사는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안전한’ 대출상품으로 인식한다.반면, 신용대출은 경기 변동에 민감하고, 중·저신용자 대출의 경우 연체율이 높아 손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크다. 따라서, 금융사들은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기피하게 되고, 이는 곧 금융 포용성 약화로 이어진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2025년 상반기 중 기준금리는 인하됐으나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6%대를 유지했다. 2025년 2월 말 기준 500만원 이하 소액 대출금리는 6.63%로, 2024년 12월 말 6.49%에서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시장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은 중·저신용자 대출에 대해 심사를 강화하고, 인하 폭을 대출금리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 2025년 3월 중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중 금리가 6% 이하인 대출 비중은 약 86%로 연초 72% 수준에서 확대됐다. 반면 신용도가 낮아 6%를 초과하는 대출 비중은 2025년 1월 28.5%에서 올해 3월에는 13.9%로 급감했다. 이는 은행들이 대출 부실 위험을 우려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대출금리의 경직성은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 외에도 예대율 규제, BIS 비율 등 건전성 규제와도 맞물려 있다. 은행권은 예금금리 인하 압박에도 불구하고, 부실채권의 위험관리와 대출 한도 규제 때문에 대출금리 인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중·저신용자 대출의 경우 연체율 상승 우려로 추가 가산금리가 적용되는 구조가 고착됐다. 국내 대출금리의 하방 경직성은 글로벌 금융시장과도 연동된다. 2024~2025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등 대외 변수도 은행권 대출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환경에서 국내 금융사들은 보수적 대출 정책을 지속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한 금융 사각지대 확대로 이어진다.저신용·저소득 취약계층의 은행 신용대출 이용률은 5% 미만에 불과하며, 2금융권 및 비제도권 금융 이용률은 30%를 넘는다. 연체율 상승은 금융사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대출 심사 강화 및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더욱 악화한다. 2024년 4분기 기준 저축은행의 전체 대출 연체율은 6.01%로, 2023년 동기(4.29%) 대비 1.72%포인트(p) 상승했다. 금융 취약계층의 확대는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 ‘고금리 대출 의존→가계부채 질 악화→신용불량자 증가→사회적 양극화 심화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며, 사회적 비용을 더욱 증가시킨다.사회적 비용은 단순히 금융 부실에 그치지 않는다. 고금리 대출 의존은 가계의 소비여력 위축, 내수 경기 둔화 등 경제 전반에 나쁜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특히 청년·고령층·플랫폼 노동자 등 금융 취약계층의 빈곤화, 빈곤의 대물림 등 장기적 부정적 효과가 누적된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비용은 다음의 4가지 측면에서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첫째, 고금리 대출 의존도와 가계부채 질 악화가 발생한다. 취약계층이 고금리 대출에 의존하게 되면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상환 부담이 증가한다. 이는 신용불량자, 연체자 증가로 이어지며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험이 커지게 된다. 둘째, 내수 경기 둔화 및 경제 전반에 걸친 부정적 영향이 파급된다. 고금리 대출 상환의 부담은 가계의 소비여력 위축으로 이어져 내수 부진을 가져오고, 경제성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또 금융사의 부실이 확대되면 금융시장의 안정성도 크게 위협받는다. 셋째, 사회적 양극화와 빈곤의 대물림 문제가 발생한다. 청년·고령층·플랫폼 노동자 등 금융 취약계층이 고금리 대출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빈곤화가 심화되어 빈곤의 대물림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어 계층간 기회 격차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넷째, 사회적 신뢰 저하 및 복지 비용 증가를 가져온다. 금융 포용성 저하는 사회적 신뢰 약화, 정책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는 신용불량자 증가, 복지 수요 확대 등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정부가 부담해야 할 복지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영국은 ‘크레딧 빌더’(credit builder) 대출을 도입해 신용이 낮은 계층이 소액·단기 대출을 통해 신용점수를 개선할 수 있도록 했다. 2019~2023년 영국의 크레딧 빌더 대출 이용자 중 60%가 1년 내 신용등급이 1등급 이상 상승했다. 미국은 커뮤니티 뱅크와 핀테크 기업이 협업해 ▲대안신용평가 ▲비금융정보 활용 ▲온라인 대출 플랫폼 등을 통해 금융 포용성을 높이고 있다.이들 국가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신용평가 혁신 ▲데이터 연계 ▲보증 확대 ▲맞춤형 금융교육 등 다각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2024년부터 ‘금융 포용성 프레임워크’를 도입해 각국 금융기관의 포용금융 실적을 평가하고 포용금융 우수기관에 ▲세제 혜택 ▲규제 완화 ▲정부 보증 확대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 역시 2023년부터 ‘지역 금융기관 포용금융 평가제’를 도입해 지방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실적에 따라 정부 보증 비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이로써 영국·미국·EU·일본의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한 정책 시사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와 대안신용평가의 적극 도입을 통해 낮은 금융 이력자도 저렴한 금리로 금융서비스를 이용토록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둘째, 핀테크 업체와 전통 금융사 간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 서비스를 확대토록 디지털 금융 규제 개선, 데이터 결합 제도 활성화라는 혁신환경 조성이 제공된다. 