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요즘뭐함?]"화장품 사러 갔다가 키캡 득템요" 요즘 뷰티업계, 왜 ‘캐릭터’에 진심일까
- 키링·키캡 모으듯 캐릭터 화장품 수집
뷰티업계, 한정판 굿즈로 ‘소장 욕구’ 자극
日·美서도 캐릭터 협업 열풍…
화장품 넘어 패션·식품까지 ‘취향 소비’ 확산
Z세대 겨냥한 캐릭터 마케팅 진화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화장품보다 키링이 더 예뻐서 샀어요. 키캡도 모으고 파우치도 모아요.” 18세 고등학생 김모씨는 최근 올리브영에서 산리오 캐릭터가 그려진 화장품을 보면 한 번 더 들여다본다. 제품이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캐릭터가 붙어 있기 때문이다. 김씨의 책상에는 캐릭터 키링과 키캡, 파우치가 놓여 있다. “같은 캐릭터라도 브랜드마다 디자인이 달라서 하나씩 모으는 재미가 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캐릭터 빠진 젠지를 불러라
뷰티업계가 캐릭터에 빠졌다. 단순히 제품 포장에 캐릭터를 얹는 수준을 넘어 브랜드마다 다른 디자인과 굿즈를 내놓으며 소비자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화장품을 사면서 캐릭터를 소장하고, 캐릭터를 좋아해서 화장품을 사는 소비가 동시에 나타나는 셈이다.
아모레퍼시픽의 라보에이치·미쟝센·한율은 오는 30일부터 올리브영과 산리오캐릭터즈 협업 상품을 출시한다. 라보에이치는 한교동, 미쟝센은 포차코, 한율은 헬로키티와 한교동을 내세웠다. 제품마다 캐릭터 디자인을 달리하고 거울 키링, 러기지택, 파우치, 손거울, 모공 브러시 등 별도의 굿즈도 붙였다.
캐릭터가 강력한 소비 자산이 된 것은 팬덤 규모에서 확인된다. 산리오가 지난 6월 발표한 ‘2026 산리오 캐릭터 대상’에는 7064만7379표가 몰렸다. 전년보다 12%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폼폼푸린이 700만표 이상으로 1위를 차지했고 포차코는 3위, 헬로키티는 5위에 올랐다. 한교동도 8위를 기록했다.
산리오 캐릭터는 특정 상품에 머물지 않는다. 산리오에 따르면 회사 자체 매출은 약 500억엔이지만 라이선스 파트너가 판매하는 상품의 총거래액(GMV)은 약 5000억엔에 이른다. 캐릭터 하나가 화장품과 패션, 생활용품, 식품 등으로 소비 영역을 넓히는 구조다.
뷰티업계가 캐릭터를 활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장품은 성분과 제형만으로 제품 간 차이를 설명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여기에 캐릭터라는 팬덤을 붙이면 제품에 감정적 이유가 하나 더 생긴다.
일본·미국도 난리
캐릭터와 뷰티의 결합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올해 한국 화장품 브랜드 VT가 헬로키티와 협업해 14개 품목을 선보였다. 헤드폰을 쓴 헬로키티와 카세트테이프를 활용한 레트로 디자인을 적용하고 일부 한정 세트에는 키링과 스티커를 넣었다.
캐릭터를 활용한 소비 접점도 넓어지고 있다. 산리오는 올해 자체 게임 브랜드 ‘산리오 게임즈’를 출범시키고 향후 3년간 약 10개의 게임을 출시할 계획이다. 캐릭터를 상품에 붙이는 데 그치지 않고 게임·테마파크·굿즈 등으로 팬과 만나는 접점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북미에서도 캐릭터 사업의 성장 여력은 크다. 산리오는 북미 캐릭터 라이선스 시장을 약 5조엔 규모로 추산하며, 2023년 기준 자사 점유율은 약 2%로 분석했다. 산리오는 장기적으로 북미 시장 점유율 10% 확보를 주요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캐릭터 소비는 ‘어린이용’이라는 경계를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 특히 10~20대에게 캐릭터는 나이를 드러내는 기호보다 자신의 취향을 보여주는 장치에 가깝다. 같은 캐릭터라도 어떤 브랜드와 협업했는지, 어떤 디자인으로 나왔는지에 따라 제품의 가치가 달라지는 이유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캐릭터 협업 상품을 고르는 소비자는 제품의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과 소장 가치까지 함께 본다”며 “브랜드 입장에서도 기존 고객에게 새로운 구매 이유를 제공하면서 캐릭터 팬덤을 브랜드로 끌어올 수 있어 협업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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