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뜨거운 GPU·커지는 주민 민원…AIDC ‘보이지 않는 벽’
- [K-AI 데이터센터, 4개의 벽 넘어라]③
뜨거워진 AI칩…공기 대신 액체로 식힌다
24시간 돌아가는 냉각설비…주거지와 거리 확보해야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는 거대한 열 공장이다. 일반 데이터센터가 데이터를 저장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라면 AIDC는 수백~수천장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연결해 AI를 학습·추론한다. GPU를 좁은 공간에 배치하면서 전력 사용량과 발열량도 급격히 늘어난다.
열을 제때 빼내지 못하면 GPU 성능이 떨어지고 장비 수명이 짧아진다. 심하면 서버가 멈춰 AI 학습과 추론 작업이 중단될 수 있다.
냉각설비를 늘리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팬과 냉각탑, 냉동기, 펌프, 변압기와 비상발전기가 24시간 돌아가면서 소음을 만든다. 열을 잡으려다 주민 민원에 부딪힐 수 있는 구조다.
K-AIDC가 넘어야 할 세 번째 관문은 열과 소음을 함께 잡는 것이다. 설계 단계부터 열을 효율적으로 빼내고 소음이 밖으로 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랙 하나가 120kW…공랭식만으론 버겁다
랙은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전원장치를 층층이 장착하는 높이 2m 안팎의 금속 캐비닛이다. ‘랙당 소비전력’은 내부 장비 전체가 사용하는 전력을 뜻한다.
엔비디아의 ‘GB200 NVL72’는 랙 하나에 블랙웰 GPU 72개와 그레이스 CPU 36개를 탑재한다. 소비전력은 약 120kW에 달한다.
기존 데이터센터는 서버실 전체에 차가운 공기를 불어넣는 공랭식 냉각을 주로 사용했다. 그러나 고밀도 AI 서버는 공기만으로 열을 빼내기 어렵다. 냉각팬을 더 빠르게 돌리면 전력 소비와 소음도 늘어난다.
미국공조냉동공학회(ASHRAE)는 고밀도 AI 환경에서 공랭식 냉각이 실용적인 한계에 도달했다고 분석한다. 현재 가장 빠르게 확산하는 방식은 GPU와 CPU에 냉각판을 붙여 냉각수로 열을 직접 빼내는 직접액체냉각(DLC)이다.
직접액체냉각은 열이 집중되는 GPU와 CPU를 중심으로 적용할 수 있다. 기존 공랭식 설비와 함께 쓰는 혼합형 구성도 가능해 AIDC에 도입하기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서버 전체를 비전도성 냉각유에 담그는 액침냉각도 주목받고 있다. 메모리와 전원부에서 발생하는 열까지 냉각유가 직접 흡수하고 서버 팬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서버 구조와 부품 호환성, 유지보수 방식까지 바꿔야 해 아직은 실증 단계에 가깝다.
SK엔무브와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S-OIL 등 정유사들은 기유·윤활유 기술을 활용해 액침냉각유를 개발하고 있다. 서버 제조사와 데이터센터 운영사를 상대로 실증도 진행 중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액침냉각이 주목받는 것은 공랭식보다 비용이 저렴해서라기보다 냉각 효율이 높기 때문”이라며 “기유와 윤활유 기술을 보유한 정유사가 제품군을 확장하기에 유리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냉각 방식은 랙의 전력밀도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저밀도 구역은 공랭식, 고밀도 GPU 구역은 직접액체냉각을 적용하고 액침냉각은 서버와 운영 체계가 맞는 곳부터 도입할 수 있다.
냉각수 공급 중단이나 누수에도 서버가 멈추지 않도록 이중화 설비와 감지 장치도 갖춰야 한다. 기존 데이터센터에 액체냉각을 추가하려면 배관과 바닥, 전력 설비를 다시 손봐야 한다. AIDC 설계 초기부터 GPU 종류와 랙 밀도에 맞는 냉각 방식을 정해야 하는 이유다.
팬 줄여도 소음은 남는다…설계 단계부터 차단
액체냉각을 적용하면 서버 팬 소음은 줄일 수 있다. 그렇다고 AIDC가 조용해지는 것은 아니다. 펌프와 열교환기, 냉각탑이 돌아가고 변압기와 비상발전기도 남는다.
특히 낮고 일정하게 이어지는 저주파 소음은 멀리 퍼지고 건물 안에서도 진동처럼 느껴질 수 있다. 소음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주변이 조용해지는 밤에는 불편이 커질 수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 프린스윌리엄카운티의 그레이트 오크 주거지역에서는 인근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의 저주파 소음을 두고 주민 민원이 이어졌다. AWS는 이후 설비를 보강해 소음을 약 10데시벨 낮췄다. 가동 후 대책에는 추가 비용과 갈등이 따른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 데이터센터를 두고 주민들이 소음과 전자파, 열섬현상 등을 우려하자 금천구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하고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경기 고양시 식사동과 문봉동 등에서도 냉각설비 소음과 열섬현상을 우려한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일반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갈등이지만 냉각설비가 더 많이 필요한 AIDC에도 같은 과제를 던진다.
해법은 허가를 받은 뒤 방음벽을 세우는 것이 아니다. 입지 검토 단계에서 주거지역과 거리를 확보하고 냉각탑과 발전기 등 소음 설비를 주택 반대편에 배치해야 한다. 방음 덮개와 흡음재, 진동 차단장치도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허가 전에는 모든 장비가 최대 출력으로 돌아가는 상황과 야간을 기준으로 소음 확산을 예측할 필요가 있다. 비상발전기 시험 운전은 낮 시간대로 제한하고 가동 이후에는 부지 경계의 소음을 상시 측정할 수 있다.
측정 결과를 주민에게 공개하고 기준을 넘으면 설비를 보완하는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 일률적인 기준보다 주거지역과의 거리, 지형, 장비 배치와 가동 시간을 함께 따져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마다 입지와 냉각 방식, 설비 구성이 달라 소음 특성도 제각각”이라며 “설계 단계에서 소음원을 주거지역과 최대한 떨어뜨리고 가동 이후까지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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