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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팔아도 원화는 강해졌다…11개월 만에 최저 환율, 더 내릴까
- 이틀 연속 1300원대…1392.6원으로 11개월 만에 최저
달러 약세·반도체 중심 네고 맞물려 원화 강세
KB證 “펀더멘털상 1300원대 추가 하락 가능”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원/달러 환율이 이틀 연속 1300원대에서 거래를 마치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 약화에 따른 달러 약세와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이 원화 강세를 이끌고 있다. 1400원선이 무너진 데 이어 환율이 지난해 9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오면서 시장의 관심은 1300원대 안착과 추가 하락 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1원 내린 1392.6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지난해 9월 23일(1392.6원) 이후 약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날에도 환율은 14.1원 급락한 1397.7원으로 마감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약 10개월 반 만에 1400원선 아래로 내려섰다. 이틀 동안 환율이 19원 넘게 떨어진 셈이다.
외국인 매도에도 원화 강세…달러 공급이 눌러
최근 원화 강세의 주요 배경으로는 미국의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 기대 변화가 꼽힌다. 미국의 소매판매와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등 주요 경제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장기 국채금리의 상승세가 꺾인 것도 달러 약세에 힘을 보탰다. 미국 재무부는 최근 장기 국채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10~20년물과 20~30년물 국채의 재매입(바이백) 규모를 기존 회당 최대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 재무부의 장기 국채 매입 확대는 채권 가격 상승과 금리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달러 수급 변화도 환율을 끌어내리고 있다. 수출업체가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는 ‘네고 물량’이 꾸준히 시장에 나오면서 달러 공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월말에 집중됐던 네고 물량이 최근에는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상시적으로 출회되는 모습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월말에 편중됐던 네고 물량은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매도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변경되면서 계절적 수급 부담에서 상시적인 요인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환율 하락이 다시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를 자극하는 흐름도 나타날 수 있다. 환율이 빠르게 내려가면 수출업체 입장에서는 달러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보유한 달러를 원화로 바꾸려는 유인이 커지고, 늘어난 달러 공급이 다시 환율을 끌어내리는 구조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통상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고 투자금을 달러로 환전하면 원/달러 환율에는 상승 압력이 발생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러 약세와 수출업체의 달러 공급이 이 같은 원화 약세 압력을 상쇄하는 모습이다.
1300원대 안착할까…추가 하락 여력은
시장의 관심은 1400원선 붕괴 이후 환율이 1300원대에 안착할 수 있을지로 옮겨가고 있다.
오재영 KB증권 FX·원자재 애널리스트와 이상범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18일 발간한 ‘달러/원, 1300원대로 추가 하락할 수 있을까’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을 움직이는 요인으로 펀더멘털(경제 기초 체력)과 ▲국내 투자자의 해외투자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도 ▲엔화 등 아시아 통화 움직임을 꼽았다.
그동안 경상수지와 경제성장률 등 펀더멘털은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 반면 국내 투자자의 해외투자와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 등에 따른 수급 불균형은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추가 하락하기보다 현재 수준에서 등락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뚜렷한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기 어려워 달러가 단기간에 급격한 약세로 전환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반면 중장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하반기 들어 둔화하고 연준의 긴축 우려까지 완화될 경우 달러 강세를 지탱했던 힘이 점차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KB증권은 수년간 이어진 수급 불균형이 원/달러 환율 상승을 견인해왔지만 펀더멘털을 기준으로 보면 환율이 1300원대로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틀 연속 1300원대를 기록했다고 해서 고환율 국면이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와 저가 달러 매수 수요 등은 환율의 추가 하락을 제한할 수 있는 요인이다.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과 글로벌 제조업 경기 등 대외 변수도 남아 있다.
1400원선 붕괴에 이어 환율이 11개월 만의 최저 수준까지 내려오면서 원화 강세 흐름은 한층 뚜렷해졌다. 오재영 애널리스트와 이상범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현 수준에서 등락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미국의 성장 모멘텀 둔화와 연준의 긴축 우려 완화가 이어질 경우 장기적으로 달러가 추가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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