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의 금융 영토 확장]③
대출·신용평가 등 사업 영역 겹쳐…주식 서비스 협업 본격화
은행·증권·보험에 캐피탈까지…지주 전환은 “검토 안 해”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각자의 영역에서 금융사업을 확장하면서 사업 접점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은행에서 출발한 카카오뱅크는 대출 중개와 투자에 이어 캐피탈까지 보폭을 넓히고, 결제·송금에서 시작한 카카오페이는 증권·보험·대출로 영역을 확장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만 보면 ‘카카오 금융’은 전통 금융그룹의 모습을 점차 갖춰가고 있다. 이에 흩어진 금융사업을 장기적으로 하나의 지배구조 아래 묶는 것이 가능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출부터 신용평가까지…늘어나는 뱅크·페이 접점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출발점이 다르다. 카카오뱅크는 은행업을 기반으로 예·적금과 대출을 제공하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시작했고, 카카오페이는 결제와 송금에서 출발해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양사가 금융 플랫폼으로 외연을 넓히면서 사업상 접점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영역이 대출과 신용평가다.
카카오뱅크는 ‘대출 비교하기’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지방은행과 카드사 등으로 제휴사를 늘리고 있으며, 오는 9월에는 여러 금융회사의 자동차 할부·대출 상품을 한 번에 비교할 수 있는 오토금융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힌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2022년부터 서점·택시 등 각종 결제 데이터를 신용평가에 활용하는 ‘카카오뱅크스코어’를 개발해 대출 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저신용자와 금융이력부족자(씬파일러)에 대한 변별력을 높이고 대출 가능 고객군을 확대해오고 있다.
카카오페이 역시 대출 중개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자체 대안신용평가모형인 ‘카카오페이 스코어’를 키우고 있다. 비금융·소셜 데이터와 2200만명 이상의 마이데이터 가입자 정보를 활용한 모델로, 지난해 3분기 출시 이후 올해 2분기 말까지 12개 금융회사와 도입 계약을 맺었다. 연내 20곳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결국 대출과 신용평가는 양사가 나란히 역량을 키우고 있는 영역이다. 다만 활용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카카오뱅크가 자체 여신 심사를 고도화하는 데 대안신용평가모형을 활용한다면, 카카오페이는 자체 모형을 외부 금융회사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금융업을 영위하는 만큼 일부 서비스에서 사업 접점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 영역이 맞닿는다고 반드시 경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고객 기반과 금융 서비스를 연결하는 협업도 시작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증권의 투자 서비스 연계다.
카카오뱅크는 오는 9월 앱 내 ‘투자탭’에 카카오페이증권의 주식 관련 서비스를 웹트레이딩시스템(WTS) 형태로 연결할 예정이다. 국내외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서비스를 광고 형태로 노출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카카오뱅크는 펀드와 MMF 중심이었던 투자 서비스의 범위를 주식으로 넓히고, 카카오페이증권은 카카오뱅크의 2763만명 고객과 새로운 접점을 확보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사업 영역 중복이나 경쟁 관계보다는, 협업을 통한 ‘시너지 창출’과 가치 극대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각 사가 자체 경쟁력을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용자 편익과 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영역에서는 협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피탈까지 품는 카뱅…비은행으로 보폭 확대
특히 최근 눈에 띄는 변화는 카카오뱅크의 캐피탈사 인수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6월 마스턴캐피탈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비은행 여신 영역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지난 10여 년간 축적한 비대면 금융 역량과 기술력을 캐피탈 시장에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캐피탈사 인수는 카카오뱅크가 앞서 밝힌 ‘인오가닉(Inorganic) 성장’ 전략의 연장선이다. 카카오뱅크는 2024년 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면서 충분한 자본 여력을 바탕으로 지분투자와 인수합병(M&A) 등 외부 동력을 활용한 성장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우선적인 M&A 대상으로 결제와 캐피탈사를 언급했다.
마스턴캐피탈 인수가 완료되면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단기적으로 자동차 할부금융을 시작하고, 중기적으로 자동차 리스·렌탈까지 사업을 넓힌다. 장기적으로는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으로 영역을 확대해 여신 성장과 비이자수익 다각화를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카카오 금융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포트폴리오는 더욱 다양해진다. 카카오페이 아래에는 카카오페이증권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있다. 여기에 카카오뱅크의 캐피탈사 인수까지 완료되면 카카오 안에는 은행·결제·증권·보험·캐피탈을 아우르는 금융사업이 자리하게 된다.
특히 이번 인수는 은행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카카오뱅크가 비은행 금융사를 직접 거느리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당장 이를 금융지주 전환의 포석으로 해석하기는 어렵지만, 카카오 금융 전체로 보면 전통 금융그룹에 가까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춰가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는 셈이다.
카카오뱅크가 금융지주 된다면?
흩어진 카카오 금융사를 하나로 묶는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는 카카오뱅크를 중심으로 금융지주 체제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은행 사업을 별도 자회사로 분리하고 금융지주 아래 은행·증권·보험·캐피탈 등을 두는 구조다. 다만 카카오페이증권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등을 편입하려면 카카오페이를 포함한 지분 관계 재편이 필요하다.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하면 자본 배분과 계열사 간 협업을 체계화하고 추가 인수합병(M&A)을 통한 비은행 사업 확대에도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다만 걸림돌은 금산분리 규제다. 현재 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카카오뱅크 지분 27.16%를 보유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일정 요건을 갖춘 비금융주력자에게 의결권 있는 주식을 최대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특례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 특례가 은행지주회사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지주회사법’은 비금융주력자의 은행지주회사 주식 보유를 제한하고 있어, 카카오가 현재와 같은 지분율을 유지한 채 은행지주회사 체제로 재편하기는 어렵다. 사업 포트폴리오는 금융그룹에 가까워졌지만 이를 하나의 지배구조로 묶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카카오도 현재로서는 금융지주 전환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금융 계열사를 하나의 금융지주 체제로 재편할 가능성에 대해 “검토 및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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