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거래대금 줄고, 세금 늘고" 이중고에…증권주 눈높이 낮추는 증권가
- [증권사 실적 지형도]②
거래대금 절벽에 꺾인 기세…세제 개편 악재까지 ‘이중고’
잇따른 증권사 목표가 하향에 투자심리도 냉각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대형 증권사들이 증시 활황 호재를 바탕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올리며 금융권을 놀라게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키움‧NH투자‧삼성)의 상반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7조763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증시 상승세와 더불어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으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입이 급증했고 기업금융(IB) 및 자산운용 부문에서도 고른 성과를 거둔 것이 이번 호실적의 배경으로 꼽힌다.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에만 1조9052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 등 주요 상위권 증권사들 역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이런 성과는 주요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은 물론 일부 대형 시중은행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난 2분기 5대 금융지주는 총 7조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는데 ▲KB금융(2조105억원) ▲신한금융(1조8201억원) ▲하나금융(1조2061억원) ▲우리금융(1조46억원) ▲NH농협금융(9104억원) 순이었다. KB금융을 제외하면 4개 금융지주의 2분기 순이익이 미래에셋증권에 따라잡힌 것이다.
실적 개선으로 증권업계의 시장 위상과 대외 이미지도 크게 달라졌다. 파격적인 실적 연동형 성과급과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가 다시금 시장의 조명을 받으면서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도 은행보다 증권사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코스피 조정 이후 거래대금 급감
그러나 일각에서는 올해 상반기에 진행된 증권사의 실적 잔치가 하반기에도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000을 넘어 1만 선을 바라보던 코스피가 하락하면서 조정 국면에 진입했고 주식시장을 든든하게 받치던 개인투자자의 거래대금이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수 하락 전환 이후 7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전월 대비 20% 이상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을 띠는 고객예탁금과 주식 매수를 위해 개인 투자자들이 빌린 신용공여 잔고 역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상반기 증권사 수익을 견인했던 위탁매매 수수료와 자산관리(WM) 부문 수익 감소가 하반기에는 불가피해진 셈이다.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거래대금 급감에 따른 영업수익 감소와 성과급 등 비용 부담 확대라는 이중고에 증권사의 하반기 순이익이 상반기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반기 영업 환경 악화와 더불어 정부의 세제 개편안 역시 증권사에는 악재로 평가된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교육세율 인상 정책에 따라 증권업계가 부담해야 할 세금이 늘었다. 정부가 금융회사에 적용되는 교육세율을 종전 0.5%에서 1%로 2배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수익성 악화 국면에 세금 부담까지 커진 셈이다.
증권사들은 하반기 거래대금 감소로 인한 영업이익 축소와 교육세율 인상 등으로 실질 이익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토로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 투자금이 빠져나가며 당장 하반기 순이익이 줄어들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세금 부담이 커지며 증권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목표주가 줄줄이 하향…“하반기 이익감소 불가피”
하반기 실적 불확실성과 피크아웃 우려가 현실화하자 증권 시장 내부에서도 증권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냉각되고 있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운용사들은 상반기 호실적을 이끌었던 동력들이 소멸하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주요 증권사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거나 목표주가를 낮춰 잡았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보고서를 통해 “스페이스X 상장 이후의 주가하락과 7월 이후의 거래대금 감소 및 증시 변동성 확대로 하반기 이익규모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목표주가는 6만원에서 4만원으로 내리고 투자의견은 ‘보유’를 유지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의 목표주가를 32만원에서 29만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정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투자자산 평가 이익 축소 또는 손실 전환 가능성이 존재해 상반기 대비 약 50% 이익이 감소하는 보수적 추정치를 설정했다”고 전했다.
박해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권주는 지수 하락과 더불어 조정이 지속되고 이는 거래대금 감소와 함께 하반기 실적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증권주 상승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에 대한 목표주가를 14만8000원에서 11만3000원으로 내리고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권주의 주가 하락은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냉정한 시각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며 “실적 부진과 세금 중과 투자자 이탈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면 증권주에 대한 투자 심리 회복은 당분간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국내 주요기업이 주주환원을 확대하고 투자자를 돌려세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기준금리 방향과 반도체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 등 불확실성이 먼저 제거돼야 투자자들이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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