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더 먹으면 좋아질까요?” 진료실에서 검사 결과 이상 소견이나 질병 의심 소견을 설명할 때 흔히 마주하는 질문이다. 술, 간식, 야식을 줄이는 것이 가장 확실한 정답인데, 많은 이들이 뭔가를 더 먹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영양제를 찾는 이유도 피로 회복·노화 방지·인지 개선·체지방 제거·간 건강 등 시판되는 제품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각종 미디어에서도 이런 소비심리를 끊임없이 부추긴다. 유명인들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미지근한 물과 함께 영양제를 한 움큼씩 삼키는 모습은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매 끼 식사보다 영양제를 더 정성스럽게 챙겨 먹는 장면도 낯설지 않다. 홈쇼핑 채널에서 특정 성분의 제품을 판매하면, 인접 채널의 건강 정보 프로그램에서 동시에 해당 영양 성분의 효능을 다루는 전문가 패널들의 토론이 이어지는 식이다.한 움큼 영양제, 질병 예방 효과는 충분할까그렇다면 과연 그들 말처럼 영양제를 챙겨 먹으면 덜 늙고 피로 없이 활력이 넘치고 각종 질병들을 예방할 수 있을까.아쉽게도 대부분은 ‘아직은 의학적 근거 불충분’이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어떤 사람은 '밑져야 본전'이란 가벼운 생각으로 영양제를 구매할 것이다.하지만 오히려 영양제 복용으로 낭패를 볼 수 있다. 몸에 고농도의 영양 성분이 들어가서 대사되고 몸 밖으로 배설되는 과정에서 간이나 신장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 만약 평소 간이나 신장이 취약한 환자라면 기능 손상의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 또 만성질환으로 복용 중인 치료제와의 상호작용으로 약효가 줄어들거나 부작용이 심해지기도 한다. 결코 쉽게 볼 문제가 아니다.최근 미디어에서 영양제와 함께 자주 언급되는 단어는 면역과 만성 염증이다. 진료실에서도 자신의 면역 상태나 염증 수치를 확인해 달라는 환자들을 자주 만난다. 이에 일부 영양제는 마치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듯이 면역 개선과 각종 질병 예방 효과를 광고한다. 이는 모든 상황에 다 좋다는 것은 어디에도 뚜렷한 효과가 없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질병이 없는 건강한 성인이 특정 영양 성분을 보충해서 특정 질병을 예방하거나 수명을 연장한다는 과학적 근거에 비해, ▲영양 균형 잡힌 식단 ▲규칙적인 운동 ▲금연 ▲적정 체중 유지 ▲절주 등이 질병을 예방한다는 의학적 근거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확실하다.자연에서 나는 식품과 영양제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자연 식품은 다양한 영양 성분과 활성 물질들의 유기적인 조합이지만, 영양제는 특정 영양 성분만을 고농축으로 정제한 물질이다. 특정 영양소가 풍부하다고 알려진 식품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는 다른 종류의 영양 성분도 함께 포함돼 있다. 그렇기에 평소 식사를 거르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잘 챙겨 먹으면, 특정 영양 성분이 강화된 영양제보다 영양학적으로 훨씬 균형 잡힌 영양 섭취가 가능해진다.남들이 먹는 성분보다 내게 부족한 영양소부터물론,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영양 성분 보충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폐경 이후 여성이나 노년기에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한 칼슘, 성장기 여학생의 빈혈 예방을 위한 철분, 채식주의자나 노년층에서 부족해지기 쉬운 비타민 B군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런 상황들도 엄밀히 말해 필요한 것은 영양제라기보다 영양 성분이며, 대개는 식단을 조금 더 신경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채울 수 있다.음식 섭취만으로 해당 영양 성분을 채우기에 충분하지 않은 상황도 있다. 따라서 영양제를 선택할 때 중요한 것은 내 몸 상태에 따른 개별적 접근이지, 남에게 효과가 있으니 내게도 좋을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개별 영양 성분의 단편적인 효과만 기대하고 여러 종류를 복용하는 경우도 많다. 평소 복용 중인 영양제를 가져오라고 하면 열 가지가 넘는 약통을 가져오는 환자들도 있다. 과연 각각의 영양 성분들이 우리 몸에 들어가서 알려진 효과들을 모두 다 낼 수 있을까.동물실험이나 소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만으로 그 효과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몸속에서 영양소의 대사 역시 다를 수밖에 없기에, 효과뿐 아니라 부작용도 다 다를 수밖에 없다.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들은 부작용을 걱정하면서, 영양제는 부작용이 없을 거라 믿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영양제 섭취만으로도 설사나 변비, 복부 팽만감 등의 불편감을 경험하기도 하고 과도한 섭취는 이런 부작용을 더 심하게 만들 수 있다.특히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약을 복용 중인 경우, 무심코 먹는 영양제 성분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철분이 결핍된 빈혈이 아닌데 어지럼증만으로 빈혈이라 넘겨짚고 철분제를 장기 복용하면 간 독성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철분·칼슘·마그네슘 성분을 동시에 복용하면서 서로 각 성분의 흡수를 방해하는 사례도 보게 된다.지금보다 더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유행이거나 유명인을 따르지 말고 내 몸의 객관적 상태를 제대로 점검해야 한다. 실제 내게 결핍된 영양 성분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꼭 필요한 빈 곳만 선별해 채워야 한다. 둘째, 자신의 개인별 건강 상태에 맞게 섭취해야 한다. 특히 만성질환으로 약물 치료 중인 경우에는 의사와 상의를 하고 위험한 성분들을 덜어낸다. 셋째, 같은 성분의 중복을 점검해야 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영양제의 성분을 반드시 살피고 중복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영양제 종류와 개수를 늘려 나가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영양제 섭취를 과감히 줄여 나가는 '영양제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것이 건강을 더하는 지혜로운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