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CEO A to Z] 조용했던 구광모, LG의 '세일즈 최전선'에 나서다
- '원 LG' 전략에 구광모 회장 전면에 나서며 광폭 행보
'AI 오너십' 앞세워 그룹 포트폴리오 전환도
삼겹살 자르고, 무릎 꿇고 사인 친숙한 이미지 각인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구광모 회장이 LG그룹 총수로서 전면에 나서며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다. 총수 취임 초기에는 조용한 행보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빅테크’ 최고경영진들과 직접 스킨십 하는 등 달라진 면모를 보여주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구광모 회장이 지난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엔비디아 본사에서 다시 한번 ‘빅테크 거물’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AI(인공지능) 대부’로 불리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였다. 피지컬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젠슨 황 효과’로 구 회장의 이미지는 다시 한번 강하게 각인되는 계기가 됐다.
지난 6월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의 만남 이후 2개월 만에 회동이 이뤄졌다. 특히 단순한 인적 교류가 아닌 LG와 엔비디아의 전략적 협업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위한 회동이라 주목도가 높았다.
양사는 기술 교류나 솔루션 공급 관계를 넘어 ▲로봇 ▲AI 팩토리 ▲모빌리티 등 주요 미래 산업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고, 실체·성과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협업한다고 밝혔다.
LG는 엔비디아와의 협업에서 전사적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LG전자·LG이노텍·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의 역량을 모아 엔비디아와 함께 내년 1분기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한다는 목표를 전했다.
이처럼 LG는 최근 전사적 차원에서 ‘원 LG’로 움직이며 사업적 성과를 확대하고 있는 흐름이다. 엔비디아와 로봇·AI 팩토리·모빌리티 분야에서 고차원적인 협업을 하고 있다.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분야에서는 LG전자·LG에너지솔루션·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이 통합 세일즈 전략을 벌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부문에서도 LG전자·LG에너지솔루션·LG유플러스 등이 설계·운영·냉각·배터리의 통합 솔루션을 내세워 세계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이 같은 ‘원 LG’ 행보가 두드러지자 계열사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결정권자이자 책임자인 구 회장이 전면에 나서 ‘세일즈 최전선’에 나서는 그림이 만들어지고 있다.
LG 관계자는 “계열사들의 역량이 결집된 사업 방식이 확대되면서 구광모 회장이 전면에 나서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 사업 전체를 아우르고 결정할 수 있는 총수 역할을 앞장서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 회장의 행보는 ‘사업적 관계’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올해 4월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AI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알렉스 카프 CEO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사 스킬드AI의 디팍 파탁, 아비나브 굽타 공동창업자를 만나기도 했다. 팔란티어와 스킬드AI는 LG가 집중하는 피지컬 AI 분야에서의 협업이 기대되는 기업들이다.
구 회장이 'AI 오너십'을 펼치면서 LG그룹의 포트폴리오 전환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도 합격점을 받고 있다. 지난 2018년 회장 취임 때부터 AI를 강조한 바 있다. 그룹의 AI 구심점인 LG AI연구원도 구 회장의 의지에 따라 2020년 설립됐다. LG AI연구원은 ‘국가대표 AI’ 엑사원을 보유하고 있다.
구 회장은 “최고의 인재와 파트너들이 모여 세상의 난제에 마음껏 도전하면서 글로벌 AI 생태계의 중심으로 발전하도록 응원하고 힘을 보태겠다”는 LG AI연구원의 설립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에는 AI 속도전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지난 3월 사장단 회의에서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이며, 빠르게 실행해 성과를 축적하고 확산해야 한다”며 계열사 경영진을 향해 강력한 ‘AI 리더십’을 주문했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LG는 빅테크와 기술 협업에 속도를 내고 있고, ‘원 LG’ 전략으로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엔비디아와 로봇 협업을 비롯해 ‘원 LG’ 전략 성과는 B2B(기업간거래) 사업 성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룹 전체 B2B 매출은 2021년 111조7000억원에서 2025년 127조7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전체 매출 대비 B2B 비중이 67%까지 올라갔다. 전장과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이 대표적인 B2B 사업이라 관련 매출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전망이다.
구 회장은 직원들에게 총수가 아닌 대표이사로 불리며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다. 대외적으로 총수직을 수행하고 있지만 사내에서는 지주사 ㈜LG의 대표이사로 ‘대표님’으로 불린다.
최근에는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젠슨 황 CEO, 최태원 SK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함께했던 ‘삼소(삼겹살·소주) 회동’ 때의 일이다. 식당에서 가족과 함께 온 한 아이가 구 회장에게 사인을 요청했다. 그러자 구 회장은 “아저씨가 누구인지 알아요”라고 물으면서 무릎을 꿇은 채 아이 눈높이에 맞춰 사인을 해주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구 회장이 ‘삼소 회동’에서 막내로 직접 가위를 들고 삼겹살을 자르는 모습도 많은 이야기를 양산했다. 이처럼 구 회장에 대한 국내외 관심도가 올라가는 현상을 그룹 내부에서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젠슨 황과의 만남,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협업 이후 확실히 구광모 회장에 대한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도가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사업적 관점에서 봤을 때 대외 활동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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