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실패를 자산’으로 R&D 문화 바꾸는 '카이스트의 어머니' 김명자 이사장
- ‘뻔한 과제’만 남는 한국 R&D…성공 중심 평가의 한계
이광형 총장 주도로 세운 KAIST 실패연구소
과학계 문화 전환…카이스트, 도전·재도전 생태계 구축에 따뜻한 조력
AI 인재 순유출 심화…연봉·연구환경 격차에 인재 떠난다
김명자 카이스트 이사장이 29일 서울 강남구 카이스트 도곡캠퍼스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2026.01.29/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카이스트는 교수는 물론 학생, 직원까지 모여 매년 ‘실패자랑대회’를 열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실패연구소까지 대학 부설로 운영하고 있는걸요.”
김명자 KAIST 이사장이 한쪽 눈을 찡긋하며 미소 지었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연구를 거듭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구성원들이 모여 부스를 차리고,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자신의 실패담을 발표하고 공유하는 장면이 떠오른 듯했다.
“한때 한국은 ‘항상 성공하는 연구만 한다’는 말을 듣곤 했습니다. 실패할까 봐 두려워서 처음부터 ‘뻔한’ 연구만 수행한다는 것이죠. 카이스트는 실패를 자산화해야 창의적인 연구와 성공도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실패연구소까지 세웠습니다.”
카이스트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사이버 보안 등 첨단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쏟아내며 글로벌 ‘톱 30’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수년째 바뀌지 않는 압도적인 국내 1위 자리다.
김명자 이사장의 말을 들으니 카이스트가 대한민국 글로벌 딥테크 연구 사업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결을 알 수 있었다. 구성원들의 도전과 실패를 아낌없이 칭찬하고, 이 모든 과정을 빅데이터(BD)로 모아 또 다른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카이스트의 숨은 노력이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카이스트의 어머니’로 불리는 김명자 이사장을 만나 한국 연구개발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와 개선 방향을 들었다.
뻔한 연구만 하는 한국 R&D
“한때 한국은 ‘항상 성공하는 연구만 한다’는 말을 듣곤 했습니다. 실패할까 봐 두려워 처음부터 ‘뻔한’ 연구만 수행한다는 것이죠. 카이스트는 실패를 자산화해야 창의적인 연구와 성공도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실패연구소를 세웠습니다.”
카이스트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사이버보안 등 첨단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내며 글로벌 ‘톱30’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수년째 유지되는 국내 1위 자리다.
김 이사장의 설명을 통해 카이스트가 글로벌 딥테크 연구 거점으로 자리매김한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구성원들의 도전과 실패를 장려하고, 그 과정을 빅데이터(BD)로 축적해 새로운 동력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한국 과학계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는 결과가 뻔한 연구만 한다는 점입니다. 처음부터 남들이 했던 것을 따라 100% 성공할 수 있는 연구만 시작하는 것이죠. 창의적이지 않은 과학은 도태됩니다. 도전하면 실패 확률이 높습니다. 실패 확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도전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한국의 국가 연구개발(R&D)은 성공률이 90% 이상으로 평가된다. 겉보기에는 연구 수행 역량이 높아 보이지만, 실제 구조는 다르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판단이다. 목표 달성이 쉬운 평가와 안전한 과제 중심 설계가 반복되면서 ‘실패 없는 연구’에 집중하는 경향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유난히 실패를 두려워합니다. 실패 가능성이 있어도 도전적인 과제에 매달려야 하는데, 사회 분위기가 이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실패하면 연구비를 회수하거나 낙인을 찍는 구조입니다.”
실패 확률이 높다는 이유로 지원 단계에서 걸러지면 창의적이고 독보적인 결과는 나오기 어렵다. 선도 기술을 따라갈 수는 있어도 새로운 1등 기술을 만들기는 어렵다.
반면 해외는 다르다. 과학계는 ‘고위험·고실패’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소수의 성공 사례가 산업과 국방 전반의 판도를 바꾼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연구를 추진한다. 일례로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과제 성공률은 통상 15~20% 수준에 그친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역시 전체 연구과제 성공률을 10~20% 수준으로 설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패를 축적하는 카이스트
카이스트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R&D 구조를 바꾸기 위해 2021년 이광형 총장의 주도로 국내 최초로 실패연구소를 설립했다. 도전과 실패를 장려하고 사례를 연구해 다음 연구와 인재 육성에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실패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재도전 기업인의 성공 확률이 초기 창업자보다 30% 높습니다.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성공도 늘어납니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2024년 카이스트 구성원 조사에서 73.9%가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는 분위기”라고 답했고, 52%는 “실패에 관대한 환경”이라고 응답했다. 전국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정부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AI와 반도체 등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와 함께 R&D 전반에 ‘실패할 자유’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김 이사장은 개인적 실패 경험도 털어놨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전학 후 전교 회장 선거에 나갔다가 꼴찌로 똑 떨어졌습니다. 제 인생에 첫 망한 경험이었죠. 그때 저를 누르고 당선된 인물이 정대철 현 대한민국헌정회장입니다.”
당시 받은 실패의 트라우마가 너무 깊은 탓에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선거 근처는 가지도 않았다던 김 이사장은 “실패를 자산 삼아 노력한 끝에 장관과 국회의원까지 역임하고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한과총) 첫 여성 회장도 선출될 수 있었다”며 웃었다.
AI 인재 유출 가속화 대책은
실패를 두려워해 도전적 연구가 어려운 환경에서는 연구자들이 장기적인 성장 경로를 설계하기 어렵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인재 유출국으로 전환된 배경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AI 인덱스 2025’에 따르면 한국 AI 인재 순유출 규모는 2024년 기준 인구 1만 명당 0.36명 감소했다. OECD 38개국 가운데 35위로, 3년 연속 순유출 상태다.
김 이사장은 인재 유출 원인을 연봉 격차와 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한국은 이미 과학기술 인재 순유출국입니다. 특히 AI 분야는 속도가 빠릅니다. 국내 연구 환경에서는 실패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글로벌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AI 핵심 인재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대학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유망 연구자를 선점한다. 박사 과정 단계에서부터 연구비 지원과 채용 제안을 동시에 제시하는 방식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은 AI 연구자에게 수억원대 연봉·스톡옵션·대규모 연구비를 제공한다. 연구 자율성도 높다. 반면 국내는 연구비 집행 절차가 복잡하고, 성과 평가는 단기 목표 중심이다. 연봉 수준도 글로벌 기업 대비 낮은 편이다.
“인재 확보는 숫자가 아니라 환경의 문제입니다. 도전적인 연구를 하고 싶어도 제도와 평가 구조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패를 감수할 수 있는 연구 환경과 보상 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합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빠, 나 이러려고 만나?”... 한 번쯤은 공감했을 ‘그냥 필름’ [김지혜의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6/03/03/isp20260303000042.400.0.jpg)
![“이 집에서 개가 제일 얌전”… 유튜브 ‘옥지네’가 보여주는 다정한 소란 [김지혜의 ★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6/02/22/isp20260222000072.400.0.jp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또·또 해냈다' 김효주, LPGA 포드 챔피언십 우승…대회 2연패·2주 연속 우승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이데일리
팜이데일리
남규리 “씨야, 좋은 어른 한명만 있었어도…” 해체 속내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후티 반군 참전에 국제유가 3% 급등…WTI 100달러 돌파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수확기 들어간 MBK ‘SS 1호’ 펀드…골프존 ‘속도’ bhc ‘신중’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유전자가위 특허전, 브로드와 양자 구도로 압축…툴젠 수익화 시점 임박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