셋째, 정부의 보증 및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중금리 차주를 위한 민간 부문의 맞춤형 대출상품 출시가 확대되고 있다. 넷째, 금융사의 포용금융 실적을 평가하고 우수업체에 한해 ▲세제 혜택 ▲규제 완화 ▲보증 지원 등의 정부 인센티브가 뒤따르고 있다. 중금리 대출, 1·2금융 잇는 ‘틈새시장’…대출 공급 확대 중금리 대출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연 7~15% 수준의 이율로 공급되는 대출상품이다. 은행의 저금리 대출과 저축은행·대부업의 고금리 대출 사이의 ‘틈새시장’으로 금융 포용성 확대의 핵심 수단이다. 2025년 정부는 금융권 중금리 대출 공급을 36조8000억 원으로 확대 유도하고 있다. 이는 2024년 대비 3조8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중금리 대출은 단순한 상품 공급을 넘어 ▲신용등급 개선 ▲금융 이력 축적 ▲사회적 안전망 강화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유발한다. 특히 중금리 대출을 통해 신용점수를 높인 차주가 이후 저금리 대출로 이동하는 ‘금융 사다리 효과’는 장기적 금융 포용성 강화의 핵심이다. 따라서 중금리 대출 확대는 ▲금융 사각지대 해소 ▲민간 소비 활성화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 등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중금리 대출 확대는 사회적 안전망 강화와 경제 전반의 선순환 구조 창출에도 기여한다. 금융 접근성이 높아지면 중·저신용자도 합리적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생계·사업·주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적 자립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중금리 대출의 수요와 공급에서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 중금리 대출 정책 상품인 햇살론, 사잇돌 대출 등은 자격 조건이 까다로워 실제로 중금리 대출이 필요한 차주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민간 중금리 대출 공급은 대출총량 규제에 막혀 확대에 한계가 있으며, 실제로 신용점수 600점 이하 차주에게 대출을 내준 저축은행은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금리 대출에 대한 실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증거는 도처에서 확인된다. 제 1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2금융권으로 대출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중금리 신용대출 잔액이 최근 1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은 이러한 사실을 방증한다. 금융사의 대출 공급 구조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대출 공급 구조가 담보대출 위주에서 신용대출·중금리 대출로 다변화돼야 한다. 금융사 대출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는 ▲금융사 수익구조 안정화 ▲위험 분산 ▲취약계층의 경제적 자립 지원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특히 신용평가모형의 고도화와 비금융정보(통신비, 공과금 등) 활용 확대는 중·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정책금융과 민간금융의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정책금융과 민간금융의 협력은 데이터 공유, 신용평가 연계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시너지를 창출한다. 정부는 신용보증기금, 서민금융진흥원 등과 협력해 중금리 대출의 보증 비율을 높이고, 민간금융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또 금융사 건전성 제고를 위해 금융감독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저신용자 대출 연체율은 여전히 높다. 연체율 관리를 위해서는 ▲대출 심사 고도화 ▲상환능력 평가 강화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 ▲채무조정 프로그램 확대 등이 필요하다. 특히 신정부는 디지털 금융사의 경우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 연체 예측 모형을 도입해 건전성 관리 역량을 강화하도록 민간 금융사를 독려해야 한다. 디지털 금융과 신용평가 혁신을 유도하는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는 고도화된 신용평가모형 덕분이다. 카카오뱅크는 7개 기관의 가명 결합 데이터 약 3700만건을 활용해 대안신용평가모형 ‘카카오뱅크 스코어’를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이로써, 기존 신용평가모형만으로는 정교한 평가가 어려웠던 중·저신용자와 금융 이력 부족자 등에 대한 적극적 대출 공급이 가능해졌다. 토스뱅크 역시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통해 2025년 1분기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 비중 30.4%를 달성했다. 중금리 대출 확대 위한 정책 인센티브와 규제 완화중금리 대출 확대를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와 규제 완화책이 준비돼야 한다. 은행권에는 ‘지역 재투자 평가’ 시 중·저신용자 대출 전액을 실적에 반영하는 방안의 확대가 필요하다. 이 평가는 지자체 금고 선정 시 중요한 지표로, 기존에는 새희망홀씨 대출만 포함됐는데 올해부터는 중·저신용자 대출까지 인정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가야 한다. 저축은행에는 민간 중금리 대출의 일정 비율(10%)을 예대율 산정 시 제외하는 인센티브 시행이 시급하다. 또 카드사 등에도 중금리 대출 확대 시 신사업 규제 완화 등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카드사의 경우 저신용 차주 대상의 카드론 공급을 확대하며 본업인 신용판매 수익 감소를 보존하고 있다.