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거래소 문여는데…‘팔 상품이 없다?’ STO시장 엇박자
- [토큰증권 경쟁] ②
특허 로열티 등 기초자산 확대…비금전신탁 법제화는 과제
美·日 정형증권까지 토큰화…국내는 '반쪽 혁신' 우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KRX)는 오는 11월 16일 신종증권시장 개설을 목표로 10월 6일부터 6주간 모의시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장외에서도 KDX와 넥스트레이드(NXT) 컨소시엄 등이 본인가를 준비하면서 장내외를 합쳐 최대 3개 유통시장이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다만 시장 개설과 토큰증권 제도화 사이에는 시차가 존재한다. 초기 신종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은 현행 전자증권 방식으로 발행된 투자계약증권과 신탁수익증권 등이다. 분산원장을 법정 전자등록계좌부로 인정하는 개정 전자증권법은 내년 2월 4일 시행된다. 분산원장을 활용한 본격적인 토큰증권 발행은 법 시행 이후 가능해지는 셈이다.
유통시장은 3곳까지 늘어나는데…상품 공급 제도는 '미완성'
문제는 유통망을 채울 상품이다. 시장에서는 조각투자 상품 공급이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는 가운데 미술품·한우·지식재산권(IP) 등 비정형 자산을 증권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발행이 혁신금융서비스 규제특례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일반적인 발행 제도로 정착하기에는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 기반이 완전히 마련되기 전까지 사업자들은 혁신금융서비스 특례나 자산유동화법상 별도의 유동화 구조 등을 활용해야 한다. 이 경우 발행 구조와 요건, 절차가 복잡해질 수 있어 스타트업이나 새로운 기초자산을 보유한 사업자가 다양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놓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통시장이 빠르게 구축되는 것과 달리 상품 공급을 뒷받침할 제도가 뒤따르지 못하면 시장 초기부터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거래소 숫자보다 안정적인 기초자산을 발굴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상품화할 수 있는 '발행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것이 시장 안착의 핵심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새로운 기초자산 후보로는 특허 로열티가 떠오르고 있다. 지식재산처는 우수 원천기술을 지식재산으로 자산화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김용선 지식재산처장도 국민이 특허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소액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특허 조각투자'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간에서도 상품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는 토큰증권 발행사 바이셀스탠다드와 특허 로열티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특허권자가 기업으로부터 받는 라이선스 사용료를 증권화하면 부동산이나 미술품처럼 자산 매각에 따른 차익뿐 아니라 계약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기초로 상품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금융위원회가 2023년 12월 마련한 신탁수익증권 기초자산 가이드라인은 기초자산의 처분이 용이하고 그 처분 과정에 국내법이 적용될 것을 요건으로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나의 기술이 여러 국가에서 특허권을 형성하는 특성을 고려할 때 해외 등록 특허와 해외 로열티를 기초자산에 어느 범위까지 포함할 수 있을지가 향후 세부기준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위법규를 통해 국내외 특허의 기초자산 편입 기준과 동일 종류 자산의 풀링 허용 범위, 가치평가와 공시 기준 등이 보다 구체적으로 정해져야 안정적인 상품 공급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해외에서는 토큰화 대상이 비정형 자산을 넘어 주식·채권·펀드 등 기존 금융상품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토큰화가 새로운 자산을 잘게 나눠 투자하는 '조각투자'를 넘어 기존 자본시장의 발행·유통·권리관리 구조를 디지털화하는 단계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토큰화 주식 시장이 확대되면서 규제 체계 마련을 둘러싼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디지털자산과 토큰화 증권 관련 규제 부담을 완화하는 '혁신면제(innovation exemption)'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제도 설계는 아직 진행 중이며, 지난 14일 예정됐던 별도의 암호자산 규제 관련 공개회의도 하루 전 취소되는 등 미국 내 디지털자산 규제 정비 과정의 불확실성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국내 시장 역시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부동산·미술품·특허 등 비정형 자산은 기초자산 적격요건과 가치평가·공시·투자자 권리 및 회수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STO 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시장이 만들어지는 것만으로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며 "투자자들이 실제로 투자할 만한 상품이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유동성이 생기고 발행사들도 시장에 들어올 유인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하위법규와 후속 입법을 통해 다양한 기초자산을 상품화할 수 있는 기준을 명확하게 만드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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