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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9호 2026-03-30

스마트개미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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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자산’으로 R&D 문화 바꾸는 '카이스트의 어머니' 김명자 이사장

스타트업

seojy@edaily.co.kr“카이스트는 교수는 물론 학생, 직원까지 모여 매년 ‘실패자랑대회’를 열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실패연구소까지 대학 부설로 운영하고 있는걸요.”김명자 KAIST 이사장이 한쪽 눈을 찡긋하며 미소 지었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연구를 거듭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구성원들이 모여 부스를 차리고,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자신의 실패담을 발표하고 공유하는 장면이 떠오른 듯했다.“한때 한국은 ‘항상 성공하는 연구만 한다’는 말을 듣곤 했습니다. 실패할까 봐 두려워서 처음부터 ‘뻔한’ 연구만 수행한다는 것이죠. 카이스트는 실패를 자산화해야 창의적인 연구와 성공도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실패연구소까지 세웠습니다.”카이스트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사이버 보안 등 첨단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쏟아내며 글로벌 ‘톱 30’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수년째 바뀌지 않는 압도적인 국내 1위 자리다.김명자 이사장의 말을 들으니 카이스트가 대한민국 글로벌 딥테크 연구 사업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결을 알 수 있었다. 구성원들의 도전과 실패를 아낌없이 칭찬하고, 이 모든 과정을 빅데이터(BD)로 모아 또 다른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카이스트의 숨은 노력이었다.는 ‘카이스트의 어머니’로 불리는 김명자 이사장을 만나 한국 연구개발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와 개선 방향을 들었다. 뻔한 연구만 하는 한국 R&D“한때 한국은 ‘항상 성공하는 연구만 한다’는 말을 듣곤 했습니다. 실패할까 봐 두려워 처음부터 ‘뻔한’ 연구만 수행한다는 것이죠. 카이스트는 실패를 자산화해야 창의적인 연구와 성공도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실패연구소를 세웠습니다.”카이스트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사이버보안 등 첨단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내며 글로벌 ‘톱30’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수년째 유지되는 국내 1위 자리다.김 이사장의 설명을 통해 카이스트가 글로벌 딥테크 연구 거점으로 자리매김한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구성원들의 도전과 실패를 장려하고, 그 과정을 빅데이터(BD)로 축적해 새로운 동력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한국 과학계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는 결과가 뻔한 연구만 한다는 점입니다. 처음부터 남들이 했던 것을 따라 100% 성공할 수 있는 연구만 시작하는 것이죠. 창의적이지 않은 과학은 도태됩니다. 도전하면 실패 확률이 높습니다. 실패 확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도전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한국의 국가 연구개발(R&D)은 성공률이 90% 이상으로 평가된다. 겉보기에는 연구 수행 역량이 높아 보이지만, 실제 구조는 다르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판단이다. 목표 달성이 쉬운 평가와 안전한 과제 중심 설계가 반복되면서 ‘실패 없는 연구’에 집중하는 경향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대한민국 사회는 유난히 실패를 두려워합니다. 실패 가능성이 있어도 도전적인 과제에 매달려야 하는데, 사회 분위기가 이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실패하면 연구비를 회수하거나 낙인을 찍는 구조입니다.”실패 확률이 높다는 이유로 지원 단계에서 걸러지면 창의적이고 독보적인 결과는 나오기 어렵다. 선도 기술을 따라갈 수는 있어도 새로운 1등 기술을 만들기는 어렵다. 반면 해외는 다르다. 과학계는 ‘고위험·고실패’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소수의 성공 사례가 산업과 국방 전반의 판도를 바꾼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연구를 추진한다. 일례로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과제 성공률은 통상 15~20% 수준에 그친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역시 전체 연구과제 성공률을 10~20% 수준으로 설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패를 축적하는 카이스트카이스트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R&D 구조를 바꾸기 위해 2021년 이광형 총장의 주도로 국내 최초로 실패연구소를 설립했다. 도전과 실패를 장려하고 사례를 연구해 다음 연구와 인재 육성에 활용하겠다는 취지다.“실패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재도전 기업인의 성공 확률이 초기 창업자보다 30% 높습니다.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성공도 늘어납니다.”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2024년 카이스트 구성원 조사에서 73.9%가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는 분위기”라고 답했고, 52%는 “실패에 관대한 환경”이라고 응답했다. 전국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정부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AI와 반도체 등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와 함께 R&D 전반에 ‘실패할 자유’ 필요성을 강조해왔다.김 이사장은 개인적 실패 경험도 털어놨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전학 후 전교 회장 선거에 나갔다가 꼴찌로 똑 떨어졌습니다. 제 인생에 첫 망한 경험이었죠. 그때 저를 누르고 당선된 인물이 정대철 현 대한민국헌정회장입니다.”당시 받은 실패의 트라우마가 너무 깊은 탓에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선거 근처는 가지도 않았다던 김 이사장은 “실패를 자산 삼아 노력한 끝에 장관과 국회의원까지 역임하고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한과총) 첫 여성 회장도 선출될 수 있었다”며 웃었다. AI 인재 유출 가속화 대책은실패를 두려워해 도전적 연구가 어려운 환경에서는 연구자들이 장기적인 성장 경로를 설계하기 어렵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인재 유출국으로 전환된 배경이다.미국 스탠퍼드대 ‘AI 인덱스 2025’에 따르면 한국 AI 인재 순유출 규모는 2024년 기준 인구 1만 명당 0.36명 감소했다. OECD 38개국 가운데 35위로, 3년 연속 순유출 상태다.김 이사장은 인재 유출 원인을 연봉 격차와 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한국은 이미 과학기술 인재 순유출국입니다. 특히 AI 분야는 속도가 빠릅니다. 국내 연구 환경에서는 실패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글로벌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AI 핵심 인재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대학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유망 연구자를 선점한다. 박사 과정 단계에서부터 연구비 지원과 채용 제안을 동시에 제시하는 방식이다.미국 빅테크 기업은 AI 연구자에게 수억원대 연봉·스톡옵션·대규모 연구비를 제공한다. 연구 자율성도 높다. 반면 국내는 연구비 집행 절차가 복잡하고, 성과 평가는 단기 목표 중심이다. 연봉 수준도 글로벌 기업 대비 낮은 편이다.“인재 확보는 숫자가 아니라 환경의 문제입니다. 도전적인 연구를 하고 싶어도 제도와 평가 구조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패를 감수할 수 있는 연구 환경과 보상 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합니다.”

