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슈
긴축 칼날에 실물 경제 찬바람…내 자산, 어디에 투자할까
- [긴축 시대의 귀환]③
인플레이션·금리 인상 공포에 글로벌 자산 시장 '유동성 장세' 마감
독보적 실적 증명하는 반도체·환율 효과 누리는 백화점 업종 주목
금리 상승기 은행 순이자마진 확대 기대…연체율 등 리스크 변수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유가 급등과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 저금리 시대에 풀렸던 풍부한 정책자금이 모든 자산의 가격을 밀어올리는 이른바 ‘유동성 장세’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면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기조를 멈추고 긴축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 유럽과 일본은 지난 6월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미국은 연내 인상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한국은행도 오는 7월 1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준금리를 올리고 긴축 정책이 시작되면 가계와 기업 모두 가용 자금 총량이 줄어드는 상황을 맞게 된다. 시중에 돈이 흡수되면 소비가 줄고 실물 경기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예견된 일이지만 최악의 경우 공급마저 감소하는 산업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프라 투자 사이클 진입한 반도체 ‘독주’
금리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게 될 가장 대표적인 곳으로는 주식시장이 꼽힌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채권 금리 수준에 민감하게 연동되면서 추가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고 풍부한 유동성에 기대어 주가가 오르던 ‘빚투’의 거품이 사그라질 확률이 크다. 이럴수록 기업이 실제로 벌어들이는 이익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실물경기에서도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기초체력이 뒷받침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들의 차이가 극심하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는 금리 인상기에도 독보적인 실적 성장을 증명해내는 반도체 업종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이 수반하는 초대형 장기 투자 사이클은 1990년대의 개인용 컴퓨터(PC)·인터넷 사이클을 뛰어넘어 19세기 철도 운송 혁명에 비견되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 국면에 비유된다.
지난 6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광주를 후보지로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팹(생산공장) 4기(각각 2기)를 추가 건설한다고 밝혔다. 두 기업은 경기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 중인데 이와 동시에 별도의 제2 클러스터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은 “전력·용수·인력 확보와 여러 인프라 등 많은 인센티브 지원이 기대되는 광주를 후보지로 계획하고 있다”며 “고대역폭메모리(HBM) 팹은 기존의 반도체 후공정 팹과 함께 천안·온양 등 충청권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밝힌 반도체·AI센터 등 총 투자 계획은 각각 2655조원, 2100조원이었다. 이 자금이 실제 투자된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 올해 예산(약 728조원)의 7배에 달하는 금액이 두 기업으로부터 나오는 셈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 2분기 실적에 대한 국내 증권가 평균 예상치는 매출 170조4708억원, 영업이익 86조210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매출 82조8926억원, 영업이익 63조4511억원이 예상된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실질적으로 반도체보다 실적 추정치 상향 모멘텀(성장 동력)이 강한 업종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환율에 웃는 백화점주, 예대금리차 커진 금융주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치솟으면서 백화점주도 주목받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 소비 여력이 줄기 때문에 소비재가 타격을 받는 일이 많지만, 환율 효과로 외국인 유입이 늘고 주가 상승에 따른 부의 증가로 명품 소비가 늘면서 백화점이 수혜를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6월 기준 코스피가 3% 넘게 하락하는 동안 백화점주는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은 72.79% 올랐고 신세계는 46.31%, 롯데쇼핑은 15.05% 상승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고객의 매출 비중이 급격히 높아졌다”며 “한국 고객 소비가 줄어든 것 이상으로 외국인 매출이 늘어 실적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백화점은 패션을 포함한 전 상품군의 호조세와 비용 효율화, 고마진 상품군 신장세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우호적인 영업환경으로 백화점의 견조한 영업이익 창출과 면세점의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목표주가를 14만원에서 27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수혜주로 금융지주도 언급된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핵심 수익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늘어 호재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예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가 더 빠르고 큰 폭으로 오르면서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가 벌어져 이자 이익이 급증하는 구조 덕분이다.
반도체 사이클·은행 연체율 상승 위험 상존
다만 일각에서는 한 가지 측면만 보고 투자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식시장이나 실물경제가 예상대로만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SK하이닉스도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정정 제출하면서 메모리 산업의 변동성과 공급 과잉, 생산시설 투자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의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가능성이 적더라도 충분히 위험 요소를 인지하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백화점 역시 소비 형태의 변화가 생길 수 있고 은행도 금리가 높아지면 연체율 상승 우려가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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