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유니콘 기업 양상만이 능사가 아니다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 유니콘 개수, 생태계 활성화와 정비례하지 않아
유니콘 되기 전 엑시트 수단 다양해야

[최화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연구원] 지난 몇 년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배출된 유니콘 스타트업은 20여 곳으로 정체되어 있다. 이는 새로운 유니콘이 탄생하는 동안, 기업 가치 하락으로 유니콘 지위를 잃어버린 스타트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동성 공급이 원활하던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국내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다수의 유니콘이 등장했다. 이후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이익을 내지 못한 스타트업들의 기업 가치는 재조정됐다. 그 결과 많은 스타트업들이 유니콘 자격을 상실했다.
반도체 스타트업 ‘레벨리온’과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가 작년에 새로운 유니콘 기업으로 탄생했지만, 업계는 같은 기간 동안 유니콘 신분이 박탈된 스타트업들이 더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한편에서는 바이오와 AI 산업에서 새로운 유니콘 스타트업들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몰락하는 유니콘 스타트업이 더 많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한때 국내 유니콘 스타트업 수를 열심히 집계하고 홍보했던 관계 부처들은 최근 침묵을 지키고 있다. ‘역대 최다’ 등의 수식어를 붙여가며 유니콘 스타트업 소식을 전했던 언론 매체들의 기조 역시 돌연 바뀌었다. 오히려 그들은 유니콘 스타트업 동향을 중심으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우려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유니콘 많은 것이 진정 좋기만 할까
유니콘 스타트업 수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역동성과 잠재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이다. 이에 창업 생태계를 적극 육성하는 국가들은 자국 스타트업을 유니콘 수준까지 끌어올리고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프랑스는 2030년까지, 일본은 2027년까지 최소 100개의 유니콘 육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우리나라 역시 중소벤처기업부 주도로 초기 스타트업을 아기 유니콘으로, 아기 유니콘은 예비 유니콘으로 성장시키는 단계별 유니콘 육성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니콘 스타트업 증가가 창업 생태계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질까. 이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유니콘의 정의와 특징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니콘을 규정하는 정확한 개념은 다음과 같다. 유니콘은 ▲ 기업 가치 10억 달러(한화로 약 1조 4천억 원) 이상 ▲ 창업 10년 이내 ▲ 비상장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스타트업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이 중 창업 기업 연령 조건은 최근 제외되는 추세다. 이는 연구 개발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스타트업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현재 기업 가치가 500조 원으로 가장 높은 스타트업인 스페이스X는 2002년 창업되었다.
유니콘의 등장은 창업 생태계가 안고 있는 장단점을 모두 보여준다. 성공한 스타트업의 상징과 같은 유니콘은 창업 생태계에 여러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분명한 장점이다. 반면 이는 투자금 회수(Exit) 기회가 부족하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인수 합병(M&A)이 활발한 독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이 유니콘 수준에 도달하기 전에 인수 합병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다. 독일 스타트업 생태계로서는 더 많은 유니콘 스타트업 배출 기회를 놓친 것이다. 과연 이것이 부정적인 효과를 불러온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빈번한 인수 합병 기회는 독일 스타트업 생태계가 역동성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유니콘의 또 다른 조건인 비상장 기업이라는 부분 역시 주의 깊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은 지난 몇 년간 정부 주도로 창업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였지만 유니콘으로 등극한 스타트업은 많지 않았다. 외견상 일본 창업 생태계가 성장에 실패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본은 스타트업 성장을 위해 그로스 마켓(growth market)을 활짝 열어 두었다. 그로스 마켓은 상장 조건이 간편해서 중소기업들이 쉽게 진입하는 주식 시장이다. 혁신 기술을 보유한 일본 스타트업들은 그로스 마켓에 상장하고 기업 공개(IPO)를 통해 손쉽게 투자금을 유치한다. 이들은 기업 공개를 진행했기에 공식적으로는 더 이상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잠재력은 충분한 기업들이다.

유니콘 수보다는 기회 확대가 핵심
해외 창업 생태계의 사례처럼 유니콘 기업의 증가가 창업 생태계의 질적 성장과 항상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유니콘 기업을 단순히 늘리기보다는 창업 생태계에서 기회를 넓히는 질적 성장에 집중했다. 특히 창업자와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 기회 확대가 창업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임은 자명하다.
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의 자금 회수 유형에서 인수 합병 비율은 3% 미만에 불과하다. 반면 북미 지역은 25% 내외, 독일은 90%에 육박한다. 자금 회수의 또 다른 유형인 기업 공개 역시 우리나라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지난 몇 년간 국내 주식 시장에서 부실 기업이 많아지면서 정부는 기업 상장의 문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창업 생태계의 현황을 종합해보면 유니콘 스타트업이 늘어난 것은 투자금을 회수할 기회가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풍선 효과일 수 있다.
결국 국내 창업 생태계가 유니콘 수에 집착할 이유는 크게 없어 보인다. 오히려 창업 생태계에 충분한 기회가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유니콘 자격에 걸맞은 스타트업이 많지 않아도 괜찮다. 스타트업의 단계별 성장에 충분한 기회만 주어진다면, 국내 창업 생태계는 오늘날의 부진을 딛고 앞으로 전반적인 질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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