2026.03.30 07:58

5분 소요
삼성·SK·LG도 반한 ‘K에어돔의 1인자’ 엄기석 필드원 대표

CEO

기후 위기와 지방 소멸 그리고 스포츠. 앞의 키워드는 대표적인 사회적 문제이자 미래세대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난제다. 뒤에 붙은 스포츠는 전혀 다른 키워드로 다가온다. 그러나 엄기석 필드원 대표이사는 난제 해결의 치료제로 ‘스포츠’를 제시하며 산업의 새로운 물결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쉽지 않은 길을 택한 엄기석 대표는 해외에서 더 주목하는 ‘K-에어돔’을 중심으로 한 우물만 진득하게 파고 있다. APEC 빛낸 미래 건축물 필드원은 단순히 스포츠 시설을 시공하는 기업이 아닌 스포츠 공간을 기획·설계·시공·운영하는 ‘토털 스포츠 디벨로퍼’(Total Sports Developer)를 추구한다. 지역의 스포츠 생태계를 설계하고 도시의 활용 가치를 높이는 인프라를 만드는 기업이라는 다소 어려운 길을 걷고 있다. 기업의 추구 방향이 ‘토털 스포츠 디벨로퍼’라는 단어처럼 복잡해 보이지만 문제 해결의 방정식과 도구는 정말 단순하다. 그는 사회적 문제에 거창한 해법이 아닌 스포츠를 대입하고 있다. 공대를 나온 공학도이자 연구원 출신이지만 스포츠 전문가보다 더 진정성 있게 ‘스포츠 내면’을 바라본 끝에 나온 혜안이다. 엄 대표는 “스포츠를 단순한 운동이나 시설로 보지 않는다. 스포츠는 교육”이라며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패배를 인정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교실에서 배우기 어려운 삶의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스포츠를 ‘비포 닥터’(Before Doctor)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그는 “스포츠는 가장 강력한 비포 닥터 역할을 한다. 병이 생긴 뒤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이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힘을 갖고 있다”며 “건강을 지키고 사람을 활력 있게 만들고, 삶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생활체육 인구가 3000만명을 넘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는 “누가 시켜서가 아닌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하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스포츠가 큰 의미가 있다. 그 안에 미래의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스포츠를 기후와 계절 등에 구애받지 않고 365일 내내 할 수 있다면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모든 환경적인 요소에 제약받지 않는 시설의 확립이 에어돔의 출발점이다. 사회적 문제의 해결 도구로 스포츠를 선택했듯이 ‘365일 스포츠 활동의 해결책은 에어돔’이라는 명확한 공식을 세웠다. 엄 대표는 “에어돔은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스포츠 인프라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모델이라 생각한다. 필드원은 국가가 처음 시도한 세계적 모델의 에어돔 프로젝트를 직접 조성하며 대한민국에 새로운 스포츠 공간 개념을 선보였다”고 피력했다. 지난해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APEC에서는 K-에어돔의 가능성을 뽐냈다. 필드원은 삼성·SK·현대차·LG를 비롯해 메타 등 글로벌 기업들의 주요 전시 콘텐츠를 담은 공간인 ‘K-Tech 에어돔 전시관’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필드원은 기초 설계부터 내부 조도 조정까지 모든 공정을 자체 기술로 구현하고 관리하는 국내 유일의 에어돔 기술 전문기업으로 기술력과 완성도를 입증했다. 기업들도 미래형 전시 건축물이자 ‘시간을 압축한 예술’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엄 대표는 “APEC은 K-에어돔의 가능성을 국내외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국가급 국제행사에서 공식 공간으로 활용됐다는 점은 안전성과 품질 측면에서 충분히 검증됐다는 의미”라며 “에어돔은 단순한 스포츠 시설을 넘어 국제 전시·컨벤션·문화행사 등으로 확장 가능한 인프라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중동 러브콜 ‘K-에어돔’ 활짝 필드원의 에어돔은 일본에 수출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에어돔의 안전성과 효율성 등으로 지방자치단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엄 대표는 “일본에서 에어돔 관련 공급 및 협력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했는데 특히 지진 등의 이유로 안전 기준이 엄격한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중동 지역에서도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수주를 진행한 바 있다”고 말했다. 공사 기간을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는 데다 자원 순환형인 에어돔은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건축물로 각광받고 있다. 그는 “기후 위기는 특정 지역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공통으로 직면한 과제다. 폭염·폭우·한파·미세먼지 등 기후 리스크가 일상화되면서 기후 영향을 최소화하고 365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수요는 글로벌 차원에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 글로벌 기업은 데이터센터 건설 과정에서 공사 기간 효율과 작업 능률을 위해 공사 현장 전체를 에어돔으로 덮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그는 “에어돔은 하나의 목적 시설이 아니라 ‘다목적 기후 대응 플랫폼 공간’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기후 위기 시대의 범용 인프라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교적 쓸 수 있는 부지가 많은 지역에서의 성과를 주목하고 있다. 필드원은 경주 스마트 에어돔 프로젝트를 통해 가능성을 증명했다. 4월에는 충남 보령 스포츠파크 에어돔 오픈을 앞두고 있다. 엄 대표는 “다수의 지자체뿐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도 에어돔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에어돔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지역 사람을 모이게 하는 인프라로서 지방 소멸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어돔은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대안이라 기업들도 눈여겨볼 수밖에 없는 미래형 시설물이다. 국내 스포츠 산업의 구조적 한계와 체육시설의 비효율성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필드원은 24년째를 맞고 있다. ‘스포츠에 미친 사람’이라고 불릴 정도로 엄 대표는 앞만 보고 직진하고 있다. 그는 “스포츠인이 아니라서 오히려 스포츠를 더 거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고 스포츠에 대한 홍보·마케팅 전문가라고 자부한다”며 “나이키코리아 대표와 직원들을 상대로 스포츠 마케팅 강연을 하면서 인상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엄 대표의 신념과 꿈은 확고하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일수록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연결하는 산업은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바로 스포츠가 그 시대의 현실적인 대안이자 지속 가능한 미래 산업이라고 믿고 있다. 엄 대표는 “필드원은 그 전환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글로벌 스포츠 인프라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또 필드원의 ‘엠무브’ 브랜드가 용품·시설·운영·콘텐츠를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스포츠의 물결이 되기 바란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6.03.30 07:30

