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호카 키운 조이웍스, 판권 잃으면 ‘키운 값’ 받을 수 있나
- [뺏고 뺏기는 글로벌 판권 잔혹사]②
5명으로 시작해 140명·매장 8곳…마케팅에 수백억원 투입
판권 이전 때 별도 정산도…결국 관건은 총판의 협상력
하지만 8년간 이어진 호카와 조이웍스의 동행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호카를 보유한 미국 데커스브랜즈가 올해 초 조이웍스에 유통계약 해지를 통보한 데 이어 최근 이랜드를 새로운 국내 공식 유통사로 선정하면서다. 조이웍스는 계약 해지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미국 국제분쟁해결센터(ICDR)에서 중재를 진행하고 있다. 계약 해지의 유효성과 양측의 권리관계에 대한 최종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현재 분쟁의 첫 번째 쟁점은 계약이 적법하게 종료됐느냐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실제 국내 유통 주체가 바뀔 경우 지난 8년간 조이웍스가 투입한 돈과 만들어놓은 사업 기반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문제로 남는다.
판권은 본사가 갖지만 매장과 재고·인력·고객 기반에는 국내 총판이 투입한 비용이 들어가 있다. 브랜드와 총판이 결별하면 이 가운데 얼마를 ‘키운 값’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5명에서 140명…수백억원 쏟아부은 호카
조이웍스가 호카 사업을 시작한 2018년 관련 인력은 5명이었다. 2021년 첫 매장을 연 뒤 매년 점포를 추가해 현재 8개를 운영하고 있다. 2025년 호카 관련 인력은 140명까지 늘었다.
매출도 따라왔다. 조이웍스 측에 따르면 회사 매출은 2022년 228억원에서 2024년 820억원으로 2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관련 회사를 포함한 호카 사업 규모는 연간 1800억원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사업을 키우는 데 들어간 돈도 적지 않다. 정확한 금액은 경영정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조이웍스는 2018년 이후 호카 매장에 수십억원, 마케팅에는 수백억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현재 회수하지 못한 시설투자액은 수십억원, 보유 재고는 수백억원 규모다.
조이웍스는 투자비와 재고 등에 대해 어떤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지에 대해 “지난 수년간의 투자와 기여가 정당하게 평가받는 공정한 절차를 원한다”고 밝혔다. 8년간 구축한 유통망과 고객 기반에 대해서도 “임직원의 생계와 회사의 존속이 걸린 핵심자산”이라고 했다.
해외 브랜드의 국내 사업권이 바뀌는 과정에서는 기존 사업자가 보유한 매장과 재고, 인력 등을 놓고 별도의 협상이 이뤄지기도 한다. 패션업계에서는 이를 ‘트랜지션’(transition)이라고 부른다. 현금을 지급하거나 지분을 인수하고, 기존 인력을 새 사업자가 승계하는 등 방식은 거래마다 다르다.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현금 보상액을 정한 사례도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한 해외 브랜드가 한국에 직진출하면서 기존 사업자와 협상해 최근 2개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보상금을 정산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협상력이다. 글로벌 본사가 계약 단계에서 종료 보상의 근거를 두지 않거나 관련 책임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성장 가능성이 큰 해외 브랜드의 판권을 따내야 하는 국내 업체가 계약 시작부터 미회수 투자비 보상이나 재고 인수 조건까지 관철하기는 쉽지 않다.
협상이 틀어지면 매장과 재고, 인력 등을 넘기는 과정에서도 마찰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본사 입장에서도 기존 사업자가 구축한 유통망을 원활하게 넘겨받아야 영업 공백을 줄일 수 있다.
‘키운 값’ 받을 수 있나
호카 사례에서는 ‘키운 값’을 따지기에 앞서 데커스의 계약 해지가 유효한지부터 가려져야 한다. 조이웍스는 계약 해지가 부당하다는 입장이고 양측은 ICDR에서 중재를 진행하고 있다. 계약 해지의 적법성과 그에 따른 손해배상 문제, 적법하게 계약이 종료됐을 때 기존 총판의 투자·재고·고객 기반을 어떻게 정산할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조이웍스가 실제 얼마를 받을 수 있을지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데커스와 맺은 계약에 투자비와 재고 처리 조항이 어떻게 규정돼 있는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이웍스 역시 구체적인 보상 조건은 중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계약서 밖에서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국내 상법에는 대리상이 신규 고객을 확보하거나 거래를 크게 늘렸고 계약 종료 이후에도 본사가 그로 인해 이익을 얻는 경우 일정한 요건 아래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대법원도 2013년 독립 판매상에게 일정한 조건 아래 대리상의 보상청구권을 유추 적용할 가능성을 인정했다. 다만 당시 사건에서는 실제 보상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순히 브랜드 매출을 키웠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본사의 판매조직에 얼마나 편입돼 있었는지, 확보한 고객관계를 계약 종료 이후 본사가 계속 이용할 수 있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
해외에서는 기존 총판이 만든 시장과 미회수 투자를 계약 종료 과정에서 고려하는 제도가 좀 더 구체적으로 마련된 곳도 있다. 벨기에는 일정한 독점·준독점 유통계약을 종료할 경우 합리적인 사전통지나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요구하고, 요건에 따라 기존 유통사가 개척한 고객 기반이나 본사에 계속 이익을 남기는 투자 등도 추가 보상 대상으로 고려한다. 독일 역시 유통사가 본사의 판매조직에 사실상 편입되고 자신이 확보한 고객 기반을 계약 종료 후 본사가 계속 이용하는 등의 조건을 갖추면 상법상 대리상 보상 규정을 유추 적용할 수 있다.
일본은 일률적인 보상제도보다는 판례와 신의칙을 통해 장기 유통계약의 관계기간과 투자회수 기회 등을 고려한다. 미국은 일반 유통업자의 영업권을 일률적으로 보상하는 연방법이 없고 계약과 주법, 업종별 규제가 중심이다. 나라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브랜드를 키웠다’는 이유만으로 돈을 지급하기보다는 계약 종료 이후에도 본사가 기존 총판이 만든 고객과 투자로 이익을 얻는지, 총판에 투자금을 회수할 충분한 기회가 있었는지를 따지는 방식이다.
다만 조이웍스가 현재 국제중재에서 국내 상법상 보상청구권이나 이 같은 해외 제도를 근거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조이웍스와 데커스의 권리관계는 양측이 체결한 계약 내용과 중재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공정거래 분야 변호사는 “해외 브랜드와 총판 간 계약에서 투자비나 매장 철수비용까지 보장하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며 “계약이 끝났을 때 남은 재고를 어떻게 처리하고 어느 기간까지 판매할 수 있는지 등을 계약 단계에서 최대한 구체적으로 협의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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