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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A to Z] 신동빈, 롯데의 멈춰버린 '성장 시계' 다시 돌릴 승부수는
-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 번지며 재계 순위 하락
롯데렌탈과 화학 비핵심 자산 매각하며 사업 재편
바이오와 이차전지 소재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
신사업군 글로벌 경쟁력 확대 최대 과제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국내 유통·쇼핑, 글로벌 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확장성이 두드러졌던 롯데그룹은 어느 순간 표류하고 있다. 잠시 멈추고 재정비의 시간을 갖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사업 재편과 조직 슬림화 등에 집중하며 미래 승부수를 준비하고 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끈다.
‘없는 살림’에 바이오·이차전지 소재 확장
롯데그룹은 최근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화학과 건설 업계가 흔들리면서 돈줄이 말랐고, 그룹에서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유동성 위기설이 번지는 결과를 낳았다.
신동빈 회장은 재무구조의 이상 신호 속에 비상경영을 선언했고, 비대해진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롯데는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며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지난 8월 가장 큰 규모였던 롯데렌탈의 매각을 마무리하며 사업 재편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한 차례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속을 끓였던 롯데렌탈을 미국계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에 매각했다. 규모는 1조3105억원으로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61.2% 전량을 넘겼다. 롯데는 매각 자금으로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의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호텔사업 확대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롯데는 롯데케미칼의 인도네시아 법인 지분 25%를 활용, 주가수익스왑(PRS) 방식으로 6500억원을 조달했다.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일본 첨단소재 기업 레조낙 지분(4.9%)도 2750억원에 매각했다. 면세 기업 아볼타 지분(1600억원)도 전량 매각했다.
이어 롯데는 ▲롯데건설 퇴계원 부지 ▲롯데웰푸드 증평공장 ▲코리아세븐 ATM 사업부 등을 정리하면서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에 힘을 쏟았다.
이 같은 몸집 줄이기로 인해 롯데는 지난 4월 공정위가 발표한 ‘2026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서 재계 6위로 한 계단 내려왔다. 10대 그룹 중 공정자산이 유일하게 줄어들며 한화그룹에 5위 자리를 빼앗기는 결과를 낳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된 ‘없는 살림’ 속에서도 신 회장이 과감히 투자한 신사업이 바로 바이오와 이차전지 소재 분야다. 신 회장이 이들 사업에 거는 기대가 담긴 투자이기도 하다.
먼저 롯데는 지난 2022년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해 2조7000억원을 투자하는 주식매매계약을 맺었고, 이듬해 인수 완료 후 사명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로 변경했다. 이차전지 소재 사업의 경쟁력 강화로 롯데케미칼의 석유화학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겠다는 그림이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으로 아직까지 빛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우수한 동박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라 미래 전망은 밝은 편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2분기까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2026년 하반기~2027년 상반기를 시점으로 본격적인 턴어라운드가 전망되고 있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2026년 동박 판매량이 전년 대비 31% 증가한 2만9000톤으로 추정된다. 2027년에는 4만4000톤으로 증가하는 등 성장 가속화가 예상된다.
신 회장은 지난 2022년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롯데바이오로직스를 공식 설립했다. 이어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의 시러큐스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을 2000억원에 인수하며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 진입했다. 설립 초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송도 공장 착공 등을 꾸준히 진행하며 올해 6월 송도 1공장 준공을 마쳤다. 신 회장은 송도 1공장 준공까지 1조4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으며 심혈을 기울였다.
롯데 관계자는 “바이오가 핵심 성장동력이기 때문에 송도 1공장 준공 시기도 당겼다. 올해 말부터 가동할 수 있게끔 속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슬림화 이후 글로벌 경쟁력 과제
롯데그룹은 바이오 사업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 2030년까지 4조6000억원을 투입해 글로벌 톱10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CDMO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글로벌 CDMO로 성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등과 비교해 후발주자이지만 대량 수주를 통해 빠르게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롯데는 2030년까지 1조5000억원의 매출 달성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올해 초 맺은 일본 라쿠텐메디칼과의 수주 소식만 들리고 있지만 빅파마들과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도 시대’를 연 롯데바이오로직스는 3공장까지 완공으로 총 36만리터의 생산 능력을 확보해 성장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신 회장도 지난 7월 처음으로 송도 공장을 찾아 바이오 사업에 대해 기대감을 표출했다. 그는 "바이오는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핵심 산업군이다. 준공 이후 예정된 일정들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주요 공정 시설을 직접 둘러보고 글로벌 고객사 수주 대응 현황과 추진 전략 방향 등을 보고 받기도 했다.
바이오가 핵심 신사업이라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부사장이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 대표로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결국 바이오 사업도 글로벌 경쟁력이 관건이다. 롯데가 내수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세계 시장에서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 롯데의 주력 사업인 유통과 쇼핑 등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등지에서 성과를 내며 좋은 성적표를 받고 있다. 이를 위해서 신 회장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 회장은 이재용 삼성 회장, 최태원 SK 회장처럼 인적 네트워크를 전면에 내세우는 유형은 아니다. 하지만 사업과 관련된 일정이라면 어떤 국가든 날아가 대통령과 총리 등과의 면담을 주도하는 행보로 현지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신 회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손잡고 사업 연계 연구개발(R&D) 투자를 본격화하며 미래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KAIST와의 협력은 바이오·헬스케어, 이차전지 소재 등 미래 신성장 동력과 맞물려 관심을 끌고 있다.
롯데는 이달 KAIST와 미래 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사업화하기 위한 '롯데 x KAIST R&D센터'를 준공했다. 특히 센터는 ▲바이오 지속가능성 ▲탄소중립 에너지·소재·공정 ▲첨단식품·헬스케어 3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시스템대사공학, 바이오연료·플라스틱, 그린수소, 신재생에너지, 배터리 분야 등을 연구한다.
이처럼 롯데는 연구개발과 미래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롯데정밀화학도 이달 수소·암모니아 신사업 확대를 위해 암모니아 기반 수소 생산 솔루션 기업인 아모지(미국)와 청정 에너지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롯데정밀화학은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그린암모니아의 선박 연료 벙커링 상업화를 수행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드와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지난 10년간 롯데그룹의 성장이 주춤했던 게 사실이다. 신동빈 회장이 사업 재편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 있는 상황이라 과연 10년 후의 롯데가 어떻게 달라질지 관심을 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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