하지만 카드사는 위험한 카드론의 공급 증가에 따라 연체율이 높아지며, 건전성 악화로 인한 신용등급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카드사의 신용등급 하락은 회사채 발행금리를 높여 조달비용 증가를 가져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카드사로 하여금 카드론 차주 대비 상대적으로 우량한 중금리 대출 차주에 대한 대출 공급을 늘리도록 하는 책적 유도가 필요하다. 현재 카드사의 경우 중금리 대출 잔액의 10%를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제외하는 인센티브가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향후 해당 비율을 더욱 높여 카드사의 중금리 대출 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요구된다. 현재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 30% 이상이라는 기준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적용되고 있다. 해당 조건을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에서 우선권을 부여하는 인센티브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민간 중금리 대출 금리 상한은 ▲은행 8.5% ▲상호금융 10.5% ▲카드 13.0% ▲캐피탈 15.5% ▲저축은행 17.5%로 차등 규정되어 있다. 2024년 하반기부터 상호금융 중금리 대출 금리상한은 10.22%(상반기 10.5% 대비 0.28%p 하락), 저축은행은 17.25%(상반기 17.5% 대비 0.25%p 하락)로 조정된 바 있다. 이로써, 2025년 중 시장금리의 추가 인하가 이루어질 경우 민간 중금리 대출 금리 상한의 추가 인하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2025년 현재 정부는 정책 서민금융 공급 목표액을 전년 대비 1조원 늘어난 11조8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정부는 상반기 중 주요 정책 서민금융상품 공급을 조기 집행하고, 취약 채무자 소액채무 면제, 청년·취업자 채무조정 강화 등 지원 프로그램도 확대할 예정이다. 그런데 신정부 출범을 계기로 올해 안에 정책 서민금융 상품의 ▲중도상환수수료 폐지 ▲대출 한도 상향 ▲대출 심사 간소화 등 제도 개선의 신속 추진이 요구된다. 또한, 모바일·비대면 대출 창구 활성화 등 금융 접근성 제고 방안도 병행해야 한다. 특히 정책금융 공급의 확대는 정부 예산과 보증 재원의 확충, 금융기관의 협조 등 다층적 노력이 필요하다. 정책 서민금융 상품의 재원은 국민행복기금·신용보증기금·서민금융진흥원 등 다양한 기관에서 조달되고 있으므로 2025년에는 이들 기관의 출연금 및 보증 여력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편, 신정부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저축은행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2025년 1분기 기준,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전체 신용대출에서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비중(평잔 기준)은 평균 34%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는 32.8% ▲케이뱅크 35% ▲토스뱅크 34.3%로 모두 목표치(30%)를 상회했다. 카카오뱅크 출범 이후 누적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규모는 13조원을 넘어섰으며, 2024년 한 해에만 2조5000억원 이상이 공급됐다. 2025년부터는 신규 취급액의 30% 이상을 중·저신용자 대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규정이 신설돼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저축은행 79개사의 2024년 중금리 대출 취급액은 11조2945억원으로, 전년(7조 3934억원) 대비 52.8% 증가했다. 저축은행 업권의 중금리 신용대출 잔액은 2024년 4분기 2조8672억원으로, 2023년 4분기(1조1967억원) 대비 139.6% 급증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저축은행의 예금금리 인하와 관련 있다.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2023년 말 3.96%에서 2024년 말 3.33%로 0.63%p 하락해 조달비용 부담이 완화되면서 대출 여력이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신정부는 저축은행의 겸영 업무 인허가 혜택 등 중금리 대출 확대를 유도하는 구체적인 정책 인센티브안 마련을 통해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 신정부는 민간 중금리 대출에 대한 대출총량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민간 금융사의 중금리 대출은 가계대출 총량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대출총량 규제가 지속되면 공급 확대에 한계가 있고, 금융사들은 위험회피적 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금리 대출 취급 금융사에 대한 인센티브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중금리 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한 금융사에는 ▲신사업 진출 ▲겸영 업무 허가 ▲예대율 산정 등에서 가산점과 규제 완화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저축은행·카드사·상호금융 등 업권별 특성에 맞는 인센티브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정책금융 상품의 신청자격 완화 및 민간 금융사와의 대출상품 연계도 요구된다. 즉, 햇살론, 사잇돌 등 정책 서민금융의 자격 조건을 완화하고, 징검다리론과 같이 성실 상환자를 대상으로 은행권 신용대출 상품 이용 시 우대금리 적용 등 우대조건도 신설해야 한다. 또 신용평가 혁신 및 디지털 포용금융 기조가 더욱 확산돼야 한다. ▲비금융정보 ▲대안데이터 ▲AI 기반 신용평가 등 혁신적 평가모형을 적극 도입해 중·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모바일·비대면 채널 확대, 디지털 금융교육 등 디지털 포용금융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연체율 관리와 소비자 보호 강화도 필요하다. 중금리 대출 확대와 함께 ▲연체율 관리 ▲상환능력 평가 ▲채무조정 프로그램 ▲금융소비자 보호장치도 강화해야 한다. 정책·민간금융 모두 건전성 관리와 포용성의 균형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중금리 대출 확대는 금융 포용성 회복의 ‘필수조건’이다. 