5분 소요
“몇 분 만에 쏠린다”…개미 ‘매수 집중’에 빨라진 장세

증권 일반

“장 초반에 거래량 붙는 종목은 몇 분 사이에 움직여서, 호가 보면서 바로 대응해야 합니다. 늦으면 아예 진입이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30대 개인투자자 황모씨)최근 국내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개미)의 매수 패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정 테마나 종목에 자금이 장중 수십 분 내 집중 유입되며 가격을 끌어올리는 ‘초단기 장세’가 일상화되는 모습이다. 과거처럼 기관이나 외국인이 방향을 만들고 개인이 뒤따르는 구조가 아니라, 개인 매수세가 장 초반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흐름이 일부 종목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있다.최근 반도체, 방산 등 일부 테마주에서는 장 초반 거래량과 체결 강도가 빠르게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난다. 개장 직후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거래가 집중되며 단시간 내 가격이 형성되는 구조다.이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한 실시간 정보 확인과 주문 실행이 가능해지면서 개인 투자자의 대응 속도가 빨라진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거래량 급증, 가격 변동 알림 등 기능을 기반으로 단기 매매에 나서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장 초반 수급이 빠르게 쏠리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여기에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와 국제 유가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방산 및 에너지 관련 종목에 대한 시장 관심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특정 이슈가 부각될 경우 단기 대응 매수세가 빠르게 유입되며 가격 형성 속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실제 장중 사례를 보면 한 반도체 장비주는 개장 직후 거래량이 빠르게 증가하며 장 시작 후 약 15분 만에 거래대금이 전일 대비 3배 이상 확대됐다. 이에 따라 주가는 장 초반 6% 이상 상승했다.또 다른 2차전지 소재주는 오전 10시 이전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오르며 거래량과 체결 강도가 동시에 증가했다. 단시간 내 5% 이상 상승한 뒤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되며 장중 고점을 높이는 흐름을 보였다.이처럼 장 초반 개인 매수세가 집중된 이후 거래량과 체결 강도가 동반 확대되며 가격이 빠르게 형성되는 패턴이 일부 종목에서 반복되고 있다.방산주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보다 단기적으로 나타난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 소식이 전해진 직후 한 방산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장 초반 개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가격이 빠르게 반등했고, 관련 개별 종목들도 동반 상승 흐름을 보였다.일부 종목에서는 오전 한 시간 동안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며 하루 전체 거래량의 절반 이상이 해당 시간대에 집중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 토론방 등 온라인 채널에서는 “지정학 이슈로 방산 수급이 빠르게 붙는 흐름” “단기 반등 구간에서 매수세가 집중된다”는 등의 반응이 공유되기도 했다. 급락장에서도 ‘동시 매수’…낙폭 완충 역할이 같은 흐름은 상승장뿐 아니라 하락장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코스피가 단기간 급락했을 당시 개인 투자자들은 방산·에너지 ETF와 반도체 대형주 등 낙폭이 컸던 종목에 동시 매수에 나서며 지수 하락폭을 일부 완충하는 모습을 보였다.일부 종목은 장 초반 급락 이후 개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20~30분 내 낙폭의 상당 부분을 회복하기도 했다. 특정 시간대에 유입되는 매수세가 가격 반등을 유도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었지만 기업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이어졌고, 과거 하락장에서도 일정 기간 내 낙폭을 회복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를 고려한 개인 투자자들이 전략적으로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 같은 개인 주도 흐름의 배경에는 풍부한 유동성이 자리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129조8188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식 투자 대기 자금이 대규모로 쌓여 있다는 의미다. 신용거래융자 잔고 역시 32조804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까지 증가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현금뿐 아니라 레버리지를 활용해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현금·레버리지·속도’가 결합된 새로운 개인 투자 패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정보 유통 구조의 변화가 있다. 유튜브, 텔레그램, 투자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슈가 확산되면 투자자들은 MTS를 통해 거래량과 호가를 확인하고 즉각 매수에 나서는 흐름이 일반화되고 있다.특히 ‘거래량 급증’, ‘가격 변동 알림’ 등 MTS 기능이 투자자의 행동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정보 확인부터 매수까지의 과정이 단시간 내 이뤄지고 있다.다만 이러한 초단기 장세는 변동성 확대라는 부담도 함께 안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사상 최대 수준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주가가 급락할 경우 손실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주가 하락으로 담보비율이 140% 이하로 떨어질 경우 추가 증거금 납입을 요구하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D+2 시점에 반대매매를 진행한다. 단기간 급락이 이어질 경우 반대매매 물량이 출회되며 낙폭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실제로 최근 급락장에서는 장 초반 개인 매수로 반등했던 일부 종목이 이후 매물 출회로 재차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기도 했다. 개인 주도의 초단기 장세가 상승과 하락 모두에서 빠르게 전개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은 정보 자체의 희소성이 크게 낮아진 대신, 동일한 정보를 얼마나 빠르게 실행으로 연결하느냐가 수익을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었다”며 “매수 타이밍뿐 아니라 보유 시간 관리, 손절 기준 설정, 이탈 속도까지 포함한 전반적인 대응 전략이 성과를 결정하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특히 개인 투자자의 단기 매매 비중이 높아지면서 장중 변동성이 확대되고, 상승과 하락이 모두 빠르게 전개되는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며 “초기 수급에 편승해 수익을 내는 전략이 가능해진 반면, 흐름이 꺾일 경우 손실 역시 빠르게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실시간 리스크 관리 역량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2026.03.30 07:30

4분 소요
똑똑해진 개미의 두 얼굴…빚투 확산에 커지는 ‘경고등’

