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중국도 4.5일제 근무? AI 외에도 양회에서 주목한 것 [특파원 리포트]
- 양회 마무리, 4%대 경제성장률·AI 등 관심
다양한 경제·사회 정책 제언 나와
[이명철 이데일리 베이징 특파원] 중국의 최대 연례행사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최근 마무리됐다. 이번 양회는 중국이 경제성장률 눈높이를 낮추면서 주목받았다. 과거와 같은 연간 5% 이상 고성장을 포기하고 대신 내실을 다지면서 중장기 성장동력을 찾자는 정책 기조를 알렸다는 평가다.
양회 기간 베이징에선 다양한 회의와 인터뷰가 진행됐는데 주목할 부분이 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발전에 대한 정책 결정과 제언은 물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높이거나 고령자 연금 인상, 출산 지원 등 삶의 질을 개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등 선진국’을 표방하며 안정적 성장을 표방한 중국의 경제·사회 부문에서 달라진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경제 눈높이 낮춘 중국, AI 등 신성장동력 추진
올해 양회 키워드를 두 가지로 압축하자면 ‘경제 성장’과 ‘AI’로 볼 수 있다. 양회 기간 중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정부 업무보고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4.5~5%로 낮춘 것은 큰 관심을 모았다.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을 제외하고 1990년대 이후 한 번도 5% 미만 성장률을 기록한 적이 없다. 지난해에도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대비 5% 성장해 당시 목표(약 5%)를 달성했는데 올해 목표치를 4%대 중반까지 내린 것이다.
중국은 최근 발표한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 초안에 GDP를 꾸준히 늘려 2035년까지 중등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4%대 성장세는 중장기 목표에 부합한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지만 최근 중국 안팎 경제 불안을 무시할 수 없었단 현실적 고려도 반영됐다.
중국 거시 정책을 담당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정산제 주임(장관급)은 양회 중 기자회견에서 “경제·사회 발전 과정에 여전히 많은 어려움과 문제가 존재한다는 점을 매우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추진하는 건 AI 같은 첨단기술 발전이다. 이번 양회에서 가장 강조한 분야이기도 하다.
중국의 AI 활성화는 실물 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필수 과제다.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 등 피지컬 AI를 구현해 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정부 업무보고서에도 AI플러스(+) 정책을 심화·확장하고 핵심 산업 분야에서 AI의 상용화와 대규모 적용을 주도해야 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정 주임은 “AI+를 통해 수많은 산업에 힘을 실어주고 수많은 가정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2030년까지 AI 관련 산업 규모는 10조위안(약 2143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996’ 문화로 얼룩진 근무 환경, 대대적 정비 요구
AI 정책 붐이 크게 일었던 양화지만 중국 여론에서 환영을 받은 정책 제안들은 따로 있다. 실제 일상생활과 밀접한 ▲근무 ▲교육 ▲복지 등과 관련해 나온 정책들이 주목을 받은 것이다.
우선 ‘996’(오전 9시 출근, 오후 9시 퇴근, 주 6일 근무)로 대표되는 중국 근로 문화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제안이 이어졌다.
중국 태양광 기업 론지 회장인 중바오선 전인대 부대표는 양회 기간 중 법정 근무 시간을 하루 8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이거나 초과근무 시간을 엄격히 제한하고, 초과근무 수당은 2~3배로 올리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자 소득을 올리면서 복지 수준을 향상해 구조정 고용 압박을 완화하자는 취지에서다.
전인대 부의원인 텐쉬안 베이징대 교수는 한주는 주 5일, 한주는 주 4일 근무를 함으로써 일주일 4.5일 근무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단순히 주어진 연차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고정된 휴일을 늘려 안정성을 높이면 ‘휴식의 질’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가 ‘강력한 내수 시장 구축’을 올해 최우선 과제로 삼았는데 근무 시간 축소나 휴일 보장 같은 워라밸 정책은 이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사람들이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충분한 휴식에 기반해야 한다는 이유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이 소비 중심 성장 모델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건 사람들이 더 많이 지출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소비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폐지하고 ▲문화 ▲관광 ▲스포츠 ▲의료 등 분야에서 지출 잠재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결혼·이혼도 쉽게, 최근 달라진 중국 현대 사회 반영
결혼·출산을 독려하고 가정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우선 중국에서 결혼할 때 남성이 지불해야 하는 차이리(지참금)을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 제기됐다. 중국의 차이리는 갈수록 금액이 커지면서 결혼을 막는 장애물로 떠오른 상황이다.
그는 “한 농촌에서 1인당 연간 소득이 약 1만8000위안(약 385만원)인데 차이리가 30만위안(약 6400만원)까지 치솟은 경우도 있다”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울수록 결혼으로 인한 갈등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장카이리 전인대 위원은 결혼을 활성화하기 위해 “전국의 혼인 휴가를 15일로 통일하고 기업은 휴가에 대해 임금을 공제하지 않도록 하며, 이를 시행하는 기업들에겐 세금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팡옌 전인대 부대표는 이혼할 때 30일의 냉정기(숙려 기간)을 제공하는 데 가정 폭력으로 인한 경우엔 이를 적용하지 말 것을 주장했다. 가정 폭력으로 인한 이혼은 재결합 여부를 고민할 필요가 낮고 냉정기 동안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도는 이혼이 늘어나는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개선 방안 중의 하나로도 주목된다.
중국 또한 한국만큼 교육에 대한 열기가 높은 편이다. 이에 양회에서도 학생 교육 제도에 대한 제안도 있었다.
눈에 띄는 건 ‘중국판 수능’인 가오카오(高考)에서 영어 시험 만점을 150점에서 100점으로 낮추고 1년에 두 차례 시험을 봐 최고 점수를 적용하자는 위칭밍 전인대 부대표의 주장이다.
쓰촨성 야안시의 한 중학교 교장인 위 부대표는 가오카오에서 영어와 수학 시험의 만점이 150점으로 같다는 게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도시와 비도시간 영어 교육 격차가 심할 뿐 아니라 외국어 점수에 학생들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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