정부·금융감독당국·민간 금융사 모두가 ▲대출 공급 확대 ▲대출공급에 따른 인센티브 강화 ▲신용평가 혁신 ▲소비자 보호 등 다각도의 노력을 병행할 때, 우리의 금융 생태계는 따뜻하고 지속 가능한 포용금융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서지용 교수는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며, 재무관리와 금융산업의 이해 등 재무·금융 부문의 주요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15년 넘게 한국신용카드학회에서 활동하며, 중소서민금융 분야에서 다양한 정책 제언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원 옴부즈만 위원(중소서민 부문)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국민통합위원회의 ‘포용금융으로 다가서기’ 특별위원으로도 참여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의 금융민생연석회의 산하 금융·주거위원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 서교수는 한국신용카드학회의 학회장, 여신금융협회의 자율규제위원이다. 서교수는 재무·금융부문의 학술연구에도 주력하며, 150편이 넘는 학술논문을 국내외 저명학술지에 게재했다.

2025.06.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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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급히 내린 정부…공공요금 조정은?

정책이슈

이재명 정부가 물가안정 기조를 강조하며 유류세 인하에 나서는 등 물가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하수도·지하철 이용료 등 공공요금은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조정에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정부는 최근 물가 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 조치는 2개월,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는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6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물가 관계 차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최근 소비자물가 동향 및 대응방안’을 발표했다.우선 6월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2개월 더 연장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 충돌로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진데 따른 조치다. 인하율은 휘발유 10%, 경유·액화석유가스(LPG)부탄15% 수준으로 유지된다.승용차 개별소비세 30% 인하 조치도 6개월 연장한다. 신차 가격의 5%인 개별소비세 기본세율을 3.5%로 낮추는 것으로, 감면 한도는 100만원까지다. 4000만원 상당의 신차 구매 시 개소세 인하가 적용되면 세금은 200만원에서 140만원으로 줄어든다. 버스·택시·화물차·연안화물선 등에 대한 경유·CNG 유가연동보조금도 2개월 연장한다.유류세 인하 2개월 더 연장한 정부이재명 대통령은 6월 24일 국무회의를 열어 6월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및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등 대통령안 24건, 일반안건 1건 등을 심의·의결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중동 사태에 따른 물가안정 및 민생회복 지원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같은 내용의 시행령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문제는 공공요금이다. 하수도, 지하철 이용료가 인상됐거나 인상을 앞두고 있고 노사가 협상 중인 버스 역시 요금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수도권 지하철 요금은 교통카드 요금 기준 6월 28일 첫차부터 1550원으로 인상된다. 현행 1400원에서 150원 오른 금액이다. 청소년은 800원에서 900원으로 100원 인상되고, 어린이는 500원에서 550원으로 오른다. 현금은 성인과 청소년 1650원(150원 인상), 어린이 550원(50원 인상)이다. 서울시는 앞서 지난 2023년 지하철 요금을 150원씩 두 번에 걸쳐 총 300원 인상을 결정한 바 있다. 이에 1차로 2023년 10월 7일 인상했고, 나머지는 이번에 올리기로 한 것이다.이는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손실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풀이된다. 공사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액은 7237억원으로, 2023년 당기순손실 5173억원보다 2064억원 늘었다. 올해도 공사의 손실은 5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경숙 서울시의회 의원에 따르면 ▲무임승차 증가 ▲기후동행카드 손실 ▲‘15분 재승차’ 제도 시행 등으로 인해 올해 공사의 운수수입 손실은 총 5328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하수도 요금은 내년부터 인상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6월 초 물가대책위원회를 열고 하수도 사용료 인상안을 통과시켰다. 2030년까지 하수도 요금 현실화율 80% 달성을 목표로 서울시는 내년부터 5년간 하수도 사용료를 연평균 9.5%씩 단계적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인상폭은 1㎥당 연간 평균 84.4원씩 총 422원이다. 인상안이 적용될 경우, 2026년 가구별 하수도 요금 부담은 1인 가구(월 6㎥ 사용 기준) 기준 현재 월 2400원에서 2880원으로 480원 오른다. 4인 가구(월 24㎥ 사용 기준)는 현재 9600원에서 1만1520원으로 월 1920원 오른다.서울시는 하수도사용료 인상을 통해 시민 안전과 직결된 노후 하수시설 개선을 위한 재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2023년 기준 서울시 하수도요금 현실화율은 56%로 전국 특·광역시 중 최하위 수준이다. 