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슈
매미 잡고·동전 줍고·한푸 입고..한국 찾은 중국인 ‘관광 매너’ 논란 "규칙 알려야"
- 한국에선 금지, 중국에선 일상
관광객 늘자 커지는 ‘문화 충돌’
주요 관광지 방문객 지켜야 할 규칙 명확히 안내 해야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거기서 뭐하세요?”
최근 한국을 찾은 일부 중국인 관광객의 행동이 잇따라 논란이 되고 있다. 한강공원에서 매미 유충을 대량으로 채집하거나 청계천에 들어가 소원 동전을 줍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복궁에서는 한푸를 입고 콘텐츠를 촬영하는 중국 인플루언서들도 등장했다. 중국에서는 익숙한 행동이거나 문화적 배경이 있는 사례도 있지만, 국내에서는 생태·공공질서·문화유산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도쿄·서울 곳곳서 포착된 낯선 풍경
서울시는 최근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에 매미 유충 채취를 금지한다는 현수막을 설치했다. 일부 외국인이 매미 유충을 반복적으로 대량 채집한다는 민원이 이어지면서다. 지난해에도 샛강생태공원에서 큰 통을 들고 매미 유충을 잡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신고가 서울시에 접수됐다. 부산의 한 생태공원에서도 중국인이 매미 유충을 대량으로 채집하는 모습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비슷한 일은 일본에서도 있었다. 지난해 도쿄 시내 여러 공원에서는 중국인들이 해가 진 뒤부터 늦은 밤까지 손전등을 들고 나무 주변을 돌며 매미 유충을 대량으로 채집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도쿄도와 각 지자체가 공원 내 동식물의 채집과 반출을 제한하고 있지만, 채집 장소와 방법을 공유하는 사례까지 나타나면서 주민들의 신고가 이어졌다. 도쿄 고토구의 사루에온시공원 등에는 중국어로 ‘매미 유충을 채집하지 마십시오’라는 안내판도 설치됐다.
중국 산둥성·허난성 등 일부 지역에서는 매미 유충을 튀기거나 볶아 먹는 문화가 있다. 현지에서는 식재료로 인식되는 만큼 이를 직접 채집하는 행위도 낯설지 않다. 반면 한국의 생태공원에서는 야생 동식물을 관찰하고 보전하는 것이 기본이다. 허가 없이 곤충이나 식물을 채집하는 행위는 규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같은 행동이라도 지역에 따라 받아들이는 기준이 다른 셈이다.
비단 매미 유충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청계천 팔석담에 들어가 시민들이 소원을 빌며 던진 동전을 주워 가방에 담는 모습이 영상으로 확산하며 논란이 됐다. 영상 속 인물의 국적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온라인에서는 중국인으로 알려지며 비판이 커졌다. 팔석담에 모인 동전은 서울시설공단이 수거해 국내 동전은 서울장학재단 장학금으로, 외국 동전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등에 기부한다.
경복궁에서는 중국 인플루언서들의 한푸 차림이 논란이 됐다. 한푸를 입고 경복궁을 배경으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해 SNS에 올리는 사례가 이어지면서다. 한푸 착용 자체를 제한할 수는 없지만,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을 배경으로 한 콘텐츠가 해외로 퍼지면서 한복과 한푸를 둘러싼 문화적 혼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에는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20대 중국인 남성이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은 해당 남성의 휴대전화에서 피해 여성 외에 다른 여성들의 사진도 다수 발견해 추가 범죄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매미 유충 채집이나 한푸 착용과는 성격이 다른 범죄 사례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일상 공간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행동까지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관광객 늘면서 커지는 문화 차이
이런 사례를 중국인 관광객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인 관광객 역시 해외여행이 활발해지면서 현지에서 공공질서나 시설물 이용 등을 둘러싼 논란을 빚은 전례가 있다. 관광객이 늘어나면 현지인과 여행객이 만나는 접점이 많아지고, 일부 개인의 행동이 특정 국가 관광객 전체의 이미지로 확대될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의 여행 방식이 단체관광 중심에서 개별여행으로 다양해지면서 주요 관광지뿐 아니라 공원, 카페, 상권 등 현지인의 생활 공간까지 방문 범위가 넓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관광객이 늘어나면 과거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작은 행동도 현지인과의 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행동과 국내 법·규정을 위반한 행위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광객이 국내 규정을 몰라 발생하는 마찰을 줄이기 위해 다국어 안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매미 유충 채집처럼 해외에서는 식문화의 일부로 여겨지는 행동이라도 국내에서는 금지될 수 있는 만큼, 주요 관광지에서 금지 행위와 이용 규정을 사전에 알리는 방식이다.
또 다른 관광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현지 문화를 존중해달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공원에서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 문화재 관람 때 지켜야 할 규칙은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정보를 여행 전에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광객의 행동을 하나의 ‘비매너’로 묶기보다 행위의 성격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불법 촬영처럼 명백한 범죄와 무단 채집처럼 공원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 한푸 착용처럼 법적으로 제한되지 않는 행동은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관광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 크고 작은 문화적 충돌은 어느 나라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며 “특정 국적을 문제 삼기보다 지켜야 할 규칙은 명확하게 안내하고, 실제 위반 행위에는 국적과 관계없이 동일한 기준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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