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널뛰는 유가에 베팅 몰렸다…원유 ETP 88%가 ‘레버리지·인버스’
- 10개 중 9개 레버리지·인버스…변동성 커지면 손실 증폭
원유 ETP 68% 한때 괴리율 5% 넘어…10% 초과도 6개
유가 상승과 하락에 베팅하는 수요가 늘면서 관련 상품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상당수가 가격 변동을 증폭시키는 레버리지·인버스 구조로 설계돼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방향을 맞히더라도 음의 복리효과나 괴리율 확대 등으로 예상보다 손실이 커질 수 있어 금융당국도 투자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원유 ETP 시가총액은 2조6820억원으로 전년 말(1조8280억원)보다 8540억원(46.7%) 증가했다. 전체 원자재 ETP 시가총액이 같은 기간 12조1760억원에서 12조4070억원으로 1.9%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원유 상품으로의 자금 쏠림이 두드러진다. 전체 원자재 ETP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15.0%에서 21.6%로 뛰었다.
특히 투자자들이 몰린 곳은 단순히 유가를 추종하는 상품만이 아니다. 원유 ETP 시가총액 2조6820억원 가운데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규모는 2조3700억원에 달한다. 전체의 88.4%다. 천연가스는 이 비중이 93.6%로 더 높다. 원자재 ETP 전체로 넓혀도 레버리지·인버스 비중은 37.4%로 전체 ETP 시장 평균인 7.4%의 5배를 웃돈다.
두 배 뛰었다 40% 급락…유가 따라 수익률도 ‘롤러코스터’
원유 ETP로 자금이 몰리는 사이 국제유가는 급격한 방향 전환을 반복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지난 1월 2일 배럴당 57.3달러에서 4월 7일 113달러까지 97% 치솟았다. 불과 석 달 뒤인 7월 6일에는 68.6달러로 39% 떨어졌고, 지난 11일 다시 100달러까지 올라섰다.
국제분쟁과 주요 원유 운송경로의 불확실성, 산유국의 생산량 변화 등이 맞물리면서 유가의 방향성을 예측하기가 한층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산업용 에너지 수요와 달러 가치, 투기성 자금의 움직임까지 가격을 흔드는 변수다.
이 같은 장세에서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수익뿐 아니라 손실도 빠르게 불어날 수 있다. 이들 상품은 일정 기간의 유가 등락폭을 단순히 두 배로 반영하는 상품이 아니라 기초자산의 ‘일간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도록 설계돼 있다.
가령 유가가 급락한 뒤 같은 폭으로 반등하는 흐름이 반복되면 기초자산 가격이 출발점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오더라도 투자자의 누적수익률은 이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 변동성이 커질수록 손실이 누적되는 이른바 ‘음의 복리효과’ 때문이다.
금감원도 “투자자는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손익이 증폭되는 투자 구조와 음의 복리효과 등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3개월 동안 원유 ETP 22개 가운데 15개(68.2%)는 한때 절대값 기준 5% 이상의 괴리율을 나타냈다. 10개 중 7개꼴이다. 이 가운데 6개 상품은 최대 괴리율이 10%를 넘어섰다.
은 관련 상품도 상황은 비슷했다. 은 ETP 21개 가운데 14개(66.7%)에서 최대 괴리율이 5%를 웃돌았다. 전체 원자재 ETP 131개 가운데서는 43개(32.8%)가 최근 3개월 동안 5% 이상의 최대 괴리율을 기록했다.
괴리율이 양(+)로 크게 벌어졌다는 것은 투자자가 실제 자산가치보다 비싼 가격에 ETP를 매수하고 있다는 의미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때 단기 투자자금까지 한꺼번에 몰리면 시장가격이 지표가치를 크게 웃돌 수 있다.
문제는 벌어진 가격 차이가 결국 좁혀진다는 데 있다. 이후 매수 열기가 식고 시장가격이 지표가치로 돌아오면 기초자산 가격이 유지되더라도 투자자는 괴리율이 줄어든 만큼 손실을 볼 수 있다. 원유 가격의 방향뿐 아니라 상품 자체의 수급까지 살펴야 하는 이유다.
가격이 극단적으로 움직이면 투자 상품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특히 ETN은 일정 수준 이하로 가격이 떨어질 경우 조기청산될 수 있다.
2021년 이후 발행된 ETN 가운데는 가격이 1000원 미만으로 하락하면 조기청산하도록 설계된 상품이 있다.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다. 2021년 이전에 발행된 상품도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져 정상적인 괴리율 관리가 어려워질 경우 상장폐지될 수 있다.
이미 실제 사례도 나왔다. 지난 7월 원유 인버스 레버리지 ETN의 지표가치가 20원 아래로 추락하면서 상장폐지된 사례가 발생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락이 투자자의 평가손실에 그치지 않고 조기청산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원자재 가격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레버리지·인버스 ETP의 거래 규모와 괴리율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금감원은 “원자재 가격 불안정성 증가 및 지정학 리스크 심화로 투자자 위험이 확대될 경우 소비자경보를 추가 발령하는 등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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