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공포지수 하단의 상승, 쉽게 볼 일 아니다 [홍춘욱의 경제프리즘]
- 사상 최고가 증시와 높아진 VIX의 하한선
시장이 보내는 ‘경고 신호’ 읽어야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높아지면 위험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옵션 가격에 반영된 내재 변동성인 VIX도 높아진다. 반대로 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 옵션을 통한 위험 회피 수요가 줄어들고 VIX도 하락한다.
평온한 시장? 쌓이고 있는 리스크
첨부된 ‘그래프’는 이런 관계를 잘 보여준다. 2025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교역상대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할 때 VIX가 40을 넘기기도 했으나, 평상시에는 보통 10에서 20 사이를 오간다. VIX는 항상 등락을 반복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흐름을 보면 ‘가장 낮게 내려가는 바닥(하한선)’이 조금씩 위로 올라오고 있다.
이는 ‘휴식기 심박수’가 높아진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푹 쉬고 있을 때의 심박수가 높아졌다면 몸에 어떤 변화가 생겼음을 짐작할 수 있듯,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증시가 가장 평온할 때 VIX가 10 근처에서 움직였지만, 최근에는 시장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호조를 보일 때도 VIX가 15 밑으로 잘 내려가지 않는다. 이는 시장이 가장 조용한 순간조차 밑바닥에는 잠재적 불안감이 깔려 있음을 뜻한다.
VIX의 바닥이 올라간 원인은 크게 두 가지 가능성으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시장 구조의 변화다. 2022년 이후 이어진 고금리 환경과 함께 최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옵션 거래가 크게 늘면서 투자은행 등의 헤지 거래도 증가했다. 이 같은 시장 구조 변화가 옵션 가격을 구조적으로 높이며 VIX의 하단을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라면 거시경제적 패러다임의 변화일 뿐, 시장 자체의 위기로 보기 어렵다.
사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두 번째 요인, 즉 잠재적 긴장의 누적이다. 겉으로는 시장이 평온해 보여도 수면 아래에서 리스크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신호일 수 있다. 과거에도 금융위기 이전 증시가 호황을 이어가던 시기에 VIX의 하단이 점차 높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또 2021년에도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VIX의 하한선은 평소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이후 2022년 고물가·고금리 충격으로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보여준 사례로 해석되기도 한다.
출렁이는 시장, 어떻게 대응할까
물론 VIX의 바닥이 상승했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폭락을 예단하고 공포에 질릴 필요는 없다. 다만 시장의 체질이 변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다음과 같은 전략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저변동성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앞으로는 시장이 예전보다 더 자주, 더 크게 출렁일 수 있으므로 이를 비정상적인 위기가 아닌 일상적인 환경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변동성이 확대되는 환경에서는 과도한 부채(빚투)나 특정 자산에 대한 집중 투자는 작은 충격에도 치명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충격을 견디고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자산의 일정 부분은 현금으로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VIX 하나만 보고 포트폴리오를 급격히 변경하는 것은 위험하다. 진정한 위기 신호는 VIX의 상승과 더불어 금리 급등이나 여타 불안 신호들이 동시에 들썩일 때 발생한다.
최근 VIX의 바닥권이 높아진 현상은 시장이 호황 속에서도 긴장을 완전히 풀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다시 말해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옵션시장에서는 여전히 위험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투자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자산을 지키며 견딜 수 있는 체력을 마련해 두는 것이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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