증권 일반

국내 증시의 주도권이 개인 투자자로 이동한 가운데, 이른바 ‘스마트 개미’와 ‘한탕 개미’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코스피 6000선 돌파 전후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중동발 전쟁 충격으로 변동성이 극대화된 3월 장세에서도 적극적인 매수세를 보였다. 다만 레버리지 투자와 단기 매매가 확산하는 등 한탕주의 성향도 나타나고 있다. 반대매매(강제청산) 위험 신호가 함께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루에 7조원 ‘풀매수’...빚투 수익률 ‘-19%’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24일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총 7조4676억원을 사들이며 사상 최대 순매수 규모를 기록했다. 미국과 이란 간 충돌로 유가가 오르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 물량을 쏟아냈지만, 개인이 이를 모두 흡수하며 시장을 떠받쳤다.증권업계는 과거보다 개인들의 정보 접근성이 높아졌고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투자 수단이 확대되면서 하락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와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등을 신뢰한 투자자들이 주가가 하락할 때를 기회로 보고 자금 유입에 나섰다는 것이다. 다만 개인 투자자들의 ‘한탕주의’ 성향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변동성이 커질수록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노리는 투자가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월 5일 33조6945억원까지 치솟았고 이후 31조원 초반까지 줄어들었다. 하지만 코스피가 반등에 성공하면서 증시 회복 기대감에 신용거래가 다시 증가해 25일 기준 33조285억원까지 불어났다. 이는 코스피 6000을 돌파하던 2월 수준보다 높아진 상황이다.개인 투자자들은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 극대화를 노렸지만 성과는 부진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대형 증권사 2곳의 개인 투자자 종합계좌 약 460만개를 분석한 결과, 3월 들어 9일까지 신용융자를 활용한 계좌의 평균 수익률은 -19.0%로 집계됐다. 이는 신용융자를 사용하지 않은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8.2%)보다 2배 이상 낮은 수준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60대 투자자의 손실률이 -19.8%로 가장 컸다. 20대와 30대의 손실률도 각각 -17.8%, -18.2%로 낮은 수준이 아니었다. 다만 신용융자를 사용하지 않은 투자자와의 격차는 오히려 20·30대에서 더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30대의 경우 신용융자 미사용 계좌 수익률이 -6.6%로 전 연령대 중 가장 양호했지만, 신용융자를 활용할 경우 손실 폭이 2.8배로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3월 들어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변동성 장세를 버티지 못하고 레버리지 투자 손실이 확대됐다고 보고 있다. ‘스마트 개미’와 ‘한탕 개미’ 간 성과 격차가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이 같은 현상은 과거에도 반복된 바 있다. 2022년 강세장 당시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신용거래 확대와 함께 수익률 악화가 나타났다. 당시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 신용융자거래 현황과 특징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신규·저연령·소액투자자의 신용 거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분산투자 수준도 더 낮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당국도 반대매매 리스크 예의주시금융당국은 현재 신용융자 규모가 시가총액 대비 약 0.6% 수준에 머물러 있어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레버리지 투자 확대에 따른 개인 투자자의 피해 가능성을 우려해 증권사들에 관련 위험 안내를 강화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신용융자와 차액결제거래(CFD) 등 레버리지 거래 전반에 대한 점검도 진행 중이다.또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빚투로 인한 반대매매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3월 20일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 첫 회의를 열고 주요 리스크 요인을 점검했는데, 협의회는 급격히 확대된 레버리지 투자가 반대매매로 이어져 피해를 키울 가능성에 주목했다. 주가가 큰 폭으로 움직이며 매도 사이드카가 자주 발동하는 등 급격한 변동성이 나타나면서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 손실 확대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증권사들도 빚투로 버티는 것은 변동성 장세에서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시장 전체의 위기보다는 개인 투자자의 손실 확대 가능성이 커진 만큼, 감당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신용융자를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수 급락으로 신용융자잔고는 수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보다 체감이 되는 점은 위탁매매 미수금이 급등한 점”이라며 “반대매매의 리스크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신용융자거래와 미수금 측면 만으로 시장을 불안하게 바라볼 요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2026.03.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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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꾸라진 편의점…‘유통명가’ 롯데·신세계의 고민 [편의점 판 흔들린다]①

유통

‘유통 공룡’ 롯데와 신세계의 고민이 깊어진다. 편의점 2강(CU·GS25)의 질주로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전체 시장의 성장 정체기까지 도래하면서다. 이런 상황은 적자로 허덕이는 세븐일레븐(롯데 계열)과 이마트24(신세계)의 숨통을 더 옥죌 수밖에 없다.타개책이 필요하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가 기존과 같은 전략을 고수하면 앞으로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 암울해질 수 있다. 양사가 최근 차별화 점포에 무게를 두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36년 만의 첫 역성장 국면폭발적인 외형 성장으로 편의점 왕국이라고 불리던 한국의 사정이 달라졌다. 본격적인 ‘역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이는 36년 만에 처음 벌어진 일이다. 매년 수백에서 수천개씩 점포를 늘리던 업계는 ‘양적 팽창 시대’의 종식을 선언했다. 대신 저수익·비효율 점포 정리를 통한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다.업계의 최근 흐름은 통계 자료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편의점 4개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전국 점포 수는 지난 2021년 4만6804개에서 2022년 5만1816개로 10.7% 늘었다. 이듬해(2023년)에는 전년 대비 2873개 늘어난 5만4689개로 5%대 성장률을 기록했다.지난 2024년부터는 성장 둔화의 폭이 더 커졌다. 당해 편의점 4개사의 점포 증가율은 1%도 되지 않았다. 편의점 4개사의 2025년 점포 수는 전년 대비 약 1600개 줄어든 5만3266개로 집계됐다. 업계의 점포 역성장세는 36년 만에 처음이다.점포 수만 줄어든 것은 아니다. 매출 성장의 폭도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했다. 편의점 매출의 전년 대비 성장률은 2021년 6.8%에서 2022년 10.8%로 4%포인트(p) 늘었다. 이후 성장 폭이 낮아지면서 2023년 8.1%, 2024년 4.3%를 기록했다. 이듬해(2025년)에는 편의점 매출 성장률이 0.1%까지 떨어졌다.업계는 경기 불황 장기화로 인한 소비 위축과 함께 온라인 중심의 소비 습관을 가장 큰 성장 둔화 요인으로 꼽는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온라인 쇼핑 수요가 급증했다. 주요 유통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52.1%에서 2025년 59%로 8.9%p 늘었다. 해당 기간 대형마트·백화점·편의점의 매출 비중은 일제히 줄었다.업계 관계자는 “과거 시장에서는 무작위 점포 출점이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필수 요건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막무가내식 점포 출점은 무수히 많은 부실 점포를 낳았으며, 이는 본사에 독이 됐다”고 말했다. ‘양보다 질’ 달라진 기조이처럼 기업에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은 수년간 적자로 움츠러든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를 더 압박할 수밖에 없다. 이에 양사는 비효율 점포 축소를 지속하면서 ‘공간 콘텐츠의 차별화’를 꾀한다.세븐일레븐은 올해 뉴웨이브 확장 운영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 2024년 10월 1호점의 문을 연 뉴웨이브는 세븐일레븐의 차세대 가맹 모델로 패션·뷰티·그로서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세븐일레븐 운영사 코리아세븐에 따르면 뉴웨이브는 현재 전국 기준 14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그동안은 신사업 모델의 고도화를 위해 무리한 확장을 지양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올해는 뉴웨이브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세븐일레븐의 목표다. 현재는 수도권 중심으로 운영돼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내부에는 연말까지 뉴웨이브가 주요 지역 거점에 자리를 잡으면 세븐일레븐의 오래된 브랜드 이미지가 환기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맴돈다.이마트24도 차별화된 점포 모델과 상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질적 성장 중심’ 출점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이마트24의 핵심은 트렌드랩 성수와 같은 플래그십 스토어다. 트렌드랩은 상품·공간·콘텐츠를 결합한 브랜드 실험형 매장이다. 회사는 이 곳에서 최신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과 체험 요소를 중점적으로 선보인다. 이런 요소들이 향후 점포 전략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는 게 이마트24 측 설명이다.이마트24는 현재 트렌드랩을 기반으로 한 출점 전략을 수립해 ‘디저트랩’ ‘K-푸드랩’ 등과 같은 특화 모델로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디저트랩은 디저트 중심의 상품 구성과 공간 연출을 통해 젊은 고객층의 체류 시간과 구매를 유도한다. K-푸드랩은 소비자들이 다양한 K-푸드를 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대표 콘텐츠로는 라면을 중심으로 한 즉석 조리형 상품이 있다.세븐일레븐과 마찬가지로 이마트24도 차세대 가맹 모델 육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차세대 모델 1호점은 지난해 12월 이마트24가 선보인 마곡프리미엄점이다. 해당 점포는 기존 편의점과 달리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트렌디한 상품이 지속적으로 가장 전면에 배치된다. 연말까지 이런 콘셉트의 스탠다드 점포를 650개 오픈하는 것이 이마트24의 목표다.이마트24 관계자는 “앞으로도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한 방향성 제시와 특화점포 및 스탠다드 점포를 통한 실행 그리고 상품 경쟁력을 통한 집객력 강화를 축으로 질적 성장 중심의 점포 전략을 지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6.03.30 07:00