정성국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은 “지속되는 고물가 상황 속에서 부득이하게 하수도 사용료를 인상하게 된 점에 대해 깊이 양해를 구한다”며 “이번 인상안은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수질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지하철·하수도 요금 인상…전기요금은 동결서울시 버스 임금 협상에서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는 것도 시민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서울시는 민간 회사가 버스를 운행하고 지자체가 세금을 들여 적자를 보전해 주는 버스 준공영제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시내버스 운송 업체 64곳이 394개 노선에서 버스 7014대를 운행하고 있다.현재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 여파로 서울시 버스 노사 협상이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진 상태다. 서울은 기본급 대비 정기상여금 비중이 높은 편이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한 뒤 산출한 임금을 전제로 추가 협상을 하자는 노조 주장을 수용할 경우 지난해 시내버스 운전직 4호봉 기준 임금은 80만 원(15%) 늘어난다. 시내버스 적자를 지원하기 위해 이미 연간 약 5000억원을 집행하고 있는 서울시 입장에서 노조안 수용이 어려운 이유다. 서울시는 상여금을 없애고 기본급과 수당 중심의 단순한 임금 구조로 바꾸되 총임금 수준(평균 6200만원)은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노조는 “대법원 판결을 따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노조의 요구대로 임금 인상이 이뤄지면 추가 예산 투입을 피할 수 없고, 재정 투입없이 요금 인상으로 임금인상분을 충당한다면 현재 1500원인 요금이 1800원으로 인상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 도미노 현상은 결국 시민 교통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물가 잡기에 나선 정부 정책과 괴리가 생기는 셈이다. 다만 올 3분기(7∼9월) 전기요금은 동결됐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9분기 연속 동결이다. 한국전력은 3분기에 적용할 연료비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최근 밝혔다. 에어컨 등 냉방기기 사용 급증으로 전력수요가 폭등하는 여름철에 전기요금을 인상할 경우, 공공요금과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한전 관계자는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의 경우 한전의 재무 상황과 연료비 조정요금 미조정액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해 2분기와 동일하게 ㎾h당 +5원을 계속 적용할 것을 정부로부터 통보받았다”며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도 철저히 이행해 달라고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2025.06.3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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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이 바꾼 판…카뱅·토뱅 ‘플랫폼 전쟁’ 선봉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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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플랫폼 경쟁력 측면에서 국내 금융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은행을 넘어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앱테크, 생활밀착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으며 고객을 앱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용자 앱 만족도…‘인뱅 3사’가 시중銀 앞서컨슈머인사이트가 조사한 ‘2024년 금융앱 이용자 만족도’ 순위에서 토스·카카오뱅크 등이 최상위권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용자가 평가한 금융앱 1위는 토스로, 2년째 선두를 지켰다. 카카오뱅크는 2위를 차지했고, 케이뱅크는 7위에 안착했다. 인뱅 3사의 순위는 기존 시중은행을 앞섰다. 컨슈머인사이트의 이번 이용자 만족도 평가에는 2024년 한 해 동안 총 2만7832명(매주 약 500명)이 참여했다. 지역·성·연령대별 인구분포에 비래혜 표본을 추출했다. 응답자가 이용하고 있는 복수의 금융앱을 평가하며, 평가하는 앱 별로 17개 세부항목 만족도와 종합 체감만족도를 평가했다.이처럼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은 모바일 앱과 플랫폼 중심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존 은행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고객 친화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사용자 경험(UX), 간편한 가입 절차, 실시간 비대면 서비스 등을 앞세워 빠르게 고객층을 확대했다. 기존 은행이 영업점 중심의 전통적인 운영 방식을 고수해온 반면, 인뱅은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금융 상품과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했다. 이수진·권흥진·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은 편리한 서비스 제공을 통해 은행산업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 모바일앱 사용자 편의성에 대한 소비자 평가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전후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압도적 MAU’ 카카오뱅크 “종합금융플랫폼 목표”인뱅 3사의 앱·서비스 경쟁력을 살펴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2017년 ‘노란 메기’라는 수식어를 업고 등장했다. 세간의 기대에 걸맞게 이색 금융상품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을 블랙홀처럼 끌어들였다. 이에 카카오뱅크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2025년 1분기 기준 1892만으로 인뱅 3사 중 가장 높다.카카오뱅크의 대표적인 이색 수신상품은 ‘모임통장’이 있다. 카카오뱅크는 2018년 12월 모임통장을 출시했다. 