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슈
관세 넘자 노란봉투법...경영계 "미래 세대도 피해" [경영계 흔드는 친노동 정부]①
- 경영계·야당 노조법 개정 반대..."현장 혼선 불가피·불법파업 조장할 것"
8월 국회서 노란봉투법 통과 예상...정부·여당 "상생 기반 다지는 법"

‘산 넘어 산’ 경영계 한숨 깊어진다
‘재계 큰 어른’으로 불리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움직였다. 1939년생으로 올해 나이 86세인 손 회장이 지난 7월 31일 서울 마포구 소재 경총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이유는 노란봉투법 개정 중단을 호소하기 위함이었다. 손 회장이 단독 기자회견을 연 것은 지난 2018년 경총 회장으로 취임한 이래 처음이다. 그만큼 노란봉투법이 경영계에 미칠 우려가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및 쟁의행위 범위 확대 ▲손해배상 책임 제한 등을 골자로 한다. 쉽게 말해 원청과 하청 간 교섭이 가능해지고, 노조의 쟁의행위에 따른 사업장 피해를 온전히 변제하도록 요구할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해당 법은 과거 윤석열 정부 시절에도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바 있다. 다만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에 막혀 폐기됐다.
경영계에서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인한 우려가 크다. 외국투자기업도 마찬가지다. 한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종업원 100인 이상 제조업종 주한외투기업 인사노무담당자(응답 100개사)를 대상으로 노란봉투법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55%가 법 개정 시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59%는 법 개정 시 한국 산업 생태계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급 계약 부담 증가로 노동 시장 효율성 저하가 우려된다고 판단해서다.
긴급 기자회견에 나선 손 회장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그는 “사용자 범위 확대로 수십, 수백 개의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사업주는 건건이 대응할 수 없다”며 “산업 현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투자 결정과 사업장 이전 그리고 구조조정 등 경영상 판단까지 쟁의행위가 되면 사용자 경영권 침해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특히 손 회장은 노란봉투법에 따른 산업 현장의 혼란과 그로 인한 피해가 중소·영세업체 근로자와 미래 세대에게도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을 ‘불법 파업 조장법’이라고 칭했다. 그러면서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되면 불법 파업의 상시화가 우려된다”며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로 산업계가 마비될 우려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국회전자청원에서는 노란봉투법 관련 국민동의 청원도 진행되고 있다. 청원인은 ▲경영권 및 재산권 침해 ▲산업계 생태계 및 협상 균형 붕괴 ▲파업에 따른 국민 피해 우려 ▲외국기업 철수 우려 등의 이유로 노란봉투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해당 청원은 8월 6일 기준으로 6000명 이상의 국민동의를 얻었다.


노란봉투법 통과를 추진 중인 민주당은 경영계 등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의 목소리에 반박했다. 민주당은 “개정안의 사용자 정의(범위 확대)는 대법원 및 하급심 판례법리를 그대로 반영·입법한 것”이라며 “소규모 하청업체별로 기업별 노조를 결성해 개별적으로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다는 것은 현실에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법 시행 전까지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국회에 보고하기로 했다”며 “당과 정부는 노란봉투법이 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사용자 경영권 침해 우려에 대해서는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상 노동쟁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됐다는 재계 주장을 수용한 것”이라며 “사업경영상 결정이 아니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범위 안에서 쟁의행위 대상이 된다는 것”이라고 맞섰다.
미국에서 관세협상을 마치고 돌아온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8월 4일 손 회장 등과 만나 경영계 달래기에 나섰다. 김 장관은 손 회장과의 면담에서 “(노란봉투법이) 단기적으로 기업에 부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신뢰 회복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노란봉투법은 6개월의 시행 준비 기간이 있다. 후속 법령 개정 및 태스크포스(TF) 등 후속 논의 과정에서 기업 부담 최소화를 위해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은 이달 국회 본회의 통과가 유력하다. 민주당은 당초 7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대응에 나서면서 처리 일정이 미뤄졌다. 민주당은 오는 8월 21~24일 본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 등의 법안 처리에 나설 예정이다.
학계에서는 노란봉투법을 양날의 검으로 본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란봉투법은 산업계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며 “다국적 기업들은 이 법이 통과될 경우 한국 내 사업 환경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고 경영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교수는 “노란봉투법은 신뢰 기반의 노사 간 협력적 관계 구축을 요구하는 신호이기도 하다”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글로벌 기준을 고려할 때 노동 인권을 존중하고 투명한 대화 구조를 마련한 기업들이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더 높은 평판과 투자 유치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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