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적자·해킹·합병’ 삼중고 티빙…존속마저 불투명
- 개인정보 1953만명 유출…보상·소송까지 1000억원대 부담 우려
웨이브 합병도 새 변수…기업가치·주주 셈법 흔들, CJ ENM 결단 주목
악재 하나도 버거운데 여러 변수가 한꺼번에 몰렸다. 업계에서는 티빙의 독립 성장 전략이 사실상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막대한 투자와 적자로 모회사 CJ ENM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려 온 티빙이 이제는 존속 여부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평가다.
‘만년 적자’ 속 터진 대형 악재…최주희 대표 책임론
티빙은 국내 대표 OTT로 자리 잡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자체 제작물)와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하지만 콘텐츠 제작비 상승과 글로벌 OTT와의 경쟁 심화로 수익성 확보에는 실패했다.
2020년 독립 법인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연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매출은 406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698억원, 당기순손실은 893억원에 달했다. 누적 순손실은 5000억원을 넘어섰다. 외형은 키웠지만 현금은 줄고 부채는 늘었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는 평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까지 발생했다. 해커가 데이터베이스(DB)에 침입하면서 이용자의 ▲이름 ▲아이디 ▲생년월일 ▲성별 ▲휴대전화 번호 및 이메일 일부 ▲환불계좌 정보 ▲암호화된 비밀번호 등이 유출됐다. 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한 연계정보(CI)와 중복가입확인정보(DI)까지 포함돼 2차 피해 우려도 커졌다.
사고 규모는 예상보다 컸다. 초기 약 1300만명으로 알려졌던 유출 대상은 정부 조사 과정에서 약 1953만명으로 늘어났다. 국내 개인정보 유출 사고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규모다.
최주희 대표 취임 이후 정보보호 투자가 2년 연속 줄어든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정보보호 투자액은 2023년 21억9700만원에서 지난해 17억6500만원으로 약 2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정보기술(IT) 투자도 488억원에서 263억원 수준으로 반 토막 났다.
기업의 투자 우선순위는 경영진의 판단이다. 그러나 콘텐츠에는 막대한 비용을 쓰면서 정보보호 투자를 줄였고 그 결과 대규모 보안 사고가 발생했다면 경영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고로 티빙이 부담해야 할 비용도 만만치 않다. 과징금은 최대 120억원 안팎으로 예상되지만 진짜 부담은 이용자 보상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유출 규모를 기준으로 피해자 1인당 5000원만 보상해도 약 1000억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보안 투자와 법률 대응, 집단소송, 이용자 보상 비용까지 더하면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에서 정보보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투자”라며 “이번 사고는 보안을 넘어 회사의 재무와 기업가치까지 흔드는 사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생존 전략’ 된 합병…해킹이 던진 새 변수
더 큰 문제는 이번 사고가 숙원 사업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에도 변수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CJ ENM은 SK스퀘어와 통합 OTT 출범을 추진해 왔지만, 대규모 해킹 사고로 합병을 둘러싼 셈법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가장 큰 변수는 기업가치다. 사고 수습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면 재무 부담이 커지고 합병 비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주주들의 이해관계도 다시 얽힐 가능성이 높다.
티빙 주주인 KT는 그동안 지분 희석과 IPTV 사업 영향 등을 이유로 합병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 이후 협상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그룹 변수도 남아 있다. 회생절차에 들어간 콘텐트리중앙은 SLL중앙을 통해 티빙 지분 12.74%(전환사채 포함 20% 이상)를 보유하고 있다. 콘텐트리중앙은 최근 "티빙 지분과 관련한 다양한 전략적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하며 지분 매각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제는 기업가치다. 업계에서는 이번 해킹 사고를 계기로 티빙의 기업가치가 이전과 같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SLL중앙 입장에서는 가치가 낮아진 시점에 지분을 매각하기도 쉽지 않다. 반대로 합병이 이뤄질 경우 지분 희석도 감수해야 한다.
결국 시선은 CJ ENM으로 향한다. 그룹 입장에서 미디어 플랫폼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당장 티빙을 포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미 투입한 자금과 플랫폼의 전략적 가치도 무시하기 어렵다.
다만 대규모 비용 부담이 현실화되고 웨이브 합병마저 장기 표류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티빙이 독자 생존보다 구조 개편 대상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거론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CJ ENM은 그동안 티빙을 살리기 위해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플랫폼 유지 비용이 콘텐츠 사업의 효용을 넘어선다고 판단하면 그룹 차원의 자본 배분 전략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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