카카오톡을 활용한 ‘모임원 초대 기능’과 실시간 ‘회비 현황 확인 기능’ 등으로 큰 인기를 얻었고, 순 이용자수는 올해 3월 말 1200만명에 달한다. 이외에도 카카오뱅크는 ‘26주적금’, ‘저금통’, ‘한달적금’ 등의 수신상품을 잇따라 출시해 인기를 얻었다. 카카오뱅크는 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증권사 주식 계좌 개설’, ‘국내·해외주식 투자’, ‘공모주 청약’ 등의 서비스도 내놨다. 이외에도 코인원과 협력한 ‘가상자산 시세조회 서비스’나 ‘매일 용돈받기’, ‘매일 걷고 혜택받기’ 등 앱테크도 고객들이 카카오뱅크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축이 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2027년까지 고객 수 3000만명, 자산 100조원 달성과 수수료·플랫폼 수익 연평균 20% 성장 등 중장기 사업 목표가 있다”며 “대한민국 경제활동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인구가 모으고, 빌리고, 쓰고, 투자하는 모든 ‘금융생활’을 주로 카카오뱅크에서 할 수 있도록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 되는’ 인뱅앱…토스뱅크·케이뱅크 서비스 눈길토스뱅크의 올해 1분기 기준 MAU는 865만명으로 업권 내 상위권으로 진입했다. 토스뱅크는 토스의 ‘슈퍼앱’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이에 토스 앱과의 유기적 연동을 통해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한 플랫폼에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토스뱅크가 은행권 최초로 선보인 ‘지금 이자 받기 서비스’도 앱 활성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토스뱅크는 2022년 3월 해당 서비스를 출시한 뒤, 올해 2월까지 650만명 고객에게 6100억원 이자 혜택을 제공했다. 토스뱅크는 앱을 통해 고객들의 생활 속에도 침투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최근 앱 내에서 세금과 일부 공과금을 조회하고 즉시 납부할 수 있는 ‘세금·공과금 내기’ 서비스를 개편했다. 고객에게 필요한 다양한 금융 생활 서비스를 제공해, 신규 고객 유입과 더불어 고객 충성도를 높이려는 복안이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최근 출시한 외환서비스도 고객들이 앱을 찾게 되는 서비스”라며 “토스뱅크 앱에서 실시간으로 환율을 보고, 외화를 모으는 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저금통’, ‘젤리 찾기’ 등 앱테크 또한 고객들의 발길을 이끄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뱅크는 공식적으로 MAU를 밝히지 않지만, 카카오뱅크·토스뱅크보다 뒤처진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는 케이뱅크에게 플랫폼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MAU는 중요한 요소다. 이를 위해 최근 케이뱅크가 내놓은 앱테크 서비스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케이뱅크가 지난해 3월 출시한 게임형 앱테크 ‘돈나무 키우기’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매일 앱에 출석하거나 임무를 수행해 돈나무를 키우는 과정에서 현금 보상을 받고, 키우기를 완료하면 추가로 최대 10만원의 현금을 보상받는 게임형 앱테크 서비스다. 올해 5월 기준 누적 이용 고객 수는 약 232만명에 달한다.이용 고객 증가와 함께 케이뱅크 앱 내 여수신 상품 페이지 방문 수도 함께 증가하는 등 유의미한 플랫폼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돈나무 키우기의 흥행은 인터넷은행을 넘어 은행권과 프롭테크, 이커머스 업계까지 게임형 앱테크 트렌드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게 케이뱅크 측의 설명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이외에도 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객분들 불만사항을 반영해 UX·UI를 개선하고 있다”면서 “앱에 뜨는 팝업 광고 또한 고객 맞춤형으로 제시하는 등 개인화해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5.06.3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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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떨고 있니”…李 ‘라면값’ 지적에 숨죽인 식품업계

유통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라면값을 언급하며 물가 안정 대책을 주문하면서 식품 기업을 비롯한 유통업계의 긴장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식품업계는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면서도 국내외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열린 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냐”면서 물가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국정 공백기를 틈타 식품 기업이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며 서민 가계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 대통령의 발언을 시작으로 정부가 식품업계 ‘군기 잡기’에 나섰다. 물가 1%대에도…가공식품 ‘고공행진’ 지난 4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27(2020년=100)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9% 상승하며 5개월 만에 1%대로 내려왔다. 같은 기간 가공식품 물가는 4.1% 올라 두 달째 4%대를 이어갔다. ▲초콜릿(22.1%) ▲비스킷(9.6%) ▲주스(8.8%) ▲커피(8.4%) ▲냉동식품(6.9%) ▲라면(6.2%) ▲아이스크림(5.3%) 등의 상승 폭이 유독 컸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이후 정국 혼란기 6개월간 식품·외식기업 60여 곳이 환율 급등과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앞다퉈 올렸다. 농심은 올해 3월 대표 상품인 ‘신라면’과 ‘새우깡’을 비롯해 총 56개 라면·스낵 등 17종의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했다. 