4분 소요
업황 다 우울한 LG, 구광모 ‘AI 오너십’만 믿는다

CEO

LG그룹의 주축 사업인 전자·배터리·화학업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올해도 이들 업황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AI(인공지능) 오너십’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계열사 통합 세일즈 등 ‘원팀’ 전략으로 포트폴리오 전환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력 사업 전자·배터리·화학 부진의 ‘돌파구’는중동 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도 국내외 반도체·자동차·방산·조선 산업은 여전히 굳건하다. 그러나 재계 4위 LG그룹은 이들 호황 산업군에서 ‘핵심 플레이어’가 아니다. 관계사들이 발만 담그고 있을 뿐 주류에서 벗어나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LG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에도 이런 흐름이 반영됐다.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4분기에 영업손실 1090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 등이 겹쳤다고 하지만 분기 적자 기록은 2016년 4분기 이후 9년 만이다. 글로벌 가전 수요 부진과 경쟁 심화, 관세 부담 여파 등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7.5% 급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25년 4분기에 영업손실 1220억원을 기록하며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제외하면 영업손실 규모가 4548억원에 이른다. LG화학은 중국의 과잉 공급과 중동 분쟁 등이 겹치면서 우울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순손실 9771억원으로 적자 전환한 데다 석화 부문의 손실은 3564억원까지 확대됐다. LG그룹의 ‘삼대장’이라 할 수 있는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의 부진에 그룹별 시가총액 4위 자리도 한화그룹에 내줘야 했다. LG그룹 내 계열사 시총 1~3위 LG에너지솔루션·LG화학·LG전자는 한화그룹의 삼대장(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한화시스템)의 기세에 밀리는 형국이다. LG는 구 회장이 취임 때부터 강조한 AI를 무기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그룹의 AI 구심점이 되고 있는 LG AI연구원도 구 회장의 의지에 따라 2020년 설립됐다. 구 회장은 당시 “최고의 인재와 파트너들이 모여 세상의 난제에 마음껏 도전하면서 글로벌 AI 생태계의 중심으로 발전하도록 응원하고 힘을 보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LG AI연구원은 ‘AI 국가대표’로 우뚝 서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평가에서 LG AI연구원의 ‘엑사원’은 전 부문 1위를 차지했다. AI 모델 엑사원은 제조·로봇·통신 등 계열사의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며 그룹이 구축하고 있는 AI 생태계에서 엔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AI 인재 양성을 위해 LG는 국내 최초의 교육부 인가 사내 대학원인 LG AI대학원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구 회장은 개원식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최고 사양의 노트북을 입학생 전원에게 선물하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LG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이 일정 때문에 개원식에 참석하지 못해 아쉬워했다고 들었다. 취임 때부터 AI에 대한 오너십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그룹의 AI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3월 25일 사장단 회의에서 AI 전환(AX)의 중요성도 피력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이며, 빠르게 실행해 성과를 축적하고 확산해야 한다”며 사장단에게 강력한 ‘AI 리더십’을 주문했다. ‘원 LG’로 AI 시장 주도권, B2B 수익 극대화 LG의 ‘원팀’ 전략은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부터 시작해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로 외연이 확장되고 있다. LG는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LG전자·LG에너지솔루션·LG디스플레이·LG이노텍의 최고 경영진들이 완성차 업체를 직접 찾아가 ‘원 LG’로 통합 세일즈를 벌이며 성과를 내고 있다. 2025년 11월 올라 칼리네우스 메르세데스-벤츠그룹 회장이 LG트윈타워를 찾았고, 같은 해 12월 LG에너지솔루션과 벤츠의 2조원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으로 연결됐다. 계열사 역량을 결집한 ‘원 LG’ 전략으로 AI 데이터센터 부문에서도 대형 수주를 겨냥하고 있다. LG는 지난해 말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를 방문해 ‘AIDC(인공지능데이터센터) 테크쇼’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LG전자의 냉난방공조(HVAC) ▲LG에너지솔루션의 에너지저장장치(ESS) ▲LG유플러스의 토탈 전력 솔루션 등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선보였다. 3월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6’에서도 AIDC 역량을 뽐냈다. LG는 설계·운영·냉각·배터리 등 통합 솔루션을 앞세워 글로벌 무대에서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 구축을 자신했다. 해외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AIDC 시장은 올해 32조원 규모에서 2034년 201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원 LG’ 경쟁력은 동남아 시장에서 저력을 나타내고 있다. LG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1000억원 규모의 하이퍼스케일급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수주했다.‘피지컬 AI’ 사업 전개를 위해서 빅테크와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엔비디아·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등과 기술 협업을 통해 AI 생태계를 구축, ‘원 LG’ 전략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엔비디아의 범용 휴머노이드 추론 모델 ‘아이작 GR00T’를 기반으로 자체 피지컬 AI 모델을 개발 중이다. LG이노텍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차세대 로봇 ‘아틀라스’의 눈 역할을 하는 ‘비전 센싱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LG CNS는 팔란티어의 기업용 AI 플랫폼 ‘파운드리’와 ‘AIP’를 국내 제조·에너지·물류 산업에 최적화된 형태로 공급하고 있다. 이런 ‘원 LG’ 전략에 B2B(기업간거래) 부문 매출 성장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LG그룹의 주요 계열사의 2025년 B2B 매출액은 127조7000억원으로, 2021년 111조7000억원에서 16조원 이상 성장했다. 전체 매출 대비 B2B 비중은 67%로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B2B 사업은 안정적 성장에다 고수익 사업 구조로 가는 발판이 된다. LG그룹이 구 회장 취임 후 비핵심 사업을 매각·축소하는 반면 전장과 AI 분야에서 B2B 사업의 고도화로 체질 개선을 서두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2026.03.30 07:00

