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GPU 더 팔기 위한 엔비디아의 큰 그림…‘피지컬 AI’
- [엔비디아가 그리는 로봇 제국, LG가 만든다]③
국내 제조 역량 접목해 로보틱스 시장 선점
삼성-구글 ‘안드로이드 성공 방정식’ 재현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인공지능(AI) 패권을 쥔 엔비디아가 피지컬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한국을 핵심 ‘제조 기지’로 점찍은 배경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 설계 및 생산 역량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과 전방위적 연합을 구축한 엔비디아의 노림수는 명확하다. 구글이 강력한 하드웨어 파트너인 삼성전자와 손잡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글로벌 모바일 생태계에 안착시켰던 성공 방정식을 로봇 산업에서 재현하겠다는 전략이다.
엔비디아는 글로벌 피지컬 AI 규격을 주도하기 위해 한국의 제조 강자들과 전방위적인 협력 체계 가동에 나섰다. 먼저 가전과 로봇 분야에서 하드웨어 기술력과 대규모 제조 인프라를 보유한 LG전자를 파트너로 낙점했다. 엔비디아는 LG전자의 가사 도움용 로봇인 ‘LG 클로이드’를 비롯한 로보틱스 개발 가이드라인에 자사의 물리 시뮬레이션 엔진 ‘아이작 심’과 ‘아이작 랩’ 오픈 프레임워크를 통합했다. 이에 더해 LG전자의 모듈형 로보틱스 플랫폼에 인간 수준의 범용적 추론과 정밀 제어가 가능하도록 돕는 ‘아이작 GR00T’ 모델을 탑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AI 플랫폼과 컴퓨팅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LG전자는 로봇·가전·공장 자동화 등 제품과 제조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양사의 협력은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중요한 파트너 역할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협동로봇 시장의 선두 주자인 두산로보틱스와의 협업도 본궤도에 올랐다. 두산로보틱스는 엔비디아의 ‘아이작’ 프레임워크·‘코스모스’ 오픈 월드 모델과 함께 차세대 로보틱스 전용 가속 컴퓨팅 칩인 ‘젯슨 토르’까지 수용했다. 이를 바탕으로 자체적인 ‘에이전틱 로봇 OS’를 완성해 복잡한 산업 공정인 물품 하역·표면 연마 등에 즉시 투입이 가능한 고지능 협동로봇의 대규모 현장 배치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여기에 두산그룹과의 동맹은 로봇 육체를 넘어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전반으로 뻗어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및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을 활용한 고효율 전력 공급 설계를 모색하는 한편, 두산 전자BG의 고성능 동박적층판(CCL) 소재를 엔비디아의 모듈형 레퍼런스 아키텍처 서버시스템에 공급해 인프라 주도권까지 함께 쥐겠다는 계산이다.
물리적 정확도 극대화한 ‘코스모스 3’ 등장
한국의 강력한 하드웨어를 수용하기 위해 엔비디아가 전면에 내세운 최첨단 로봇 두뇌가 바로 오픈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인 ‘엔비디아 코스모스 3’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멀티모달 추론 언어, 비전과 월드 모델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피지컬 AI의 빅뱅이 다가왔다”며 “오픈 프론티어 옴니모델 제품군인 ‘코스모스 3’는 개발자들에게 물리적 세계를 인식하고, 추론하며, 계획하고, 행동하는 로봇과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할 수 있는 강력한 토대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코스모스 3는 ▲비전 추론 ▲가상 공간 시뮬레이션 ▲실제 움직임을 예측하는 액션 생성 단계를 단일한 ‘트랜스포머 혼합’ 아키텍처로 구현한 시스템이다. 물리 법칙에 부합하는 시공간적 관계와 객체 간 상호작용을 스스로 이해해 시뮬레이션에서 도출된 최적의 움직임을 로봇 하드웨어에 직접 이식하는 구조다.
특히 로보틱스 개발의 오랜 난제였던 ‘제한된 현실 데이터 수집 장벽’을 가상 데이터 증강 기술로 허물어 눈길을 끈다. 코스모스 3 기반 시뮬레이션을 거치면 로봇의 인지 및 이동 훈련 프로세스를 수개월에서 수일 단위로 단축할 수 있다. 자율형 스마트 팩토리와 공장 자동화의 완성 시기를 크게 앞당길 수 있다.
이 같은 피지컬 AI 솔루션들은 로봇의 뇌·신경망·신체 역할을 각각 분담하며 유기적으로 맞물려 구동된다. 거대 멀티모달 모델인 코스모스가 물리 법칙을 학습해 가상 세계를 이해하고 예측하는 ‘중앙 뇌’라면, 아이작은 가상 훈련 환경을 구축하고 로봇 학습을 고도화하는 ‘신경망 프레임워크’다. 여기에 로봇 하드웨어에 내장되는 차세대 반도체인 젯슨 토르가 실시간 연산과 추론을 담당하는 ‘물리적 신체 칩’의 역할을 수행한다.
해당 솔루션들은 이미 글로벌 제조 대기업들의 생산 라인에 도입돼 구체적인 상용화 성과를 내고 있다. 델타 일렉트로닉스는 엔비디아의 에이전트 스킬로 합성 결함 데이터를 생성해 금속 버스바의 납땜 불량 검출률을 17% 향상시켰다. 인벤텍 역시 결함 이미지 생성 기술을 적용해 시각 검사 파이프라인을 구축한 결과, 노트북 섀시 제조 공정의 결함 데이터 수집 부담을 30% 감축했다. 폭스콘 역시 제조 초기 단계에서 오류를 탐지하는 기술로 초도 수율을 약 3% 끌어올렸다.
궁극적 지향점은 GPU 수요의 ‘되먹임 루프’
엔비디아가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방, 한국을 제조 기지로 끌어들여 대대적인 ‘에이전틱 연합’을 꾸린 이면에는 고도의 비즈니스 시나리오가 숨어 있다. 하드웨어 수요를 선순환시키는 ‘되먹임 루프’의 안착이다.
LG전자와 두산 등 하드웨어 제조사들을 전초기지로 삼아 엔비디아 솔루션을 탑재한 로봇과 지능형 공장이 널리 보급될수록 물리 세계에서 생성되는 현실 데이터와 센싱 이미지의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한다. 거대한 데이터를 정제하고 현실에 가까운 가상 세계에서 끊임없이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반복하기 위해서는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탑재한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가동해야 한다. 로봇이 더 많이 현장에 투입될수록 엔비디아 시스템으로 고도화된 가상 훈련을 돌려야 하는 종속 구도가 완성되는 셈이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와 연합전선을 구축한 LG전자를 두고 “열관리 역량이 엔비디아 AI 팩토리 레퍼런스 디자인에 직접 편입되고 단순 플랫폼 채택을 넘어 피지컬 AI 레퍼런스 로봇을 공동 개발하는 파트너 지위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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