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이재명 2차 개각, 정치는 ‘소연정’ 정책은 ‘안정’ 쇄신은 ‘반쪽’
- 용혜인·이해민 발탁…범진보 연대 넓히고 김경수로 당내 통합
이형일·홍지선 관료 전진 배치…경제·부동산 정책 연속성 방점
이해민·하정우·배경훈 ‘AI 3각축’…김용범 유임은 쇄신 지적 부담
이 대통령은 30일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6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고 청와대 참모진까지 손대는 당초 예상을 넘어선 큰 폭의 인사개편을 단행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인 42%까지 떨어지고 부정평가가 처음 50%를 기록하는 등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기조를 벗어나지 못하자 이를 뒤집을 카드로 개각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개각에서는 정치와 정책에서 서로 다른 선택이 두드러진다. 정치적으로는 진보진영으로 외연을 넓히고 민주당내에서도 소장파 끌어안기에 나섰다.
반면 경제·부동산과 인공지능(AI) 등 핵심 정책 분야에서는 기존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안정에 무게를 뒀다.
용혜인·이해민 품은 이 대통령…사실상 ‘소연정’
정치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범여권으로의 외연 확장이다.
이 대통령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고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을 대통령비서실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으로 발탁했다.
민주당 밖의 범여권 인사를 내각과 청와대 핵심 참모진에 동시에 기용하면서 상실상의 ‘소(小)연정’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조국혁신당-기본소득당으로 이어지는 범진보 블록을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 끌어들여 지지층을 재결집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김경수 전 지방시대위원장을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으로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친노·친문을 대표하는 정치인 중 한 명인 김 전 위원장을 청와대 정무라인에 배치하면서 범진보 외연 확장과 동시에 민주당 내부의 통합까지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소영 민주당 의원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전격 발탁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 후보자는 민주당 내 소장파로 분류되며 주요 경제·사회 현안마다 당내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친명계가 아니더라도 필요하면 쓴다’는 메시지를 당내에 전달할 수 있다.
정책적인 의미도 있다. 청와대는 이 후보자의 역할을 설명하면서 ‘국가 창업 시대 전환’을 강조했다. 중기부를 전통적인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부처에 머물게 하지 않고 스타트업과 벤처, 창업·혁신성장을 담당하는 핵심 경제부처로 끌어올리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정치적으론 확장…경제라인은 ‘관료 안정론’
반면 경제·부동산 정책에서는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임에는 구 부총리를 1차관으로 보좌해온 이형일 후보자가 낙점됐다. 경제정책국장과 차관보, 대통령실 경제정책비서관 등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다.
청와대 역시 이 후보자를 “정책 요직을 두루 거친 손꼽히는 정책통”이라고 평가하면서 우리 경제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경제정책의 노선을 크게 틀기보다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조직내 승진 인사를 통해 관료 조직의 실행력과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인선으로 풀이된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선도 같은 맥락이다. 경기도 도시주택실장과 남양주시 부시장, 국토부 2차관 등을 거친 현장형 관료다.
AI 정책라인의 재정비도 이번 인사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 출범 초기 국가 AI 전략 설계에 참여했던 하정우 전 AI미래기획수석을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하 부위원장은 2025년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초대 AI미래기획수석을 맡아 ‘AI 3대 강국’ 전략과 국가AI전략위원회 초기 설계에 참여한 인물이다. 이후 재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떠났다가 이번 인사를 통해 다시 정책 일선으로 복귀했다.
이에 따라 정부 AI 정책라인은 이해민 AI미래기획수석-하정우 국가AI전략위원회 부위원장-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총리로 이어지는 ‘3각 체제’를 갖추게 됐다.
역할은 비교적 명확하다. 이해민 수석은 AI 정책의 범부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하 부위원장은 산업계·학계·연구계를 연결해 중장기 전략을 구체화하면 배 부총리가 독자 AI 모델과 그래픽처리장치(GPU), 국가AI컴퓨팅센터, 연구개발(R&D), 산업·공공 AI 전환 등 실제 사업 집행을 담당하는 구조다.
신설되는 메가프로젝트 보좌관에 이원주 기후에너지환경부 에너지전환정책실장을 발탁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 내정자는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조정실장과 에너지정책관 등을 지낸 산업·에너지 관료다.
실무부처인 산업부와 청와대의 소통로를 넓히는 동시에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반도체, 에너지 등 여러 부처와 기업이 얽힌 초대형 프로젝트를 청와대가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인사로 풀이된다.
김용범은 남겼다…"1기 경제정책 실패 아니다"
이번 개각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유임이다.
김 실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과 개인투자자 피해 논란, 반도체 경기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 활용 문제 등을 둘러싸고 잇따라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김 실장을 실패한 경제정책 책임자로 지목하며 경질을 요구해왔다.
이 대통령이 빗발치는 교체 요구에도 유임을 선택한 것은 1기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정치권 공세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개각을 하루 앞둔 29일 김 실장이 직접 집권 2년 차 경제정책 방향을 공개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김 실장은 이날 SNS를 통해 “어렵게 만들어낸 성장의 힘을 바탕으로 이제 국정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며 “지금까지는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성장의 토대를 만드는 일이 가장 시급했다면 이제는 그 성장의 힘을 국민과 삶의 기회로 연결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3대 메가프로젝트가 대한민국 산업의 대도약을 위한 투자였다면 앞으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재도약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주거비 부담 완화와 고용·전직 지원, AI 시대 재교육, 청년·소상공인의 창업과 재기 지원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집권 2기 경제정책의 방향을 예고한 셈이다. 다만 단순한 ‘성장에서 분배로’의 전환은 아니다.
김 실장 역시 이날 SNS 글에서 성장과 분배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첨단산업의 성장이 기업 이익과 일자리, 재정 여력을 늘리고 이를 다시 국민의 역량과 기회에 투자하면 소비와 생산성, 창업과 혁신이 다시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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