5분 소요
배당에 꽂힌 개미…투자 기준 바뀐다

증권 일반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단기 시세차익이나 테마주에 쏠렸던 매매가 배당 등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옮겨가는 흐름이다. 기업의 실적뿐만 아니라 자사주 소각 등의 정책 변화가 맞물리면서 ‘장기투자’를 통한 수익 확대를 노리는 문화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증권주는 올해 들어 주가가 2배가량 오르는 모습을 보였고,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삼성전자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고배당 지수 20%대 상승…주주환원에 자금 쏠려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법 개정 논의와 함께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되면서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도 기업의 단기 주가 흐름보다 배당 성향과 현금 창출 능력에 주목하는 모습이다.시장 지표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확인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중 배당수익률이 높은 50개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 고배당50 지수’는 올해 들어 24.0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수에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기아 등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외에도 증권·은행·보험·카드 등 전통적인 고배당 업종이 포함돼 있다.배당수익률이 높은 금융주 10개 종목을 모은 ‘코스피200 금융 고배당 지수 TOP 10 지수’ 수익률 역시 올해 20% 이상 올랐다. 이 지수에는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 등 국내 은행들과 ▲삼성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등의 증권사 그리고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등 보험사가 포함돼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근거가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개별 종목으로 보면 삼성전자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쏠림 현상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정규 배당 9조8000억원과 추가 배당 1조3000억원을 포함한 주주환원 계획을 제시했다. 상반기 중 자사주 8700만주를 소각하겠다고도 밝혔다. 이 같은 정책은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은 3월 들어 삼성전자를 대거 매수하고 있다. 3월 3일부터 20일까지 개인은 삼성전자를 총 8조3607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코스피와 코스닥을 통틀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으로 기록됐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와 함께 주주환원 정책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투자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3월 들어 고배당주는 투자 매력을 더 키우는 중이다. 국내 증시가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고배당주의 경우엔 주가 하락이 오히려 배당수익률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어서다. 신현용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시 레벨 자체가 낮아진 만큼 배당수익률 측면에서 매력도가 높아진 기업들이 나타나는 상황”이라며 “3월 중 배당기준일을 앞두고 있는 고배당 종목을 통해 변동성 회피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특히 상법 개정에 따라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에 나서고 있어 개인 투자자들은 주당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하는 중이다. 국회에 따르면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올해 기업들은 자사주를 1년 내, 기존 보유분은 18개월 내 소각해야 한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배당 확대와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평가된다.자사주 소각에 적극적인 업종으로는 증권업계가 꼽힌다. 이런 이유로 증권 지수는 올해 들어와 90% 넘게 상승하면서 코스피 지수 중 상승률이 가장 높은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초부터 3월 23일까지 148.17% 급등했고 다른 증권사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개인 순매수 규모는 3830억원으로, 코스피 개인 순매수 상위 1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DB증권에 따르면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금융 종목으로는 ▲미래에셋증권(23.1%) ▲DB손해보험(14.6%) ▲한화생명(13.5%) ▲삼성화재(13.4%) ▲삼성생명(10.2%) 등이 꼽힌다.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 기대가 반영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해당 종목으로 집중되는 이유다. ETF 통한 배당 투자 대중화 흐름고배당주 중심의 투자 흐름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정책 시행 기대와 함께 금융주 실적 개선 전망이 맞물리면서 관련 ETF로 자금이 유입되는 모습이다. 특히 증권·은행·금융지주 업종을 중심으로 한 고배당 전략 상품들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대표적으로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증권고배당TOP3’ ETF는 지난 3월 26일 기준 71.96%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고배당 ETF 가운데 가장 높은 성과를 냈다. KB자산운용의 ‘RISE 대형고배당10TR’과 ‘RISE 고배당’ 역시 각각 42.39%, 35.47%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증권업계는 단순히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것을 넘어 안정적인 수익과 현금흐름을 동시에 고려하는 방식으로 배당 투자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내 수급 효과가 큰 업종은 배당 ETF 편입비가 높은 금융 업종이었다”며 “코스피 내 가장 큰 수급 강도가 유입되는 업종이면서 자사주 매입을 고려한 총 주주환원율이 높은 업종도 금융”이라고 설명했다.

2026.03.30 06:30

4분 소요
외국인도 놀랐다…개인이 방어한 코스피 ‘6000 고지’ 재도전

증권 일반

국내 증시의 주도권이 외국인에서 개인 투자자로 이동하고 있다. 올해 3월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하는 장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시장을 떠받치는 흐름이 뚜렷해진 것이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로 급락했던 코스피가 ‘브이’(V)자로 반등하고 있고, 다시 6000선 재도전에 나선 배경에도 개인 자금의 힘이 자리 잡고 있다.개인, 하루 5조 순매수 ‘뉴노멀’ 장세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동 전쟁 충격이 본격화된 이후인 3월 3일부터 17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총 10조568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11조7789억원을 순매도하며 자금을 회수한 것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기관 역시 1214억원 순매도하며 사실상 개인이 ‘적극적 매수자’로 나서며 급락장을 지탱했다.증권업계에서는 개인의 매수 강도가 과거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개인의 일일 순매수 규모가 5조원을 넘긴 것은 올해 처음 나타났는데, 이런 사례가 다섯 차례에 달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의 하루 5조원 이상 순매수는 ▲2월 5일 7조6853억원 ▲2월 27일 5조7769억원 ▲3월 3일 5조358억원 ▲3월 9일 5조1306억원 ▲3월 23일 7조4676억원 등이다. 지난 2월 2일에는 4조8001억원을 사들이는 등 올해 들어 개인의 대규모 유동성 장세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개인 5조원 매수가 국내 증시에 ‘뉴노멀’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이 같은 자금 유입은 실제 지수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코스피는 전쟁 직후인 3월 4일 장중 5059.45까지 밀렸지만 이후 개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빠르게 낙폭을 회복했다. 3월 18일에는 5934.35까지 반등하며 불과 2주 만에 800포인트 가까이 회복했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에도 지수가 무너지지 않고 되돌림에 성공한 이유가 개인의 유동성 공급이었던 것이다.증권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개미 반발 매수’가 아닌 구조적 변화로 보고 있다. 과거 개인 투자자는 상승장 후반에 진입해 손실을 보는 ‘추격 매수’의 주체로 평가받았지만, 최근에는 시장을 선도하거나 최소한 균형을 맞추는 역할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고, 상장지수펀드(ETF) 등 간접투자 수단이 확산되며 투자 방식이 체계화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특히 투자 판단의 기준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단기 테마나 급등주 중심의 매매에서 벗어나 반도체·방산·로봇 등 실적 장세와 산업 구조 변화를 이끄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최근 개인 자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를 비롯해 방산·로봇 관련 종목으로 집중되는 모습이다.올해 들어 3월 26일까지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기업을 보면 ▲삼성전자 24조160억원 ▲SK하이닉스 9조9940억원 ▲현대차 7조7660억원 ▲현대글로비스 7340억원 ▲한국전력 6830억원 등이다. 금융투자의 순매수 상위 기업도 SK하이닉스(5조4680억원)와 삼성전자(4조3340억원)다. 개인이 증권사를 통해 ETF를 매수하면 금융투자 부문 순매수로 집계되는 만큼, 개인 투자자들이 반도체 호황 시장을 분석하고 이와 관련한 ETF를 사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종가 기준 'TIGER 반도체TOP10 ETF’ 시가총액은 8조3249억원으로, 국내 주식 테마형 ETF 중 세 번째로 큰 규모다.이 ETF는 올해 증시 상승을 주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4.8%, 29.6% 편입하고, 이들을 포함한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 10개 종목에 투자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인이 단순 참여자가 아니라 해석자이자 주도자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책 변화에 개인 투자 견인정책 환경 변화도 개인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정부의 상법 개정과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 투자 심리를 자극하며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3차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업이 새로 취득하는 자사주는 취득일로부터 1년이내에 소각해야 한다. 법 시행 이전에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역시 시행일로부터 1년 6개월 안에 소각해야 한다.자사주 소각을 진행하면 발행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이 상승하고,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기업 가치가 높아져 주가 상승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주들 입장에서는 자사주 소각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여기에 더해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올해부터 적용되면서 2000만원 초과분에 대해 종합과세 대신 별도 세율이 적용됐다. 이런 변화로 단순한 시세차익을 노리는 매매에서 벗어나 기업의 실적과 주주가치 제고 여부를 따지는 ‘질적 투자’로 개인 투자자들의 시선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김현지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월 말부터 개인의 매수 강도가 강화되면서 10조원가량 순매수했는데 개인의 유동성을 감안했을 때 25조원가량의 추가 유동성이 확보돼 있다”며 “견고한 기업 펀더멘털과 풍부한 대기 자금은 향후 증시 방향의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6.03.30 06:00

