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전기요금 25조원 선납을" 한전 요청에…삼전닉스는 '거절'
14일 전력 및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7월 삼성전자에 약 20조 원, SK하이닉스에 약 5조 원 등 총 25조 원 규모의 전기요금을 1년에 걸쳐 선납해 달라는 제안서를 전달했다. 지난해 양사가 납부한 연간 전기요금을 기준으로 5년 치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전은 선납금에 대해 국고채 2년물 금리 이상의 이자를 가산해 반기 단위로 요금에서 차감해 주는 조건을 내걸었으며, 확보한 자금은 '3대 메가 프로젝트'와 '에너지고속도로' 등 국가 기간 전력망과 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송변전 인프라 구축에 투입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한전이 파격적인 선납 방안을 꺼내 든 배경에는 심각한 재무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10조 7,000억 원으로 하루 이자 비용만 115억 원에 육박한다. 게다가 자본금·적립금 합계의 최대 5배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정부 특례가 일몰을 앞두고 있어 향후 사채 발행 한도가 대폭 축소될 처지다. 추가 채권 발행이 한계에 부딪히자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반도체 대기업을 상대로 우회적인 자금 조달에 나선 셈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부 검토 끝에 지난 11일 한전에 '수용 불가' 입장을 공식 통보했다. 전력망 적기 구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사이클 산업인 반도체 업황 특성상 현재의 AI 호황이 향후 5년간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수조~수십조 원대 유동성을 묶어두는 것은 치명적인 경영 리스크라고 판단했다. 대규모 자본적 지출(CAPEX)이 상시 수반되는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 막대한 비용 선집행은 투자 여력을 갉아먹을 수밖에 없다.
양사의 공식 거절로 한전의 전력망 투자 재원 조달 계획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용인 메가 클러스터 등 첨단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에 필수적인 송배전망 확충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민간 선납 카드가 무산되면서 정부 재정 투입이나 전기요금 추가 인상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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