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MS·아마존, 중국·일본 아닌 ‘한국’의 지방으로 온다
- [지방으로 향하는 AI 데이터센터] ②
한국 로컬 중심 ‘미래 데이터센터 지형도’
SK, 1000조 투자 ‘아시아 AI 인프라 허브’ 목표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스테이션’으로 한국의 비수도권 로컬(지역)을 주목하고 있다. SK·LG·네이버를 비롯해 아시아의 주요 기업들도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하며 거점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형 부지 및 정책적 지원을 원하는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들의 적극적인 유치 활동이 맞물리면서 AI 데이터센터의 미래 지형도가 그려지고 있다.
SK, 지방 중심 15GW 구축 ‘아시아 허브’ 겨냥
SK그룹은 엔비디아·아마존웹서비스와 손잡고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통한 글로벌 인프라 경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대 메가 프로젝트에 포함된 AI 데이터센터의 전국적 확산 의지를 드러내며 “10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공표했다.
우선 울산에 짓고 있는 1호 AI 데이터센터를 시작으로 영남권 전체에 2GW(기가와트) 이상 규모의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1차적으로 2029년까지 5GW 규모를 추진하고, 수요와 투자 여건에 따라 2035년까지 1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로 확대한다는 밑그림이다.
글로벌 빅테크와 함께 지방 곳곳에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세운다는 구상이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수도권에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대형 부지가 없을뿐더러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허가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SK 관계자는 “수도권은 아무래도 대형 AI 데이터센터가 들어가기에는 전력 부족 등의 문제가 크다. 하지만 지방의 경우 전력·용수 등 기반 인프라 확보가 수월하고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SK는 지난해 8월 ‘울산 AI 데이터센터’ 기공식을 시작으로 첫 삽을 떴다. 아마존웹서비스와 함께 2027년 하반기 가동을 위해 우선적으로 100MW(메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설립한다는 목표다.
서남권의 1GW는 오픈AI와의 합작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10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서남권의 AI 데이터센터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이어 강원권에 2GW 규모의 데이터센터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미국에 집중됐던 데이터센터 투자를 세계 각지로 확대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SK가 한국 내 협력 파트너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AI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중국은 안보가 취약한 탓에 꺼리고, 일본은 제반 시설 등의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한국을 선호하고 있다”며 “여기에 한국 기업들의 반도체 기술력이 빼어난 데다 지자체들도 세금 감면 등 적극적인 지원책을 내세우며 유치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AI 데이터센터 최적의 후보지로 낙점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SK그룹 중 SK텔레콤이 지역 균형 발전 과제와 연계해 AI 데이터센터의 설계·구축·운영을 총괄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AI 인프라 허브’로의 도약을 겨냥하고 있다. 내년부터 엔비디아와 공동으로 차세대 AI 데이터센터로 불리는 ‘AI 팩토리’ 운영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해저 터널 지나는 부산, 25조 투자금 유치
부산광역시는 ‘AI·디지털 관문’으로 꼽히며 최적의 데이터센터 입지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의 육양국(국제 해저케이블과 육상 통신망을 연결하는 핵심 시설)이 부산 송정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일본·중국 등 이웃나라뿐 아니라 동남아와 미국까지 이어지는 해저 케이블이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웹서비스 주도로 부산-일본 후쿠오카를 잇는 총 260km의 해저 광케이블 통신망을 구축하는 ‘JAKO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2027년 완공 계획이고, 광케이블을 활용해 양국 간 데이터 전송 효율과 글로벌 통신망 안정성이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LG CNS도 이런 이유 등으로 부산에 데이터센터 거점을 두고 있다. ‘부산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는 LG CNS의 데이터센터 기술력이 집약된 곳으로 국내 최초로 면진(지진 방지) 구조까지 갖췄다. 특히 LG전자·LG에너지솔루션 등 ‘원 LG’의 데이터센터 기술력을 집약한 모듈형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을 갖고 있다. 1.2MW 규모의 모듈형 AI 데이터센터 약 50개가 집적된 캠퍼스를 조성해 급증하는 AI 인프라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시는 LG CNS와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 19개 이상의 민간 데이터센터를 유치한 상황이다. 건립 계획이 밝혀진 19곳의 투자금만 25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이 중 100MW 이상의 초대형 데이터센터만도 6곳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원아시아네트워크(홍콩) 등의 해외 기업도 운영 및 건립 중에 있다.
특히 강서구의 에코델타시티 그린데이터센터에 입주할 5개사의 전기 수전이 모두 확보됐고, 전력 계통 영향 평가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김중호 부산시 인공지능소프트웨어과 양자기술팀장은 “부산은 전 세계 데이터의 90% 이상이 전송되는 해저 케이블의 이용이 수월하고, 토지와 전력 수급이 용이하다는 강점이 있다”며 “특히 분산에너지 특구로 지정된 6개 산단에서는 더욱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강서구는 지난해 11월 전국 최초로 분산에너지 특구로 지정되면서 지역 내 전력 생산·소비·직접거래가 가능해졌다. 기존 중앙 집중형 전력망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 안에서 만든 전력을 거래할 수 있는 틀이 마련돼, AI 데이터센터처럼 전력 수요가 큰 기업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시 관계자는 “에너지 비용 경쟁력과 전력 공급의 안정성 등을 강조하며 해외 기업들과 계속 접촉하고 있고, 성과 단계까지 접어든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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