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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 다 우울한 LG, 구광모 ‘AI 오너십’만 믿는다
- 주축 전자·배터리·화학업 부진 길어져
‘원 LG’ 전략으로 AI 시장 주도권 선점 겨냥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LG그룹의 주축 사업인 전자·배터리·화학업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올해도 이들 업황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AI(인공지능) 오너십’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계열사 통합 세일즈 등 ‘원팀’ 전략으로 포트폴리오 전환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력 사업 전자·배터리·화학 부진의 ‘돌파구’는
중동 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도 국내외 반도체·자동차·방산·조선 산업은 여전히 굳건하다. 그러나 재계 4위 LG그룹은 이들 호황 산업군에서 ‘핵심 플레이어’가 아니다. 관계사들이 발만 담그고 있을 뿐 주류에서 벗어나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LG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에도 이런 흐름이 반영됐다.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4분기에 영업손실 1090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 등이 겹쳤다고 하지만 분기 적자 기록은 2016년 4분기 이후 9년 만이다. 글로벌 가전 수요 부진과 경쟁 심화, 관세 부담 여파 등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7.5% 급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25년 4분기에 영업손실 1220억원을 기록하며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제외하면 영업손실 규모가 4548억원에 이른다.
LG화학은 중국의 과잉 공급과 중동 분쟁 등이 겹치면서 우울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순손실 9771억원으로 적자 전환한 데다 석화 부문의 손실은 3564억원까지 확대됐다.
LG그룹의 ‘삼대장’이라 할 수 있는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의 부진에 그룹별 시가총액 4위 자리도 한화그룹에 내줘야 했다. LG그룹 내 계열사 시총 1~3위 LG에너지솔루션·LG화학·LG전자는 한화그룹의 삼대장(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한화시스템)의 기세에 밀리는 형국이다.
LG는 구 회장이 취임 때부터 강조한 AI를 무기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그룹의 AI 구심점이 되고 있는 LG AI연구원도 구 회장의 의지에 따라 2020년 설립됐다. 구 회장은 당시 “최고의 인재와 파트너들이 모여 세상의 난제에 마음껏 도전하면서 글로벌 AI 생태계의 중심으로 발전하도록 응원하고 힘을 보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LG AI연구원은 ‘AI 국가대표’로 우뚝 서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평가에서 LG AI연구원의 ‘엑사원’은 전 부문 1위를 차지했다. AI 모델 엑사원은 제조·로봇·통신 등 계열사의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며 그룹이 구축하고 있는 AI 생태계에서 엔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AI 인재 양성을 위해 LG는 국내 최초의 교육부 인가 사내 대학원인 LG AI대학원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구 회장은 개원식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최고 사양의 노트북을 입학생 전원에게 선물하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LG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이 일정 때문에 개원식에 참석하지 못해 아쉬워했다고 들었다. 취임 때부터 AI에 대한 오너십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그룹의 AI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3월 25일 사장단 회의에서 AI 전환(AX)의 중요성도 피력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이며, 빠르게 실행해 성과를 축적하고 확산해야 한다”며 사장단에게 강력한 ‘AI 리더십’을 주문했다.
‘원 LG’로 AI 시장 주도권, B2B 수익 극대화
LG의 ‘원팀’ 전략은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부터 시작해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로 외연이 확장되고 있다.
LG는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LG전자·LG에너지솔루션·LG디스플레이·LG이노텍의 최고 경영진들이 완성차 업체를 직접 찾아가 ‘원 LG’로 통합 세일즈를 벌이며 성과를 내고 있다. 2025년 11월 올라 칼리네우스 메르세데스-벤츠그룹 회장이 LG트윈타워를 찾았고, 같은 해 12월 LG에너지솔루션과 벤츠의 2조원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으로 연결됐다.
계열사 역량을 결집한 ‘원 LG’ 전략으로 AI 데이터센터 부문에서도 대형 수주를 겨냥하고 있다. LG는 지난해 말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를 방문해 ‘AIDC(인공지능데이터센터) 테크쇼’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LG전자의 냉난방공조(HVAC) ▲LG에너지솔루션의 에너지저장장치(ESS) ▲LG유플러스의 토탈 전력 솔루션 등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선보였다.
3월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6’에서도 AIDC 역량을 뽐냈다. LG는 설계·운영·냉각·배터리 등 통합 솔루션을 앞세워 글로벌 무대에서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 구축을 자신했다.
해외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AIDC 시장은 올해 32조원 규모에서 2034년 201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원 LG’ 경쟁력은 동남아 시장에서 저력을 나타내고 있다. LG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1000억원 규모의 하이퍼스케일급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수주했다.
‘피지컬 AI’ 사업 전개를 위해서 빅테크와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엔비디아·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등과 기술 협업을 통해 AI 생태계를 구축, ‘원 LG’ 전략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엔비디아의 범용 휴머노이드 추론 모델 ‘아이작 GR00T’를 기반으로 자체 피지컬 AI 모델을 개발 중이다. LG이노텍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차세대 로봇 ‘아틀라스’의 눈 역할을 하는 ‘비전 센싱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LG CNS는 팔란티어의 기업용 AI 플랫폼 ‘파운드리’와 ‘AIP’를 국내 제조·에너지·물류 산업에 최적화된 형태로 공급하고 있다.
이런 ‘원 LG’ 전략에 B2B(기업간거래) 부문 매출 성장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LG그룹의 주요 계열사의 2025년 B2B 매출액은 127조7000억원으로, 2021년 111조7000억원에서 16조원 이상 성장했다. 전체 매출 대비 B2B 비중은 67%로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B2B 사업은 안정적 성장에다 고수익 사업 구조로 가는 발판이 된다. LG그룹이 구 회장 취임 후 비핵심 사업을 매각·축소하는 반면 전장과 AI 분야에서 B2B 사업의 고도화로 체질 개선을 서두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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