3분 소요
스포츠로 완성되는 하이엔드의 서사 [이윤정의 언베일]

전문가 칼럼

대개의 스포츠는 관람을 통해 대리만족을 제공한다. 종목과 관계없이 선수들이 쏟아내는 에너지, 1만분의 1초보다 훨씬 작은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짜릿함과 일부러 만들어내기 어려운 서사가 공존하는 스포츠는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을 받아왔다. 전 세계 관중만큼 스포츠에 열렬하게 구애한 건 바로 럭셔리 브랜드다. 럭셔리 브랜드와 ▲테니스 ▲폴로 ▲요트 ▲승마 등의 스포츠는 ‘상류층’이라는 공통 대상을 기반으로 각 종목에 맞는 패션이나 경기 용품을 만들고, 후원하는 식으로 밀접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귀족의 전유물이던 승마용품을 만들며 브랜드를 시작한 에르메스가 대표적이다. 에르메스는 종종 “우리의 가장 소중한 고객은 말”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승마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 중이다. 루이비통이 국제 요트 대회인 아메리카 컵을 후원하고, 롤렉스가 골프 대회와 윔블던 테니스 경기를 지원하는 일도 공통의 고객을 겨냥한 활동으로 풀이된다.승마부터 F1·스노보드까지…스포츠 협업 다변화럭셔리 브랜드가 관심을 두는 스포츠는 올림픽부터 ▲포뮬러원(F1) ▲축구 ▲야구 등 광범위하다. 예전에는 특정 계층을 겨냥한 스포츠에 더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가 좋아하는 종목으로도 시야를 넓히고 있다는 게 달라진 점이다. 스노우 리그(The Snow League)에 공식 시계 및 타임키퍼(시간 계측자)로 참여하고 있는 위블로가 대표적이다. 스노우 리그는 올림픽 챔피언인 션 화이트(Shaun White)가 만든 글로벌 스노보드 리그다. 지난 2월 폐막한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여자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최가온 선수도 스노우 리그 이벤트에 참여해 위블로의 시계를 받았다. 스노보드와 스키는 경기 후 고급 스키 리조트에서 따뜻한 ▲모닥불 ▲사우나 ▲샴페인 등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아프레 스키’(apres-ski)를 경험할 수 있는 종목으로 인기가 높다. 럭셔리 브랜드가 시즈널 부티크를 알프스의 ▲생모리츠 ▲그슈타트 ▲쿠르슈벨 등 전세계 부유층이 몰리는 스키 리조트에 여는 이유도 비슷하다. 기존 고객이 주로 스키를 탔다면 젠지(Gen Z·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 출생) 고객은 스노보드를 탄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축구 팬이라면 위블로가 지난 2015년부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공식 타임키퍼라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위블로는 1980년 기존의 하이엔드 시계에서는 보지 못하던 골드 케이스와 러버 스트랩을 조합한 제품으로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등장부터 이질적인 것의 조합을 자유자재로 다뤘던 위블로의 시도는 브랜드 철학인 ‘아트 오브 퓨전’(Art of Fusion)과도 이어진다. 위블로는 2006년 럭셔리 브랜드 최초로 스위스 축구 국가대표팀을 후원하며 축구와 파트너십을 맺었을 정도로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다.럭셔리 브랜드가 스포츠와의 다양한 협업에 적극적인 건 스포츠맨십을 통해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제품의 가치와 성능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데 스포츠가 최적이기 때문이다. 정확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는 시계 브랜드가 스포츠와 협업을 자주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모든 협업이 제품을 팔기 위한 전략은 아니다. 오메가·태그호이어 등 ‘공식 타임키퍼’ 수행오메가는 1932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부터 거의 모든 올림픽 대회의 공식 타임키퍼로 활동해 왔다. 승패가 1만분의 1초로 결정되는 올림픽에서 오메가가 오랜 기간 공식 타임키퍼를 맡을 수 있었다는 점은 어떤 광고보다도 오메가의 정확성과 탁월함을 잘 설명한다. 1956년 멜버른 스톡홀름 올림픽에서 오메가는 ‘스윔 에잇-오-매틱’(Swim Eight-O-Matic)이라는 세계 최초의 반자동 수영 타이머를 개발해 거의 같은 시간에 도착한 선수들을 구별할 수 있게 했다. 1984년 LA 올림픽에서는 최초의 부정 출발 작동 감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1992년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에서는 ‘오메가 스캔-오-비전’(Scan-O-Vision) 시스템을 처음으로 사용해 1000분의 1초 단위까지 디지털 방식으로 시간을 측정했다. 지난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는 ‘스캔 오 비전 미리아’(Scan’ O’ Vision Myria)를 통해 각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할 때 초당 최대 1만장의 디지털 이미지 기록이 가능해졌다. 올림픽 기록의 역사가 곧 오메가의 역사인 셈이다. 현재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앰배서더로 활동 중인 태그호이어도 스포츠와 긴밀한 인연을 맺고 있다. 태그호이어는 지난해 F1 75주년을 맞아 공식 타임키퍼로 복귀했다. F1은 전통적인 상류층 스포츠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7억5000만명의 팬과 9000만명 이상의 소셜 미디어 팔로워를 보유 중이다. 팬의 42%가 여성이고, 3명 중 1명이 35세 미만일 정도로 젊은 세대에 영향력이 큰 스포츠다. 태그호이어는 1969년 F1 차량에 로고를 새긴 최초의 럭셔리 브랜드이자, 1971년 처음으로 팀을 후원한 브랜드다. 239번의 우승, 15번의 월드 드라이버스 챔피언십이라는 성과를 통해 F1과의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작년 F1의 레이스 중 가장 상징적이며 권위 있는 모나코 그랑프리의 최초 타이틀 파트너로 선정된 점도 모터스포츠와 태그호이어의 축적된 인연을 증명한다. 필자는 럭셔리 브랜드가 다양한 분야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지만 스포츠와의 협업에서 더욱 특별한 점을 공유한다고 믿는다. 인간의 원초적인 열정, 실패와 성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스포츠야말로 화려함을 넘어 진정성을 추구하는 럭셔리 브랜드에 무엇보다 필요한 서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2026.03.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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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는 끝나지 않았다…전쟁이 다시 흔든 물가 경로 [특파원 리포트]

