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카카오 ‘시너지 약화’ vs SK이노 ‘재무 부담’…지배구조 개편에 주가 출렁
- 분할·합병, 전략을 달랐지만 투자자 불신
본업 불확실성 우려 커져…실적 개선 통한 투자자 설득 필요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국내 기업들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합병‧분할 카드를 고민하고 있지만, 실적 개선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주가가 떨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8월 21일 이사회를 열고 회사를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나누는 인적분할 계획을 전격 발표한 뒤 장중 주가가 12% 가까이 하락했다. 장 마감 시점까지 낙폭이 줄었지만 전 거래일 대비 7% 이상 떨어졌다.
회사 측은 카카오톡이 지난 15년간 쌓아온 관계와 대화 역량을 바탕으로 AI 시대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시장은 오히려 사업적 불확실성과 구조적 한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합병 소식에 주가 하락의 쓴잔을 들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5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습식 분리막 제조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소규모 합병 방식으로 흡수합병하기로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공시 다음 날인 26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11.04% 내린 11만1200원에 장을 마쳤다.
SKIET는 실적 부진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 회사를 합병하게 되면 재무적인 부담이 모회사로 떠넘겨지고 신주 발행에 따른 주주가치가 희석될 것이라는 우려에 관련주가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투자자들이 카카오에 대해 걱정한 것은 사업 간 시너지가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카카오는 하나의 강력한 플랫폼 안에서 인공지능(AI) 기술과 테크핀, 콘텐츠, 모빌리티 등 다양한 버티컬 사업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유기적인 효과를 냈는데, 회사가 둘로 쪼개지면 서비스 간 결합력과 협업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기에 카카오X가 사실상 지주회사 성격을 띠게 되는 상황에서 주요 상장 계열사들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도 더해졌다. 주주들 입장에서는 단순한 분할 이벤트보다 이로 인해 주식 가치가 분산되고 경영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위험 요인을 더 크게 본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를 떨어뜨린 결정적인 요인은 재무건전성 악화 위험이다. SKIET는 지난해 주식적격담보부증권(PRS) 연계 유상증자로 약 3000억원을 조달했음에도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의 여파로 올해 상반기에만 13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순차입금은 1조1500억원으로 치솟았고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대비 83%포인트 급증한 152%를 기록했다. 1년 이내에 상환하거나 차환해야 하는 단기 채무 금액이 1조2500억원까지 불어났지만 보유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4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이는 반대로 SK이노베이션 본사의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사안으로 풀이된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SKIET 지원의 필요성은 이해되지만 전통에너지 중심으로 그 어느 때보다 호시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은 이번 행보가 결코 달가울 수는 없다”며 “SK이노베이션 주주 입장에서는 실망감과 허탈함과 불편함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인적분할과 SK이노베이션의 흡수합병은 겉으로 보기에는 완전히 반대 방향의 기업구조 재편이지만, ‘본업 경쟁력’ 상향과 ‘실적 개선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주가가 떨어진 것은 합병과 분할이라는 이벤트가 아니라 불확실성에 따른 주주의 불신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합병·분할에 따른 시장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지만, 주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체질 개선을 통한 구체적인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며 “카카오는 회사가 제시한 ‘에이전틱 AI 인터페이스’로 진화를, SK이노베이션은 비용 절감과 연구개발(R&D) 통합 등을 통한 흑자 전환을 얼마나 빨리 이뤄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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