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금융당국 ‘레버리지 딜레마’…10조 시장 어디까지 손댈까
- [사든, 팔든 몰빵 투자] ③
‘2배→1.5배’ 낮추나…배율 축소 등 다양한 보완책 검토
기존 상품 구조 변경엔 현실적 제약...투자자 반발도
출시 두 달 만에 10조원대로 몸집을 불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놓고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해외로 향하던 투자 수요를 국내로 돌리고 투자자의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예상보다 빠른 자금 유입과 함께 부작용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크게 출렁이면서 일부 상품은 40% 넘게 하락했고, 장 마감 무렵 집중되는 리밸런싱 물량이 기초자산의 수급과 변동성을 키운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이제 와서 상품 구조를 대폭 손보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과열을 진정시키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반면, 이미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기존 상품에 강도 높은 조치를 적용할 경우 투자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예상치 못한 매매 쏠림을 초래할 수 있다. 방치하기에는 부작용이 커졌고, 과도하게 손대기에는 후폭풍이 부담스러운 ‘레버리지 딜레마’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지난 7월 16일 발표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보완책의 시행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한편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대책을 검토할 방침이다.
기존 대책은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높이고, 신규 상장을 중단하는 동시에 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괴리율 관리 책임 강화와 사전교육 확대, ETF 매매단위를 현행 1주에서 20주로 늘리는 방안도 포함됐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 같은 대책만으로 이미 상장된 상품이 기초자산과 증시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 신규 투자자의 진입을 어렵게 하거나 추가 상품 공급을 막는 ‘입구 규제’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미 거래되고 있는 수조원대 상품의 리밸런싱과 수급 쏠림 문제를 직접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7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이거 가지고 되겠냐는 지적이 있던데”라며 “필요한 대응 조치는 더 과감하게 하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대책 시행까지 시간이 걸리는 데 대해서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 같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업계와 전산 일정을 조율해 기존 대책의 시행을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다.예탁금 상향은 8월 5일부터 적용 예정이었으나 오는 31일부터 조기 시행하기로 했다. 괴리율 관리 기준 강화 등 거래소 규정 개정이 필요한 조치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이후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기본예탁금 상향과 신규 상장 중단 등이 신규 투자자의 진입과 상품 공급을 제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시장 변동성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다음 단계에서는 이미 거래되고 있는 기존 상품의 구조까지 손댈 가능성이 거론된다. 10조원 이상으로 커진 시장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투자 문턱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서다.
가장 주목받는 방안 중 하나는 현재 ±2배인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배율을 낮추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산하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도 레버리지 배율 축소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2배 구조에서는 기초자산의 등락폭이 커질수록 투자자의 손익 변동폭이 확대되는 데다, 운용사가 매일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조정해야 하는 리밸런싱 물량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이러한 물량이 장 마감 무렵 집중되면서 기초자산의 수급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배율을 1.5배 수준 등으로 낮추면 급락장에서 투자자의 손실 확대 속도를 일정 부분 낮추는 동시에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밸런싱 규모를 줄여 시장 충격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배 상품의 위험성을 낮추면서도 현물 주식보다는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품을 폐지하지 않고 위험도를 낮추는 현실적인 절충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이미 2배 수익률을 전제로 투자한 기존 투자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고, 상승장에서는 기대수익률까지 낮아지는 만큼 투자자 반발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시장 변동성을 키운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DB증권에 따르면 ETF 출시 전 주가가 10% 이상 급변한 날 장 마감 동시호가 거래대금 비중은 SK하이닉스가 평균 6.6%, 삼성전자가 5.3%였지만, ETF 출시가 본격화된 6월 이후 각각 9.1%, 8.9%로 높아졌다. 최대치는 SK하이닉스 13.8%, 삼성전자 12.5%에 달했다.
한 개인투자자는 “레버리지 상품은 원래 손실 위험이 큰 만큼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상품인데, 손실이 커졌다고 이제 와서 배율 자체를 낮추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상품 선택권까지 제한하면 결국 국내 투자자들이 다시 해외 레버리지 상품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존 상품의 배율을 낮추는 데는 현실적인 장벽이 적지 않다. 자본시장법상 펀드의 수익구조를 근본적으로 변경하려면 수익자총회를 거쳐야 한다. 출석 수익자 의결권의 과반수와 전체 발행 수익증권 총좌수의 25%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첫 총회에서 결의되지 않아 연기수익자총회가 열리더라도 전체 좌수의 12.5%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불특정 다수가 수시로 사고파는 ETF 특성상 투자자를 모으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지수 산출 기준 변경이 상장폐지 사유로 이어질 수 있는 한국거래소 규정도 넘어야 할 산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익자총회 개최나 상장규정 해석 등 실무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주가 급락 시 개인 투자자의 손실 위험을 낮추면서도 현물 주식보다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배율 조정은 현실적인 타협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배율 축소 외에도 괴리율 관리와 리밸런싱 방식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운용업계 임원은 “규제를 과도하게 강화하면 투자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국내에 유치한 레버리지 투자 수요가 다시 해외 시장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며 “신규 진입을 막는 ‘입구 규제’에서 멈출지, 배율과 운용구조 등 기존 상품의 ‘몸통’까지 손댈지가 레버리지 논란의 다음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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