국제 이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끝낸 줄 알았다. 금리는 충분히 올라갔고, 수요는 눈에 띄게 둔화했다. 물가 상승률은 정점을 찍고 내려오기 시작했으며, 중앙은행들은 긴축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판단했다. 시장 역시 이 판단을 받아들였고, 관심은 더 이상 ‘얼마나 더 올릴 것인가’가 아니라 ‘언제 내릴 것인가’로 이동했다. 인플레이션은 관리 가능한 문제로 돌아온 듯 보였다.그러나 이란 전쟁은 이 흐름에 균열을 만들고 있다. 전쟁이 격화되자 국제유가는 빠르게 반응했고, 처음에는 익숙한 패턴처럼 보였다. 중동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유가가 오르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안정되는 흐름은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됐기 때문이다. 시장이 이를 일시적 충격으로 간주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익숙함이 오히려 판단을 흐릴 수 있다.협상과 충돌이 동시에 만든 ‘공급 불안’지금 전쟁은 단순한 충돌이 아니라, 협상과 군사 작전이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은 이란에 핵·탄도미사일 통제와 호르무즈 해협 안정화를 포함한 15개 항의 종전안을 전달하며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파키스탄을 통한 중재 채널이 가동되고, 이집트와 터키 등도 협상 참여를 독려하는 등 외교적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그러나 군사 충돌은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미사일 및 핵 관련 인프라를 타격하고 있고, 이란 역시 미사일 공격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이란은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서방 선박 통행을 제한하면서 글로벌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이처럼 외교와 군사 행동이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에서는 시장이 방향을 잡기 어렵다. 협상 기대가 커지면 유가는 내려가지만, 같은 날 군사 충돌이 확대되면 다시 상승한다. 최근 유가가 하루에도 크게 출렁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문제는 단순한 가격 변동성이 아니라, 이런 구조가 에너지 공급 자체를 지속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통로다. 이곳의 흐름이 흔들리고, 동시에 생산 시설까지 타격을 받으면서 이번 충격은 단순한 수송 차질을 넘어 공급 기반 전체를 압박하는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결국 핵심은 유가의 수준이 아니라 지속성이다. 공급이 일시적으로 흔들리는 것과 생산 기반 자체가 훼손돼 가격이 높은 상태로 유지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번 전쟁은 후자의 가능성을 시장에 각인시키고 있다.에너지 가격 상승이 단순히 기름값만 오르는 데 그치는지, 아니면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논쟁도 다시 등장한다. 이론적으로는 전자에 가깝다는 해석이 많다. 즉 유가 상승은 특정 가격의 변화일 뿐, 전체 물가를 움직이는 인플레이션과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은 이런 공급 충격에 과도하게 반응하기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핵심 물가 흐름을 중심으로 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에너지 가격은 생산비와 운송비를 통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는 비용이다. 기업은 이를 가격에 반영하고, 소비자는 이를 받아들이면서 앞으로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된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경로다.최근 몇 년간의 경험은 이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한때 ‘일시적’이라고 불렸던 물가 상승은 예상보다 훨씬 오래 지속됐고, 중앙은행들은 뒤늦게 대응하면서 상당한 비용을 치렀다. 이 경험 이후 정책당국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그러나 그 교훈은 또 다른 위험을 만든다. 이번에는 과잉 대응이다.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한다고 해서 금리를 더 올리는 것이 적절한 대응일까. 에너지 가격은 통화정책으로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다.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산유량이 늘어나지는 않으며, 대신 수요만 더 위축된다. 물가와 성장 사이, 중앙은행의 딜레마 이것이 통화정책 딜레마다. 금리를 올리면 경기 둔화가 심화하고, 금리를 유지하면 물가 상승을 용인하는 셈이 된다. 어느 쪽도 완전한 해법은 아니다. 중앙은행은 결국 불완전한 선택지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더 복잡한 점은 이번 상황이 2022년과 동일하지 않다는 데 있다. 당시에는 팬데믹 이후 억눌린 수요가 폭발했고, 공급망이 동시에 붕괴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됐다. 지금은 수요가 이미 둔화하고 있고, 정책도 긴축적이며, 노동시장 역시 과열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점이 지금 상황의 본질이다.에너지 가격 상승은 결국 기업의 마진을 압박하고 소비자의 실질소득을 감소시키며, 소비와 투자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물가는 오르는데 경제는 둔화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에 가까운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여기서 다시 전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번 충격의 핵심 변수는 유가 수준이 아니라 전쟁의 경로다. 협상이 실제로 성사돼 호르무즈 해협이 안정되고 공급이 정상화될지, 아니면 이란 내부 혼선과 이스라엘의 입장 불확실성 속에 충돌이 장기화할지에 따라 물가의 경로도 달라진다.모든 논의는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유가가 얼마나 오르느냐가 아니라, 전쟁 상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다. 전쟁이 단기에 끝난다면 이번 에너지 충격은 일시적인 파동으로 남을 것이지만, 갈등이 장기화하고 공급이 지속적으로 흔들린다면 물가는 다시 고착화되고 정책당국은 다시 뒤쫓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인플레이션은 생각보다 끈질기다. 한 번 잡았다고 해서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다. 이번에는 그 경로가 에너지일 뿐이다. 우리는 그것을 잠시 잊고 있었을 뿐이다.

2026.03.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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