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루이비통 vs 강남 수선집의 '리폼 전쟁'...대법원 판단 살펴보니 [백세희의 컬처&로(LAW)]
- 내 돈 주고 산 명품, 리폼해 써도 될까
리폼을 둘러싼 명품 기업-수선업자 소송전 결과는
원고 루이비통은 잘 알려진 글로벌 명품 브랜드다. 특유의 로고는 1896년 창안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돼 왔다. 루이비통의 2020년 매출은 약 1조467억원에 이른다. 피고 강남사는 국내에서 가방과 지갑 등의 수선·제작업을 하는 사업자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명품 가방 소유자들의 요청에 따라 대가를 받고, 명품 로고가 표시된 가방의 원단이나 금속 부품 등을 활용해 전혀 다른 형태의 가방과 지갑을 만들어 왔다. 이런 가공 행위를 흔히 ‘리폼’이라 부른다.
리폼은 약 8~9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한동안은 누구도 크게 문제 삼지 않는 새로운 시장이었다. 유행이 지난 명품 가방을 다른 제품으로 바꿔 사용하려는 소비자와, 이를 수선해 용역비를 받는 수선업자가 주요 참여자였다. 그러나 이 흐름에 편승해 출처가 불분명한 명품 부자재를 대량으로 확보해 리폼 제품을 만든 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예컨대 샤넬 로고가 새겨진 단추에 침을 달아 귀걸이로 만든 뒤 ‘업사이클링 제품’이라며 판매하는 식이다.
명품 브랜드들은 이러한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수선업자와 업사이클링 판매자를 가리지 않고 상표권 침해를 주장했다. 실제로 “내용증명을 받았다”는 상담도 잇따랐다.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어 보이면서도, 글로벌 브랜드와 소송을 벌이는 부담 때문에 쉽게 맞서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결국 루이비통은 타협하지 않은 강남사를 상대로 2022년 2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이 시작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다른 리폼 업체들은 온라인 광고를 내리거나 사업을 중단했고, 일부는 조용히 영업을 이어갔다.
전혀 다른 제품이 되는 리폼…1·2심의 판단
“내 돈 주고 산 가방인데 마음대로 고쳐 쓰지도 못하나.” 루이비통의 소송 소식을 접한 많은 이들의 반응이었다. 실제로 인터뷰와 칼럼을 통해 의견을 들어보면 상당수는 루이비통의 소 제기를 과도하다고 봤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었다. 법원에 제출된 리폼 제품 사진을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는 의견이었다. 일부 리폼 제품은 단순한 수선을 넘어 새로운 제품을 창조한 수준에 가까웠다. 현재 판매 중인 신제품과 거의 동일한 디자인의 제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런 제품이 중고 시장에 유통될 경우 소비자가 정품으로 오인할 가능성도 충분해 보였다.
1·2심 법원의 판단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리폼 제품이 독립된 교환가치를 지닌 채 중고 시장에서 거래된다면 이는 상표법상 ‘상품’에 해당하며, 소비자가 루이비통 정품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상표의 사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리폼 제품을 판매하는 행위뿐 아니라 리폼 행위 자체와 완성 제품을 의뢰인에게 전달한 행위까지도 상표권 침해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핵심은 ‘개인적 용도의 사용’이었다. 명품 가방의 원단과 부자재를 이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든 뒤 이를 개인이 직접 사용하는 경우라면 상표법 위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제 조건은 분명하다. 리폼 제품이 상거래에 제공되거나 시장에 유통되지 않고 오직 개인적 용도로 사용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리폼 과정에서 이루어진 상표 표시 행위가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중요한 현실적 문제를 짚었다. 리폼 작업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동,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직접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만약 소유자가 직접 하는 리폼만 허용하고 수선업자를 통한 리폼을 금지한다면, 소유자의 자유는 사실상 형식적인 권리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선업자의 리폼 행위라도 소유자의 의뢰에 따라 이루어지고 결과물이 개인적 사용에 머문다면 위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이 사건에서 피고 수선업자는 루이비통의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
대기업 명품 브랜드와 국내 수선업체의 법정 공방이라는 점에서 이 판결은 큰 화제를 모았다. 국내 최대 로펌을 선임한 루이비통을 상대로 작은 수선업체가 승소했다는 점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는 평가도 나왔다. 또 “국내 최대의 로펌인 김앤장을 선임한 루이비통을 이긴 수선집!”이라는 이 서사를 주제로 벌써 ‘소송의 뒷이야기’ 같은 후속 기사들도 나오기 시작한 것 같다.
‘위법한 리폼’은 무엇일까
다만 이번 판결이 모든 리폼을 허용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상표권 침해가 될 수 있는 리폼의 기준도 함께 제시했다.
형식적으로는 소비자의 의뢰가 있었더라도, 실제로는 리폼업자가 주도적으로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고 시장에 유통시키는 경우라면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해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리폼 제품의 디자인이나 형태, 생산 개수 등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수선업자가 가지고 있는 경우, 소비자가 가져온 명품 제품은 일부만 사용하고 수선업자가 보유한 부자재를 대부분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경우, 혹은 리폼 전 제품의 소유권을 수선업자에게 넘겨 판매 목적의 제품을 만드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또 리폼이 개인 사용이 아니라 제3자 판매를 위한 것임을 수선업자가 알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도 상표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사정을 입증할 책임은 상표권자인 명품 브랜드에 있다. 브랜드 측이 리폼업체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려면 이러한 구체적 사실들을 모두 증명해야 한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한동안 주춤했던 명품 리폼 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 같다. 하지만 이에 편승해 명백히 위법인 유사 행위도 다시 활개를 칠까 걱정이다. 소유자가 오래된 자기 물건을 가지고 와 고쳐달라는 게 아니라, 업자가 출처 불명의 부자재를 가공해 이른바 명품 ‘업사이클링’이라 주장하는 방식이 그렇다. 폐기 대신 재활용(recycling) 또는 새활용(upcycling)을 통해 제품 수명을 연장하려는 소비자들의 선한 뜻을 이용해 명품 브랜드들의 명성에 무임승차하는 이들이다.
예컨대 단추에 침을 달아 귀걸이를 만들거나, 가방 로고를 목걸이 펜던트로 가공해 판매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는 리폼업자가 제품 생산과 판매를 주도하며 시장에 유통시키는 행위로, 대법원이 제시한 상표권 침해 사례에 정확히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그 부자재가 실제 명품에서 나온 것인지조차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 판결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그 결과를 지켜보고 있던 중요한 사건이다. 사회적 파급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런 판결을 접하면 짜릿하다. 생활 속 분쟁이 명료하게 정리되는 것을 볼 때마다 우리 사회가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다. 독자들도 함께 이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백세희 법률사무소 아트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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