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李 ‘산재와의 전쟁’ 선포에…재계, 안전 관리 ‘총력’ [경영계 흔드는 친노동 정부]②
- 정부, 현장 점검·금융 제재 등 전방위 압박
산업계 “중대재해 처벌, 현장 상황 고려해야”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의 잇따른 사망사고를 언급하며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발생하는 사고는 충분히 예방 가능한데도 계속 사망사고가 나는 건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일”이라면서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재해 책임자에 대한 형사 처벌과 별개로 회사에 징벌 수준의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살펴보라고도 지시했다.
회의에서는 사망사고 빈발 기업에 대한 ▲공공 입찰 참여 제한 ▲영업정지 조치 ▲은행 대출 제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불이익 조치 등도 거론됐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를 조사하는 검찰과 경찰의 전담 조직 구성도 요청했다. 그는 “산재 사망사고 경찰 전담팀 구성을 검토하라”면서 “(검찰도) 산재 사고를 전담해 지휘하는 수사단 체계를 고민하라”고 당부했다.
고용부·경찰·금융당국·여당 등 대책 마련 ‘속속’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각 부처와 국회는 안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포스코이앤씨 본사와 시공 중인 전국 65개 공사 현장을 대상으로 산업안전 보건 감독을 불시에 하겠다고 발표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도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산재 전담 수사팀’을 신설하기로 했다. 경찰청 내에 산재 수사를 지휘하는 부서를 설치하고, 각 시도 경찰청에도 전담 수사팀을 만들 예정이다. 고용부와 긴밀한 수사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 8월 1일 회의를 열고 중대재해 기업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기업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를 은행의 기업 대출 신용평가 내규에 직접 반영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은행권 공통으로 중대재해를 신용평가에 직접 반영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대출 신용평가 과정에 중대재해를 반영하되 기업이 은행에 ‘재발 방지 대책’을 제출하면 불이익을 면제하는 방안도 고려됐다. 상대적으로 중대재해가 적은 기업에는 대출 과정에서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월 28일 산재 예방 태스크포스(TF)를 공식 출범시키고, 31일 포스코이앤씨 산재 사고 현장을 찾아 안전 관리 실태 등을 점검했다. 이날 TF는 고용부와 인천 송도 포스코이앤씨 본사에서 포스코그룹 임원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협의했다.
여당은 산재 예방을 위한 제도적 보완 등 국회 차원의 대안 마련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TF는 지난 8월 5일 열린 2차 회의에서 ▲매월 셋째 주 정례회의 개최 ▲월 1회 이상 정기 현장 방문 및 수시 사고 현장 긴급 대응 ▲국정감사 공동 대응체계 마련 ▲정책 연구용역 추진 등의 운영 계획을 의결했다.

고개 숙인 SPC·포스코…삼양식품도 연장근로 폐지
당정의 움직임에 기업들도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포스코이앤씨에 앞서 대통령의 지적을 받은 SPC그룹은 야간 공장 가동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생산직 야근을 하루 8시간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인력 확충 ▲생산 품목 및 생산량 조정 ▲라인 재편 등 전반적 생산 구조를 완전히 바꾸고 계열사별로 실행 방안을 마련해 오는 10월 1일부터 전면 시행할 방침이다.
SPC삼립 시화 공장에서는 지난 5월 50대 여성 근로자가 생산 라인의 컨베이어에 윤활유를 뿌리다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지난 2022년과 2023년에도 SPC그룹 다른 계열사인 SPL 평택 제빵공장, 샤니 성남공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는 지난 7월 29일 기자회견에서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며 재발 방지 대책으로 안전 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전체 건설 현장에 대한 무기한 작업 중지를 선언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8월 4일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재발했다. 정 대표는 다음날(5일) “사고가 반복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불닭볶음면’으로 K-푸드 열풍을 주도한 삼양식품도 최근 장시간 야간 근무 논란을 일으킨 특별연장근로를 폐지하는 등 근로 환경 개선에 나섰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2조 2교대’ 방식의 근무 형태 변경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모든 직원의 의견을 수렴해 현재 근무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본사 주도로 6개월에 1회 이상 62개 제조·연구개발(R&D)·영업·외식 사업장의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과 이행 여부 등을 자체 점검한다. 식품업계 최초로 공장에 인공지능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도입하고, 사고 발생 시 작업을 즉시 중단하는 ‘작업중지권’ 제도도 시행 중이다.
CJ제일제당 진천 블로썸캠퍼스에서는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분기마다 2시간 이상 ‘안전체험관’에서 교육을 실시한다. 모든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은 필수로 교육에 참여해 최소 2시간에 걸쳐 현장 체험 중심의 훈련을 이수해야 한다.

택배업계, 작업중지권 등 폭염 대응책 마련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면서 택배업계도 온열질환 예방 등 근로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쿠팡의 물류 전문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배송 기사의 혹서기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배송 안전수칙’을 배포했다. 폭염 시 업무 중간 휴식을 취하고 두통과 어지러움·구역·피로감 등 이상 증상이 생기면 즉시 작업을 멈추도록 권고했다. CJ대한통운은 업계 최초로 택배기사 건강검진 제도를 도입하고 검진 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있다. 폭염·폭우 등 배송이 어려운 경우 작업을 중단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과 지연 배송에 대한 면책권을 보장한다.
산업계는 산재 예방을 위한 법적 책임 강화 기조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생산성 저하와 근로자 임금 감소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따라 생산 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도 “명확한 기준 없이 처벌만 강화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현장의 실질적 개선은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돈이면 다 돼”…청소년 도박 불 지핀 ‘물질 만능주의’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에이스’ 이대은, 강릉고 만났지만… 갑작스레 찾아온 컨디션 난조 (‘불꽃야구’)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트럼프, 적자만 내고있어”…달러 급락했던 이유는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단독]F&F 제명 카드 꺼냈다…테일러메이드 매각 갈등 격화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엔허투 SC' 임상 다음달 개시…알테오젠, 글로벌 ADC 개발 판도 바꾸나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