오뚜기는 지난 4월 ‘진라면’(10%)을 포함한 라면 16개 출고 가격을 평균 7.5%, 편의점 판매 3분 카레와 짜장 제품은 약 13.6% 올렸다.동서식품은 지난 5월 ‘맥심 모카골드’, ‘카누 아메리카노’ 등 인스턴트 원두커피값을 평균 9% 인상했다. ‘맥심 티오피’, ‘맥스웰하우스 RTD’(Ready To Drink) 등 커피 음료의 가격은 평균 4.4% 상승했다. 롯데웰푸드도 8개월 사이 두 차례에 걸쳐 과자와 아이스크림 등의 값을 높였다. 롯데웰푸드의 ‘초코빼빼로’는 작년 6월 1800원에서 지난 2월 2000원으로 17.6% 상승했다. 같은 기간 크런키는 1200원에서 1700원으로 41.7% 뛰었다.주류회사도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하이트진로는 ‘테라’와 ‘켈리’ 등 맥주 출고가를 지난달 평균 2.7% 인상했다. 오비맥주는 ‘카스’와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 가격을 지난 4월 평균 2.9% 높였다. 식품업계, 가격 인상 ‘눈치싸움’식품업계는 주요 원재료의 가격 상승과 환율 부담 등으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이 대통령의 ‘라면값’ 발언 이후 지난 13일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주재한 ‘밥상물가 안정을 위한 경청 간담회’에서 김명철 식품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식품 기업의 가격 인상은 비상계엄 이후 환율 폭등 등 경제 여건이 악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김 부회장은 “식품업계가 지난해 원자재 가격 폭등, 인건비·에너지 비용 상승 등으로 경영난을 겪어왔으나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해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왔다”고 덧붙였다.식품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민생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당장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이미 대부분의 식품 기업이 정권 교체 전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아직 정부에서 구체적인 물가 안정 방안이 나오지 않아 대응 계획을 정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정부의 기조에 최대한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미국의 이란 공격 등 중동 정세 악화로 국제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며 추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우려에 관해서는 “원자잿값이나 물류비 등이 실시간으로 반영되지는 않는다”면서 “비축 물량이 있어 지금 가격에는 영향이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했다. 김민석 “유통 거래 투명성 높여야”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업계의 구조상 최근 가공식품의 가격 상승세는 불가피한 현상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가격이 한 번 오르면 떨어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기업이 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린 뒤 시장 상황이 변하더라도 다시 가격을 내리는 일은 거의 없다”며 “원재룟값은 하락해도 인건비나 임대료 등을 이유로 인상된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김 교수는 “독과점 유통 구조를 개선하고 수입 품목을 늘리는 등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는 일도 물가 안정 방안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물가가 오르는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식품업계의 전반적인 가격 인상이 합리적인지를 분석해 연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 교수는 “가공식품 등의 필수재는 가격이 올라도 소비할 수밖에 없어 가격 인상에 민감한 것”이라며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렸다는 식품업계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김 후보자는 지난 13일 간담회에서 “식품, 외식 가격 정보를 소비자가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보 공개 범위를 심도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유통 과정이 불분명하거나 불투명한 품목에 대해서는 거래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농축산물 수급 안정과 유통 구조 개선을 위해 ‘농식품 수급·유통 구조 개혁 TF’를 신설했다. 주요 품목별 수급 대책을 논의하고 식품 가격 인상 품목과 인상률 최소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가공식품 유통과 관련해 시장을 왜곡하거나 불합리한 관행이 있는지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2025.06.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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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을 벗어난 은행, ‘슈퍼앱’으로 진격하다

은행

