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너 삼전닉스로 얼마 벌었어?” 연예인 단골 소재 된 주식 수다, ‘투자 신호’ 떠오를까?
- 주식 종목·매매 시점까지 공개하는 연예인들
美선 ‘핀플루언서’ 논쟁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이른바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식 이야기가 연예인들의 단골 소재로 자리 잡고 있다. 방송인 김구라는 최근 방송에서 SK하이닉스 주가가 130만원대로 내려오자 "주가가 130만원이면 사야지"라며 매수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제는 예능에서 "무슨 종목 샀어?" "얼마 벌었어?"를 묻는 장면도 낯설지 않다.
과거 연예인의 재테크가 부동산이나 건물 투자처럼 투자 규모와 결과를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어떤 종목을 사고팔았는지, 수익률은 얼마였는지까지 공개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개인투자자에게 익숙한 대표 종목인 데다 최근 국내 증시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삼전닉스'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문제는 방송에서 오가는 투자 경험이 단순한 대화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김구라처럼 특정 가격대에서 매수했다고 구체적인 투자 경험을 밝히면 시청자에게는 하나의 투자 신호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특히 수익을 낸 사례는 매매 과정에서 감수한 위험보다 결과가 부각되기 쉽다. '누가 샀는가'가 '왜 사야 하는가'보다 먼저 소비될 수 있는 셈이다.
비슷한 현상은 미국에서 먼저 나타났다. 소셜미디어에서 주식과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핀플루언서(finfluencer)'가 새로운 투자 정보원으로 부상하면서다. 금융(finance)과 인플루언서(influencer)를 합친 말이다.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 등을 통해 특정 종목이나 투자 전략을 소개하는 이들이 늘면서 이들의 영향력을 둘러싼 논쟁도 커졌다. 금융 전문가가 아닌 인플루언서의 말이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유명인의 투자상품 홍보에 대해 꾸준히 주의를 당부해왔다. 2022년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유명인이 운동이나 연기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투자 조언에도 전문성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유명인의 영향력이 금융상품 홍보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킴 카다시안은 암호화폐를 홍보하면서 받은 대가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SEC와 126만달러에 합의했다. 유명인의 인지도가 금융상품의 관심을 끌어내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광고와 투자 조언의 경계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핀플루언서의 실제 투자 성과를 분석한 연구도 나왔다. 'Finance Research Letters'에 게재된 연구는 인스타그램 핀플루언서 44명의 주식 추천 1056건을 분석했다. 추천 직후에는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 나타났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을 웃도는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팔로어 규모와 투자 성과 사이에도 뚜렷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투자 정보를 접하는 경로가 증권사 리포트와 경제기사에서 방송·유튜브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연예인의 주식 투자 경험이 예능의 소재가 되는 것도 이런 변화의 사례다.
국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 리포트뿐 아니라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접한 투자 경험도 종목을 고를 때 참고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유명인의 투자 경험이 시장의 관심을 끌어오는 효과는 있지만 실제 투자 판단에서는 기업 실적과 밸류에이션, 투자 기간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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