‘은행’의 개념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한때 지점과 창구 중심으로 운영되던 전통 은행은 디지털 전환을 계기로 급속히 구조가 해체되고 있다. 고객은 더 이상 지점을 찾지 않고, 은행은 물리적 공간이 아닌 플랫폼 위에서 경쟁한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앱 개편 ▲인공지능(AI) 기술 도입 ▲비대면 채널 확대 등을 중심으로 ‘슈퍼앱’ 전략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고 있다.금융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주요 시중은행 모바일 앱의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이 약 1388만명으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어 ▲신한은행의 ‘신한 쏠(SOL)뱅크’가 약924만명 ▲우리은행의 ‘우리WON뱅킹’이 728만명 ▲하나은행의 ‘하나원큐’가 621만명으로 뒤를 잇는다. MAU는 단순한 앱 사용량 지표를 넘어, 이제는 은행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척도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추세 속에서 시중은행들은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슈퍼앱 전략을 펼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비교적 빠른 시점에 그룹 차원의 슈퍼앱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겼다. ‘KB스타뱅킹’은 KB증권·KB국민카드·KB손해보험 등 그룹 내 6개 주요 계열사의 서비스를 통합한 플랫폼으로, 예적금과 대출은 물론 보험·투자·주택금융까지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했다. 특히 마이데이터 기반 서비스 ‘KB 마이라이프’를 통해 ▲자산 현황 ▲부동산 정보 ▲자동차 관리 ▲헬스케어 등 금융 외 기능까지 확장하고 있으며, AI 기반 투자 제안 서비스 ‘케이봇쌤’과 챗봇 기반 금융상담 기능도 탑재해 초개인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신한은행은 ‘신한 쏠’(SOL) 앱을 금융과 콘텐츠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자산관리 ▲소비 분석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반 투자 서비스를 기본으로, 자체 배달앱 ‘땡겨요’를 통해 비금융 생활 서비스까지 결합했다. 최근에는 펀드 추천 기능이 강화된 테마형 투자 메뉴 ‘다시한번 코리아’를 선보이며 투자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인 카드·증권·보험 서비스는 앱 내 통합 메뉴로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우리은행은 비교적 후발 주자지만 빠른 추격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존 우리WON뱅킹을 전면 개편한 ‘뉴WON뱅킹’을 출시하며 모바일 플랫폼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새 앱은 우리카드, 우리캐피탈 등 그룹 핵심 서비스를 통합했고, 향후에는 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연동, 보험 서비스 확대 등 종합금융 플랫폼으로의 고도화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AI 기반 금융 코칭 ▲직장인 전용 컨설팅 ▲맞춤형 보험 추천 등 특화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 체류시간과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AI·데이터로 진화한 슈퍼앱…앱 과부하·장애 위험은 과제하나은행은 ‘하나원큐’ 앱을 자산관리 중심 슈퍼앱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투자 포트폴리오 자동화 ▲외화 환전 ▲글로벌 송금 등의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여행 일정 관리 ▲구독 결제 ▲모바일 청첩장 등 비금융 기능도 확대하고 있다. 사용자 행동 기반의 사용자 경험(UX) 설계에 집중하며 ‘금융+일상’이 결합된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금융과 유통을 결합한 슈퍼앱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중 ‘NH올원뱅크’와 ‘NH멤버스’ 앱을 통합해 새로운 슈퍼앱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 앱은 1400만명 규모의 멤버십 데이터를 바탕으로 농협 주유소, 하나로마트 등 전국 유통 채널과 연계해 소비·포인트·금융을 통합하는 모델을 지향한다. 예를 들어 마트 이용자에게는 소비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를, 농업 종사자에게는 계절별 금융 상품을 자동 추천하는 방식이다. 이는 은행 앱에서는 보기 드문 로컬 맞춤형 서비스다.시중은행의 슈퍼앱 전환은 단순한 기능 확대를 넘어 본질적인 생존 전략으로 해석된다. 더 이상 고객은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 토스·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기반 플랫폼에서 대부분의 금융 서비스를 해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AI·빅데이터·마이데이터 기반 분석을 활용해 고객 맞춤형 콘텐츠 제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추천 대출 한도 ▲실시간 투자 제안 ▲자동 카드 혜택 알림 등은 이제 필수 기능으로 자리 잡고 있다.다만 일각에서는 ‘모든 것을 담는 앱’이라는 슈퍼앱 전략은 기능이 많아질수록 앱 구동 속도가 느려지고, 인증이나 핵심 기능 장애 시 전체 서비스가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일부 은행의 앱 장애로 인해 증권·카드 서비스까지 동시 마비되며 고객 불만이 폭주하는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편리함을 추구해 만든 슈퍼앱이 무거워지고 복잡해지면 오히려 고객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며 “기능의 다양성보다 중요한 것은 빠르고 간결한 사용자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누가 더 빠르게, 더 자연스럽게 고객의 일상에 녹아드는 앱을 만들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금융 플랫폼 경쟁의 핵심이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제 고객에게 은행이란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스마트폰 속 하나의 아이콘일 뿐”이라며 “그 아이콘을 하루에 몇 번 누르게 하느냐가 곧 금융사의 브랜드 파워와 수익성을 결정짓는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자체적으로 플랫폼을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이 은행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은행 앱’이 아니라, ‘생활 앱’으로 고객에게 얼마나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느냐가 진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2025.06.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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